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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연하 남친과의 4개월 연애, 삐걱거리는데 뭘 고쳐야 하죠?

by 무한 2019. 2. 13.

이십 대의 절반을, 유명인의 꼬임에 넘어가 노예생활을 하며 지낸 사례를 저는 하나 알고 있습니다. 준전문직의 직업을 가지고 있던 A의 이야기인데, 그녀는 유명인과 친해진 후 유명인의 가족사업에 동원되어 자원봉사 수준으로 4년 넘게 일을 했습니다.


A를 아는 모두는 A를 뜯어 말렸지만, A는 유명인에 대해

 

-그럴 사람 아님. 내 이해와 노력과 헌신을 모두 안다며 감사해 하는 사람임.

 

이라는 이야기를 할 뿐이었습니다. 유명인은 외제차를 타고 땅을 보러 다니면서도 A에게 줄 돈은 없는지 약간의 수고비만 주며 부려먹었는데, 그럼에도 A는 유명인이 하는 달콤한 말들을 동력 삼아 열심히 버텼습니다. 밖에서 봤을 땐 전혀 이해 안 가는 관계였지만, A에겐 그게 ‘계산을 초월한 사이, 삶을 기꺼이 할애해 줄 수 있는 사이’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연하 남친과의 4개월 연애, 삐걱거리는데 뭘 고쳐야 하죠?

 

 

A의 경우처럼 저렇게 믿고 다 참아가며 버티는 일이, 연애에서도 벌어지곤 합니다. 미움받거나 헤어지는 것을 무서워하며 최대한 상대에게 맞춰주는 타입인 경우, 즐거움 20에 괴로움 80인 연애도 막 1000일 넘게 유지하곤 합니다. 더는 뒤가 없을 막장까지를 다 경험한 후에야 비로소 ‘아, 놓는 게 맞는 거구나’라는 판단을 하는 거랄까요.

 

이번 사연의 주인공인 S양은, 이전에도 제게 사연을 보낸 적 있지 않습니까? 전 S양에게

 

-이건 지금 또 뭘 고쳐야 할 게 아니라, 왜 만나야 하는지를 생각해 봐야 할 문제.

 

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S양의 이전 연애들을 폄하할 목적은 절대 아니지만, S양의 경우 너무 힘들며 안 맞는 연애를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붙잡은 채 버티려는 특징이 있습니다.

 

직전의 연애에 대해서도, S양은

 

“그와는 트러블도 많았고, 성격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짐.”

 

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전, 그 ‘많은 트러블’과 확연한 ‘성격차이’가 있는 상황이라면 꼭 ‘극복’을 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취업했다고 회사 문 닫을 때까지 무조건 다녀야 하는 건 아닌 것처럼, 연애를 시작했다고 해서 막장을 볼 때까지 무작정 버텨야 하는 건 아닙니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나 희망 뭐 다 좋은데, 내 삶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걸 꼽아보았을 때 그게 ‘지금의 이 연애’라면, 대체 왜 이걸 다 맞추고 노력하면서까지 계속해야 하나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S양이 발견한 남친의 문제로는

 

-잦은 약속 파토

-약속시간 안 지침

-화나면 잠수 탐

-연락이 잘 안 됨

-말로 상처를 주거나 화풀이함.

 

등이 있지 않습니까? 특히 전 ‘화풀이’ 부분을 읽다가 상대가 좀 악랄한 방식으로 심술을 부릴 때 저까지 화나기도 했는데, 놀랍게도 S양은 ‘다음 날 남친이 사과를 해줘서’ 라는 이유로 이해하고 넘어갔습니다.

 

6시 약속인데 남친이 1시간 지난 7시에 ‘늦을 것 같다’라고 통보하는 것 역시, S양은 보살과 같은 마음으로 이해를 하고 맙니다. 옆에서 보니 남친이 대중교통 이동에 걸리는 시간만 계산해 그러는 것 같다면서 말입니다. 그걸 호소해 봤자 달라지지 않아도 어쨌든 S양은 연애를 유지하며, 상대가 전화한다고 했다 안 해도, 이별의 뉘앙스로 심술 부리거나 너랑 뭐 같이 안 하겠다는 식으로 나와도 역시나 유지하고 맙니다.

 

 

제가 연애 매뉴얼을 통해 ‘싸웠어도 연락할 창구마저 닫진 않는 게 좋다’는 이야기나 ‘그 모습이 상대의 전부는 아니니 다른 모습들도 있었다는 걸 기억해 내자’라는 이야기를 한 건 맞습니다. 당장 입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단순한 태도로만 연애하는 게 안타까워서 한 이야기인데, 당황스럽게도 S양은 저런 이야기를 마치 ‘목숨이 끊기기 전까지는 지켜야 하는 것’처럼 여기는 느낌입니다. 여기저기서 들은 이해와 노력, 헌신, 희생, 자비, 배려 등의 이야기를 지키는 것, 그것 자체가 연애의 목적인 것처럼 말입니다.

 

이런 와중에 또 제게

 

“남친의 책임감 있는 행동을 이끌어 낼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제가 더 좋은 여친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라는 걸 물으시는데, 그건

 

-상대가 이 연애를 지속하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으며 실천할 때.

-상대도 이러다 이별하는 건 아닐까 하는 긴장감을 가지고 있을 때.

-이 사이가, 헤어지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유지되고 있는 게 아닐 때.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이며, 위의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면 그 연애에선 노오오오력을 하는 것보단 이별을 택하는 게 현명한 일일 수 있습니다.

 

그간 S양이 이전 연애들에 임했던 태도를 쭉 돌아보면, 이번 연애 역시 당장 4개월 차부터 삐걱대고 힘겹지만 1년 이상 버텨나가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지 마셨으면 합니다. 지금처럼 힘든 거 안 해본 것도 아니고, 그렇게 버텨도 결국 이별하게 되는 걸 이미 여러 번 경험해 보셨으니, 상대가 억지로 사과할 때의 말이나 그냥 기분 좋을 때 하는 말들만 부여잡은 채 가시밭길을 걸어가진 마셨으면 합니다.

 

일주일간 상대가 보이는 태도를 나도 일주일간 똑같이 했을 때, 열 받아 싸우며 서로에게 상처 주는 얘기만 할 것 같은 연애는 정리하는 게 맞는 겁니다. 힘든 길을 걸어간다고 다 가치 있는 것이 아니며, 여기서 더 S양이 말하는 ‘좋은 여친’이 되려다간 정말 ‘너무 쉬운 여친’이 될 수 있으니, 헤어질 것 같은 위기가 찾아와도 별로 겁먹지 않으며 도리어 비아냥 거릴 것 같은 사람과는, ‘정말 계속 만나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다시 한번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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