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에게 차인 소심남, 매달릴수록 더 멀어지는데
내려받은 오목 어플 하나를 지웠다. 너무 쉬워서 재미가 없다. 어플 속 인공지능은 딱 두 가지 패턴만을 사용하는데, 그 두 가지 패턴엔 아무 변화가 없다. 그래서 패턴을 파악한 후엔 계속 같은 방식으로 인공지능을 이길 수 있다.
제작사에서는 '누구나 쉽게 즐기는-혹은 이기는- 오목'을 목적으로 어플을 만든 것 같다. 아마 사용자들이 어렵지 않게 승리를 하면 자주 이용할 거라 생각한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어렵지 않게 늘 승리를 하니 금방 지루해진다. 혹시 오목판 다른 곳에 두면 패턴이 좀 바뀔까 싶어 끝 쪽에 둔 적도 있는데, 인공지능은 거기까지 따라와서도 같은 패턴만을 반복한다. 일부러 인공지능이 4, 내가 3으로 인공지능 쪽에 유리한 수를 만들어 줘도, 인공지능은 자기 수에 하나 더 두어 승리하지 않고 내 3을 막는다. 사용자가 지고 싶어도 쉽게 질 수 없는 것이다.
사연을 보낸 H군이 바로 저 '쉬운 오목 어플'같다. H군이 '호의와 배려'라고 말하는 것은 상대를 지루하게 만든다. 게다가 열 번 싸워도 열 번 모두 상대가 이기게 되니 둘 사이엔 긴장감이 존재할 수 없다. 현재 H군은 제발 어플삭제만은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듯 구여친에게 이별을 물러달라고 부탁하고 있는데, 운이 좋아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H군이 더 몸을 낮춰 상대의 비위를 맞추다가 결국 똑같은 이별을 또 반복할 것 같다. H군의 연애엔 어떤 문제가 있었고, 그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함께 살펴보자.
아래 대화를 보자.
남자의 저 태도를 '배려'라 할 수 있을까? 상대를 배려할 거라면 계속 토를 달며 떠보지 말고 깔끔하게 맞춰주든지, 아니면 상대에게 양보를 부탁하며 내 주장을 확실하게 표시하든지 하는 편이 낫다. 배려랍시고 저런 행동을 했다간 상대를 피곤하게 만들 뿐이다.
위의 모습이 H군의 사연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모습이다. 난 사연을 읽다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싫으면 싫다고, 불편하면 불편하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딱 말하자. 내가 만약 자전거를 잠시 맡아 달라는 H군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준 후,
라는 이야기를 매일 한다면, H군의 기분은 어떨 것 같은가? H군은 아마 "하지만 저게 자전거를 얼른 가져가라거나, 아니면 더 이상 맡아두기 힘들다는 얘기를 한 건 아니잖아요."라고 할지도 모르겠는데, 차라리 그렇게 확실하게 의사를 표현하는 게 백배는 낫다.
저 말을 들은 상대가 가져가란 뜻이라고 생각해 자전거를 가져간다고 하면, "아냐, 가져가란 얘기는 아니었어. 사정이 그렇다면 내가 좀 더 맡아둘게."라는 이야기를 하곤, 이후 다시 또 저런 '돌려 말하기'를 하는 사람. H군이 생각해도 그 사람 참 상대하기 피곤한 사람 같지 않은가?
전에도 한 번 이야기 한 적 있는데, 소심한 사람들은 상대의 '화난 얼굴'을 떠올리는 나쁜 습관이 있다. 그래서 약간만 분위기가 불편해져도 그 얼굴을 떠올리며,
라며 끊임없이 확인을 받으려 한다. 그래도 이 정도라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혼자 겁을 먹고는 어쩔 줄 몰라 하는 게 문제긴 하지만, 최소한 대화를 이어갈 수는 있으니까.
