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보기  댓글쓰기

연애를 너무 힘 잔뜩 주고 실수 한 번 하지 말아야 하는 어떤 특별한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그냥 가장 친밀한 형태의 대인관계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자. 친구와 친해질 때 ‘이 친구와는 어느 선까지만 얘기를 나눠야지.’ 라든가 ‘이 친구와도 결국은 멀어질 거야.’ 라는 생각을 하며 친구를 대하는 건 아니잖은가. 그냥 서로 마음 써서 챙기며 연락하고, 만나서 시간을 함께 보내고, 다양한 에피소드와 생각을 공유하며 친해지는 것처럼, 연인과도 그렇게 친해지면 된다.

 

“하지만 친구와 연인은 다르잖아요. 현재 제가 가장 크게 고민하는 ‘부모님과의 부정적인 에피소드’ 같은 것도, 친구에겐 그냥 말할 수 있지만, 남친에게 얘기를 했다간 그에게 저희 부모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길까 봐 겁나요. 무한님도 언젠가 매뉴얼에서 ‘부모님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가 상대에게 각인될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하셨잖아요.”

 

그런 얘기를 한 건 맞는데, 내가 그 이야기를 꺼낸 사연엔 아마

 

-주인공이, 부모님과 마찰이 있을 때마다 과거 부모님이 자신에게 했던 부정적인 말과 행동들을 전부 쏟아내며 감정적인 분풀이를 함.

 

이란 문제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달리 비유하자면 그건, 남친과 싸울 때마다 친구에게 연락해 남친 흉을 보거나 당시의 감정으로만 ‘진짜 이번엔 헤어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해 위로받는 문제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순간의 감정을 쏟아낸 당사자는 마음이 편해지며 이후 남친과 화해하고 잘 지낼 수 있지만, 그 이야기만을 반복해서 들은 친구는 그 이야기들로 이미지를 만들어 각인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연애 불안증이 있는 여잡니다. 남친과 어디까지 공유해야 하죠?

 

 

사연의 주인공인 U양이 걱정하는 ‘부모님으로 인한 트라우마에 대한 부분’은, 남자친구에게 말하고 그 부분을 조심해 주길 부탁하는 게 맞다. 오히려 그 이야기를 안 할 경우 상대는

 

‘전남친과 연애하며 있었던 일 때문인가?’

 

하는 오해를 할 수 있으며, 보통의 사람들보다 그 지점에 대해 엄청 민감한 U양을 그가 이해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이미 사건이 터져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후에 “내가 그랬던 이유는 사실 내가 어릴 때….”라며 사후약방문 하는 것보다 예방주사를 맞는 게 나은 일이니, 내일이라도 만나게 되면 바로 얘기를 하길 권한다.

 

단, 너무 디테일하게 말하진 않아도 된다는 것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사연에 보이는 U양의 문제 중 하나는

 

-다 말하거나, 아예 아무것도 말하지 않거나.

 

라는 것인데, 그렇게 극단적으로 나눠 대할 필요는 없다. 8할을 공유할 수 있는 지인이 있는 반면 5할을 공유할 수 있는 지인, 또는 3할만 공유할 수 있는 지인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니 ‘100% 공유한 채 앞으로 쭉 평생 믿고 함께할 수 있는 사람’과 ‘어차피 스쳐갈 사람’으로만 나눠서 생각하지 말고, 친해짐의 정도에 따라 상대가 나에 대해 열람할 수 있는 보안레벨을 올려줄 수도 있는 거라 생각했으면 한다.

 

더불어 저 문제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안 친하기에 별로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하고, 별로 말을 하지 않으니 역시 더 친해질 수 없는 문제.

 

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도록 하자. 다행히 U양은 저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가끔 ‘연애를 시작하긴 했는데 남친이랑 안 친해서 할 말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이 있어 난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안 친해서 할 말이 없다며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더 친해지기도 힘든 것 아니겠는가. 어떤 대원은 “남친에게 사적인 얘기를 털어놓긴 좀 그래서….” 라는 이야기도 하던데, 가장 사적인 관계에서 사적인 얘기를 안 하면 무슨 얘기를 해야 하는 건지, 난 좀 궁금하기도 하다.

