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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이별 후 남은 건 빚과 파탄난 인간관계 뿐.

by 무한 2015. 2. 6.

그래서 N양은 앞으로 연애나 결혼을 하시겠다는 걸까요, 안 하시겠다는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확실히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저도 사랑 받으며 그렇게 사귀고 싶지만,

제가 봐도 저는 그렇게 하기 힘들 것 같기도 하고…."

 

하는 미지근한 태도만을 취하실 게 아니라 말입니다.

 

아, 그리고 N양은 남친과 헤어지며 어차피 헤어지는 마당이니 그가 낸 대부분의 빚을 '없던 일'로 하며 안 받겠다 하셨는데, N양이 안 받으실 거면 거기 제가 대신 줄 서도 되겠습니까? 자존심 싸움 하느라 헤어지고 커플통장에 있는 돈 안 찾아가고 있는 커플, 그리고 커플링 서로 택배로 보내며 서로 네가 가져라하며 싸우는 커플들이 있는데, 그런 어려운 일,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국민은행 9990312….

 

농담은 이쯤하고, 매뉴얼 바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금요일이라 사연모음 발행해야 하는 날인데, N양의 사연을 한 꼭지로 다룰 수 없어 통째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1. '자발적 솔로'생활의 문제.

 

저는 영타(영어 타자)속도가 느립니다. 특별히 영타를 칠 일 없이 살다보니, 자판의 O와 P자리가 헷갈리기도 하고 마음만 앞서 normalog를 normlaog로 치기도 합니다. 그래도 한글로 글을 쓰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으니 '그러려니' 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 중학생인 조카가 영타를 치는 걸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제가 한타를 치는 속도만큼이나 빨리, 조카가 영타를 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타를 어떻게 그리 빨리 치게 되었냐고 물었더니, 조카는 요즘 학교 영어숙제를 워드로 쳐서 가야 할 때가 있고, 또 학원에서 준 프로그램 역시 영타로 문장을 입력해 제출해야 끝나는 까닭에 하다 보니 빨라졌다고 합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에는 전부 노트에 손으로 꾹꾹 눌러 썼었는데 말입니다.

 

이거 갑자기 자신이 없어지는 부분이긴 한데, 그래도 아마 제가 중학생인 조카보다는 영어를 잘 할 것입니다. 전 '관사' 때문에 영어를 접기는 했지만(응?), 조카가 시험을 보고 오면 틀린 문제를 설명해 줄 정도는 되니 말입니다. 하지만 외국인과 대화나 채팅을 한다고 하면, 아무래도 수영장에서 놀다 온 이야기를 원어민 강사와 웃으며 나눌 수 있는 조카가 더 유리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과묵하기도 하고, 또 외국인을 만나면 눈동자 색깔이 다른 것에 꽂혀 그것만 신기하게 바라보는 타입이라….

 

N양이 '자발적 솔로'의 길을 걸어오시는 동안, N양의 '이성을 대하는 기술'은 제 영타실력과 비슷해졌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분명 알긴 아는데, 안 해봤기에 잘 못하게 되었다는 얘깁니다.

 

"사귀기로 한 이후 제가 많이 어색해하는 성격이라 데면데면 하였고…."

 

제가 매뉴얼을 통해 해드릴 수 없는 가장 취약한 부분이 바로 그 지점입니다. 영어공부로 따지면 매뉴얼은 문법과 패턴에 대한 설명, 그리고 틀리기 쉬운 부분에 대한 이야기들입니다. 그걸 체득해 자연스레 활용하거나, 여러 상황에서의 용례(Usage)를 익히는 것은 개인의 몫이고 말입니다. 머리론 잘 알아도 실제로 해보지 않으면, 결국 못 하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관계대명사에 대해 열 몇 살 때부터 귀에 못 박히도록 들어 잘 알고 있지만, 사용해 보지 않으면 실제로 말하거나 글을 쓸 때 관계대명사를 못 쓰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이걸 그냥 '나중에 뭐 어떻게 잘 되겠지'하며 접어두고 살아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문제가 생기진 않습니다. 연애나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아닐 경우 어디서 문제가 되냐면, 정말 당장 필요할 때에도 못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됩니다. 제가 구입한 물건에 대한 항의를 하려고 이베이 판매자에게 메일을 보낼 때, 식은땀을 흘리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전 N양이 이번 이별에 낙담한 나머지 다시 '자발적 솔로'의 생활로 돌아가진 않았으면 합니다. 서두에서 제가 "그래서 앞으로 연애나 결혼을 하시겠다는 걸까요, 안 하시겠다는 걸까요?"라고 묻지 않았습니까? 그건 N양이 안 해봤기에 못 하는 게 당연한 거고, 또 못 한데다가 상황까지 좋질 않아 이별하게 된 건데, 이것에 절망하며 다시 이성에 대해 벽을 쌓던 예전으로 돌아가려 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Think의 과거형을 Thinked로 써서 틀린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입니다. N양의 타고난 언어능력의 한계가 아니라, Thought라고 써야 한다는 걸 배워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써 본 일은 없기에 틀린 것일 뿐입니다.