소심한 사람 중에서도 'A급 소심함'을 자랑하는 사람들은, 위와 같은 상황에서 아예 입을 닫아 버린다. 그들은 침묵하며 '마음속 재판'을 시작하는데, 그 과정에서 상대에 대한 서운함이나 원망을 증폭시켜 원고인 자신이 승소하는 판결을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제목 1번에서 말한 '주꾸미 대화'를 예로 들자면,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상대에게 적대적으로 변한다. 이쯤에서 '소심한 복수'를 하기 위해 말꼬리를 잡는 일을 벌이기도 하는데, 그건 대략
따위의 말로 포문을 연 후 그간의 불만을 쏟아 내거나, '안 그런 척'했던 당시의 진짜 속마음을 뒤늦게 말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잘 생각해 보자. 평소에 '주꾸미 대화' 수준의 이야기를 나누던 커플인데, 어느 날 남자가 삐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러더니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
라는 이야기를-그것도 카톡이나, 문자나, 메일로만- 한다. 그 얘기를 들은 여자는 '어머, 그랬었구나. 난 그런 줄도 모르고….'하며 참회의 눈물을 흘릴까, 아니면 '내가 너 이럴 줄 알았다.'하며 이별선고를 할까?
만약 난 대화를 하다 공쥬님(여자친구)이 내게
라는 이야기를 한다면, "우리가 남이 아닌 일곱 가지 이유."나 "헤어짐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다섯 가지 이유."에 대해 1박 2일 동안 이야기 해줄 것 같다. 저 말을 무슨 뒤집을 수 없는 대법원 판결처럼 여기며
따위의 징징거림을 카톡이나 문자로 전송하고 있진 않을 것이다. 공쥬님이 저 말을 뒤집어 주길 기다리며 눈치만 보고 있는 것 대신, '아냐, 내 생각은 이런데?'라며 공쥬님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청사진을 보여줄 것 같다.
폰 뒤에 숨어서 찌질하게
따위의 문장만 전송하고 있지 말자. 붙잡다가 따귀를 맞아도 좋다는 정도의 각오를 하고 일단 만나자. 단, 만나서 빌지 말고, '네가 나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에 대한 고백을 하자. 그저 돌아와 달라고 말하고 상대의 승낙을 기다려선 안 된다. 그간 왜 H군이 '착한남자 코스프레'를 했는지 털어놓는 것 정도로 충분하다.
사연에 적은 그대로를 여자친구에게 다 털어 놓으면 된다. 구여친의 집안 사정을 생각하며 H군이 다 감당할 각오를 했었던 것, 그리고 여자친구와의 결혼식을 혼자 계획해 보았던 것, 결혼하면 어떻게 살지 궁리해 보았던 것, 어떻게 함께 늙어갈지에 대해 고민해 보았던 것…. 그간 H군이 구여친에게 말로는 한 번도 한 적 없지만 홀로 고민했던 부분들을 털어 놓자. 난 H군의 구여친이 한
라는 말에, 그녀가 H군에게서 한계를 보고 있다고 느꼈다. 늘 같은 패턴의 갈등과 화해만 반복될 뿐, 이십대 후반임에도 불구하고 결혼은 늘 남의 얘기인 것처럼 말해지기만 하고, 둘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 대신 맥도널드 런치타임 얘기나 주고받으니 그녀도 답답했던 것이다. 그녀 자신도 불안한 상황에서, 징징거리는 애 키우는 것 같은 연애를 하고 있으니, 이별을 생각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 놓인 그녀에게 더는 카톡으로 징징대지 말고, 또 짐 정리 한 거 택배로 보내겠다며 비련의 주인공 놀이 하지 말고, 만나서 H군이 스케치 해둔 미래를 보여주길 권한다. 지금 혼자 슬픈 척하며 '기다리는 남자' 코스프레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자기 지갑에서 떨어진 오만 원짜리 지폐가 물에 빠져 떠내려가면 쫓아갈 거면서, 왜 사랑한다는 여자친구가 떠내려가는데 무슨 짐이 어쩌고, 택배가 저쩌고 하고 바보처럼 앉아만 있는가.
