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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사귀게 된 건 줄 알았는데, 남자는 아니래요. 근데 계속 만나요.

by 무한 2019. 5. 3.

낚시 채비 연구로 바쁜줄 어떻게 아시고 이렇게 짧은 사연을 주셨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감사합니다. 코너명처럼, 오늘은 진짜 1,500자 이내로 마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건 L양이 ‘그래도 혹시….’하는 생각만 접는다면, 너무 답이 분명하게 나와 있는 쉬운 사연인 것 같습니다.

 

“연인처럼 지냈어요. 당연히 사귀는 줄 알았고요. 그런데 뭔가 애매해서 우리 관계에 대해 물었더니, 상대는 자기가 전여친과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누군가와 다시 만날 수 없는 상황이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정리했는데, 이후 상대가 술 마시곤 연락해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힘들다고 했어요. 그 이후로 지금까지 애매한 관계를 유지 중이고요.”

 

그걸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둘의 관계는 상대가 말하는 그 ‘힘들어질 때’에만 반짝하지 않습니까? 만남은 L양이 아니라 상대가 바랄 때만 이루어질 수 있으며, 그렇게 L양을 꼬여낼 때의 상대는 다정하지만 그렇지 않을 땐 그냥 심드렁한 채 내버려 둘뿐이고 말입니다.

 

사귀게 된 건 줄 알았는데, 남자는 아니래요. 근데 계속 만나요.

 

그가 L양을 꼬여낼 때 한 말들은, 그 순간에만 유효한 것이며, 그중 몇 가지는 그냥 L양이 얼른 넘어오길 바라며 막 던진 공수표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제가 다른 남사친을 만난다고 하면 질투난다고 했어요.”

“절 보고 싶다고 찾아온 적도 있어요.”

“제게 결혼하자고 한 적도 있어요.”

 

제가 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라고 하지 않습니까? 상대의 저런 말들과 달리, 상대의 행동은 한 달에 한 번 L양을 볼까말까 한 것일 뿐입니다. 그냥 질투하는 척 하는 것일 뿐 그렇다고 L양과의 관계를 의미있게 만들려는 모습을 보이진 않으며, 보고 싶다며 찾아오는 걸 보면 열정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보고 난 뒤엔 그냥 또 남남처럼 살뿐입니다.

 

L양이 ‘고백’으로 착각했던 그의 멘트 역시, 그냥 ‘너에게 자꾸 끌린다’는 것이지 않았습니까? 그러면서 연인처럼 데이트도 하고 여행도 가고 뭐 이것저것 다 하길래 사귀는 건 줄 알았더니, 그는 자신이 헤어진 지 얼마 안 되어 누굴 만날 상황이 아니라는 괴상한 소리를 해댔습니다. 그래서 L양이 정리했더니, 그는 이 관계가 정리되는 것이 힘들다며 연락해 그 애매한 관계로 계속 지내도록 만들었고 말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근데 상대는 친구사이의 카톡이라곤 보기 힘든, 애정표현 같은 것도 하거든요? 하트 이모티콘이라든지 멘트라든지 그런 거요. 그건 왜 그런 거죠?”

 

최소한 그 정도의 액션은 취해줘야, L양이 ‘상대도 나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게 없다면 L양도 진작 이 관계를 정리하지 않았겠습니까? 그건 낚시를 할 때 꾼들이 밑밥을 치는 것과 같은 이유로, 고기를 그 자리에 붙잡아 두려는 목적인 거지, 그 외의 무슨 숨은 의미나 말하지 못할 이유 같은 건 없다는 얘기를 전 해드리고 싶습니다.

 

 

“주변에서도 다 그렇게 말은 하더라고요. 제가 너무 바보고, 상대는 나쁜 남자라고. 근데 상대에게 연락이 오면, 끊어낼 수가 없어요….”

 

연락을 끊는 게 힘들다면 굳이 애써 안 끊어도 됩니다. 다만 상대가 만나서 구애하는 척하며 연인처럼 있으려고 할 때, L양은 그를 그냥 ‘남사친’정도로 여기며 대하길 권합니다. 더불어 꼭 ‘술과 밤’이 있는 만남에서 벗어나 해 떠 있을 때 맨정신으로도 만나 보고, 그가 하는 애정표현이나 하트 이모티콘 같은 건 누구나에게 뿌려대는 그의 습관 정도로만 생각했으면 합니다.

 

그가 바라는 건 자기가 그러고 싶을 때 L양도 달달하게 맞장구 쳐주거나 만나서 스킨십 진도만 나가는 것일 텐데, L양이 그의 공수표와 말들에 넘어가 모두 퍼주지 않는다면, L양이 힘들게 끊어낼 것 없이 그가 알아서 끊어져 나갈 테니 말입니다.

 

“제가 다시 한번 우리 관계에 대해 묻는 건요? 전엔 상대가 저런 답변을 했지만, 이번엔 다른 대답을 하지 않을까요? 속마음을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러지 않아도 답이 뭘 지는 빤히 다 보이지만, 미련 남지 않도록 L양이 꼭 해답지까지 열어보겠다고 한다면 굳이 말리진 않겠습니다. 다만, L양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 아무렇게나 공수표를 발행하는 상대가, 자신의 속마음을 그대로 내보여주진 않을 거라는 걸 염두에 두었으면 하며, 다시 한번 그의 애매한 말에 휘둘려 또 몇 달간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느라 소중한 청춘을 낭비하진 않았으면 합니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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