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글모음/작가지망생으로살기58 남다른 식성을 갖게 도와준 103호 아줌마 남다른 식성을 갖게 도와준 103호 아줌마 1990년 가을 어느 날로 기억한다. 난 놀이터에서 여자애들이 '고운흙(타일이나 적벽돌 파편을 돌멩이로 바닥에 갈아 곱게 만든 것. 당시 소꿉놀이에서 '밥'이나 '반찬'의 재료가 되었다.)' 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여초현상(여자의 성비가 높은 현상)이 심했던 동네라 난 대개 소꿉놀이에서 아빠역할을 담담해야 했다. 그 날도 '퇴근 후 밥을 기다리는 아빠'역할을 하며 그녀들이 고운흙으로 만든 저녁식사를 차려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 역할을 빼앗긴 다른 여자애들은 각각 이모나 고모 역할을 하겠다며 놀이터 주변에 얼마 남지 않은 잡초를 뽑는 중이었다.(흙만으론 밥상 흉내가 어렵다는 걸 알았는지 그녀들은 그렇게 다양한 종류의 잡초들을 뽑아다 반찬으로 내놓았다.) .. 2013. 2. 5. 천원 점빼기 피부과, 치열했던 세 시간의 기록 천원 점빼기 피부과, 치열했던 세 시간의 기록 눈을 떴을 때, 나를 태운 버스는 한강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내려야 했기에 난 벨을 눌렀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는데 '헉. 내 외, 왼발이….' 왼발이 저렸다. 버스가 출발할 때 다리를 꼬고 잠이 든 까닭에 한 시간 가량 그 자세로 왔던 것이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수수깡으로 만든 가짜 다리로 걷는 느낌이랄까. 거기에다가 웃음도 나왔다. 사르르 녹는 느낌과 찌르르 울리는 느낌 때문에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랫배에서 깊은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사람들이 하나 둘 나를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그때 내겐 시선 따위가 문제가 아니었다. 무너져 내리는 이 왼발을 가지고 무사히 정류장에 내려야 하는 일이 더욱 중요했다. .. 2013. 1. 31. 버스기사와 시비 붙은 취객, 술은 점점 깨 가는데 버스기사와 시비 붙은 취객, 술은 점점 깨가는데 버스기사는 분명 뭔가에 화가 나 있었다. 일요일 저녁, 서울의 한 정류장에는 나를 포함한 네 명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가 도착했는데, 기사는 정류장에서 십여 미터 쯤 못 미친 지점에 버스를 세우고 앞문을 열었다. 우리가 십여 미터를 걸어가 버스에 올라타자 기사는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앞으로 나와 있으면 버스를 못 대요. 한 걸음 뒤로 가서 서 있어야지, 사고 나요." 괜한 트집이었다. 오십대 아주머니와 나는 정류장 벤치에 앉아 있다 일어났고, 이십대 남자는 정류장 뒤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뛰어왔다. 이십대 여자는 가로수 옆에 서 있었고 말이다. 다들 두 걸음 정도는 차도에서 물러나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쁜 소리를 한 것도 아니고, .. 2012. 11. 5. 경찰차 쫓아가는 아주머니와 소화전 여는 청소년들 경찰차 쫓아가는 아주머니와 소화전 여는 청소년들 지난 글 [파주의 갱스터들, 경찰이 출동한 아파트 사건 정리 1부]의 후속편을 좀 다른 제목으로 발행하기로 한다. 중요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제목이 긴 까닭에 맨 마지막의 '부'라는 글자가 두 번째 줄로 내려오는 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다. 글이나 열심히 쓰지 왜 그런 걸 신경 쓰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줄 바뀜이 신발에 들어간 돌멩이처럼 자꾸 마음에 걸렸는데 제목을 바꾸고 나니 마음이 편하다. 나란 남자, 이런 남자. 출발해 보자. 2. 경찰차 쫓아가는 아주머니 새벽 한 시가 조금 넘었을 때, 밖에서 고성이 들렸다. 발코니에 서서 내다보니 단지 입구 근처에서 싸움이 벌어진 듯 했다. 요즘은 돈 내고 영화나 드라마, 쇼프로그램 등.. 2012. 9. 2. 이전 1 2 3 4 5 6 ···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