다투고 나면 늘 다시 손 잡아달라고 떼쓰던 과거의 H군의 모습을 버리고, 이번엔 '안아줄 줄 아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줘 보자.
▲ "금요일 날 금사모 안 올라오던데, 혹시 또 별사진 찍으러 가셨었나요?" 들켰네.
아래는 별사진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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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받은 오목 어플 하나를 지웠다. 너무 쉬워서 재미가 없다. 어플 속 인공지능은 딱 두 가지 패턴만을 사용하는데, 그 두 가지 패턴엔 아무 변화가 없다. 그래서 패턴을 파악한 후엔 계속 같은 방식으로 인공지능을 이길 수 있다.
제작사에서는 '누구나 쉽게 즐기는-혹은 이기는- 오목'을 목적으로 어플을 만든 것 같다. 아마 사용자들이 어렵지 않게 승리를 하면 자주 이용할 거라 생각한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어렵지 않게 늘 승리를 하니 금방 지루해진다. 혹시 오목판 다른 곳에 두면 패턴이 좀 바뀔까 싶어 끝 쪽에 둔 적도 있는데, 인공지능은 거기까지 따라와서도 같은 패턴만을 반복한다. 일부러 인공지능이 4, 내가 3으로 인공지능 쪽에 유리한 수를 만들어 줘도, 인공지능은 자기 수에 하나 더 두어 승리하지 않고 내 3을 막는다. 사용자가 지고 싶어도 쉽게 질 수 없는 것이다.
사연을 보낸 H군이 바로 저 '쉬운 오목 어플'같다. H군이 '호의와 배려'라고 말하는 것은 상대를 지루하게 만든다. 게다가 열 번 싸워도 열 번 모두 상대가 이기게 되니 둘 사이엔 긴장감이 존재할 수 없다. 현재 H군은 제발 어플삭제만은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듯 구여친에게 이별을 물러달라고 부탁하고 있는데, 운이 좋아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H군이 더 몸을 낮춰 상대의 비위를 맞추다가 결국 똑같은 이별을 또 반복할 것 같다. H군의 연애엔 어떤 문제가 있었고, 그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함께 살펴보자.
1. 돌려 말하는 남자.
아래 대화를 보자.
여자 - 오랜만에 주꾸미 먹으러 갈까?
남자 - 그래. 대화동으로?
여자 - 응. 거기 맛있잖아.
남자 - 빈속인데 매운 거 괜찮겠어?
여자 - 난 괜찮은데. 자긴 좀 그래?
남자 - 아니, 나도 괜찮아. 그런데 돈가스는 별로야?
여자 - 돈가스도 괜찮아. 그럼 가쯔레쯔 갈까?
남자 - 아냐, 너 먹고 싶은 거 먹자. 주꾸미로.
여자 - 나 돈가스도 진짜 괜찮아.
남자 - 아냐. 주꾸미 먹어. 대화동으로 가자.
여자 - 응.
남자 - 근데 거기 좀 맛이 변한 것 같던데….
여자 - 맛없게?
남자 - 예전보다는 좀 별로더라고.
여자 - 그럼 다른 거 먹어?
남자 - 아냐. 주꾸미 먹어.
여자 - 응.
남자 - 근데 그 옆에 장어집도 맛있다고 하던데.
여자 - 그럼 장어 먹을까?
남자 - 장어는 나중에 먹지 뭐. 주꾸미 먹자. 먹고 싶은 거 먹어야지.
여자 - 주꾸미 정말 괜찮은 거지? 먹기 싫은 거 아니지?
남자 - 응. 괜찮긴 한데, 다른 건 어떤가 싶어서.
여자 - 다른 거 뭐?
남자 - 아니 그냥, 뭐 근처에 다른 식당들도 있으니까.
여자 - 자기 뭐가 먹고 싶은 건데? 그냥 확실하게 말해줘.
남자 - 주꾸미 괜찮아. 난 다 잘 먹잖아.
