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행기(고기 잡으러 다녀온 이야기)를 안 올리니 낚시를 안 다니는 줄 아는 것 같은데, 사실 최근 바다 좌대낚시에 밤낚시, 장어낚시, 메기 낚시, 붕어낚시 등 뭐 가리지 않고 다니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행기를 올리지 않고 있는 건, 잡은 고기가 0에 수렴(응?)하기 때문.
여섯 번 넘게 출조를 나가 잡은 고기가 한 마리도 없다니, 어떤 의미로는 참 기적 같은 일이 내게 일어나고 있다. 바다 좌대 낚시를 갈 때만 해도 난 손수
-염장 멍게
-염장 조개
-염장 고등어
-염장 새우
등을 준비해가는 정성을 들였지만, 우럭을 잡아내는 다른 사람들의 미끼를 보니 그곳에서 파는 ‘꼴뚜기’였다. 내가 저거 하나 당 이틀씩 손질해서 발코니에 말리느라 얼마나 눈칫밥을 먹었는데…. 음식 있는 냉동실에 낚시 미끼 보관하는 걸 설득하느라 얼마나 애를 먹었는데….
어쨌든 정성이고 뭐고 고기라도 한 마리 잡아야 할 것 같아서, 염장미끼 버리고 꼴뚜기를 사려 하니 좌대 매점 꼴뚜기 품절. 새벽 3시에 자다 말고 일어나 당진까지 운전하고, 첫 배 타고 들어가 좌대비 내고 한 낚시인데…. 루어로 열 마리 넘게 뽑아내는 커플 보곤 철수 얼마 안 남기고 루어도 해 보았지만, 좌대 연결한 밧줄만 걸어 내고는 멘탈 나가서, 바다 보며 실성한 웃음만 짓다 돌아왔다.
그다음으로 간 건 민물 붕어 낚시. 요즘 하천에 가보면 산란철이라 붕어 잉어들이 풍덩풍덩 뛰는데, 요란하게 뛰는 녀석들의 머릿수만 봐도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그냥 낚싯대 담가 놓으면 지나가다라도 어찌어찌 걸릴 것 같은 느낌인데, 밤부터 새벽까지 8시간가량 쪼아봤지만 잡히는 고기는 없었다.
라이트로 비춰보면 고기가 바로 앞에 보이며 도망가지도 않는데, 미끼는 물지 않는 상황. 뜰채로 잽싸게 휘저으면 뜰 수 있을 것 같은데, 뜰채를 들면 고기는 뭔갈 느꼈는지 도망가고…. 새벽에 하천변에서 그러고 있다가, 그러고 있는 상황에 헛웃음이 터져 복귀했다.
‘2연꽝’의 충격을 극복해 내고 간 건 메기 낚시. 지인이 며칠 전에 팔뚝만한 메기 네 마리를 뽑아냈다고 해서, 단순 붕어채비로 그 정도 뽑아낼 것 같으면 전용 메기채비로는 거의 조업급으로 잡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렁이도 두 통이나 사서는 메기낚시를 갔는데, 역시나 10시간 가량 낚시를 했지만 메기를 만날 순 없었다. 지인이 세 시간 가량만 했는데도 네 마리 뽑아낸 거라고 해서, 나도 한 네 마리만 잡고 돌아올 생각으로 후드티만 입고 간 밤낚시였는데…. 아끼지 말고 지렁이를 끼우는 게 메기를 잘 잡는 비법이라고 해서 바늘 하나에 7마리씩도 달아봤지만, 기다리던 메기는 입질이 없고 대신 저체온증이 와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즈음 지인이,
“낚시할 때 카메라를 가져오지 말아 봐. 이상하게, 카메라를 가져오면 고기가 안 잡히는 것 같아. 다음다음 날 나 혼자 갔을 땐 또 많이 잡았거든.”
라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카메라를 일부러 놔두고 가기도 했지만, 그래도 꽝. 카메라 문제는 아니었던 걸로….
