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 대필과 수정을 맡게 된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당시 수능을 마치고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에 열을 올리던 몇몇 친구들 것을 대필해 줬는데, 그 소개서를 본 이과 어느 반의 선생님이 아예 학교 독서실에 앉혀놓고 자기 반 아이들의 자기소개서를 담당하게 했다.
기본적으로 '인터뷰'를 한 뒤, 필요한 내용만을 뽑아 작성하는 방법을 썼다. 소개팅 자리에서 솔로부대원들 머리 속이 하얗게 되는 것 처럼, 소개서를 앞에 두고 그 여백을 채우는 것은 카오스(창세 이전의 혼돈)상태로 만들기 충분하다. 하지만 인터뷰를 하다보면 의식하지 못했던 일들이 하나 둘 떠오르며 여백을 채우고도 남을 만큼의 이야기가 쏟아진다. 당시 학교에서 모든 남학생들의 구애를 받았던 여학생과 인터뷰를 할 때에는 장난을 좀 치기도 했다.
물론, 장난만 친 것은 아니다. 그녀가 자기소개서에 쓸 생각도 못했던 일들을 끄집어내 뼈대에 붙이기도 하고, 그닥 괜춘한 이야기가 아니라면 과감하게 빼기도 했다. 그렇게 많은 대학, 대학교들과 자기소개서 100%로 신입생을 뽑던 사이버대학까지 애들을 합격시키니 뿌듯했다. 그리고 다음 입시에서는 그네들의 동생들 소개서를 쓰기도 하고, 낯모르는 이들의 소개서를 쓰며 담배값을 벌었다.
소개서를 대필해주는 업체가 있기도 하지만, 업체의 단점은 문제은행식으로 많은 문장 들 중 필요한 것을 가져다가 끼워맞춘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비슷비슷한 소개서가 나오게 되고, 팜플렛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의 소개서를 제출하게 된다. 쉽게 말해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단 얘기다.
지금은 종종 입사를 위해 부탁하는 친구들의 소개서만 읽고 느낀점을 이야기 해 주는 정도로 소개서와 바이바이 한 상태지만, 노멀로그의 수험생 독자들을 위해 자기소개서 매뉴얼을 작성하기로 했다. 이전 글에서 밝힌 '선물' 이 바로 이 매뉴얼이다. 수능시험을 앞두고도 노멀로그를 방문하며 애정을 보여준 그대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되었으면 한다.
매뉴얼의 슬로건은 '쓸 수 있게 하자' 다. 남들 다 하는 얘기처럼 '개성있게'나 '간단하지만 구체적으로' 또는 '진솔하게' 등등의 이야기를 늘어 놓지는 않을 생각이다. 나도 참고를 위해 자기소개서에 관련된 책들을 읽어봤지만 그 책들을 읽고 바로 소개서를 쓰기엔 무리가 따른다. 글 쓰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노인과 바다>를 분석해서 설명한 뒤 소설을 쓰라고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가. 이제부터 시작할 소개서의 매뉴얼은 '꼼수'도 포함이 되고, 우리끼리의 얘기지만 '오버'가 좀 섞일 수도 있다. 없는 말을 지어서 쓰자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하마의 머리를 보여줄 것인지, 발을 보여줄 것인지가 결정된다는 얘기다.
이런 소개서를 쓰고 싶은가? (출처 - 엔사이버)
우리의 목적은 증명사진 같은 소개서가 아니다.
무엇을 보여줄지는 당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출처 - 네셔널지오그래픽)
다음 회부터 본격적인 매뉴얼이 시작된다!
기본적으로 '인터뷰'를 한 뒤, 필요한 내용만을 뽑아 작성하는 방법을 썼다. 소개팅 자리에서 솔로부대원들 머리 속이 하얗게 되는 것 처럼, 소개서를 앞에 두고 그 여백을 채우는 것은 카오스(창세 이전의 혼돈)상태로 만들기 충분하다. 하지만 인터뷰를 하다보면 의식하지 못했던 일들이 하나 둘 떠오르며 여백을 채우고도 남을 만큼의 이야기가 쏟아진다. 당시 학교에서 모든 남학생들의 구애를 받았던 여학생과 인터뷰를 할 때에는 장난을 좀 치기도 했다.
무한 - 남자친구를 사귄 적은?
퀸카 - 그런 것도... 들어가나?
무한 - 안 들어가도 기본적인건 다 알아야 하는거야.
퀸카 - 아... 두 번
무한 - 티셔츠 사이즈는?
퀸카 - 티셔츠 사이즈는 왜?
무한 - 학업 계획을 세우려면 자신을 먼저 알아야지! (응?)
퀸카 - 그런가;; 구십....
퀸카 - 그런 것도... 들어가나?
무한 - 안 들어가도 기본적인건 다 알아야 하는거야.
퀸카 - 아... 두 번
무한 - 티셔츠 사이즈는?
퀸카 - 티셔츠 사이즈는 왜?
무한 - 학업 계획을 세우려면 자신을 먼저 알아야지! (응?)
퀸카 - 그런가;; 구십....
물론, 장난만 친 것은 아니다. 그녀가 자기소개서에 쓸 생각도 못했던 일들을 끄집어내 뼈대에 붙이기도 하고, 그닥 괜춘한 이야기가 아니라면 과감하게 빼기도 했다. 그렇게 많은 대학, 대학교들과 자기소개서 100%로 신입생을 뽑던 사이버대학까지 애들을 합격시키니 뿌듯했다. 그리고 다음 입시에서는 그네들의 동생들 소개서를 쓰기도 하고, 낯모르는 이들의 소개서를 쓰며 담배값을 벌었다.
소개서를 대필해주는 업체가 있기도 하지만, 업체의 단점은 문제은행식으로 많은 문장 들 중 필요한 것을 가져다가 끼워맞춘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비슷비슷한 소개서가 나오게 되고, 팜플렛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의 소개서를 제출하게 된다. 쉽게 말해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단 얘기다.
지금은 종종 입사를 위해 부탁하는 친구들의 소개서만 읽고 느낀점을 이야기 해 주는 정도로 소개서와 바이바이 한 상태지만, 노멀로그의 수험생 독자들을 위해 자기소개서 매뉴얼을 작성하기로 했다. 이전 글에서 밝힌 '선물' 이 바로 이 매뉴얼이다. 수능시험을 앞두고도 노멀로그를 방문하며 애정을 보여준 그대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되었으면 한다.
매뉴얼의 슬로건은 '쓸 수 있게 하자' 다. 남들 다 하는 얘기처럼 '개성있게'나 '간단하지만 구체적으로' 또는 '진솔하게' 등등의 이야기를 늘어 놓지는 않을 생각이다. 나도 참고를 위해 자기소개서에 관련된 책들을 읽어봤지만 그 책들을 읽고 바로 소개서를 쓰기엔 무리가 따른다. 글 쓰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노인과 바다>를 분석해서 설명한 뒤 소설을 쓰라고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가. 이제부터 시작할 소개서의 매뉴얼은 '꼼수'도 포함이 되고, 우리끼리의 얘기지만 '오버'가 좀 섞일 수도 있다. 없는 말을 지어서 쓰자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하마의 머리를 보여줄 것인지, 발을 보여줄 것인지가 결정된다는 얘기다.
이런 소개서를 쓰고 싶은가? (출처 - 엔사이버)
우리의 목적은 증명사진 같은 소개서가 아니다.
무엇을 보여줄지는 당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출처 - 네셔널지오그래픽)
다음 회부터 본격적인 매뉴얼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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