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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과여행/뭐해낚시가자

고프로(짭프로) 수중촬영을 위한 자작용품, 세 가지

by 무한 2017. 12. 24.

물고기 촬영을 하기 위해 참 여러 시도를 했던, 2017년이었다. 내친 김에 바닷물고기까지 찍으려다 바다낚시에 입문하기도 했는데, 여하튼 미끼별 물고기 반응을 알아본다며 32종의 미끼를 준비해 실험도 해보고, 메기를 잡겠다며 닭 간 염장까지 해봤다.

 

그렇게 공들였던 것 중 하나는 ‘수중촬영을 위한 자작용품’으로,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그 치열했던 기록들을 정리해둘까 한다. 정말 별 것 아닌데 별 것인 것처럼 써야 하는 까닭에 부담감이 가득한데, 이건 뼛속까지 문과생인 문돌이의 고군분투라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 출발해 보자.

 

 

 

평소 수중촬영을 할 때 세팅하던 모습이다. 비닐어항(물고기 잡는 도구 이름)을 설치하고, 그 부근에 물고기가 몰려든 걸 찍을 수 있도록 짭프로(짝퉁 고프로)를 설치한다. 짭프로엔 미니 삼각대를 달았는데, 저게 물에 뜨는 까닭에 돌로 다리 세 곳을 눌러줘야 한다. 참 번거로운 작업이며, 돌을 놓다 보면 각도가 틀어져 짭프로가 애먼 곳을 찍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만든 것이, 대충 내려놔도 알아서 잘 찍히는 ‘반찬통 마운트’라는 것이다. 어디에 매달아야 가장 간편할지 정말 많이 고민했는데,

 

-무겁거나 부피를 너무 많이 차지하지 않을 것.

-물에 부식되거나 떠내려가지 않을 것.

-필드에 있는 자연물을 활용해 고정시킬 수 있을 것.

 

등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을 찾다 보니 ‘반찬통’이란 답이 나왔다. 자매품 ‘김치통’도 있는데, 김치통은 그 크기가 너무 큰 까닭에 거기에다간 생미끼인 지렁이를 사육하기로 했다.

 

 

 

만드는 방법은, 그냥 반찬통에 구멍을 뚫고 뚜껑에 짭프로 마운트만 달아주면 끝이다. 저 안에다간 필드에 널린 돌을 채우면 되며, 돌의 무게 때문에 떠내려가지 않는다. 플라스틱이라 물에 부식될 염려도 없으며, 평소에는 돌을 채우지 않으니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다.

 

 

 

실제 수중촬영에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피라미들 때문에 가려서 잘 안 보이는데, 사진 오른쪽을 자세히 보면 반찬통에 매달린 채 짭프로가 열일 하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돌에 붙인 떡밥이 전부 사라지자 피라미들도 다 빠진 모습. 역시나 우측에 반찬통 마운트가 보이며, 사진 속 비닐어항 안에는 네 마리의 피라미가 잡혀 있다.

 

 

 

반찬통 마운트에 달린 짭프로가 찍은 모습. 떡밥 붙인 돌 쪽으로 피라미들이 몰려드는 걸 볼 수 있다. 삼각대를 이용해서 찍을 때보다, 훨씬 쉽고 빠르게 설치한 후 촬영할 수 있다.

 

 

 

다른 곳에서 촬영한 피라미 떼의 모습. 저 위의 사진과 달리 비닐어항이 거꾸로 설치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비닐어항 입구를 상류 쪽으로 두느냐, 아니면 하류 쪽으로 두느냐는 물생활 커뮤니티에서 끊이지 않는 토론 주제인데, 그것의 종지부를 찍고자 실제 반응과 결과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물고기 촬영하러 간다고 하면 그냥 놀러 가는 줄 아는데, 내 경우 다양한 천렵도구의 효과를 실험하기도 하고 각종 미끼별 물고기 반응을 관찰하기도 한다. 떡밥 말고 된장, 쌈장, 깻묵, 글루텐, 밀가루, 옥수수가루, 감자가루, 건빵, 크림빵, 고등어 대가리, 어묵, 생선 내장, 맛살 등을 가지고도 실험했는데, 그 결과는 자료가 좀 더 축적된 후 나중에 공개하도록 하겠다. 내년엔 정말 바쁠 것 같다…(응?).

