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의 연애코칭으로 연애를 망친 여자 외 4편
사연이 너무 많이 밀린 까닭에, 오늘은 짧고 임팩트 있는 매뉴얼로 최대한 많은 사연들을 다뤄볼까 한다. 갈 길이 머니 바로 시작해 보자.
1. 친구들의 연애코칭으로 연애를 망친 여자.
이 사연을 보낸 S양은 자신의 외모에 대한 이야기로 신청서의 8할을 채웠는데, 사연을 보낼 때 '답정너'의 이야기는 하지 말길 부탁하고 싶다. 외모가 콤플렉스라면서 헌팅을 10번 이상 받아 봤다는 이야기를 하는 건 누가 봐도 '답정너'다. '랍스타를 먹었는데 그 이후로 다른 게 맛이 없게 느껴져서 고민'류의 이야기는 혼자만 간직하길 권한다.
내가 생각하는 S양의 문제는, 외모와는 전혀 관련 없다. 문제가 발생하는 건 친구들의 이야기에 S양이 휘둘리기 때문이다.
"좋았으면 만자고 했겠지 뭐 구구절절 말이 많겠어. 야 생각도 하지 마."
라는 단순한 사고밖에 할 줄 모르는 친구들에겐 더 이상 연애코칭을 받지 말길 바란다. 그렇게 내 친구 나랑 친하다고 상대에서만 문제를 찾으면 세상 모든 남자들이 '이상한 놈'이 되고 만다. 내가 보기에 그가 S양에게서 마음을 접은 건 '이해심 없는 모습' 때문인데, 그 실망 때문에 S양에게 연락을 안 하게 된 걸 '마음이 없어서 그렇다'고 무조건 상대 탓으로 돌려 버리면, S양은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계속 나이만 먹을 수 있다.
친구가 갑자기 응급실에 입원하게 되어서 약속을 미뤄야 할 것 같다며 사과하는 남자에게
"사고가 났는데 어쩔 수 없죠. 친구 잘 봐주세요."
라는 대답만 달랑 하는 여자. 그녀에게 남자는 실망을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S양은 남자가 한 저 이야기를 '핑계'로만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난 제발 상대가 한 말을 거짓말이나 마음에도 없는 말이라고 단정 짓지 말길 S양에게 부탁하고 싶다. S양은 남자가 다음 주 중에 술 한 잔 하자며 날 잡으라고 하면, 그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그냥 한 것일 거라 생각하며 가만히 있는다. 그러면서 다음 주까지 기다려서 상대에게 연락이 없으면, 친구들과 모여 역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한 것이 분명하다고 판결을 내린다.
친구들의 연애코칭에 매달리다 보면, 결국 S양에게 열정적으로 들이대는 남자만 '예선 합격'의 판정을 받을 것이고, 그런 남자들 중에서도 S양의 태도에 실망을 해서 떠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마음이 딱 그 정도였던 남자'라는 판정을 받을 것이다. 그러니 오늘부터는 친구들의 말 보다는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리고 친구들의 생각보다는 S양 자신의 생각대로 상대를 만나보자.
난 두 사람에게 초록색 불이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남자가 먼저 데이트 신청도 했고, 그 후 S양이 쏜다는 말에 상대가 날짜 잡으라고도 하지 않았는가. 그럼 그렇게 약속 잡으면 된다. 그러지 않고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는 "그 이후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은 건 쉬운 여자로 보이지 않으려고 그런 건데, 내가 연락을 안 했다고 해서 이 사람도 연락을 안 했으니 이건 내게 마음이 없는 거야."라며 판결문 읽고 있으면, S양의 연애는 늘 그 자리에만 머물러 있을 것임을 잊지 말자.
2. 헤어지고도 바라는 여자.
A양에겐, A양이 바라기만 하다가 헤어졌는데 헤어지고 나서까지 바라고 있진 말자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제가 매달려 재회를 하는 것보다는,
오빠가 저의 빈자리를 조금 느낀 상태에서 재회를 하고 싶어요."
일이 그렇게만 된다면 A양에겐 최상의 시나리오겠지만, 안타깝게도 상대가 A양의 '빈자리'를 느낄 만큼 연애 중 A양이 상대에게 채워준 것이 없다. A양은 받는 입장이었으니 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겠지만, 상대는 계속 주는 입장이었으니 오히려 편안한 자유로움까지를 느낄 가능성이 높다.
