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회15

5년째 짝사랑 중, 도와주세요. 아니면 잊게 해주세요. 이건 성훈씨를 까려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성훈씨의 시각과 전혀 다른 시각에서 보면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먼저 적어둘게. 사실 이건 두 번째로 다시 쓰는 매뉴얼인데, 첫 매뉴얼에선 내가 “당신은 한국의 하루키입니까?” 라고 시작했거든. 근데 그렇게 시작하면 예민하고 여린 성훈씨가 ‘그저 날 놀리는 건가?’라고 생각할 수 있기에 고양이자세 두 세트 하고 와서 다시 쓰는 거야. 요즘 칼을 하도 갈았더니 어깨랑 목이랑 허리가 너무 아파서. “뭔갈 준비하고 계신가 봐요? 칼을 가는 마음으로 준비하신다는 표현이죠?” 아냐, 진짜 칼을 가는 거야. 180방, 320방, 1000방, 4000방 순으로 숫돌을 준비해서 집에 있는 모든 칼을 다 갈고 있어. 잡은 고기 회 뜰 때 칼이 안 들어서 시작한 건.. 2019. 12. 6.
이별 통보 후 기회를 준다더니 방치해 두는 남친 외 1편 그제 쯤, 겨우 비빔면 따위로 끼니를 때우며 글을 쓰고 있는 내 모습에 자존심이 상해 48시간쯤 절필을 했다. 그런데 어제 저녁 생각해보니, 그게 또 그렇게 자존심 상할 일은 아니라 기분 좋게 탕수육을 먹곤 다시 복귀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절망하고 다시 희망하는 사람이 작가라고 누가 그러던데, 이쯤 되면 나도 무늬는 작가와 좀 비슷해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허튼 소리는 이쯤하고, 매뉴얼 출발해 보자. 1. 이별 통보 후 기회를 준다더니 방치해 두는 남친. 이런 남자와 연애할 시간에 차라리 붉은귀거북같은 걸 키우는 게 낫다고, 나는 생각한다. 붉은귀거북은 한국 생태계를 파괴하는 교란종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그래도 그 남자보다는 낫다. 붉은귀거북이 K양 몰래 만남어플 깔아가며 다른 여자 찾을 일 없을.. 2015. 6. 26.
여친에게 차인 소심남, 매달릴수록 더 멀어지는데 여친에게 차인 소심남, 매달릴수록 더 멀어지는데 내려받은 오목 어플 하나를 지웠다. 너무 쉬워서 재미가 없다. 어플 속 인공지능은 딱 두 가지 패턴만을 사용하는데, 그 두 가지 패턴엔 아무 변화가 없다. 그래서 패턴을 파악한 후엔 계속 같은 방식으로 인공지능을 이길 수 있다. 제작사에서는 '누구나 쉽게 즐기는-혹은 이기는- 오목'을 목적으로 어플을 만든 것 같다. 아마 사용자들이 어렵지 않게 승리를 하면 자주 이용할 거라 생각한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어렵지 않게 늘 승리를 하니 금방 지루해진다. 혹시 오목판 다른 곳에 두면 패턴이 좀 바뀔까 싶어 끝 쪽에 둔 적도 있는데, 인공지능은 거기까지 따라와서도 같은 패턴만을 반복한다. 일부러 인공지능이 4, 내가 3으로 인공지능 쪽에 유리한 수를 만들어 줘도,.. 2013. 11. 11.
오빠동생에서 한 발짝 더 다가서지 못하는 남자 오빠동생에서 한 발짝 더 다가서지 못하는 남자 자기 캐릭터를 만드는 게 참 중요하다. 그게 없으면 쇼핑몰에서 어중간한 가격대를 차지하고 있는 들러리 상품처럼 되어 버릴 수 있다. 최저가도 최고가도 아닌 평균가 정도에 있는 애매한 상품 말이다. 캐릭터는 본인의 특성에 따라 만들어야 하는 까닭에, 내가 콕 집찝어서 권하기는 어렵다. 만약 내가 사연을 보낸 S군의 입장이라면 얼마 전 웹에서 유행했던 "어서와~"라는 걸 이용해서 캐릭터를 만들 것 같다. 강의실에서든 과방에서든 누군가 들어오면 "어서와~"를 외치는 '어서와 오빠'가 되는 것이다. 재치가 좀 모자란 편이라면 살짝 덕후적인 느낌을 풍기면서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다. 초콜릿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초콜릿 오빠'나, 바나나우유에 목숨을 거는 '바나나우유.. 2012. 1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