네 번쯤 꽝을 치고 나니, ‘이제 이보다 더 나빠질 순 없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한강에 장어도 붙었다고 하니, 그래서 간 게 장어낚시. 검색해 보니 행주대교 근처에서도 장어가 나온다고 하여 그곳을 찾았다. 부푼 기대감을 안고 낚싯대를 막 펴고 있는데, 한강에서 서치라이트를 켠 채 다가오는 배 한 대.
‘뭐지? 여기 낚시금지 구역인가?’
분명 조행기들이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데, 모르는 사이 낚시 금지구역으로 지정된 건 아닌가 해서, 펴던 낚싯대를 놔두곤 열심히 검색을 시작했다. 2017년에 올라온 글은 낚시 금지 현수막이 있었다고 하나, 2018년에 올라온 글은 ‘행주대교 북단은 낚시 가능’이라고 적혀있었다. 뭐가 맞는 건지 몰라 우물쭈물하는 사이 다가오던 배는 가 버리고, 그래서
‘그냥 의무적인 순찰이었나? 낚시랑은 상관없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다시 채비를 연결하고 지렁이를 끼우는데, 돌아가던 배가 다시 우리 쪽을 향해 빛을 비추며 다가왔다.
‘뭐야? 아깐 훼이크였고, 지금은 본격적으로 낚시 시작할 것 같으니 단속하러 오는 건가? 뭐지?’
차라리 가까이 오면 물어보고 낚시를 하든 접든 하자는 마음으로 배를 기다렸다. 하지만 30여 미터 전까지 다가오다가 다시 가는 배…. 아무 말도 없이 불빛만 비추며 다가왔다가 가는 배 때문에, 마음도 괜히 심란해져선 접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담배 하나 물고 망설이고 있을 때, 저 뒤에서 다가오는 다섯 명의 사람들. 라이트를 정확히 비춰대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걸 보며,
‘아…. 배로 불빛 비춰서 확인하곤, 뭍에 있는 사람들에게 연락해 단속하러 온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근데 다섯 명씩이나? 그리고 자세히 보니, 소방관들인데? 왜지? 취사하는 걸로 오해했나?’
하는 생각도 했다.
성큼성큼 다가온 소방관이 물은 첫 질문은
“여기서 낚시하신 지 얼마나 됐어요?”
였다. ‘얼마 안 됐다고 하면 그냥 봐주고, 오래됐다고 하면 그만큼의 괘씸함을 물어 벌금을 물릴 생각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난
“낚시를 아직 한 건 아니고요, 방금 왔어요. 이제 막 지렁이 끼웠는데….”
라고 대답했고, 소방관은 다시
“정확히 얼마나 됐어요?”
라고 물었다. 난 사실대로
“한 10분 정도요.”
라고 했다가, 두 자릿수엔 괘씸죄가 적용될 것 같아
“8분? 7분? 그 정도….”
로 대답을 정정했다. 그러자 소방관은 다시
“수상한 사람 못 봤어요?”
라고 물었고, 그 질문을 들은 난 그분들이 단속 때문에 온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난 내가 와 있던 10분간 사람은 본 적 없는데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소방관은
“누가 뛰어내렸대서….”
라고 대답했다. 그러고선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고, 아까 다가왔던 배도 다시 근처로 오며 소방관들과 무전을 했다. 다섯 명의 사람들 중 네 명은 소방관이었고 한 병은 어부였는데, 어부 아저씨는
“그물 다 쳐놨는데 왜 뛰어내려. 지금 찾아도 안 나와. 2~3일 지나야 떠오르지. 저기 남의 배에는 왜 올라가. 나가야(작업하러 가야) 되는데 아이 참.”
