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의 누나 때문에 파혼한 여자, 해결책은?
사연을 보낸 Y양이 이미 상황을 너무 망쳐버린 후라, 뚜렷하게 도움이 되는 해결책은 찾기가 어려울 것 같다. 늘 얘기하지만 사연은 '첫 번째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보내주길 권한다. 통보할 것 다 통보하고, 결론지을 것 다 결론지은 후에는, 지혜로운 방법 같은 거 수소문해봐야 찾을 길이 없다.
오늘은 할 이야기가 많으니 서론은 각설하고 바로 출발해 보자.
낯은 나도 임진강 남쪽에서 남부럽지 않게 가리며 자라왔다. 낯가리기 시험이 있다면 아마 난 낯가림 기능장에 해당할 것이다. 그런데 Y양의 낯가림이 핑계가 될 순 없다. 회사 면접이 있다고 해보자. 한 번 들어가면 노후까지 보장되는 철밥통 회사다. 아무리 낯을 가린다 하더라도 그 면접에서 면접관들 소 닭 보듯 하다 돌아오겠는가? 의식적으로 연기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면접관의 눈에 들려 노력할 것 아닌가.
Y양은 이 부분을
정도로만 설명하고 있기에,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시아버지가 섭섭한 표정을 지으시고 시누이가 전화를 걸 정도라면 분명 여기에 뭔가가 있는 거다. 시댁에 간 누군가가
라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얘기해도, 상 나오는 거 보면서 '무슨 음식을 준비하신 거지? 갈비찜이네. 맛있겠다.'라는 생각만 하고, 시어머니께서 설거지 하시는 거 보며 '설거지 하시네.'라는 생각만 했다면 미운털이 박힐 수 있다. 가만히 앉아서 구경만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시아버지와의 대화에서도 분명 문제가 있었던 것 같은데, Y양이 적어주질 않아 알 수가 없다. Y양이 시누이와 전화로 대판 싸웠던 것으로 추측해 보면, Y양이 말한 시아버지와의 '대화'라는 게 실제로는 '토론'이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서구화가 충분히 진행된 우리 세대에서는 제임스(28세, 어학원강사)가 헉슬리(72세, 무직)씨의 어깨를 두드리고 친구처럼 구는 게 이상해보이지 않지만, 유교적 전통에 젖어 계신 어르신들께는 그게 버릇없는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Y양이 시아버지의 말을 끊거나, 자기주장을 통보하듯 말했다면 그 행동이 시아버지의 탐탁찮은 표정을 불러 올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Y양이 시댁을 악당의 소굴로 설정한 채 너무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모습만 보인 것은 아닌가 싶다. 그 부분을 합리화하기 위해 "제가 낯도 많이 가리고, 여우처럼 어른들께 애교를 부리는 타입도 아니라서…."라고 말하지만, 당시에 미소만 좀 지었더라도 상황은 훨씬 나아졌으리라 생각한다.
Y양의 사연만 놓고 보면 시누이가 이상한 게 맞다. 전화해서 숫자욕, 동물욕을 늘어놓고 주말에 부재중 전화 50통을 남겨둔 것을 보면 정상적인 사람은 아니다.
이에 대해 Y양은 사연에 아무런 전후사정을 적어두지 않았기에 역시 할 말이 없다.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말의 전부다.(아래에서 자세히 말하겠지만, Y양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짓을 한 시누이의 행동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고 있기에, Y양의 친구나 부모님 모두 결혼을 결사반대했다.)
딱 두 곳, Y양이 시누이를 대하는 태도가 드러나는 부분이 있다.