 

N양이 '자발적 솔로'로 살아왔다는 것은 자랑할 일이 아니며, 더불어 N양이 한 헛발질에 대한 변명이 될 수도 없습니다. 그렇게 고해성사하듯 털어 놓으며 자신에 대한 연민을 느끼고 있으면 덜 속상할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다음번에 Thought라고 제대로 쓰는 거지, <나는 왜 Thinked라고 썼는가 : 부제 - 그럴 수밖에 없었던 한 여자의 눈물 겨운 이야기>라는 책을 내는 게 아니잖습니까? N양은 현재

 

"첫 사람에게 마음열기까지 3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는데,

다음 사람을 만나기까지 또다시 30년이 걸리는 건 아닌지…."

 

하며 땅을 파 들어가려 하시는데, 과거형 한 번 잘못 써서 틀렸다고 영어에서 손을 놓는 사람 없듯이, N양도 일단 좀 스스로를 추스르며 '청승'의 벙커에서 나오시길 권합니다.

 

 

2. 돈 많아 보이는 사람이 돈을 빌리는 게, 더 무섭습니다.

 

일 년에 한 서너 편정도 이런 사연이 오는 것 같습니다. 정말 남친이 비빌 곳이 없어 여자친구에게 비비며 기생하는 사연 말고, 최소한 남친이 '은수저' 이상이거나 전문직이라 남들이 부러워하는 연봉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빌리는 사연 말입니다.

 

일단 오가는 돈의 단위부터가 다릅니다. 전자는 옷값이나 시계값, 좀 과한 경우 학비나 생활비 정도입니다만, 후자는 중, 대형차 가격이 왔다갔다 합니다. 그래서 전 대개 이런 사연이 올 경우 매뉴얼로 다루지 않고 법원이나 경찰서를 찾아가길 개인적으로 권해드리고 있습니다. 연애가 문제가 아니라 당장 삶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는 문제라, 뭐든 증거가 될 수 있는 걸 모아 법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해드립니다. 그렇게 말하면

 

"이런 상황에 저까지 그러면, 그 사람은 정말 너무 힘들 거예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도 있는데, 그 대원들에게 전

 

"지금 도둑놈 담 넘다가 다리 다칠 거 걱정하시는 겁니까?"

 

라는 질문을 드리고 있습니다. 그런 대원들은 돌려 막아 가며 감당 안 되는 금액을 빌려줄 정도로 세뇌가 된 상태라, 그들을 각성시키는 게 어렵긴 합니다. 이미 영혼가지 털린 상황에서 상대가

 

"너에게 그만큼의 빚을 지게 만들어 정말 난 네 얼굴을 볼 면목도 없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내가 딱 삼 천만 더 빌려달라고 말할 정도면,

정말 내가 얼마나 힘들길래 이러겠냐.

정말 이거 내 구여친에게 전화를 걸어 부탁하고 싶을 정도로 급한 일이다."