A양이 상대를 다시 붙잡는 과정에서 했다는
"오빠가 결정해줘야, 내가 어떻게 할지를 결정할 수 있다."
라는 말 역시, 결국은 A양이 능동적으로 뭔가를 하는 부분 없이 오로지 상대에게 미루고 상대에게만 책임을 물으려 한 것이다. A양은 헤어진 지금도
"오빠가 다 착하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전 생각하는데,
이기적이게도 제가 가장 힘든 시기에 절 놓아버린 거….
그것 때문에 전 정말 상처도 많이 받았고,
과연 이 사람과 사귄 나는 뭔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여기서 보기엔 지금 A양이 상대를 이기적이라고 말하는 건, 친구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가용으로 데려다 줬는데 현관문 앞까지 안 데려다 주고 단지 입구까지만 데려다 줬다고 불평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다.
빈자리를 느껴 돌아오게 만드느냐 마느냐를 고민하다가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일이 벌어질 수 있으니, A양 말대로 그에게 바라기만 했던 게 진심으로 후회되고 미안하다면 지금이라도 사과하길 권한다. 다시 잘 하겠다거나, 기회를 달라거나 하는 얘기는 안 해도 좋다. 그의 노력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그리고 불평과 불만만 이야기 했던 것, 더 잘 하라고 윽박만 질러댔던 것에 대해 사과하자. 그래야 그도 A양이 현재 그가 생각하는 것만큼 형편없거나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에게 아무 것도 요구하지 말고 순수한 사과만 해보길 권한다.
3. 엄마 같은 J양.
사랑 받고자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있는 다른 대원들의 사연을 보다가 J양의 사연을 보니, J양은 "사랑? 내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나? 그냥 대충 필 통하면 마음과 몸으로 하는 게 연애 아니었어?"라고 말하는 사람을 보는 느낌이 듭니다. 주식을 하는 분들이
"하…, 요즘 한강 물 차냐?"
라고 묻는 느낌이랄까요. J양의 연애에 배팅의 과감함은 있는데, 뭔가 차곡차곡 쌓여가는 적금의 분위기는 없습니다. 배팅해서 따고 나면 점점 소비하느라 다시 가벼워지는 지갑처럼, J양의 연애는 시작하고 나면 갈등과 의심과 말도 안 되는 일들로 인해 풍화작용을 겪는 것 같습니다.
대충 시작한 후에 중간부터 잘 해보려 하니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J양은 처음에 그냥 즐기기만 할 생각으로 상대와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러다 보니 필연적으로 '쉬운 여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냥 우리 집에 와서 살아."라고 말하기까지 했으니 말입니다. 여하튼 그렇게 남친은 J양의 자취방에 들어와 살게 되었고, 그 이후 J양은 하숙집 아주머니가 하숙생 챙기듯 그를 챙기며 지내게 됩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해도 되겠습니까? 전 사연을 보며 그가 J양을
'서울생활 도와주는 아는 누나'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마운 누나긴 합니다. 그런데 사랑스런 여친은 아닙니다. 이게 가장 큰 문제이자 결정적인 문제입니다. 상대는 J양에게 꽃 한 송이조차 줄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J양이 연애로 이끌어 갔고, 서울로 데려와 먹이고 입히는 생활까지 했으니 그는 그냥 '이런 연애도 있는가 보다'하며 J양이 하라는 대로 한 것 같습니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가 취직한 곳에서 직장동료와 썸을 타도 지금 뭐라고 하는 게 좀 어색하지 않습니까? 일반적인 연애였다면 지금 이건 엄청난 사건으로 여겨질 일인데, J양의 연애에선 상대도 별로 죄책감을 못 느끼고, J양 역시 "그러지 말아라."라며 회유하는 느낌이 강합니다. J양 본인도 그가 무서워하는 건 J양과 헤어지는 게 아니라 J양의 집에서 쫓겨나는 거라는 걸 알 거라 생각합니다.
"만약 화해하고 나면,
그와 평범하게 일상을 나누며 같이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까요?"