사과를 할 일이 있었다는 것에 대한 증거다. 죄송하다고 말할 일이나 조심하겠다고 했어야 하는 일을 Y양이 분명 벌인 것인데, 그에 대해 Y양은 사연에 아무 얘기도 적어두지 않았다. 오직 시누이와 전화로 싸우다 시누이가 욕을 했다는 것을 길게 늘어놓았을 뿐이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Y양도 자신이 작은 실수를 했다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두고 시누이가 전화를 하니 부끄러우면서도 억울한 마음이 들었을 것이고, 결국 '얜 뭔데 전화해서 나한테 지적질이야?'라는 생각에 시치미를 떼며 대항한 것이다. 시누이는 시누이대로 그 태도에 기가 막혀 숫자욕과 동물욕을 꺼낸 것이고 말이다. 그걸 들은 Y양은
라며 일을 벌이게 된다.
Y양은 저 말을 듣고 나서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사건의 내막을 전혀 모르던 남자친구는 사과부터 하며 Y양을 붙잡았고, 집에 돌아가 부모님께도 알렸다. 시아버지와 시어머니께서는 차례로 미안하다며 사과전화를 하셨다. 시누이에게도 전화가 왔지만 Y양은 시누이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시누이는 부재중 50통의 전화를 남겼다. 이쯤에서 Y양이 내게 사연을 보냈으면 아마 난 "에이, 다 사람이지 괴물 아니에요."라며 얼른 봉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것 같다.
하지만 Y양은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이 일을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Y양의 친구들이 말했다.
Y양의 부모님은 이렇게 반응하셨다.
불려온 남자친구는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Y양의 부모님께서는
라고 말씀하셨다. 난 사실 저 '누나 문제 해결'이 뭘 어떻게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남자친구의 누나가 Y양에게 사과를 하도록 하라는 얘길까? 아니면 남자친구보고 누나를 해치워 버리라는 얘길까?(응?)더 이해가 가지 않는 건 Y양의 태도다. Y양은 남자친구에게
라며 며칠에 한 번씩 남자친구에게 상황을 물었다. 앞서의 일은 누나가 오해한 거고, Y양의 진심은 그게 아니라는 걸 남자친구 보고 전해달라는 걸까?
솔직히 말하면, 난 이 갈등이 시누이와 Y양의 쌍방과실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시누이가 선을 넘어버린 까닭에 잘못이 더 클 뿐이다. 시누이는 시누이대로 시치미 떼며 약 올린 Y양에게 화가 나 있을 텐데, 일방적으로 사과를 요구하는 건 좀 맞지 않는 것 같다. 이럴 경우 당사자끼리 만나 끝장토론을 하든,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알 수 있을 때까지 대화를 나누든 하는 게 제일 좋은데, Y양은 남자친구를 앞세워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집에선 누나에게 치이고, 밖에선 여자친구에게 들볶이고, 자연히 사람이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당사자들끼리 다른 마음을 먹고 있는데, 가운데 한 사람이 나서서 그 둘의 마음 모두를 돌리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중간에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교통정리는 둘의 감정을 어느 정도 가라앉힌 뒤 만나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Y양은 그 이후에도 한 번 더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현재 서로 '생각할 시간'을 갖고 있는 중이다.(Y양이 헤어지자고 했지만, 남자친구는 결혼만 취소했을 뿐 인연을 계속 붙잡고 있다.) Y양은 말한다.
틀린 말이다. 못을 제공한 건 시누이가 맞지만, 그걸 날카롭게 갈아 부모님 가슴에 박은 것은 Y양이다. Y양도 중간자의 입장에서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이쪽에도 진행신호, 저쪽에도 진행신호를 내린 것은 Y양 아닌가. 그 때문에 정면충돌이 일어났는데, 그 중 크게 다친 쪽은 피해자, 적게 다친 쪽은 가해자라고 할 순 없는 거다. 시누이에게 욕을 먹은 게 분해 여기저기 다 재판을 요구한 건 Y양이다. 시부모님들이 사과했고, 남자친구도 사과했지만 분이 풀리지 않아(Y양은 트라우마라 말한다) 계속 판을 엎는 건 Y양 아닌가.