 

라는 이야기를 하면, 남의 영혼까지 털어 또 빌려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이렇게 밖에서 보면 전혀 이해가 안 가고 웃기기까지 한 상황 같지만, 저 상황에 빠지면 남의 영혼까지 털어 돈을 마련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수 있습니다. 상대의 아버지가 유명하신 분이고, 그가 살고 있는 집만 봐도 그간 빌려간 돈을 갚는 건 별 것 아닌 것처럼 생각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아니면 그의 연봉만 떠올려 봐도 당장 빌려간 돈을 갚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으니 빌려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거기다 '어려울 때 도와주는 게 진짜 도움'이라는 생각까지 곁들여 지면, 그가 돈 때문에 힘든 척만 해도

 

"돈 때문에 그래? 얼마 필요한 건데? 내가 마련해 볼게."

 

하며 자발적으로 돈을 건네기도 합니다. '우리 사이에 무슨 차용증을….' 하며 말입니다. 그러다가 상대가 배째라며 배만 들이댄 까닭에 인생 로그아웃 생각하셨던 분들이 두 분 있었습니다. 이걸 설명하면 좀 길어지는데, 혹 이런 상황에 처해있는 대원들이 있을 수 있으니 짧게 적어두겠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배째라'는, 적대심을 나타내며 하는 그런 '배째라'가 아닙니다. "나도 정말 네 돈 부터 해결해주고 싶어. 그런데 진짜 상황이 지금 어쩔 수 없는 거잖아. 나더러 죽어라죽어라 하는 것 같다. 일도 안 되는데 너도 지금 날 못 믿어서 이러고…. 정말 그냥 죽고 싶다."라며 나오는 '배째라'입니다. 그러면서 본인은 잘 먹고, 잘 입고, 좋은 차 굴리며 SNS에 좋아요 누르며 돌아다닙니다.

 

일부러 이쪽을 더 분노하게 만들어 빚을 어느 정도 감면받으려 하거나, 아예 폭발하게 만들어 그걸 빌미로 삼아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로지 감정에만 호소하는 것에 이쪽이 지쳐서 화를 좀 내면,

 

"그래. 너에게 난 그런 놈 밖에 안 되는 거였나 보네.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다 뭐였나 싶다.

이제 너랑은 연락할 일 없을 거다.

돈은 약속한 날짜에 어기지 않고 넣을 수 있도록 할 테니까,

더는 나에게 연락하는 일 없었으면 좋겠다."

 

라며 관계를 인질로 삼아 위협하는 경우도 있고(저렇게 해서 이쪽의 사과를 받아내고 상환 시기까지도 계속 연기합니다.), 아니면 화만 잔뜩 내며 "그게 나한테 할 소리냐? 짜증나니까 연락하지 마라."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언제 갚겠다 뭐 그런 얘기도 안 하고 그냥 다짜고짜 꼬투리를 잡아 화를 내곤 잠수 타는 겁니다.

 

전 법에 대해선 잘 모릅니다만, 위와 같은 상황에 놓여 있던 독자 분과 대화를 해보니 이게 또 형사로 못 걸고 민사로만 걸 수 있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32년간 모아 놓은 돈을 다 빌려주고 개인대출로 마이너스까지 찍은 상황에서 민사 걸고 뭐 하고 하면 세상 살기 싫어지는 법입니다. 앞서 말했든 상대가 말을 꺼낸 것도 아닌데 이쪽에서 먼저 분위기에 휘둘려 돈을 쓰라고 가져다 준 것도 애매해 질 수 있고 말입니다. 이별에 한 번 울고, 돈에 두 번 울고…, 지금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 가슴이 덜컹 하신 분이 있다면, 찬 물로 샤워 한 번 하시고 냉정하게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두 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이거 얘기가 너무 길어지고 있는데, 이왕 시작한 얘기니 끝을 맺겠습니다. 상대가 돈을 빌리려 할 땐 왜 빌리는 지를 매의 눈으로 살피시길 권합니다. 상대 집안이 잘 살지만 부모님이 상대의 돈을 묶어서 쪼들릴 경우, 부모님은 그의 경제개념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알고 일종의 처벌을 한 것일 수 있습니다. 남의 돈(부모님의 돈 포함) 무서운 줄 모르고 쓰는 것을 발견하시곤 돈 줄을 끊은 것일 수도 있고 말입니다. 그런 상대를 위해 내 적금을 깨는 것만큼 바보 같은 짓은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더불어 그가 부모님이나 친구, 또는 지인들에게 말도 못 꺼내면서 이쪽에게만 돈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되지도 않을 허무맹랑한 얘기를 해서 모두들 거절한 제안을, 이쪽이 그냥 '연인'이라는 것 하나 때문에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건 둘 모두를 파멸로 이끄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건 맹신이지 제대로 된 믿음이 아닙니다. 나아가 친구에게 급한 일이 생겨 돈이 필요 하다고 하는 것, 당장 막아야 하는 곳이 생겨 돈이 필요하다는 것 역시 당장의 다급함에만 휘둘려 은행을 찾진 마시길 권합니다. 진지하게 고민해 보시고, '나라면 같은 상황일 경우 남자친구에게 돈 얘기를 할 것인가?'라는 생각도 한 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그간 만났던 윗 상황의 독자 분들에게 저 질문을 했을 때, 모두들 "아니요. 안 그랬을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아, 상대의 소비습관도 꼭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경제적 독립'을 이야기하니 단순히 상대의 소득만 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상대가 월 800을 버는 사람이라고 해도 850을 써버리면 문제가 있는 겁니다. 소득이 많을수록 소비의 스케일이 커질 수 있고, 또 사고를 쳐도 크게 치거나 돈의 개념에 무감각 할 수 있으니 모쪼록 빛 좋은 외양만 보지 말고 그 안 까지 반드시 들여다보시길 권합니다.

