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매뉴얼 [자기소개서 장점과 단점부분 완전공략법]에 이어 이번 시간에는 대부분의 학과나 기업에서 요구하는 '지원동기'와 '포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다. 물론, 이 질문을 보는 순간 '대학 가려고 지원한거지..' 라거나 '돈 벌려면 입사해야 하니까 지원한거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겠지만, 사랑에도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하듯, 지원동기 및 포부에도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할 수 있다.
정말 원하고 바라는 대학/학과에 지원하는 경우라면 할 말이 많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솔직히 쓸 말이 없지 않은가. 집에서는 의과대학에 원서를 넣으라는데 "환자에게 보탬이 될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의료봉사등을 다니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희망으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와 같은 판에 박힌 말이라도 써 넣어야지 "점수가 딱 맞네요. 열심히 할게요" 이렇게 썼다간 노량진으로 가는 것 아닌가.
머리를 굴려도 별로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가? 어떻게 하면 지원동기와 포부를 적어넣을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 보자.
지금 그대가 지원하는 학과나 학교, 혹은 기업에 대해서 분석을 하는 것이 먼저다. 해당 홈페이지나 관련된 유사 사이트를 보면 '소개'가 나와 있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학과에 대한 소개라든가 학교에 대한 소개, 그리고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이나 맡게 되는 일, 대학이라면 졸업 후의 향후 진로 등 당신이 써야 할 모든 것들이 들어 있다. 이걸 놔 두고 아무리 백지를 들여다 보고 있어봐야 방법없다. 무슨 소설 쓰듯이 어렸을 때 이야기를 꺼낼 생각인가? 그건 알 것 부터 알고 하자.
예를 들어, 고려대학교 문과대학에 지원할 생각이라고 해보자. 따로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는 고려대학교 문과대학의 경우 해당 홈페이지 소개에는 이런 말이 써 있다.
대충 감이 오는가? 잘 모르는 학과나 학교, 혹은 기업에 대해서 막연히 머리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 자체에서 자신의 학과나 학교, 기업을 소개하기 위해 만든 말들을 활용하란 얘기다. 저걸 그대로 갖다 쓰라는 얘기가 아니라 조금 변형해 달리 이야기 하거나 비슷한 뜻을 가진 말들로 풀어내라는 얘기다.
조금 더 자세히 각 학부에 대한 소개를 읽다 보면, 졸업후에 대부분 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 소개가 나와 있다. <무엇을 배우고 익혀 어떻게 되는지>힌트가 있단 얘기다. 맨땅에 헤딩하지 말고 그 곳이 어떤 곳인지 부터 살펴보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해당 학과,학교,기업에 당신이 존경하는 사람이 있는가? 아니면 집안 식구 중에 자신이 지원하는 학과나 기업, 혹은 관계된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는가? 대상과의 '연관성'을 찾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A. 공부를 하다보니 이걸 배우고 싶어졌고, 이걸 배워서 이렇게 되겠다
이건 지극히 평범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아침밥을 먹고 잉여의 삶을 살다가 인터넷 게시판에 들어가 늅늅 거리며 뉴비의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들었다는 일기만큼이나 재미없다. 여기에 롤 모델을 집어 넣어 보자.
B. 문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피가 끓는다. 이 곳에서 배우고 익혀 나를 하얗게 불태우고 싶다.
물론 그 '롤모델'은 분명 그 학과나 학교, 그리고 기업과 관련이 있어야 한다. "김연아를 너무 좋아합니다. 김연아가 고려대학생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고려대학교 인문대학에 입학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런 소개서를 쓴다면 개그를 좋아하는 담당자가 플러스 점수를 줄 수도 있지만 대략 "노량진으로~" 이런 이야기를 들려줄 수도 있다.
앞서 말했듯 어려서 본 '누군가'에 대한 기억이나, 학교나 학과에서 배울 것들의 필요성을 되짚어 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인문학의 위기론까지 나온 마당에 왜 인문학이 필요한지를 스스로 느낀바를 적는 것도 좋은 예가 될 것이란 말이다. 립서비스는 1번 항목에서 제시한 '학과소개'등에 잘 나와있으므로 참조해서 적는 것도 괜찮다. 인문학의 거성들이 거쳐간 캠퍼스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는 이야기를 적어도 좋단 얘기다. "막걸리가 땡겨서 고대를 지원합니다" 이런거 말고 말이다.
수치화 된 통계나 도표등의 자료를 활용하는 것은 소개서나 지원서, 학업계획서 뿐만 아니라 대학에서의 리포트나 회사 업무에도 큰 도움을 준다. 그만큼 당신의 이야기에 대한 힘을 실어줄 수 있단 얘기다. 예를 들어 "동네 형이 그러던데.."와 "브리테니커에 의하면.." 이라는 말의 차이는 크다.