시누이를 괴물로 설정해둔 채 마음속으로 욕과 저주를 퍼붓고, 주변 사람들에게 억울함을 널리 알리는 건 여린마음동호회원의 못된 특징 중 하나다. 정말로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어떻게든 당사자와 만나서 결판을 내야 하는 법인데, Y양은 시누이의 전화를 피하면서 주변 사람들만 들볶고 있다. 친구들에게 이 일을 알려 침을 뱉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세상에서 제일 억울한 일 당한 사람처럼 지금 그러고 있지 않은가.
Y양이 내게 보낸 사연도, 요약하면 "시누이를 욕해주세요."라고 할 수 있다. 마음 속에 걸리는 것이 없으면 이런 사연을 보낼 필요도 없이 당장 헤어졌겠지만, 솔직히 Y양도 사연에서 말하지 않은 '걸리는 부분'이 있지 않은가. 그건 꽁꽁 숨긴 채 억울하다는 얘기만 계속하면 다들 헤어지라는 얘기 말고는 할 게 없다.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얘기를 들으면 또 혼자 이별을 결심해 남자친구에게 통보를 하고 마는 Y양. 정말 사건을 수습할 의지가 있는 거라면, 물러서지 말고 직접 뛰어들어 문제를 해결하기 바란다.
물은 흘러가다 앞을 가로막는 것이 나오면 그 방향을 틀어 돌아가지 않는가. Y양에게 그런 융통성을 권해주고 싶다. 저게 없어지지 않을 때까진 이 자리에서 꿈쩍도 않겠다고 말하면, 방법이 없다. 그리고
라며 한 발 물러나서 넘길 수 있는 걸
라며 공격적으로 나갈 필요는 없다. 가르쳐 주는 것 없이 갈구기만 하는 성격파탄의 직장상사와 싸우는 것도 아닌데, 다짜고짜 송곳니부터 드러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저건 막 가자는 얘기다. 진흙탕 싸움 한 번 해 보자고 팔 걷고 덤빈 건데, 그래놓고 혼자만 피해자라고 할 순 없는 것 아닌가. 잘 생각해 보면 이쪽에서도 미안해 할 부분이 분명 있을 테니, 그걸 앞세워 시누이와 만나서 차분차분 얘기하길 권한다. 시누이가 손아랫사람도 아니고, 사과 한다고 돈 드는 것도 아닌데 떡 하나 더 주는 셈치고 말 한마디 못 하겠는가. 누가 이기나 보자고 치킨게임하며 남자친구 중간에 세워두지 말고, 빠른 시일 내에 시누이와 만나서 끝장을 보길 바란다. 좋은 방향으로!
이렇게 열심히 얘기해도 추천이나 광고 클릭 한번 안 하고, 화해한 후엔 자기들끼리만 소고기 사묵겠지. 나도 소고기 묵고싶다. 아 치맛살….
▲ 그나저나 남동생 여자친구에게 전화해 일기토 신청을 하는 시누이의 오지랖은 국보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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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을 보낸 Y양이 이미 상황을 너무 망쳐버린 후라, 뚜렷하게 도움이 되는 해결책은 찾기가 어려울 것 같다. 늘 얘기하지만 사연은 '첫 번째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보내주길 권한다. 통보할 것 다 통보하고, 결론지을 것 다 결론지은 후에는, 지혜로운 방법 같은 거 수소문해봐야 찾을 길이 없다.
오늘은 할 이야기가 많으니 서론은 각설하고 바로 출발해 보자.
1. 시댁에서의 태도에 대하여
낯은 나도 임진강 남쪽에서 남부럽지 않게 가리며 자라왔다. 낯가리기 시험이 있다면 아마 난 낯가림 기능장에 해당할 것이다. 그런데 Y양의 낯가림이 핑계가 될 순 없다. 회사 면접이 있다고 해보자. 한 번 들어가면 노후까지 보장되는 철밥통 회사다. 아무리 낯을 가린다 하더라도 그 면접에서 면접관들 소 닭 보듯 하다 돌아오겠는가? 의식적으로 연기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면접관의 눈에 들려 노력할 것 아닌가.