 

 

3. N양이 만난 남자는 최악의 남자. 그런데 N양도 국가대표….

 

전에 제가 매뉴얼에서 한 번,

 

"그 남자에게서 들은 이야기들이,

그 남자의 입에서 나온 얘기란 걸 잊지 마세요."

 

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그건 모든 이야기에는 에누리가 붙기 때문입니다. 저도 매일 사연을 읽고 있지만, 독자 분들이 주관적으로 기록하는 '신청서'만 보면 그 말이 다 맞는 것 같고 분명 이건 상대가 다 잘못을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카톡대화'를 열어보면, 이게 정말 방금 전의 신청서를 쓴 분의 카톡대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어리둥절할 때가 많습니다. 이쪽에서 먼저 상대의 콧구멍 쑤신 걸 쏙 빼거나, 일부러 답장 늦게 하거나 안 한 얘기를 감추거나, 상대에게 입었다는 상처보다 더 큰 상처를 상대에게 준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N양은 남친에 대해

 

"그는 저를 사귀기 전의 여자친구들에게는 정말 헌신적으로 했던…."

 

이라고 하셨는데, 전 그건 뚜껑 열어서 확인해 봐야 알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N양과 사귈 때 했던 행동을 근거로 살펴보면, 그는 자신이 잘못을 하도 많이 하는 까닭에 매번 전전긍긍하며 상대의 기분을 맞춰주려 노력한 것일 수 있습니다. N양이 그에 대해 한 이야기들을 잠시 보겠습니다.

 

"저랑 만나기로 한 날, 그는 새벽 6시까지 술을 마시고 들어갔어요.

그래서 만나기로 했던 약속했던 건 엉망이 되었죠."

 

"그에겐 코드가 잘 맞는다는 동네 이성친구가 있었어요.

그는 그 이성친구와 새벽까지 술을 마신 적도 있어요."

 

"가끔 제가 어디를 가자고 하면 그는 무조건 오케이 하지만,

당일이 되면 그가 피곤해하거나 늦잠을 자 지켜진 적이 없죠."

 

"그는 저랑 2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2시가 다 되어서야 이제 일어났다고 전화를 하던 사람이었어요."

 

보통의 경우, 남자가 저런 만행을 저지르면 여자는 심각하게 이별을 고민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별을 통보하면 그는 다급해졌을 거고, 선물을 사서 주거나 이벤트를 해서라도 그녀의 마음을 돌리려 했을 겁니다. 새벽에 달려가 그녀의 집 앞에서 용서를 빌며 하염없이 기다렸을 수도 있고 말입니다. 그게 나중에 그의 입을 통해 지인들에게 전해질 때엔, 에누리가 잔뜩 붙어

 

"내가 그렇게까지 하며 걔랑 사귀었다. 걔네 집 앞에서 6시간도 기다려 봤다."

