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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과여행/뭐해낚시가자

욕지도 낚시 3박 4일 조행기, 낚린이 버전

by 무한 2018. 11. 17.

지난달, 오로지 낚시를 목적으로 한 욕지도 여행을 다녀왔어요. 캠코더에 액션캠, DSLR과 미러리스까지 챙기며 ‘남해의 클라스를 보여주겠어.’라며 다짐했지만, 결국 사진은 폰으로 몇 장 찍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어요. 네, 가보니 물고기가 없었던 것이에요.

 

 

욕지도 낚시 3박 4일 조행기, 낚린이 버전

 

사실 찍어 온 사진을 볼 때마다 성질 뻗쳐서, 조행기를 올리지 않을 생각이었어요. 여름휴가를 안 간 대신 ‘가을 낚시’에 몰아주기를 했던 건데, 3박 4일간의 낚시여행기가 포스팅 하나 분도 안 되는 것이에요. 욕지도는 이번 낚시를 끝으로 졸업하기로 했기에, 졸업 기념이라는 의미 정도만 담아 적어두기로 했어요.

 

 

 

욕지도로 들어가기 전, 통영에 있는 낚시점에 들렀어요. 너무 이른 시간이라 문을 안 여는 건 아닐까 했던 건 기우였어요. 새벽 4시를 좀 넘은 시간임에도, 대부분의 낚시점들이 문을 열고 있었어요. 24시간 문을 열고 있는 낚시점에 한번 놀라고, 새벽 4시에 용품을 사러 들른 사람이 많다는 것에 두 번 놀랐어요.

 

미끼로 쓸 크릴을 사고, 3박 4일치 밑밥을 사고, 여분의 바늘을 하고, 미처 못 챙긴 낚시 장갑도 사고, 이것저것 많이 샀어요. 많이 사니까, 낚시점 직원분이 선물로 고등어 낚싯바늘 세트를 몇 개 더 챙겨주셨어요. 그러니까 직원분도 저도, 욕지도에서 그렇게 큰 꽝을 칠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에요.

 

 

 

삼덕항에 도착해 예약한 표를 받았어요. 분명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았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어요. 지난번엔 파도 때문에 배가 못 떠서 하루를 통영에서 보냈는데, 이번엔 첫 배로 곧장 들어갈 수 있었거든요. 어쩌면, 그래서인 것 같아요. 행운을 배 타는 것에 모두 써버린 것이에요.

 

 

 

밤샘운전을 하고 내려간 까닭에 배에서는 계속 잤어요. 원래 계획은 배도 찍고, 배 위에서 풍경도 찍고, 욕지도에 도착해 일주도로를 타고 달리는 것까지 찍는 것이었는데, 너무 졸리니 만사가 귀찮았던 것이에요. 늘 그렇듯, 집에 편하게 앉아서 계획을 짤 때와 현장에 도착해 움직이며 계획을 실행할 때는 많이 달랐어요.

 

 

 

욕지도에 도착해서는, 짐만 숙소에 넣어두고 바로 낚시를 갔어요. 말 그대로 진짜 ‘본격 낚시여행’이었던 까닭에, 펜션 사장님께 좌대를 소개받곤 곧장 낚시를 시작했어요.

 

대상어는 참돔과 돌돔이었고, 손님고기로 고등어와 전갱이가 나와도 만족스러울 것 같았어요. 그런데 그 녀석들은 다 어디 갔는지, 위의 사진에 보이는 물고기만 끝도 없이 나왔어요. 어쨌든 그냥 던지면 물어주는 녀석들이니, ‘저 녀석이라도 많이 잡자!’ 해서는 열심히 잡았어요. 맞아요. 이때 까지만 해도 저 물고기가 ‘독가시치’인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에요.

 

 

 

돔이야 원래 쉽게 잡기 어려우니 그렇다 치더라도 고등어나 전갱이는 나와줘야 하는 건데, 이상하게도 녀석들이 보이질 않았어요. 독가시치 80% 용치놀래기나 쥐치 10% 손바닥 반 만한 돌돔이나 참돔 10%의 비율로 잡았던 것 같아요.