여자 - 주꾸미 먹고 싶은 거 맞아, 아니야?
남자 - 맞아. 주꾸미 먹자. 돈가스나 주꾸미 다 괜찮아.
여자 - 돈가스가 먹고 싶은 거야?
남자 - 아냐. 그런 건 아니고, 주꾸미 괜찮아.
남자 - 그래. 대화동으로?
여자 - 응. 거기 맛있잖아.
남자 - 빈속인데 매운 거 괜찮겠어?
여자 - 난 괜찮은데. 자긴 좀 그래?
남자 - 아니, 나도 괜찮아. 그런데 돈가스는 별로야?
여자 - 돈가스도 괜찮아. 그럼 가쯔레쯔 갈까?
남자 - 아냐, 너 먹고 싶은 거 먹자. 주꾸미로.
여자 - 나 돈가스도 진짜 괜찮아.
남자 - 아냐. 주꾸미 먹어. 대화동으로 가자.
여자 - 응.
남자 - 근데 거기 좀 맛이 변한 것 같던데….
여자 - 맛없게?
남자 - 예전보다는 좀 별로더라고.
여자 - 그럼 다른 거 먹어?
남자 - 아냐. 주꾸미 먹어.
여자 - 응.
남자 - 근데 그 옆에 장어집도 맛있다고 하던데.
여자 - 그럼 장어 먹을까?
남자 - 장어는 나중에 먹지 뭐. 주꾸미 먹자. 먹고 싶은 거 먹어야지.
여자 - 주꾸미 정말 괜찮은 거지? 먹기 싫은 거 아니지?
남자 - 응. 괜찮긴 한데, 다른 건 어떤가 싶어서.
여자 - 다른 거 뭐?
남자 - 아니 그냥, 뭐 근처에 다른 식당들도 있으니까.
여자 - 자기 뭐가 먹고 싶은 건데? 그냥 확실하게 말해줘.
남자 - 주꾸미 괜찮아. 난 다 잘 먹잖아.
여자 - 주꾸미 먹고 싶은 거 맞아, 아니야?
남자 - 맞아. 주꾸미 먹자. 돈가스나 주꾸미 다 괜찮아.
여자 - 돈가스가 먹고 싶은 거야?
남자 - 아냐. 그런 건 아니고, 주꾸미 괜찮아.
남자의 저 태도를 '배려'라 할 수 있을까? 상대를 배려할 거라면 계속 토를 달며 떠보지 말고 깔끔하게 맞춰주든지, 아니면 상대에게 양보를 부탁하며 내 주장을 확실하게 표시하든지 하는 편이 낫다. 배려랍시고 저런 행동을 했다간 상대를 피곤하게 만들 뿐이다.
위의 모습이 H군의 사연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모습이다. 난 사연을 읽다가,
'말을 해! 와 답답해서 미치겠네. 이거 뭐하는 짓이지?
얘는 왜 말로는 동의하지만 행동으로는 반대하는 거지?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거야? 난 읽기만 했는데도 피곤해지고 있어….'
얘는 왜 말로는 동의하지만 행동으로는 반대하는 거지?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거야? 난 읽기만 했는데도 피곤해지고 있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싫으면 싫다고, 불편하면 불편하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딱 말하자. 내가 만약 자전거를 잠시 맡아 달라는 H군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준 후,
"자전거를 발코니에 세워두었더니 나갈 때마다 불편하네."
"자전거 구매하겠다는 사람 아직 안 나타난 거지?"
"(도난 위험이 있다는 걸 알면서 일부러)자전거 그냥 밖에다 묶어놓으면 좋 그렇지?"
"자전거 구매하겠다는 사람 아직 안 나타난 거지?"
"(도난 위험이 있다는 걸 알면서 일부러)자전거 그냥 밖에다 묶어놓으면 좋 그렇지?"