 

하는 이야기로 전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전부 아무 필터링 없이 N양이 받아들였던 것이 저는 좀 안타깝습니다. 또, 처음엔 어쩔 수 없이 그의 '말'에 속았더라도, 연애 중 그가 보이는 행동이 그의 말과 다름을 깨달았다면 어서 돌아 나왔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제가 N양의 사연을 읽으며 가장 놀랐던 것은, 저 위에 나온 '코드가 잘 맞는다는 이성친구'와 남자친구가 새벽까지 놀 때, 거기에 들어간 유흥비를 남친이 N양이 준 카드로 결제했다는 걸 알고도 계속 사귀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이건 작년 국가대표 호구 선발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분의 기록을 뛰어 넘는 기록입니다. 남친이 다른 여자와 새벽까지 놀며 내 카드로 결제한 것으로 단순히 '싸우'다니요. 그것도 겨우 "왜 말하고 쓰지 않고, 내가 문자 통보 받고 알게 만드냐."라는 말로 따지다니요. 이걸 정말 진지하게 '뒷바라지'라고 생각하시는 N양에게, 2015 국가대표 호구 선발전 티켓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여자 선수가 출전하긴 처음인데, 아마, 우승하실 겁니다.

 

"저도 그냥 계속 사귀었던 건 아닙니다. 헤어지자고 참 많이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 친구가 힘들어 했고,

며칠 지나 그 친구가 저를 잡으면 저는 못이기는 척 다시 만났습니다."

 

생활비 부담해 주고, 기죽지 말라며 카드 주며 유흥비로 써도 아무 말도 안 하고, 한도가 초과 되면 그가 창피한 일 겪을까봐 대출 받아 카드값 메꿔주고, 그러면서 정작 본인은 본인 생활비 모자라 주말에 알바까지 뛰는 여자친구. 그러면서 오히려 남친 친구들이 보다 못해 뜯어 말려도 남친 변명해주는 여자친구. N양 연락처 좀 비밀댓글로 남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제가 사천만 좀 급히 땡기고 싶은데….

 

"어쩌면 제가 했던 물질적인 것보다도,

그 친구를 끝까지 믿어주고 이해해주는 게

그 친구에겐 더 필요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스스로 자책도 많이 됩니다."

 

이별 후 N양에겐 빚이 남았고, 게다가 다른 이야기들을 적느라 여기다 자세히 적진 못했지만 부모님, 지인들과의 관계도 나빠지지 않았습니까? 이런 와중에 자책까지 하고 있으면 '물질적 호구'를 넘어서 '정신적 호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 그랜드슬램만은 달성하지 마시길 진심으로 바라고 싶습니다.  

 

 

전 솔직히 N양의 사연을 읽으며

 

'이 분은 훗날 자신이 헌신한 걸 이야기하고자,

아닌 걸 알면서도 영혼까지 쏟아 부어가며 헌신하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독자 분들 중 '막장 판타지'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 가끔 이렇게 막장까지 가보기 위해 그 끝을 알면서도 하얗게 불태우시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연 맨 마지막 '각색을 바라는 부분'에, N양이

 

"남자친구에게 흠이 될까 싶어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라,

각색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남친 본인이 아니라면 저 이야기들을 모를 것입니다.

돈을 쓴 곳이나 사연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름, 지명만 바꿔주시길 바랍니다."

 

라고 하신 걸 보며

 

'이 분은 처음으로 사랑을 했던 거고, 사랑에 잠시 눈이 멀었던 거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건 살짝 미신 같은 얘기지만, 이렇게 막장의 연애를 한 번 겪으신 분들은 다음번에 행복한 연애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닥을 한 번 치고 올라온 까닭에 다시는 바닥까지 내려가지 않기도 하고 말입니다. N양이 이번 연애에서처럼 길 없는 곳으로 너무 멀리까지 질주하시지 않도록 도와드릴 테니, 다음번에는 썸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사연을 좀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뭔가 아리송할 때면 메일 주시는 겁니다. 자 그럼, 이제 그만 눈물 닦으시고 다시 타자연습 시작해 봅시다.

 

다들 불금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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