 

 

 

최종 조과예요. 용치놀래기와 쥐치는 잡히는 즉시 놔주고, 손바닥 정도 되는 녀석들만 살림망에 담았어요. 이때 검색을 통해 저 물고기가 ‘가시에 독이 있는 독가시치’라는 걸 알게 되었고, 돌돔은 24cm 미만의 녀석들은 잡아선 안 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럼 우린…, 하루종일 뭐 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피곤과 짜증이 한꺼번에 몰려와 그냥 다 놓아주었어요.

 

 

 

미니미 참돔을 잡고는 좋아하는 짝꿍의 모습이에요. 같이 <도시어부> 보면서 50~60cm되는 참돔 잡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었고, 욕지도에 가면 그런 거 잡을 수 있는 줄 알았는데, 현실은 5~6cm짜리 참돔이었던 것이에요.

 

 

 

돌돔은 전부 짝꿍이 잡았어요. 새끼 돌돔을 뺀찌라고 하는데, 뺀찌만 수두룩했어요. 저도 얼마 전에 안 사실인데, 사람들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시기별로 이름을 붙인대요. 유아기때는 무엇무엇, 유년기때는 무엇무엇, 청년기때는 무엇무엇, 장년기때는 무엇무엇 등으로 이름을 붙이는 것이에요. 어릴 땐 병아리, 크면 닭 뭐 그런 것처럼 말이에요.

 

그래서 저도 어머니께, 제 태명이나 아명은 무엇이었는지 여쭈어 보았어요. 어머니께서는 ‘그런 거 없었다’고 하셨어요. 전 별로 가치가 없었던 것이에요.

 

 

 

첫날 저녁, 저녁상을 차렸어요. 고등어회와 쥐치회가 보여요.

 

“고기 다 놔주고, 고등어는 잡지도 못했다면서, 어떻게 회가 있죠?”

 

라고 하실 분들이 있을 텐데, 그건…, 욕지도 횟집에서 사온 것이에요. 본격 낚시 여행을 와서 회를 사 먹다니, 먹으면서도 이해하기 힘든 것이에요. 오히려 일산에서는 밑반찬 푸짐하게 저 정도 회를 같은 가격에 먹을 수 있는데, 왜 욕지도까지 갔는지 모르겠는 것이에요.

 

 

 

저녁을 먹고 좀 쉬다가, 펜션 앞 방파제에 나가보기로 했어요. 아, 위에서 얘기를 안 했는데, 좌대에서 낚시를 할 때 낚싯대를 하나 부러뜨리고 말았어요. 무거운 봉돌을 달고 계속 캐스팅을 했더니, 피로가 쌓였던 모양이에요. 여하튼 첫 날 그렇게 하나를 부러뜨려 먹고, 그 날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한 방파제 낚시에서 또 하나를 부러뜨리고 말았어요. 낚싯대를 네 대 챙겨갔는데, 두 대만 남은 것이에요. 그래도 돈 내고 들어간 좌대에서보다 무료인 방파제에서 전갱이를 원 없이 잡았기에, 기분은 좋았던 것이에요.

 

 

 

잡은 전갱이를 손질하는 모습이에요. 가기 전 ‘고등어 전갱이 손질법’ 영상을 30번 정도 보고 갔는데, 덕분에 쉽게 해체할 수 있었어요. 예전엔 하도 여린 마음이라 물고기 지느러미를 가위로 자르는 것도 마음 아파 못 했는데, 이젠 군침을 흘리며 등지느러미 배지느러미 순식간에 손질할 수 있게 된 것이에요.

 

 

 

전갱이도 괜찮긴 한데, 사 먹었던 고등어 회가 더 맛있었던 것 같아요. 욕지도 도착하자마자 좌대에서 하루를 보내고, 밥 먹고는 잠깐 쉬다 다시 또 방파제에 나가 밤을 샌 까닭에 너무 피곤했어요. 평소 불면증도 살짝 있는 데다 잠자리가 바뀌면 잘 못 자는 타입인데, 저 날은 그냥 먹고 바로 기절했던 것이에요.

 

 

 

다음 날, 본격 낚시 여행인 까닭에 다른 방파제를 찾아갔어요. 한 곳에서 전갱이 몇 마리 외에는 소식이 없어서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거기서도 전갱이 몇 마리와 볼락 몇 마리, 돌돔 두어 마리 외에는 잡질 못했어요. 던지고 감고를 반복하다가, 저렇게 멍게를 걸기도 했던 것이에요.