 

 

너무 잘하려고 하면 모든 부분에서 긴장하게 될 수 있으며, 하던 만큼도 못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언젠가 탁구 강좌를 보다 보니 국가대표였던 유승민 선수가

 

“그립(탁구채 잡는 것) 신경 쓰기 시작하잖아요? 그럼 그러다 탁구 끝나요. 공은 이미 네트 넘어왔는데 난 ‘막 내가 잘 잡고 있나?’, ‘너무 깊이 잡았나?’, ‘검지가 더 들어가야 하나?’ 이러면 못 쳐요. 처음에 기본을 알고 나면, 그 다음엔 자기 편한 대로 조금씩 맞춰가며 잡으면 돼요. 저도 그립 안 좋아요. 어떻게 어떻게 잡으라고들 하는데, 저도 그렇게 안 잡을 때 있어요. 맞혀서 일단 넘기는 게 중요하지, 그립 신경 쓰느라 못 넘기면 끝나는 거잖아요?”

 

라는 이야기를 하던데, 나도 딱 저것과 똑같은 얘기를 U양에게 해주고 싶다. 평소 문제없이 하던 것들을, 갑자기 막 더 잘하려고 신경 쓰다 보면

 

-이 정도 빈도로 연락하고 만나는 게 맞나?

-어느 선까지 얘기를 하고, 어느 걸 말하지 말아야 하나?

-내가 이렇게 얘기를 하면 상대는 오해하는 거 아닌가?

 

하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그러니 실수 하나 없이 너무 완벽하게 하려다 모든 지점에서 망설이지 말고, 지금 주어진 상대와의 시간에 점 더 푹 빠져보길 권한다.

 

시행착오 좀 해도 되고, 실수해도 되며, 부딪혀도 되고, 갈등의 순간을 겪어도 된다. 그러면서 서로 좀 더 다듬어질 수 있으며 바람에 나무가 뿌리 깊게 내리듯 둘의 관계도 단단해지는 거지, 전부 가리고 피하고 애초에 봉쇄하려 하다간 뿌리내리기도 힘들며, 훗날 작은 갈등에도 엄청난 실망과 낙담을 하며 끝날 수 있다.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만나거나 갈등의 골을 메우는 일이 힘들어 질 때면 내가 매뉴얼을 통해 또 도울 테니, 지금은 걱정하지 말고 맛있는 음식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카카오스토리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공감과 좋아요,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트럴왕2019.05.29 21:33

수정/삭제 답글달기

항상 잘 보고있어요!
가장 사적인 사이라는 말이 당연한데 괜히 와닿네요
감사합니다!

지지2019.05.29 23:45

수정/삭제 답글달기

오랜만에 댓글 남겨요! 잘지내셨죠?
오늘 글은 정말 특히 와닿네요 잘 읽고갑니다:)

김문도2019.05.30 06:55

수정/삭제 답글달기

잘 보고 갑니다.

코코2019.05.30 09:44

수정/삭제 답글달기

ㅎㅎ헐, 등수안이라니;;;글이안올라오길래;뭔일있으신줄알구ㅎㅎㅎ
언제든 긍정적으로, 되는방향으로, 이또한흘러가니까요

오늘도 글 잘보고갑니다~^^

헤어진지2달2019.05.30 09:50

수정/삭제 답글달기

저도 그랬어요. 이미 만혼에 만난 분이었는데 사람도 괜찮았고 잡고싶은 마음에, 잘하려고 실수 안하려고 그랬어요.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독이었고 결국 헤어졌죠.. 데이트할 때 냄새날까봐 샤워3번씩 하고 나간 적도 있구요, 아침 출근길에 자기 생각하고 있다는 거 보여주고 싶어서 같은 시간에 모닝톡하고 저녁에 남친 보고싶어도 징징거리는 걸로 볼까봐 괜찮은 척 먼저 보자할 때까지 전 눈치만 보고 카톡만 계속 들여다봤었죠.. 자기전에도 꼭꼭 문자보내고. 무슨 알람마냥 ㅡ.ㅡ
대화할 때도 혹시나 말실수할까 노심초사, 내가 이런 말하면 어떻게 생각할까? 지금 타이밍에서는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호감을 줄까..만날 때마다 몸짓에도 신경쓰이니 늘상 몸은 경직돼있었구요ㅠ 옆에서 그걸 못 느꼈을리 없겠죠;;
얘기하다보니 제가 봐도 어이없네요..ㅋㅋ 전 진짜 좋아하는 마음이 커서 그랬지만 연애에 너무 서툴렀던 것 같고, 원래도 자유분방한 그 사람은 얼마나 저랑 만나면서 답답하고 숨막혔을까요.
결국 이유도 못듣고 차였지만 제가 추정한 이유는 위 내용인 것 같아요.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내 모습을 못 보여준 거.
인연이 아니었다 생각하고 잊고살지만 한 번씩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다음 남친한테는 꼭 이 글 참고해서 연애불안증 버려볼게요 ㅎㅎ
감사합니다. 사연자님 같이 힘내요~