 

 

 

실험할 미끼를 돌에 붙인 모습. 가운데 세워져 있는 돌에 붙어 있는 게 미끼다. 설치 직후라 물고기가 몇 마리 안 보이는데, 시간이 좀 지나면 아래와 같은 모습이 된다.

 

 

 

말 그대로 물 반, 고기 반의 모습.

 

 

 

피라미 낚시에 주로 쓰는, 카드채비를 달아 놓은 모습이다. 카드채비에 반응하는 피라미들의 모습을 찍고자 저렇게 설치해두었다.

 

 

 

한창 가물던 시기라 물이 탁하다. 가운데 구부러진 은빛 물체가, 카드채비에 걸려 몸부림 치고 있는 피라미의 모습이다. 촬영을 위해 떡밥 카고를 하류 쪽에 두었는데, 제대로 피라미를 잡을 생각이라면 카고는 상류에 두어야 한다. 카고 위쪽으로는 피라미들이 잘 안 올라온다.

 

 

 

잡힌 피라미들의 모습. 개인적으로 ‘먹지 않는 건, 잡지 않는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까닭에, 잡은 고기는 가능한 먹는 ‘먹는 낚시’를 하고 있다.(응?) 도리뱅뱅이 맛있다기에 도리뱅뱅을 할까 했다가, 메기도 두 마리 잡게 된 까닭에 매운탕을 해 먹었다.

 

 

 

신형 4구 어항을 촬영 중인 모습. 4구 어항 앞으로 붕애(붕어+애기)가 지나가고 있는 게 보인다.

 

 

 

영상을 보다가, 살구 빛 입술 같은 게 4구 어항 뒤로 보여 ‘응? 뭐야 저거?’ 했다. 그건 바로….

 

 

 

잉어킹! 손가락만한 피라미와 긴몰개들 뒤로, 주먹 만 한 얼굴을 들이민 잉어킹의 모습이 보인다.

 

 

 

잉어킹의 옆모습. 저 곳 말고 잉어들이 떼로 몰려다니는 곳을 발견했는데, 안타깝게도 수심이 좀 깊은 까닭에 들어가서 찍을 수가 없었다. 최근엔 동력을 사용한 촬영 장비까지 생각하고 있는 중이니, 내년엔 잉어 대가족의 모습을 촬영할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작게 나와 잘 보일지 모르겠는데, 좌측 저 뒤에 지나가고 있는 게 배스다. 한두 마리 있는 게 아니라서 내가 루어로 잡아보려고 한 세 시간 팔이 빠지도록 던졌다 감았다 해봤는데, 관심은 안 보이며 도망만 갔다. 배스장비도 다 마련했으니, 내년엔 열심히 지져보는 걸로….

 

 

 

배스가 지나간 길로 지나가는 잉어킹 커플. 잉어 낚시를 위해 민물 릴 대도 다섯 대 준비했다. 낚싯대 거치를 도울 낚시용 삼각대도 구입했다. 뭐 이 정도면, 굳이 가서 던져보지 않더라도 이미 잡은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겠다. 바로 이런 패턴으로 사람들의 장비병이 진행된다.

 

 

 

설치형 수중촬영이다 보니, 깊은 곳에는 설치할 수 없어 포기하게 되는 핫스팟이 많았다. 그래서 만든 게, 보트형 수중촬영 장치다. 저 장치에 낚싯줄과 바늘을 달고, 거기에 반응하는 물고기들을 찍을 생각으로 만들었다.

 

 

 

동네 호수공원에서 1호기 테스트 완료. 혹시 낚시금지구역에서 낚시를 하는 곳으로 오해받을까봐, 본체에 카메라만 달아 실험했다.

 

 

 

2호기도 테스트 완료. 대물을 걸어도 문제없도록, 페트병을 세 개 사용했다.