 

 

 

무늬오징어 철이라고 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무늬오징어 잡이에 썼는데, 무늬오징어는 구경도 하지 못했어요. 에기 대신 바늘로 바꾸고 갯지렁이를 달았더니 볼락들이 나오던데, 그럴 줄 알았으면 아예 볼락 채비를 챙겨갈 걸 그랬어요. 욕지도 가실 분들은, 대상 어종 공략 외에 ‘전어 채비’와 ‘볼락 채비’를 꼭 챙겨 가시길 권해요. 수 시간 동안 입질이 없으면 울고 싶어질 수 있으니, 그럴 땐 차라리 전어 채비를 사용해서 잡어라도 잡는 게 좋아요. 어쩌다 들어가 있던 전어 채비 덕분에, 저는 잡어라도 잡을 수 있었던 것이에요.

 

 

 

볼락과 전갱이, 그리고 돌돔은 좋은 저녁 식사 거리가 되어주었어요. 개인적으론 볼락구이가 가장 맛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볼락 철이 오면, ‘본격 볼락 낚시’를 해 볼 생각인 것이에요.

 

 

 

3일째 되는 날엔, 섬 반대편으로 가서 낚시를 해보기로 했어요. 대략 8시간은 낚시를 한 것 같은데, 옆에 빼곡하게 서 있던 사람 중 무늬오징어 한 마리 잡은 사람, 삼치 세 마리 잡은 사람 정도가 전부였어요. 저는 삼치 잡는 걸 보고는 메탈로 열심히 던지고 감고를 반복하다가, 근육통이 온 것 같아서 전어 채비로 갈아탔어요. 그랬더니 자리돔이 물기 시작하는데, 마음먹고 잡으면 100마리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냥 ‘넣으면 나오는’ 수준으로 자리돔이 나왔던 것이에요.

 

그런데 자리돔을 살림망에 넣고, 또 잡아서 넣고, 또 잡아서 넣었는데도 살림망 속 자리돔의 수는 계속 같았어요. 어디 구멍이 난 것도 아니었는데, 자꾸 자리돔이 없어졌던 것이에요. 나중에 확인해 보니, 살림망 자체의 구멍이 너무 넓어서, 작은 자리돔들이 그 구멍으로 빠져나갔던 것이에요. 그것도 모르고 열심히 잡아서 담기만 했더니, 나중엔 여섯 마리인가만 남아있었어요. 가득히 잡아 세꼬시를 하려고 했던 것인데 말이에요. 결국 저녁을 또 사 먹어야 할 상황이 되고 말았는데, 회는 지겨워서 삼겹살을 샀어요. 욕지도에선 냉장고기를 주말에만 파니, 평일에 들어와 구워 먹으실 분들은 배 타기 전에 사서 들어오시는 게 좋을 거예요.

 

 

 

삼겹살을 구워 먹고 있는데, 펜션 사장님이 무늬오징어 숙회와 쥐치 회를 가져다 주셨어요. 무늬오징어 맛도 못 보고 가는 줄 알았는데, 덕분에 맛은 볼 수 있었어요. 맛은 일반 오징어 삶은 거랑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았어요.

 

다 먹고 나서, 밖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사장님과 대화를 하게 되었어요. 사장님은

 

“고기가 많지 않죠? 솔직히 요 한 십일? 십며칠? 고기가 안 나와요. 저도 어제 선상(배낚시)갔거든요? 솔직히 한 마리도 못 잡았어요. 바다낚시란 게 그렇잖아요. 어제 나왔다고 오늘 나오는 거 아니고, 아침에 나왔다고 저녁에 나오는 거 아니고. 솔직히 그렇잖아요. 아는 동생도 오늘 나갔다가 무늬 몇 마리랑 쥐치 잡았다고 해서, 그거 우리 손님들 드리게 좀 달라고 해서 온 거거든요. 솔직히 저도 시즌때 무늬 몇백 마리 잡고 그러는데, 솔직히 요새 조황이 안 좋아요. 오셨으니까 많이 잡으셔야 하는데, 솔직히 제 마음이 좀 그래요.”