라는 이야기를 매일 한다면, H군의 기분은 어떨 것 같은가? H군은 아마 "하지만 저게 자전거를 얼른 가져가라거나, 아니면 더 이상 맡아두기 힘들다는 얘기를 한 건 아니잖아요."라고 할지도 모르겠는데, 차라리 그렇게 확실하게 의사를 표현하는 게 백배는 낫다.
저 말을 들은 상대가 가져가란 뜻이라고 생각해 자전거를 가져간다고 하면, "아냐, 가져가란 얘기는 아니었어. 사정이 그렇다면 내가 좀 더 맡아둘게."라는 이야기를 하곤, 이후 다시 또 저런 '돌려 말하기'를 하는 사람. H군이 생각해도 그 사람 참 상대하기 피곤한 사람 같지 않은가?
2. 여자친구를 겁내는 남자.
전에도 한 번 이야기 한 적 있는데, 소심한 사람들은 상대의 '화난 얼굴'을 떠올리는 나쁜 습관이 있다. 그래서 약간만 분위기가 불편해져도 그 얼굴을 떠올리며,
"화났어?"
"기분 안 좋아?"
"마음에 안 드는 거 있어?"
"기분 안 좋아?"
"마음에 안 드는 거 있어?"
라며 끊임없이 확인을 받으려 한다. 그래도 이 정도라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혼자 겁을 먹고는 어쩔 줄 몰라 하는 게 문제긴 하지만, 최소한 대화를 이어갈 수는 있으니까.
소심한 사람 중에서도 'A급 소심함'을 자랑하는 사람들은, 위와 같은 상황에서 아예 입을 닫아 버린다. 그들은 침묵하며 '마음속 재판'을 시작하는데, 그 과정에서 상대에 대한 서운함이나 원망을 증폭시켜 원고인 자신이 승소하는 판결을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제목 1번에서 말한 '주꾸미 대화'를 예로 들자면,
'난 분명 주꾸미 먹자는 말에 맞춰준 건데, 얜 대체 왜 그러는가?
내가 주꾸미 싫다고 한 것도 아니고 다른 것 먹자고 한 것도 아닌데,
얘는 왜 그런 건 알아주지도 않고 그저 우유부단하다며 날 탓하는가?'
내가 주꾸미 싫다고 한 것도 아니고 다른 것 먹자고 한 것도 아닌데,
얘는 왜 그런 건 알아주지도 않고 그저 우유부단하다며 날 탓하는가?'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상대에게 적대적으로 변한다. 이쯤에서 '소심한 복수'를 하기 위해 말꼬리를 잡는 일을 벌이기도 하는데, 그건 대략
"그 말은, 헤어지고 싶다는 뜻이지?"
"그럼 이미 넌 헤어질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거네."
"너도 나한테 그런 적 있지 않아? 내 기억엔 너도 분명 그랬었는데."
"그럼 이미 넌 헤어질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거네."
"너도 나한테 그런 적 있지 않아? 내 기억엔 너도 분명 그랬었는데."
따위의 말로 포문을 연 후 그간의 불만을 쏟아 내거나, '안 그런 척'했던 당시의 진짜 속마음을 뒤늦게 말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잘 생각해 보자. 평소에 '주꾸미 대화' 수준의 이야기를 나누던 커플인데, 어느 날 남자가 삐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러더니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
"난 그때 돈가스가 더 먹고 싶었는데, 너에게 맞춰서 주꾸미 먹었던 거야."
라는 이야기를-그것도 카톡이나, 문자나, 메일로만- 한다. 그 얘기를 들은 여자는 '어머, 그랬었구나. 난 그런 줄도 모르고….'하며 참회의 눈물을 흘릴까, 아니면 '내가 너 이럴 줄 알았다.'하며 이별선고를 할까?
3. 사과는 그만 하고, 만나서 속마음을 말해보길.
만약 난 대화를 하다 공쥬님(여자친구)이 내게
"어차피 우리도 헤어지면 남인데…."