 

 

짜잔. 보트 뒤에 연결된 거, 부침개나 달걀프라이 할 때 쓰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거 맞다. 저기에 낚싯줄과 바늘을 연결해 아래로 내릴 것이다.

 

 

 

수중 촬영 중인 1호기의 모습. 동력이 없는 까닭에 손으로 물장구를 쳐가며 앞으로 보내야 한다.

 

 

 

2호기의 모습. 물장구를 쳐서 보트를 원하는 곳까지 보내는 건 힘든 일이다. 때문에 저 촬영 이후 슬럼프에 빠져 있다. 저 보트에 프로펠러를 달아 일단 앞으로 만이라도 보낼 수 있는 방법, 또는 모터를 단 후 리모컨을 사용해 전진 시키는 방법들도 구상 중에 있다. 혹 더 간편하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신 분은, 가르침을 좀 부탁드린다.

 

 

 

입수 직전 1호기가 촬영한 모습. 가운데 보이는 건, 1/16 지그헤드에 호그웜을 단 것이다. 물속에서 고기들을 유혹할 미끼가 된다.

 

 

 

입수 후 촬영 모습. 이게 물장구를 쳐가며 보내서인지, 아니면 보트가 물고기들에게 위협이 되어서인지 모르겠는데, 물고기들이 전부 도망간다. 분명 고기들이 떼로 몰려다니는 곳에 보트를 보낸 건데….

 

 

 

우측에 배스! 루어(웜)를 사용한 촬영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으니, 그건 보트에 매달아둔 까닭에 액션이 나오질 않는다는 점이다. 살아있는 미끼인 것처럼 깔짝깔짝 대며 좀 움직여줘야 하는데, 보트는 둥둥 떠다니기만 하니 배스가 다가왔다가도 그냥 가버린다. 앞으로는 보트 촬영엔 생미끼를 사용할 생각이다.

 

 

 

소위 ‘파리낚시’라고 불리는 피라미용 인조미끼를 사용한 2호기의 모습. 역시나 고기들이 전부 도망가 수초와 돌 밖에 보이질 않는다. 뭐가 문젤까….

 

 

 

또 하나의 치명적인 문제가 있으니, 그건 둥둥 떠다니던 보트가 물가로 밀려간다는 점이다. 얕은 곳으로 밀려난 보트는 결국 바닥에 걸리게 되고, 그러면 그곳에서 저렇게 바닥만 종일 찍게 된다. 현장에서 ‘설마?’정도로 겁에 질렸다가, 집에 돌아와 저 영상을 확인 한 후 충격과 공포에 빠졌던 기억이 난다.

 

 

 

아무래도 탁한 물색 때문에 ‘왜 저런 곳만 다니지?’ 하시는 분이 계실까봐, 맑은 물에서 반찬통 마운트로 찍은 영상의 스틸컷도 올려둔다. 계곡이라, 확실히 물이 맑다.

 

 

 

버들치가 우점종인 곳이었다. 역시나 아무 생각도, 경계심도 없이 먹이로 달려드는 버들치 덕분에, 어항 가득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

 

 

 

갈겨니로 추정되는 녀석들이 많던 곳. 어항을 넣고 5분 정도 지나면, 어항 가득 갈겨니와 버들치가 담겨있었다. 보통 갈겨니는 경계심이 강해 어항에 잘 들어가질 않는데, 저기선 버들치가 들어가니 갈겨니도 휩쓸려 들어갔던 것 같다. 아니면, 갈겨니 치어가 아니라 그냥 왜몰개인가? 낮이었지만 계곡에 혼자 있는 게 너무 무서워서, 차분히 살피질 못했다. 어차피 내년에 또 갈 테니, 그때 가서 확인해 보기로 하자.

 

 

 

그 다음으로 만들게 된, 카고형 수중촬영 장비. 욕지도에 갔을 때 찍은 사진으로, 우측에 보이는 물고기는 범돔이다. 카고 속 미끼는 꽁치 살이다. 이거 또 얘기하자면 참 긴데, 이건 다음 시간에 민물과 바다에서 테스트했던 기록을 종합해 올려두도록 하겠다.

 

자 그럼, 다들 행복한 크리스마스이브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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