위에서 예를 든 고대 문과대학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면, 2006년 9월 15일, 고려대 문과대 교수 121명이 <인문학의 위기>를 선언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관련된 블로그들의 포스팅이나 해당 자료들을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교수들이 이야기 한 내용 중 "입시 때마다 취직이 쉬운 법학과 상경계열에 대한 관심은 커지지만 어문학이나 역사, 철학에 대한 관심은 줄어든다" 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대가 이 이야기를 예로들어 지원동기를 밝힌다면, 위에서 말한 "2006년 9월 15일" 이라는 숫자와 "121명" 이라는 숫자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다 쓰라는 얘기가 아니라 "2006년" 정도를 가져오라는 말이다. 당신이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시기에 저 뉴스를 본 이야기로 섞으면 어떨까? "거짓말을 하라는 건가요?" 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게 마음에 걸린다면 뉴스를 접한 이야기만 꺼내놓는 것도 괜찮다. 그리고 당신이 <수박 겉핥기> 식으로 알고 있는 인문학에 대해 겸손하게 적어두는 것도 좋다. 물론, 잘 모르는 부분이라면 아예 꺼내지 않는 것이 나을 수 있지만 말이다.
통계나 도표, 그리고 조금은 신뢰성이 떨어지지만 설문의 결과 등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당신이 그것을 알고 있었느냐 몰랐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그것을 활용할 생각을 했느냐 아니냐가 더욱 중요하다. 그냥 주먹구구 방식으로 마음속에서 피어난 열정이나 장래희망등에 대한 이야기만 늘어 놓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이야기를 더욱 부각시켜 줄 '숫자'를 사용하자.
위에서 말한 '숫자'의 활용, 당신은 어디까지 생각을 했는가? 한국에서 나온 뉴스들을 살피며 그 '숫자'를 수집해야 겠다고 생각했는가? 거기서 조금만 더 눈을 돌려보자. 이제 막 산으로 들어가려는 당신의 옷을 붙잡고 싶다. 그리고 당신의 고개를 돌려주고 싶다.
옆 산을 보자.
당신이 올라가려는 산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같은 지역에 위치하고 있지만 다른 점은 무엇인가? 그 차이점은 왜 생기는가? 저 멀리 보이는 산과 이쪽의 산은 어떻게 다른가? 같은 주제라면, 해외의 경우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여기서 말하는 그 '산'은 이 학과 뿐만이 아니라 당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다른 분야에서의 접근과 이 분야의 접근을 비교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일상생활에 당신이 지원하려는 곳이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를 설명할 수도 있다.
포부도 마찬가지다. 당신의 포부는 "이러이러한 것을 배워 이런 직업을 갖겠다" 라는 것 정도로는 안된다. 눈을 돌려 당신이 가려는 길을 먼저 걸어간 사람들의 흔적을 바라보자. 그리고 그 흔적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보자. 그렇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적어 둘 필요는 없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말이지만, 간호학과를 지원하는데 나이팅게일 얘기가 나오는 것은 좀 뻘쭘하지 않은가? 물론, 진심으로 나이팅게일의 이야기를 보고 지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좀 더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를 꺼내놓도록 하자.
자, 여기까지 매뉴얼을 읽었다면, 생각해 보자. 당신이 처음 '지원동기와 포부'를 마주했을 때 보다 할 이야기가 훨씬 많아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당신은 '숫자'사용법도 알았고, 이제 '비교'를 할 수 있으며, '롤모델'를 활용하는 방법도 배웠다. 백지의 공포에서 어느정도 해방되었다는 이야기다. 이와 더불어 딱 두가지 주의할 점을 전하고 싶다.
1. 과장하지 말 것
2. 미화하지 말 것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등등의 기본적인 사항은 논외로 하고 이 두가지만 말하고 싶다. 자기소개서 첨삭을 하다보면 대부분의 학생이나 지원자들은 아래와 같은 문장을 쓴다.
① 정말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②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공부했습니다.
③ 저에겐 인생의 경험 중 가장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어려웠다면, 왜 어려웠는지를 쓰자. 그것을 단편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좋다.
① 당시엔 방과후, 피씨방에서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하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피씨방 비가 없어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할 정도로 힘든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와 닿는' 이야기를 꺼낼 수도 있고,
② 자막을 가린 영화를 보며 영어공부를 많이 하다보니, 나중에는 일상생활에서의 한국어 대화가 영어처럼 들리는 신기한 현상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이런식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문장으로 쓸 수도 있다.