Y양은 이 부분을
"시아버지께서 물으시는 부분에 대해선 충실히 대답했습니다."
정도로만 설명하고 있기에,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시아버지가 섭섭한 표정을 지으시고 시누이가 전화를 걸 정도라면 분명 여기에 뭔가가 있는 거다. 시댁에 간 누군가가
"전 내오는 음식 가리지 않고 잘 먹었는데요?"
라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얘기해도, 상 나오는 거 보면서 '무슨 음식을 준비하신 거지? 갈비찜이네. 맛있겠다.'라는 생각만 하고, 시어머니께서 설거지 하시는 거 보며 '설거지 하시네.'라는 생각만 했다면 미운털이 박힐 수 있다. 가만히 앉아서 구경만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시아버지와의 대화에서도 분명 문제가 있었던 것 같은데, Y양이 적어주질 않아 알 수가 없다. Y양이 시누이와 전화로 대판 싸웠던 것으로 추측해 보면, Y양이 말한 시아버지와의 '대화'라는 게 실제로는 '토론'이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서구화가 충분히 진행된 우리 세대에서는 제임스(28세, 어학원강사)가 헉슬리(72세, 무직)씨의 어깨를 두드리고 친구처럼 구는 게 이상해보이지 않지만, 유교적 전통에 젖어 계신 어르신들께는 그게 버릇없는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Y양이 시아버지의 말을 끊거나, 자기주장을 통보하듯 말했다면 그 행동이 시아버지의 탐탁찮은 표정을 불러 올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Y양이 시댁을 악당의 소굴로 설정한 채 너무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모습만 보인 것은 아닌가 싶다. 그 부분을 합리화하기 위해 "제가 낯도 많이 가리고, 여우처럼 어른들께 애교를 부리는 타입도 아니라서…."라고 말하지만, 당시에 미소만 좀 지었더라도 상황은 훨씬 나아졌으리라 생각한다.
2. 열혈 시누이
Y양의 사연만 놓고 보면 시누이가 이상한 게 맞다. 전화해서 숫자욕, 동물욕을 늘어놓고 주말에 부재중 전화 50통을 남겨둔 것을 보면 정상적인 사람은 아니다.
이에 대해 Y양은 사연에 아무런 전후사정을 적어두지 않았기에 역시 할 말이 없다.
"네, 그 시누이가 사이코 인 것 같네요. 그런 시누이 두고 어떻게 사나요.
파혼 잘 하셨어요. 또 전화 오면 앞으로 볼 일 없는 사이니 같이 실컷 욕해주세요."
파혼 잘 하셨어요. 또 전화 오면 앞으로 볼 일 없는 사이니 같이 실컷 욕해주세요."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말의 전부다.(아래에서 자세히 말하겠지만, Y양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짓을 한 시누이의 행동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고 있기에, Y양의 친구나 부모님 모두 결혼을 결사반대했다.)
딱 두 곳, Y양이 시누이를 대하는 태도가 드러나는 부분이 있다.
[시누이와 통화 중]
"언니가 말씀하시고자 하는 게 뭐죠? 제 어떤 부분이 불만이신가요?"
[사연에서]
"제가 그럼 그냥 고분고분하게 죄송하다고,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했어야 하나요?"
"언니가 말씀하시고자 하는 게 뭐죠? 제 어떤 부분이 불만이신가요?"
[사연에서]
"제가 그럼 그냥 고분고분하게 죄송하다고,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했어야 하나요?"
사과를 할 일이 있었다는 것에 대한 증거다. 죄송하다고 말할 일이나 조심하겠다고 했어야 하는 일을 Y양이 분명 벌인 것인데, 그에 대해 Y양은 사연에 아무 얘기도 적어두지 않았다. 오직 시누이와 전화로 싸우다 시누이가 욕을 했다는 것을 길게 늘어놓았을 뿐이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Y양도 자신이 작은 실수를 했다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두고 시누이가 전화를 하니 부끄러우면서도 억울한 마음이 들었을 것이고, 결국 '얜 뭔데 전화해서 나한테 지적질이야?'라는 생각에 시치미를 떼며 대항한 것이다. 시누이는 시누이대로 그 태도에 기가 막혀 숫자욕과 동물욕을 꺼낸 것이고 말이다. 그걸 들은 Y양은
'방금 욕 했어. 나한테 욕 한 거야. 나 이거 그냥 안 넘어가.'