 

라고 하셨어요. 욕지도에 가기 전 펜션 예약하려고 전화를 했을 때, 사장님은 감성돔 참돔 돌돔 막 나오기 시작해서 조황 좋다고 하셨었는데요…. 하긴, 손님이 예약하려 하는데, 사장님으로서 “며칠째 고기 안 나옵니다. 오지 마세요.” 할 순 없었던 것이에요.

 

 

 

집에 가야 하는 마지막 날, 우리는 ‘본격 낚시 여행’이 주제였던 까닭에 이미 마지막 배를 예약해 둔 상황이었어요. 조황이 이렇다는 걸 보기 전까진, 아이스박스를 고기로 가득 채워서 집에 갈 수 있다는 헛된 꿈을 꾸었던 것이에요.

 

펜션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좀 늦게 나가긴 했는데, 그것도 사실 눈치가 좀 보이고 해선 선착장으로 가는 길에 있는 방파제에 또 들렀어요. 아, 위에서 또 얘기를 안 했는데, 전날 저녁에도 낚싯대를 차에 싣고 왔다갔다 하다가 하나 더 부러뜨리고 말았어요. 낚싯대 네 대 중 남은 건 하나. 욕지도에서 이런 치욕만을 받고 갈 순 없다며, 남은 하나의 낚싯대로 끝까지 낚시를 했던 것이에요.

 

손바닥 크기도 안 되는 쥐치, 독가시치, 미역치가 올라왔어요. 저는 평소 욕을 모르는 낚린이지만, ‘와 ㅅㅂ 진짜 이건….’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어요. 그냥 서해에 가서 망둑어를 잡거나 박하지를 잡았어도, 이것보다는 많이 잡고 즐거웠을 것이에요. 참돔은 어른 팔 길이 만한 거 하루에 한 마리씩 사 먹고도, 돈이 남았을 것이에요.

 

 

 

배 시간도 다 되고 해서 낚싯대를 접고 있는데, 옆에 있던 아저씨가 참돔을 하나 걸어 내셨어요. 아저씨는 흥분하셨는지

 

“뜰채 없습니까? 누구 뜰채 없어요?”

 

라며 소리치셨어요. 사람들은 모두 그 아저씨를 바라봤고, 저 멀리에 있던 청년 하나가 뜰채를 들고 와선 고기를 건지며

 

“아저씨, 머리는 제껍니더.(참돔을 뜰채로 떠줬으니 머리는 자기 소유라는 농담)”

 

라고 했어요. 3박 4일의 욕지도 여행 중 처음 보는 큰 참돔이라, 저는 가까이 가서 구경을 했어요. 저절로 나오는 제 감탄사를 아저씨가 들으시곤,

 

“여기 오면 이만한 건 맨날 잡아요. 어제도 루어 하는 사람들 와서 많이 잡아 갔는데. 큰 거 아녜요.”

 

라고 하셨어요. 그 얘기를 하며 참돔을 갈무리하는 아저씨의 손은 떨리고 있었고요. 참돔을 잡느라 힘을 써서인지, 아니면 이런 건 맨날 잡는다는 말을 하고는 너무 과장이 심했다고 생각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저씨의 손은 떨리고 있었던 것이에요.

 

 

 

욕지도에서 나와, 통영에 들러 물회를 먹었어요. 중앙시장 안에 있는 식당에서 먹었는데, 식당까지 가는 길에 ‘낚시로는 잡을 자신이 별로 없는’ 물고기들이 ‘한 소쿠리 삼만 원’에 팔고 있는 걸 보게 되었어요.

 

‘그냥 통영에 묵으면서, 삼시세끼 회로 배불리 먹을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어요. 살짝 침울해지며 회의감이 들었는데, 다행히 처음 먹어보는 물회가 너무 맛있어서 극복할 수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이전까지는 비슷한 카테고리에서 회냉면을 원탑에 두었는데, 물회의 놀라운 맛 때문에 투탑으로 선정한 것이에요. 저기까지 안 가도 일산에서 비슷한 맛의 물회를 먹을 수 있는지, 조만간 검색해서 찾아볼 생각이에요.

 

출사표 던지며 3박 4일 꼬박 할애해 욕지도 갔다가, 결국 통영 중앙시장 물회 얘기로 마치는 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여하튼 낚시를 다니다 보면 이런 날도 있다는 걸 이렇게 적어두기로 하며,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라는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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