③ 언제 어디서든 그 일을 생각하면, 추운 겨울 이불 속에 쏙 들어가 있는 것 처럼 포근한 느낌이 듭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미소가 지어집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쓰란 얘기다. 당신다운 것이 가장 상대에게 당신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어디 기업에서 뽑혔다는 합격된 자기소개를 볼 수도 있고, 누군가가 첨삭해 놓은 자기소개서들을 찾아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다운 표현은 당신만 할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이 제대로 남에게 읽힐지 아닐지는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모두가 딱딱 맞아 떨어지는 양복같은 소개서를 제출할 때, 당신의 목 늘어난 티셔츠 같은 소개서는 그 중에 단연 돋보일 수 있단 말이다.
어색한 양복만 찾아 입을 것이 아니라, 당신의 목 늘어난 티셔츠를 보여주더라도 그것의 '땀냄새'까지 함께 전달 할 수 있으면 그게 진정한 '자기소개서'가 될 것이다. 기계가 당신의 소개서를 OMR 카드 읽듯 판독 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소개서를 읽는 사람은, 당신의 형이나 누나일 수 있고 삼촌이나 이모일 수 있다. 그들도 사람이란 얘기다.
난 아직 작가지망생이지만, 미사여구가 가득한 글도 써 봤고, 허세에 젖어 아무렇게나 뱉어내는 글도 써 봤다. 뭔가 포장하고 싶어 포장지 냄새가 나는 글도 써 봤고, 천재성을 알리고 싶어 선문답 같은 글도 써 봤다. 치장한 형편없음은 상대도 기막히게 알아내고, 남들이 나보다 멍청한 것 같아도 훨씬 똑똑한 사람들이 많아, 꾸민 글은 쉽게 들통난다. 하지만 내 이야기를 꺼내놓았을때, 그들은 귀를 귀울여 내 이야기를 들어주기 시작했다.
남의 이야기로 공부를 하되, 당신의 이야기를 써라.
이어지는 매뉴얼에서 계속...
▲ 영국에서는 손가락을 누르면 합격한다는 이야기가 1782년 부터 내려오고..(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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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원하고 바라는 대학/학과에 지원하는 경우라면 할 말이 많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솔직히 쓸 말이 없지 않은가. 집에서는 의과대학에 원서를 넣으라는데 "환자에게 보탬이 될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의료봉사등을 다니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희망으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와 같은 판에 박힌 말이라도 써 넣어야지 "점수가 딱 맞네요. 열심히 할게요" 이렇게 썼다간 노량진으로 가는 것 아닌가.
머리를 굴려도 별로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가? 어떻게 하면 지원동기와 포부를 적어넣을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 보자.
1. 지피지기 정신이 필요하다
지금 그대가 지원하는 학과나 학교, 혹은 기업에 대해서 분석을 하는 것이 먼저다. 해당 홈페이지나 관련된 유사 사이트를 보면 '소개'가 나와 있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학과에 대한 소개라든가 학교에 대한 소개, 그리고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이나 맡게 되는 일, 대학이라면 졸업 후의 향후 진로 등 당신이 써야 할 모든 것들이 들어 있다. 이걸 놔 두고 아무리 백지를 들여다 보고 있어봐야 방법없다. 무슨 소설 쓰듯이 어렸을 때 이야기를 꺼낼 생각인가? 그건 알 것 부터 알고 하자.
예를 들어, 고려대학교 문과대학에 지원할 생각이라고 해보자. 따로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는 고려대학교 문과대학의 경우 해당 홈페이지 소개에는 이런 말이 써 있다.
뜨거운 감성과 냉철한 이성, 민족과 세계를 가슴에 품는 문과대학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한 줄 소개 중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한 줄 소개 중
<교육목적 및 교육목표>는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 고려대학교를 민족대학이라 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국학연구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문과대학이 있기 때문이다.
- 한국학 분야에서 민족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 막중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또한 인문과학, 외국어문학 분야에서 세계수준의 교육과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국제화와 세계화를 주도하고 있다.
- 해외의 여러 학교들과 교류를 맺고 있으며, 1만 5천여명의 졸업생들이 학계, 정계, 언론계, 문학, 연극계 등 문화 전반에서 눈부신 활동을 하고 있다.
대충 감이 오는가? 잘 모르는 학과나 학교, 혹은 기업에 대해서 막연히 머리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 자체에서 자신의 학과나 학교, 기업을 소개하기 위해 만든 말들을 활용하란 얘기다. 저걸 그대로 갖다 쓰라는 얘기가 아니라 조금 변형해 달리 이야기 하거나 비슷한 뜻을 가진 말들로 풀어내라는 얘기다.
