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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연애 불안증이 있는 여잡니다. 남친과 어디까지 공유해야 하죠?

by 무한 2019. 5. 29.

연애를 너무 힘 잔뜩 주고 실수 한 번 하지 말아야 하는 어떤 특별한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그냥 가장 친밀한 형태의 대인관계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자. 친구와 친해질 때 ‘이 친구와는 어느 선까지만 얘기를 나눠야지.’ 라든가 ‘이 친구와도 결국은 멀어질 거야.’ 라는 생각을 하며 친구를 대하는 건 아니잖은가. 그냥 서로 마음 써서 챙기며 연락하고, 만나서 시간을 함께 보내고, 다양한 에피소드와 생각을 공유하며 친해지는 것처럼, 연인과도 그렇게 친해지면 된다.

 

“하지만 친구와 연인은 다르잖아요. 현재 제가 가장 크게 고민하는 ‘부모님과의 부정적인 에피소드’ 같은 것도, 친구에겐 그냥 말할 수 있지만, 남친에게 얘기를 했다간 그에게 저희 부모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길까 봐 겁나요. 무한님도 언젠가 매뉴얼에서 ‘부모님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가 상대에게 각인될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하셨잖아요.”

 

그런 얘기를 한 건 맞는데, 내가 그 이야기를 꺼낸 사연엔 아마

 

-주인공이, 부모님과 마찰이 있을 때마다 과거 부모님이 자신에게 했던 부정적인 말과 행동들을 전부 쏟아내며 감정적인 분풀이를 함.

 

이란 문제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달리 비유하자면 그건, 남친과 싸울 때마다 친구에게 연락해 남친 흉을 보거나 당시의 감정으로만 ‘진짜 이번엔 헤어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해 위로받는 문제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순간의 감정을 쏟아낸 당사자는 마음이 편해지며 이후 남친과 화해하고 잘 지낼 수 있지만, 그 이야기만을 반복해서 들은 친구는 그 이야기들로 이미지를 만들어 각인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연애 불안증이 있는 여잡니다. 남친과 어디까지 공유해야 하죠?

 

 

사연의 주인공인 U양이 걱정하는 ‘부모님으로 인한 트라우마에 대한 부분’은, 남자친구에게 말하고 그 부분을 조심해 주길 부탁하는 게 맞다. 오히려 그 이야기를 안 할 경우 상대는

 

‘전남친과 연애하며 있었던 일 때문인가?’

 

하는 오해를 할 수 있으며, 보통의 사람들보다 그 지점에 대해 엄청 민감한 U양을 그가 이해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이미 사건이 터져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후에 “내가 그랬던 이유는 사실 내가 어릴 때….”라며 사후약방문 하는 것보다 예방주사를 맞는 게 나은 일이니, 내일이라도 만나게 되면 바로 얘기를 하길 권한다.

 

단, 너무 디테일하게 말하진 않아도 된다는 것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사연에 보이는 U양의 문제 중 하나는

 

-다 말하거나, 아예 아무것도 말하지 않거나.

 

라는 것인데, 그렇게 극단적으로 나눠 대할 필요는 없다. 8할을 공유할 수 있는 지인이 있는 반면 5할을 공유할 수 있는 지인, 또는 3할만 공유할 수 있는 지인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니 ‘100% 공유한 채 앞으로 쭉 평생 믿고 함께할 수 있는 사람’과 ‘어차피 스쳐갈 사람’으로만 나눠서 생각하지 말고, 친해짐의 정도에 따라 상대가 나에 대해 열람할 수 있는 보안레벨을 올려줄 수도 있는 거라 생각했으면 한다.

 

더불어 저 문제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안 친하기에 별로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하고, 별로 말을 하지 않으니 역시 더 친해질 수 없는 문제.

 

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도록 하자. 다행히 U양은 저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가끔 ‘연애를 시작하긴 했는데 남친이랑 안 친해서 할 말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이 있어 난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안 친해서 할 말이 없다며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더 친해지기도 힘든 것 아니겠는가. 어떤 대원은 “남친에게 사적인 얘기를 털어놓긴 좀 그래서….” 라는 이야기도 하던데, 가장 사적인 관계에서 사적인 얘기를 안 하면 무슨 얘기를 해야 하는 건지, 난 좀 궁금하기도 하다.

 

 

너무 잘하려고 하면 모든 부분에서 긴장하게 될 수 있으며, 하던 만큼도 못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언젠가 탁구 강좌를 보다 보니 국가대표였던 유승민 선수가

 

“그립(탁구채 잡는 것) 신경 쓰기 시작하잖아요? 그럼 그러다 탁구 끝나요. 공은 이미 네트 넘어왔는데 난 ‘막 내가 잘 잡고 있나?’, ‘너무 깊이 잡았나?’, ‘검지가 더 들어가야 하나?’ 이러면 못 쳐요. 처음에 기본을 알고 나면, 그 다음엔 자기 편한 대로 조금씩 맞춰가며 잡으면 돼요. 저도 그립 안 좋아요. 어떻게 어떻게 잡으라고들 하는데, 저도 그렇게 안 잡을 때 있어요. 맞혀서 일단 넘기는 게 중요하지, 그립 신경 쓰느라 못 넘기면 끝나는 거잖아요?”

 

라는 이야기를 하던데, 나도 딱 저것과 똑같은 얘기를 U양에게 해주고 싶다. 평소 문제없이 하던 것들을, 갑자기 막 더 잘하려고 신경 쓰다 보면

 

-이 정도 빈도로 연락하고 만나는 게 맞나?

-어느 선까지 얘기를 하고, 어느 걸 말하지 말아야 하나?

-내가 이렇게 얘기를 하면 상대는 오해하는 거 아닌가?

 

하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그러니 실수 하나 없이 너무 완벽하게 하려다 모든 지점에서 망설이지 말고, 지금 주어진 상대와의 시간에 점 더 푹 빠져보길 권한다.

 

시행착오 좀 해도 되고, 실수해도 되며, 부딪혀도 되고, 갈등의 순간을 겪어도 된다. 그러면서 서로 좀 더 다듬어질 수 있으며 바람에 나무가 뿌리 깊게 내리듯 둘의 관계도 단단해지는 거지, 전부 가리고 피하고 애초에 봉쇄하려 하다간 뿌리내리기도 힘들며, 훗날 작은 갈등에도 엄청난 실망과 낙담을 하며 끝날 수 있다.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만나거나 갈등의 골을 메우는 일이 힘들어 질 때면 내가 매뉴얼을 통해 또 도울 테니, 지금은 걱정하지 말고 맛있는 음식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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