'화해'라는 표현이 제가 보기엔 아무래도 이상한 겁니다. 그의 말도 안 되는 표현들, 예컨대 '누나가 내 얘기를 안 들어줘서 그 애랑….' 따위의 이야기는 듣고 있을 필요가 없는 겁니다. 그가 J양의 아들이 아니라 남자친구이지 않습니까? 말도 안 되는 그의 변명에 휘둘리며 "그래, 그 부분은 생각해 보니 내가 원인제공을 한 것 같다."라는 뉘앙스의 대답을 하지 마시고, 오늘 부로 헤어지시길 권합니다. 시작은 그저 즐기려다보니 어쩔 수없이 쉬운 여자가 되었다 쳐도, 마지막까지 바람 피워도 용서하고 앞으로 집에만 잘 들어와 달라고 말하는 쉬운 여자가 되진 마시길 권합니다. 이것까지 J양이 이해한다면, 앞으로 피눈물 흘릴 일이 이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니 말입니다.
4. "남친이 제가 가족처럼 편하대요."
남친이 S양에게 죽으라고 하면 S양이 죽는 시늉까지 하는 까닭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 둘의 카톡대화에서 남친이 S양에게 한 말은 여자로서의 자존심을 뭉개고, 목에 힘 준 채 이래라 저래라 해서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는 말인데, S양이 이걸 다 듣고도 계속 남친과 사귀는 게 난 좀 놀랍다.
남친이 S양의 첫사랑이자 짝사랑 상대고, S양은 현재 남친이 헤어지자고 하면 그저 울다가 다시 만나자고 하면 바로 달려 나가는 상태다. 그러다 보니 남친은 이 관계에 1g의 긴장감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S양에게 이래라 저래라 말을 해도 S양이 "응, 알았어."라는 맹목적인 순종의 대답만 하니 그것에도 질려 있다.
"전 아직도 남친이 좋으니까 뭘 하든 그가 잘생겨 보이고,
또 남친 만날 때 항상 신경 써서 전날 뭐 입을까 고민하고,
화장 고민하고, 어떻게든 예뻐 보이려고 하는데, 남친은…."
S양의 저 말에 가슴이 아프다. 남친에게 기프티콘 선물을 보내도 그가
"여기 엔젤리너스 없어."
라는 대답만 한다는 S양의 연애가 참 슬프다. 이건 남친이 S양을 놓치고 나면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긴 한데, 그게 정말 땅을 치게 되기 전까지는 언제든 헤어졌다가 아쉬우면 다시 불러내서 사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난 더 슬프다.
"저에겐 첫 연애고, 정말 잘 지내고 싶어요."
S양은 카톡대화마다 주석을 달았던데, 그 주석에 달린 속마음을 바로 얘기하면 이 '무릎 꿇고 엎드려 하는 연애'를 좀 바꿔볼 수 있을 것 같다. 예컨대
남친 - 그래. 자라.
S양 - 알겠어. 잘 자.(너라면 지금 잠이 오겠냐? 말투도 꼭 명령조로….)
라는 부분에서, 괄호 안에 있는 말 중 절반 정도를 괄호 밖으로 꺼내길 권한다.
남친 - 그래. 자라.
S양 - 오빠, 오빠한테 그런 얘기 듣고 내가 지금 잠이 오겠어?
정도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맹목적으로 순종하거나 무조건적인 긍정의 태도를 보이지 말고, 하고 싶은 얘기를 하자. 좀 저렴한 비유지만 '아끼다 똥 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거 그저 헤어지자는 말만 피하려고 속마음 숨긴 채 "네, 네." 하고 있다가 홧병만 생길 수 있다. 시키는 대로 다 하다가 결국 장난감 취급 받아 버려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의견 대립해서 갈등을 겪다가 헤어지는 편이 나으니, 헤어지는 것에 대한 걱정은 좀 접고 과감하게 속마음을 드러내 보이자. S양을 존중하지 않는 남자는, 그가 S양의 첫사랑이든 짝사랑이든 헤어지는 게 맞는 일이니 말이다.
사연을 하나 더 다루려고 했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 나갔다 와야 할 것 같다. 오늘 못 쓴 사연과 배웅글은 내일 <금요사연모음>에 이어서 쓰는 걸로…!
▼ 오늘만 잘 보내고 나면 불금이 찾아옵니다. 다들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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