조금 더 자세히 각 학부에 대한 소개를 읽다 보면, 졸업후에 대부분 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 소개가 나와 있다. <무엇을 배우고 익혀 어떻게 되는지>힌트가 있단 얘기다. 맨땅에 헤딩하지 말고 그 곳이 어떤 곳인지 부터 살펴보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2. 롤모델을 활용하자
해당 학과,학교,기업에 당신이 존경하는 사람이 있는가? 아니면 집안 식구 중에 자신이 지원하는 학과나 기업, 혹은 관계된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는가? 대상과의 '연관성'을 찾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A. 공부를 하다보니 이걸 배우고 싶어졌고, 이걸 배워서 이렇게 되겠다
이건 지극히 평범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아침밥을 먹고 잉여의 삶을 살다가 인터넷 게시판에 들어가 늅늅 거리며 뉴비의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들었다는 일기만큼이나 재미없다. 여기에 롤 모델을 집어 넣어 보자.
B. 문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피가 끓는다. 이 곳에서 배우고 익혀 나를 하얗게 불태우고 싶다.
물론 그 '롤모델'은 분명 그 학과나 학교, 그리고 기업과 관련이 있어야 한다. "김연아를 너무 좋아합니다. 김연아가 고려대학생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고려대학교 인문대학에 입학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런 소개서를 쓴다면 개그를 좋아하는 담당자가 플러스 점수를 줄 수도 있지만 대략 "노량진으로~" 이런 이야기를 들려줄 수도 있다.
앞서 말했듯 어려서 본 '누군가'에 대한 기억이나, 학교나 학과에서 배울 것들의 필요성을 되짚어 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인문학의 위기론까지 나온 마당에 왜 인문학이 필요한지를 스스로 느낀바를 적는 것도 좋은 예가 될 것이란 말이다. 립서비스는 1번 항목에서 제시한 '학과소개'등에 잘 나와있으므로 참조해서 적는 것도 괜찮다. 인문학의 거성들이 거쳐간 캠퍼스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는 이야기를 적어도 좋단 얘기다. "막걸리가 땡겨서 고대를 지원합니다" 이런거 말고 말이다.
3. 똑똑한 놈들은 숫자를 사용한다
수치화 된 통계나 도표등의 자료를 활용하는 것은 소개서나 지원서, 학업계획서 뿐만 아니라 대학에서의 리포트나 회사 업무에도 큰 도움을 준다. 그만큼 당신의 이야기에 대한 힘을 실어줄 수 있단 얘기다. 예를 들어 "동네 형이 그러던데.."와 "브리테니커에 의하면.." 이라는 말의 차이는 크다.
위에서 예를 든 고대 문과대학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면, 2006년 9월 15일, 고려대 문과대 교수 121명이 <인문학의 위기>를 선언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관련된 블로그들의 포스팅이나 해당 자료들을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교수들이 이야기 한 내용 중 "입시 때마다 취직이 쉬운 법학과 상경계열에 대한 관심은 커지지만 어문학이나 역사, 철학에 대한 관심은 줄어든다" 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대가 이 이야기를 예로들어 지원동기를 밝힌다면, 위에서 말한 "2006년 9월 15일" 이라는 숫자와 "121명" 이라는 숫자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다 쓰라는 얘기가 아니라 "2006년" 정도를 가져오라는 말이다. 당신이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시기에 저 뉴스를 본 이야기로 섞으면 어떨까? "거짓말을 하라는 건가요?" 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게 마음에 걸린다면 뉴스를 접한 이야기만 꺼내놓는 것도 괜찮다. 그리고 당신이 <수박 겉핥기> 식으로 알고 있는 인문학에 대해 겸손하게 적어두는 것도 좋다. 물론, 잘 모르는 부분이라면 아예 꺼내지 않는 것이 나을 수 있지만 말이다.
통계나 도표, 그리고 조금은 신뢰성이 떨어지지만 설문의 결과 등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당신이 그것을 알고 있었느냐 몰랐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그것을 활용할 생각을 했느냐 아니냐가 더욱 중요하다. 그냥 주먹구구 방식으로 마음속에서 피어난 열정이나 장래희망등에 대한 이야기만 늘어 놓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이야기를 더욱 부각시켜 줄 '숫자'를 사용하자.
4. 더 똑똑한 놈들은 고개를 돌린다
위에서 말한 '숫자'의 활용, 당신은 어디까지 생각을 했는가? 한국에서 나온 뉴스들을 살피며 그 '숫자'를 수집해야 겠다고 생각했는가? 거기서 조금만 더 눈을 돌려보자. 이제 막 산으로 들어가려는 당신의 옷을 붙잡고 싶다. 그리고 당신의 고개를 돌려주고 싶다.
