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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글모음/작가지망생으로살기56

2013년 7월, 종합병원 병동의 의사와 간호사 종합병원 병동의 의사와 간호사 지난 [간병인편]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이 글은 일반화 될 수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소감이라는 것을 먼저 밝혀둔다. 병원과는 전혀 관계없는 한 개인이, 병원에 머물며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기록해 두는 것 정도로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 출발해 보자. 1. 병동 간호사의 서열을 알아보는 방법 스테이션(병동 중앙, 의사와 간호사가 상주하는 곳)에 앉아 있으면 일단 '막내'는 아니라고 보면 된다. 막내는 앉아서 오랫동안 뭔가를 할 시간이 없다. 막내는 어딘가에서 수액을 갈고 있거나, 바이탈을 체크하고 있거나, 정리를 하고 있거나, 혼나고 있다. 내가 있던 병동의 막내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학교로 비유하자면 막내가 '새내기', 그 위의 간호사가 '.. 2013. 7. 17.
2013년 7월, 종합병원 병실의 간병인들. 2013년 7월, 종합병원 병실의 간병인들. 같은 병원 같은 병동을 5년 만에 다시 찾았다. 간병을 하느라 며칠간 머물렀는데, 이전에 느꼈던 감정들이 새록새록 다시 떠오르기도 하고, 병실 분위기가 5년 전과 달라진 부분들도 있기에 이렇게 글을 적게 되었다. 일반화 될 수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소감이라는 걸 먼저 이렇게 서두에 밝혀두고, 출발해 보자. 1. 전문 간병인들의 등장. 과거엔 간병인들이 대개 환자의 보호자나 지인이었다. 그래서 어쩌다 입원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병문안을 온 사람들이 사 온 음료나 음식 등을 나눠 먹기도 했다. 한 병동에 삼일쯤 같이 있다 보면 이웃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고, 퇴원할 땐 서로 쾌차하라는 덕담을 나누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엔 그런 경험을 할 수.. 2013. 7. 9.
남다른 식성을 갖게 도와준 103호 아줌마 남다른 식성을 갖게 도와준 103호 아줌마 1990년 가을 어느 날로 기억한다. 난 놀이터에서 여자애들이 '고운흙(타일이나 적벽돌 파편을 돌멩이로 바닥에 갈아 곱게 만든 것. 당시 소꿉놀이에서 '밥'이나 '반찬'의 재료가 되었다.)' 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여초현상(여자의 성비가 높은 현상)이 심했던 동네라 난 대개 소꿉놀이에서 아빠역할을 담담해야 했다. 그 날도 '퇴근 후 밥을 기다리는 아빠'역할을 하며 그녀들이 고운흙으로 만든 저녁식사를 차려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 역할을 빼앗긴 다른 여자애들은 각각 이모나 고모 역할을 하겠다며 놀이터 주변에 얼마 남지 않은 잡초를 뽑는 중이었다.(흙만으론 밥상 흉내가 어렵다는 걸 알았는지 그녀들은 그렇게 다양한 종류의 잡초들을 뽑아다 반찬으로 내놓았다.) .. 2013. 2. 5.
천원 점빼기 피부과, 치열했던 세 시간의 기록 천원 점빼기 피부과, 치열했던 세 시간의 기록 눈을 떴을 때, 나를 태운 버스는 한강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내려야 했기에 난 벨을 눌렀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는데 '헉. 내 외, 왼발이….' 왼발이 저렸다. 버스가 출발할 때 다리를 꼬고 잠이 든 까닭에 한 시간 가량 그 자세로 왔던 것이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수수깡으로 만든 가짜 다리로 걷는 느낌이랄까. 거기에다가 웃음도 나왔다. 사르르 녹는 느낌과 찌르르 울리는 느낌 때문에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랫배에서 깊은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사람들이 하나 둘 나를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그때 내겐 시선 따위가 문제가 아니었다. 무너져 내리는 이 왼발을 가지고 무사히 정류장에 내려야 하는 일이 더욱 중요했다. .. 2013. 1.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