라는 이야기를 한다면, "우리가 남이 아닌 일곱 가지 이유."나 "헤어짐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다섯 가지 이유."에 대해 1박 2일 동안 이야기 해줄 것 같다. 저 말을 무슨 뒤집을 수 없는 대법원 판결처럼 여기며
"그래, 난 아닌데 넌 이별을 생각하는 것 같네…."
"그 말대로라면 우린 더 사귈 이유가 없는 것 같네. 어차피 헤어지면 남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날 만나는 거라면, 우린 그냥 여기서 갈라지는 게 나을 것 같네."
"그 말대로라면 우린 더 사귈 이유가 없는 것 같네. 어차피 헤어지면 남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날 만나는 거라면, 우린 그냥 여기서 갈라지는 게 나을 것 같네."
따위의 징징거림을 카톡이나 문자로 전송하고 있진 않을 것이다. 공쥬님이 저 말을 뒤집어 주길 기다리며 눈치만 보고 있는 것 대신, '아냐, 내 생각은 이런데?'라며 공쥬님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청사진을 보여줄 것 같다.
폰 뒤에 숨어서 찌질하게
"…정말 안 되는 거니…."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안 될까…."
"이번엔 정말 다 고칠 수 있는데…."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안 될까…."
"이번엔 정말 다 고칠 수 있는데…."
따위의 문장만 전송하고 있지 말자. 붙잡다가 따귀를 맞아도 좋다는 정도의 각오를 하고 일단 만나자. 단, 만나서 빌지 말고, '네가 나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에 대한 고백을 하자. 그저 돌아와 달라고 말하고 상대의 승낙을 기다려선 안 된다. 그간 왜 H군이 '착한남자 코스프레'를 했는지 털어놓는 것 정도로 충분하다.
사연에 적은 그대로를 여자친구에게 다 털어 놓으면 된다. 구여친의 집안 사정을 생각하며 H군이 다 감당할 각오를 했었던 것, 그리고 여자친구와의 결혼식을 혼자 계획해 보았던 것, 결혼하면 어떻게 살지 궁리해 보았던 것, 어떻게 함께 늙어갈지에 대해 고민해 보았던 것…. 그간 H군이 구여친에게 말로는 한 번도 한 적 없지만 홀로 고민했던 부분들을 털어 놓자. 난 H군의 구여친이 한
"이 나이에 이렇게 계속 만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돌파구도 보이지 않아."
라는 말에, 그녀가 H군에게서 한계를 보고 있다고 느꼈다. 늘 같은 패턴의 갈등과 화해만 반복될 뿐, 이십대 후반임에도 불구하고 결혼은 늘 남의 얘기인 것처럼 말해지기만 하고, 둘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 대신 맥도널드 런치타임 얘기나 주고받으니 그녀도 답답했던 것이다. 그녀 자신도 불안한 상황에서, 징징거리는 애 키우는 것 같은 연애를 하고 있으니, 이별을 생각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 놓인 그녀에게 더는 카톡으로 징징대지 말고, 또 짐 정리 한 거 택배로 보내겠다며 비련의 주인공 놀이 하지 말고, 만나서 H군이 스케치 해둔 미래를 보여주길 권한다. 지금 혼자 슬픈 척하며 '기다리는 남자' 코스프레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자기 지갑에서 떨어진 오만 원짜리 지폐가 물에 빠져 떠내려가면 쫓아갈 거면서, 왜 사랑한다는 여자친구가 떠내려가는데 무슨 짐이 어쩌고, 택배가 저쩌고 하고 바보처럼 앉아만 있는가.
다투고 나면 늘 다시 손 잡아달라고 떼쓰던 과거의 H군의 모습을 버리고, 이번엔 '안아줄 줄 아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줘 보자.
▲ "금요일 날 금사모 안 올라오던데, 혹시 또 별사진 찍으러 가셨었나요?" 들켰네.
아래는 별사진 서비스!
▲ "혹시 별똥별 보며 소원도 비신 거 아닌가요? 이번 책 대박 나라고." 또 들켰네. 추천은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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