옆 산을 보자.
당신이 올라가려는 산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같은 지역에 위치하고 있지만 다른 점은 무엇인가? 그 차이점은 왜 생기는가? 저 멀리 보이는 산과 이쪽의 산은 어떻게 다른가? 같은 주제라면, 해외의 경우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여기서 말하는 그 '산'은 이 학과 뿐만이 아니라 당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다른 분야에서의 접근과 이 분야의 접근을 비교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일상생활에 당신이 지원하려는 곳이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를 설명할 수도 있다.
포부도 마찬가지다. 당신의 포부는 "이러이러한 것을 배워 이런 직업을 갖겠다" 라는 것 정도로는 안된다. 눈을 돌려 당신이 가려는 길을 먼저 걸어간 사람들의 흔적을 바라보자. 그리고 그 흔적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보자. 그렇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적어 둘 필요는 없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말이지만, 간호학과를 지원하는데 나이팅게일 얘기가 나오는 것은 좀 뻘쭘하지 않은가? 물론, 진심으로 나이팅게일의 이야기를 보고 지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좀 더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를 꺼내놓도록 하자.
자, 여기까지 매뉴얼을 읽었다면, 생각해 보자. 당신이 처음 '지원동기와 포부'를 마주했을 때 보다 할 이야기가 훨씬 많아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당신은 '숫자'사용법도 알았고, 이제 '비교'를 할 수 있으며, '롤모델'를 활용하는 방법도 배웠다. 백지의 공포에서 어느정도 해방되었다는 이야기다. 이와 더불어 딱 두가지 주의할 점을 전하고 싶다.
1. 과장하지 말 것
2. 미화하지 말 것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등등의 기본적인 사항은 논외로 하고 이 두가지만 말하고 싶다. 자기소개서 첨삭을 하다보면 대부분의 학생이나 지원자들은 아래와 같은 문장을 쓴다.
① 정말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②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공부했습니다.
③ 저에겐 인생의 경험 중 가장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어려웠다면, 왜 어려웠는지를 쓰자. 그것을 단편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좋다.
① 당시엔 방과후, 피씨방에서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하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피씨방 비가 없어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할 정도로 힘든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와 닿는' 이야기를 꺼낼 수도 있고,
② 자막을 가린 영화를 보며 영어공부를 많이 하다보니, 나중에는 일상생활에서의 한국어 대화가 영어처럼 들리는 신기한 현상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이런식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문장으로 쓸 수도 있다.
③ 언제 어디서든 그 일을 생각하면, 추운 겨울 이불 속에 쏙 들어가 있는 것 처럼 포근한 느낌이 듭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미소가 지어집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쓰란 얘기다. 당신다운 것이 가장 상대에게 당신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어디 기업에서 뽑혔다는 합격된 자기소개를 볼 수도 있고, 누군가가 첨삭해 놓은 자기소개서들을 찾아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다운 표현은 당신만 할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이 제대로 남에게 읽힐지 아닐지는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모두가 딱딱 맞아 떨어지는 양복같은 소개서를 제출할 때, 당신의 목 늘어난 티셔츠 같은 소개서는 그 중에 단연 돋보일 수 있단 말이다.
어색한 양복만 찾아 입을 것이 아니라, 당신의 목 늘어난 티셔츠를 보여주더라도 그것의 '땀냄새'까지 함께 전달 할 수 있으면 그게 진정한 '자기소개서'가 될 것이다. 기계가 당신의 소개서를 OMR 카드 읽듯 판독 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소개서를 읽는 사람은, 당신의 형이나 누나일 수 있고 삼촌이나 이모일 수 있다. 그들도 사람이란 얘기다.
난 아직 작가지망생이지만, 미사여구가 가득한 글도 써 봤고, 허세에 젖어 아무렇게나 뱉어내는 글도 써 봤다. 뭔가 포장하고 싶어 포장지 냄새가 나는 글도 써 봤고, 천재성을 알리고 싶어 선문답 같은 글도 써 봤다. 치장한 형편없음은 상대도 기막히게 알아내고, 남들이 나보다 멍청한 것 같아도 훨씬 똑똑한 사람들이 많아, 꾸민 글은 쉽게 들통난다. 하지만 내 이야기를 꺼내놓았을때, 그들은 귀를 귀울여 내 이야기를 들어주기 시작했다.
남의 이야기로 공부를 하되, 당신의 이야기를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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