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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1084

여고 출신 모태솔로 여대생의 짝사랑. 도와주세요 세은씨와 상대의 대화는, 내가 열네 살 때 ‘다이어리 꾸미기’라는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던 앞자리 수지랑 학교에서 쪽지로 주고받던 수준의 대화와 별반 다르지 않다. 수지 - 너 흰색 펜 있어? 무한 - 흰색은 없어. 수지 - 알았어. 저땐 아직 어린 까닭에 이성과 대화를 할 때 경직되어 있었으며, 조금만 둘이 친한 것 같아도 주변에서 놀리거나 이상하게 바라보니 90% 정도는 속으로 생각하거나 상상을 하곤, 나머지 10% 정도만 실제로 대화를 했다. 한 학기 동안 한 마디도 나눈 적 없던 여자애가, 어느 날 갑자기 아주 잠깐 둘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순간이 찾아왔을 때 미향 - 저기, 근데 너 얼굴에 있는 빨간 점 지울 거야? 무한 - 이거? 아니. 미향 - 응. 정도의 대화만을 나누는 식이었다. 학원차.. 2017. 5. 29.
소개팅으로 만난 그녀, 정말 나이 때문에 밀어내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녀가 정훈씨를 밀어낸 건 ‘나이 때문’이 10%, ‘노잼이기 때문’이 90%를 차지한다. 연애를 꼭 재미있고 재치있고 유쾌한 사람이 되어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인공지능 어플과 대화를 할 때보다 재미가 없다면 상대에게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들긴 아무래도 어려운 것 아니겠는가. 정훈씨가 노잼인 건, - 틀린 부분은 없지만 재미도 없는, 교과서식 대화법 사용. - 자신이 먼저 부담을 갖고 대하며, 겁이 많아 조심만 함.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훈씨의 어떤 부분에서 저런 문제들이 드러나는지, 함께 살펴보자. 1. 틀린 부분은 없지만 재미도 없는, 교과서식 대화법. 정훈씨와 상대의 대화를 하나 보자. 상대 - 저 오랜만에 친구 보러 가요. 정훈 - 친구랑 동네에서 보는 .. 2017. 5. 27.
두 오빠와 삼각관계처럼 됐는데, 둘이 절친이에요. 거침없고, 솔직하며, 그러면서도 예의를 갖춘 채 사교적인 모습을 드러내면 어느 모임에서든지 사람들과 금방 친해질 수 있다. 특히 구성원이 대부분 오빠들인 모임에서, 만나기로 한 날 다시 한 번 약속을 상기시키는 것도 도맡아 하고 또 오빠들이 던지는 드립도 잘 받아친다면, 귀엽고 편하고 성격 좋은 동생으로 여겨지며 오빠들의 예쁨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경우 대개 - 내가 좋아하는 오빠 A는 다정하지만 과묵함 그래서 계속 내가 먼저 나서서 어필해야 함. 나를 좋아하는 것 같은 오빠 B는 나랑 개그콤비로 활동하던 그냥 편한 오빠. 라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과묵한 심남이인 A오빠의 눈에 들려 일부러 더 나서서 활동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건데 A오빠는 여전히 조용하고, 그러는 동안 쿵짝을 .. 2017. 5. 26.
자연스레 썸 타는 사람, 썸 한 번을 못 타는 사람의 차이는? 자신은 썸 한 번을 못 타고 있는데, 매뉴얼엔 자꾸 썸남썸녀의 이야기나 커플이야기만 나와 소외감을 느낀다는 솔로부대원들의 항의가 있었다. 아니 나도 그걸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닌데, ‘썸못남녀(썸을 못 타는 남자여자)’의 사연엔 인생 전반에 대한 고민과 무거운 신세한탄이 주를 이룬 까닭에 매뉴얼로 발행하기가 좀 부담스러웠다. 연애와 관련된 얘기만 해도 된다면 어렵지 않겠지만 사연엔 거기 엮인 이야기들이 너무 많기에, 하나를 말하기 위해서 아홉 가지를 더 말해야 하는 느낌이었다. 뭐 그래서 연애 얘기가 아닌 ‘천오백자생활상담’이란 카테고리도 만들어 놓곤, 거기다 글을 올릴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그게 또 디테일한 이야기들을 하다보면 사연자가 특정될 수도 있고, 공개된 곳에 사적인 이야기를 너무 많이 적어야 .. 2017. 5.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