ui2019.06.12 22:04

수정/삭제 답글달기

우엥 ㅠㅜ
응원합니당!!

방방2019.05.30 15:42

수정/삭제 답글달기

저하고 섞으실래요 전 국가대표급 금사빠라서
조심성있는 사연주인공님이 부럽..ㅋㅋ

빙그레2019.05.30 15:45

수정/삭제 답글달기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어쩜 이렇게 타이밍이 귀신같죠 ㅎㅎ
꼭 지금 제 이야기 같아요... 이전 남자친구한테 굉장히 큰 상처를 받고 나서, 바로 좋은 사람을 만나 예쁘게 만나고 있는데요. 어느순간 제가 예스맨처럼 남자친구한테 다 맞춰주려고 하고, 남자친구 눈치를 보고 있더라구요. 원래 제 성격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야 하는데 정말 그럴 필요 없는 사소한 모든 것을 남자친구한테 맞추다 보니 제가 너무 답답하고 힘들었어요. 남자친구한테는 티도 못내구요.(남자친구는 정작 제가 힘든지도 모를거에요.)
오늘 무한님 글을 읽으면서 깨달았네요. 제가 괴로웠던 건 지금 남자친구 때문이 아니라 제 스스로의 그런 태도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너무 좋은 사람이어서 제가 그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고, 이번에는 상처 안 받고 싶었거든요. 이런 부담감을 조금 내려놓고, 원래 제 모습대로 남자친구를 대할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어요.
무한님 덕분에 깨달음을 얻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찐 고구마랑 삶은 달걀2019.05.30 17:34

수정/삭제 답글달기

[ 시행착오 좀 해도 되고, 실수해도 되며, 부딪혀도 되고, 갈등의 순간을 겪어도 된다. 그러면서 서로 좀 더 다듬어질 수 있으며 바람에 나무가 뿌리 깊게 내리듯 둘의 관계도 단단해지는 거지, ]


가장 나다운 게 가장 매력적이고,
그 모습으로 쌓아올린(뿌리 내린) 사랑과 믿음이어야 단단해진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날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걱정이 나답지 못하게 할 땐
"이 사람(상대방)이 시행착오하고 실수해도 난 참 좋네"하는
마음 가지고 있으면 될 거 같아요.
"내 시행착오, 실수를 이 사람도 좋아할 거야."하는
마음으로 이어지게 될 거예요.


지금까지 제 바람을 적어봤습니다.
^^

쿠로체2019.05.30 21:11

수정/삭제 답글달기

오늘도 다정한 메뉴얼 잘 봤습니다~!

코아2019.05.31 20:08

수정/삭제 답글달기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만나거나 갈등의 골을 메우는 일이 힘들어 질 때면 내가 매뉴얼을 통해 또 도울 테니, 지금은 걱정하지 말고 맛있는 음식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믿음직스러운 무한님...ㅋㅋㅋ
저도 사연보낼래요

도담맘2019.06.01 07:56

수정/삭제 답글달기

연애고민상담 관련 유튭 보다가 아 이런거는 무한님이 제격인데 생각하며 들렀습니당. 잘 지내시죠?

군밤2019.06.01 12:45

수정/삭제 답글달기

무한님이 유튜브하셔도 잘하실듯 !! 글쓰시는 것도 재치있으시고 ..

예림2019.06.03 03:59

수정/삭제 답글달기

좋은글 읽고가용~ 여름이 다가오고 있어여 ㅠㅠ 싫당 다들 더위 잘 피하시길
댓글은 무료로(응?), 별도의 가입이나 로그인 필요 없이 남기실 수 있습니다.
사연은 공지(클릭)를 읽으신 후 신청서에 적어 메일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