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114

소개팅 초반엔 분명 좋았는데, 결국 부담스럽대요. 왜죠? 소개팅 한 상대와 다음번에 갈 곳을 미리 답사한 후 계획을 짜고, 만날 스케줄을 맞추려 반차나 월차를 사용하고, 예쁘다 예쁘다 해주며 진짜 상대를 위해 기도까지 해준다니, 이 얼마나 순수하고 다정하고 부지런한 남자인가! 내게 여동생이 있다면, 난 망설임 없이 신앙 좋고, 마음 곱고, 진심으로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 노력하는 형진씨를 소개해줄 것 같다. 이런 남자야말로 푸른 풀밭 같은 사람이라 어린 양 같은 내 여동생이 마음 놓고 풀을 뜯을 수 있으니, 오빠로서도 둘의 아기자기하고 안전한 관계를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고 말이다. 그런데 진짜 내게 여동생이 있다면, 그녀는 나와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까닭에 육식주의자일 거고, 내가 형진씨 예찬론을 펼치면 그녀는 “오빠, 사람이 풀만 먹고 어떻게.. 2017. 7. 6.
진짜 괜찮은 남자를 알게 되었는데 연애할 생각 없대요 우선, 난 소영씨에게 -그 남자에 대해 내가 뭘 얼마나 아는지? 를 돌아보길 권해주고 싶다. 차분히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소영씨는 그를 딱 한 번 봤고, 이후에도 그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을 주제로 삼아 몇 차례 대화했을 뿐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를 두고 ‘진짜 괜찮은 남자’라고 평할 만큼 그를 겪어본 적은 분명 없단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영씨가 그에 대해 그런 평가를 하는 건, 그가 ‘엄마 친구 아들’이며 그에게 소영씨는 ‘엄마 친구 딸’이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그런 관계는, 모든 말과 행동이 결국 서로를 통해 ‘엄마 친구’에게 전해질 수 있으니, 예의바르고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말고는 사실 선택지가 없는 것 아니겠는가. 소영씨가 우리 엄마 친구 딸이라면, 나 역시 소영씨에게.. 2017. 7. 4.
여자친구에게 확신이 없는데, 계속 만나야 할까요? 내가 민상씨라도 그녀에게 확신을 가지긴 어려울 것 같다. 아니, 확신을 갖고 못 갖고의 문제가 아니라 ‘날 정말 좋아하긴 하는 건가?’라는 의심을 떨치기 어려울 것 같다. 분명 그녀가 먼저 고백했고, 민상씨가 헤어지자고 했을 때에도 그녀가 한 번 잡았지만, 연애가 진행되는 걸 보면 그녀는 이쪽을 ‘물주’나 ‘지갑’ 정도로 생각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자기 돈 아까운 건 알면서 남의 돈 아까운 건 모르는 사람과는, 만나지 않는 게 좋다. 소고기 얻어먹을 생각은 하면서 치킨 한 번 살 생각은 안 한다든지, 어딜 같이 놀러 가자고 했더니 거기 가서 쓸 뭐가 없다고-선물해달라는 뉘앙스로- 말한다든지, 뭐 하나 빌려줬더니 그걸 쓸 때 필요한 다른 것도 같이 빌려달라고 하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그녀 입장에서는 .. 2017. 7. 3.
알바 중인 곳의 정직원 그녀와의 썸, 망해가다 기회가 다시 왔어요 성준씨를 기죽이려는 것은 절대 아니고, 이건, 이 사연에 대해 얘길 하려면 -사회에선 나이 같고 친해졌다고 해서 다 친구가 되는 거 아니고, 사람들이 꼭 내가 상대를 생각하는 것처럼 나를 생각하는 건 아니다. 라는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어 하는 얘기로 받아들여 줬으면 한다. 성준씨가 지금은 개인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게 있어 당장은 거기서 알바를 하며 준비하고 있지만, 이후 준비가 다 되면 그곳보다 대우 좋은 곳에 채용될 수 있으니, 내가 그것까지를 감안해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거라 생각해줬으면 한다. 이렇게 안전장치를 3중으로 걸어두고 시작하는 이유는, 이제 막 사회에 발 디딘 성준씨는 이걸 ‘학창시절의 연속’이란 느낌으로 그녀와의 관계를 ‘학원에서 만난 다른 학교 여학생’정도로 생각하는데, 상대는 전혀.. 2017. 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