라며 일을 벌이게 된다.
3. 우리 편 소집과 남자친구 궁지로 몰기
Y양은 저 말을 듣고 나서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사건의 내막을 전혀 모르던 남자친구는 사과부터 하며 Y양을 붙잡았고, 집에 돌아가 부모님께도 알렸다. 시아버지와 시어머니께서는 차례로 미안하다며 사과전화를 하셨다. 시누이에게도 전화가 왔지만 Y양은 시누이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시누이는 부재중 50통의 전화를 남겼다. 이쯤에서 Y양이 내게 사연을 보냈으면 아마 난 "에이, 다 사람이지 괴물 아니에요."라며 얼른 봉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것 같다.
하지만 Y양은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이 일을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Y양의 친구들이 말했다.
"당장 헤어져. 네가 뭐가 아까워서 그런 욕 들으면서 사귀어야해?
아직 결혼식 전인데도 그러면, 그 다음은 뻔해. 당장 끝내."
아직 결혼식 전인데도 그러면, 그 다음은 뻔해. 당장 끝내."
Y양의 부모님은 이렇게 반응하셨다.
"(앞 내용 생략)… 그 결혼 꼭 해야겠어?
일단 최서방 좀 지금 여기로 오라고 해."
일단 최서방 좀 지금 여기로 오라고 해."
불려온 남자친구는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Y양의 부모님께서는
"자네 누나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결혼을 미룰 거고,
해결되지 않으면 결혼은 없던 일로…."
해결되지 않으면 결혼은 없던 일로…."
라고 말씀하셨다. 난 사실 저 '누나 문제 해결'이 뭘 어떻게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남자친구의 누나가 Y양에게 사과를 하도록 하라는 얘길까? 아니면 남자친구보고 누나를 해치워 버리라는 얘길까?(응?)더 이해가 가지 않는 건 Y양의 태도다. Y양은 남자친구에게
"누나 일 어떻게 됐어?"
라며 며칠에 한 번씩 남자친구에게 상황을 물었다. 앞서의 일은 누나가 오해한 거고, Y양의 진심은 그게 아니라는 걸 남자친구 보고 전해달라는 걸까?
솔직히 말하면, 난 이 갈등이 시누이와 Y양의 쌍방과실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시누이가 선을 넘어버린 까닭에 잘못이 더 클 뿐이다. 시누이는 시누이대로 시치미 떼며 약 올린 Y양에게 화가 나 있을 텐데, 일방적으로 사과를 요구하는 건 좀 맞지 않는 것 같다. 이럴 경우 당사자끼리 만나 끝장토론을 하든,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알 수 있을 때까지 대화를 나누든 하는 게 제일 좋은데, Y양은 남자친구를 앞세워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집에선 누나에게 치이고, 밖에선 여자친구에게 들볶이고, 자연히 사람이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4. 해결책은?
당사자들끼리 다른 마음을 먹고 있는데, 가운데 한 사람이 나서서 그 둘의 마음 모두를 돌리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중간에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교통정리는 둘의 감정을 어느 정도 가라앉힌 뒤 만나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Y양은 그 이후에도 한 번 더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현재 서로 '생각할 시간'을 갖고 있는 중이다.(Y양이 헤어지자고 했지만, 남자친구는 결혼만 취소했을 뿐 인연을 계속 붙잡고 있다.) Y양은 말한다.
"시누이가 저희 부모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고 생각하면…."