이라며 답답해하셨다. 그래서 난 어부 아저씨가 화나신 거라 생각했는데, 수색하던 소방관들이 다시 와서 아저씨에게 이것저것 묻자, 아저씨는 구조업계 고문이 된 듯 여러 가지 정보와 지식, 노하우를 전수하는 말투로 썰을 푸셨다. 장어 치어가 마리 당 5,000원 쯤 한다는 깨알 같은 이야기까지. 여하튼 수색하는 걸로 보이는 다른 배도 하나 더 다가오고, 어부 아저씨께 여쭤보니 낚시 금지구역이라고 해서,
‘이건 꽝으로 치는 게 아니지. 던져보지도 못했으니.’
하곤 다른 곳으로 옮겼다. 그렇게 옮긴 곳에서 꽝. 그럼 그렇지.
가장 최근의 낚시에선, 장어나 메기가 그렇게나 좋아한다는 ‘말지렁이’ 까지를 직접 잡아 미끼로 썼다. 비가 온 날 저녁쯤 아파트 화단이나 산책로를 보면 새끼 뱀만한 지렁이들이 기어다니곤 하는데, 그게 말지렁이라고 한다. 비오니까 좋아서 나온 건 아니고, 피부호흡을 해야 하는데 빗물 때문에 집이 침수되니 나온 건데, 여하튼 세 시간 가까이 할애해 그 지렁이를 30마리쯤 잡았다.
지금 다시 잡으라고 하면, 두 배는 더 잡을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당시엔 나도 처음 잡아보는 까닭에, 말지렁이가 그렇게 빠른지도 몰랐으며 발자국 소리와 숨소리도 죽여가며 잡아야 한다는 걸 몰랐다. 말지렁이 잡이 노하우를 좀 적자면, 어둑하고 축축한 잔디밭 같은 곳에서, 살금살금 몸이 먼저 가며 라이트를 뒤로 비추고 있다가, 확! 하며 잔디밭을 비춰 꿈틀 거리는 것이 있으면 바로 움켜잡아 못 들어가게 해야 한다. 그런 뒤 살살 당기면, 땅에 박고 있던 나머지 몸이 딸려 올라온다.
이게 말로 하면 쉬운데, 라이트를 비추는 순간 지렁이들이 쏜살같이 땅속으로 들어가 버리니, 발견하는 순간 넘어지듯 땅에 손을 대며 붙잡아야 한다. 나 말고는 새벽에 랜턴 들고 말지렁이 잡을 사람 없을 것 같으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자. 이미 너무 자세히 설명한 것 같기도 한데, 여하튼 너무 이른 시간에 말지렁이를 잡으면 사람들이 자꾸 와서 “뭐 찾아요?”라고 물어보니, 모두 잠든 새벽 1시부터 4시까지를 노려보길 권한다. 4시부터는 경비아저씨들이 활동할 수 있으니, 4시 전에 마치자.(응?)
말지렁이를 미끼로 써서 드디어 2kg급 민물장어를 잡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헛된 기대였으며 현실의 벽은 높았다. 역시나 꽝. 대체 왜 이렇게 꽝만 치는 것일까를 생각하다가, 그 원인으로
-사서 쓰는 채비를 고기들이 안 좋아함.
-줄과 바늘에 더 신경 쓸 필요가 있음.
-봉돌(추)의 무게를 더 세분화 할 필요가 있음.
-남들이 잡아낸 채비를 보며 따라 해볼 필요 있음.
등을 찾아냈다. 쉽게 말해, 낚시 용품 이것저것 다 사들여 만들기까지 시작했다는 소리. 지금 구상한 채비를 보면, 내가 구상한 거지만 이건 진짜 물고기가 물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진 채비라 할 수 있다. 물론 이건 물고기 입장도 들어봐야 하는 거긴 하지만, 여하튼 다음 조행기에는 어부로 오해받을 정도의 조과를 자랑하기로 하며, 못 잡아서 조행기를 못 쓰고 있었던 슬픈 이야기는 여기까지!
▼ 공감과 추천, 댓글을 통해 어복을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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