틀린 말이다. 못을 제공한 건 시누이가 맞지만, 그걸 날카롭게 갈아 부모님 가슴에 박은 것은 Y양이다. Y양도 중간자의 입장에서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이쪽에도 진행신호, 저쪽에도 진행신호를 내린 것은 Y양 아닌가. 그 때문에 정면충돌이 일어났는데, 그 중 크게 다친 쪽은 피해자, 적게 다친 쪽은 가해자라고 할 순 없는 거다. 시누이에게 욕을 먹은 게 분해 여기저기 다 재판을 요구한 건 Y양이다. 시부모님들이 사과했고, 남자친구도 사과했지만 분이 풀리지 않아(Y양은 트라우마라 말한다) 계속 판을 엎는 건 Y양 아닌가.
시누이를 괴물로 설정해둔 채 마음속으로 욕과 저주를 퍼붓고, 주변 사람들에게 억울함을 널리 알리는 건 여린마음동호회원의 못된 특징 중 하나다. 정말로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어떻게든 당사자와 만나서 결판을 내야 하는 법인데, Y양은 시누이의 전화를 피하면서 주변 사람들만 들볶고 있다. 친구들에게 이 일을 알려 침을 뱉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세상에서 제일 억울한 일 당한 사람처럼 지금 그러고 있지 않은가.
Y양이 내게 보낸 사연도, 요약하면 "시누이를 욕해주세요."라고 할 수 있다. 마음 속에 걸리는 것이 없으면 이런 사연을 보낼 필요도 없이 당장 헤어졌겠지만, 솔직히 Y양도 사연에서 말하지 않은 '걸리는 부분'이 있지 않은가. 그건 꽁꽁 숨긴 채 억울하다는 얘기만 계속하면 다들 헤어지라는 얘기 말고는 할 게 없다.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얘기를 들으면 또 혼자 이별을 결심해 남자친구에게 통보를 하고 마는 Y양. 정말 사건을 수습할 의지가 있는 거라면, 물러서지 말고 직접 뛰어들어 문제를 해결하기 바란다.
물은 흘러가다 앞을 가로막는 것이 나오면 그 방향을 틀어 돌아가지 않는가. Y양에게 그런 융통성을 권해주고 싶다. 저게 없어지지 않을 때까진 이 자리에서 꿈쩍도 않겠다고 말하면, 방법이 없다. 그리고
"언니, 제가 낯을 많이 가려서요. 너무 긴장해서 그랬나 봐요."
라며 한 발 물러나서 넘길 수 있는 걸
"저한테 무슨 얘기가 하고 싶으시죠? 뭐가 불만이시죠?"
라며 공격적으로 나갈 필요는 없다. 가르쳐 주는 것 없이 갈구기만 하는 성격파탄의 직장상사와 싸우는 것도 아닌데, 다짜고짜 송곳니부터 드러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저도 기분이 나빠서 그만…."
저건 막 가자는 얘기다. 진흙탕 싸움 한 번 해 보자고 팔 걷고 덤빈 건데, 그래놓고 혼자만 피해자라고 할 순 없는 것 아닌가. 잘 생각해 보면 이쪽에서도 미안해 할 부분이 분명 있을 테니, 그걸 앞세워 시누이와 만나서 차분차분 얘기하길 권한다. 시누이가 손아랫사람도 아니고, 사과 한다고 돈 드는 것도 아닌데 떡 하나 더 주는 셈치고 말 한마디 못 하겠는가. 누가 이기나 보자고 치킨게임하며 남자친구 중간에 세워두지 말고, 빠른 시일 내에 시누이와 만나서 끝장을 보길 바란다. 좋은 방향으로!
이렇게 열심히 얘기해도 추천이나 광고 클릭 한번 안 하고, 화해한 후엔 자기들끼리만 소고기 사묵겠지. 나도 소고기 묵고싶다. 아 치맛살….
▲ 그나저나 남동생 여자친구에게 전화해 일기토 신청을 하는 시누이의 오지랖은 국보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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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남자와 연애하면 경험하게 되는 끔찍한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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