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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의 소설 <레디메이드 인생>에 아래와 같은 문장이 나옵니다.

 

인테리…인테리 중에도 아무런 손끝의 기술이 없이 대학이나 전문학교의 졸업증서 한장을 또는 조그마한 보통 상식을 가진 직업 없는 인테리…해마다 천여명씩 늘어가는 인테리…뱀을 본 것은 이들 인테리다.

부르죠아지의 모든 기관이 포화상태가 되어 더 수효가 아니 느니 그들은 결국 꾀임을 받아 나무에 올라갔다가 흔들리우는 셈이다. 개밥의 도토리다.

인테리가 아니었으면 차라리…노동자가 되었을 것인데 인테리인지라 그 속에는 들어갔다가도 도로 달아나오는 것이 99프로다. 그 나머지는 모두 어깨가 축 처진 무직 인테리요 무기력한 문화 예비군 속에서 푸른 한숨만 쉬는 초상집의 주인 없는 개들이다. 레디메이드(ready-made) 인생이다.

 

필터링 없이 쏟아내는 말들이 참 찰지지 않습니까? 이래서 제가 1930년대 소설가들을 좋아합니다. 위와 비슷한 문장을 90년대 작가가 썼다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의 일기처럼 썼을 수 있고, 60년대 작가가 썼다면 신경통을 앓고 있는 사람의 기행문처럼 썼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30년대 작가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다른 시대의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예민하긴 하지만, 그 와중에도 능청을 잃지 않습니다. 또, 아무래도 시대상황 때문인지 시니컬한 태도가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다는 점도 참 마음에 듭니다.

 

1930년대 소설가들에 대한 제 애정고백은 이쯤하고, 매뉴얼 시작하겠습니다.

 

 

1.부모님의 반대와 2015년의 인테리.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 오는 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가난뱅이 양반이 족보 자랑한다.

 

자신에 대해선 자랑할 만한 것이 없기에 조상 자랑만 늘어놓는다는 뜻입니다. 비슷한 의미를 가진 속담으로는 '가난할수록 기와집 짓는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가 받은 사연의 통계를 기반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그 비율을 보면 '부모님의 반대' 때문에 이별의 위기에 놓인 커플

 

[여자 부모님이 반대하는 경우]

-남자가 불안정한 직업을 가지고 있거나, 남자가 상대적으로 저학력.

 

[남자 부모님이 반대하는 경우]

-여자의 조건이 더 좋아도 반대. 궁합 등을 핑계로 반대.

 

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반대하는 쪽의 사정을 보면, 서울에 집을 하나 얻을 정도의 경제력이 되거나 누가 봐도 입이 벌어질만한 학벌을 가지고 있거나 하는 것도 아닙니다. 어쨌든 내 자식은 석사까지 했으니 결혼상대로는 더 나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우리 집이 어려우니 어려운 집안을 만나면 같이 어려워질 수 있어 풍족한 집안의 상대를 만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지는, 역시 30년대 소설인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나오는 글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그렇게 재주 있는 내 아들은 무엇을 하든 잘하리라고 혼자 작정해 버린다. 아들은 지금 세상에서 월급 자리 얻기가 얼마나 힘드는 것인가를 말한다. 하지만 보통학교만 졸업하고도 고등학교만 나오고도, 회사에서 관청에서 일들만 잘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어머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또 동경엘 건너가 공불하고 온 내 아들이, 구하여도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얼마 전 웹에서 본 글이 기억납니다. 지방대에 다니는 여학생이 쓴 글이었는데, 그녀는 같은 학과의 동기와 사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친 어머니와 만나게 되었는데, 남친 어머니는 그녀에게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우리 철민이는 원래 공부 잘 했는데 수능을 망쳐서 그 학교 간 거다. 겨우 그 학교 간 애들이랑은 경우가 다르다. 너는 철민이와 같은 학교 같은 과를 다니니까 동등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충격과 공포의 저런 사례들이, 생각보다 꽤 많습니다.

 

이번 사연의 주인공인 C양 역시 위에서 묘사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남친 부모님'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남친 등쳐먹으려는 여자'라고까지 표현한 남친 부모님 때문에 패닉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직업을 밝히지 말라고 하셔서 자세히 적을 순 없지만, C양은 사회적으로도 '1등 신붓감'으로 손꼽히는 직업군에 있으며 경제력으로도 남친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데 말입니다.

 

이 연애를 하며 겪은 일들 때문에 C양의 자존감이 크게 다쳤다는 게 저는 가장 걱정 됩니다. 둘의 연애 후반부를 보면, 두 사람 다 남친 부모님의 저 저주와 같은 시각을 사실화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C양 입장에선 어쨌든 계속 남친과 만나야겠고 결혼도 해야겠기에 그냥 반쯤 인정하고 들어가는 모습이라고 할까요. 남친도 부모님이 했다는 그 얘기를 C양에게 전한 후론, 이 연애가 결혼으로 이어질 경우 손해를 보는 것은 본인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게다가 C양은 이 상황을

 

'상황이 어떻든 간에 결혼을 하면 된다. 일단 결혼을 해서 안정적인 관계가 되면, 이 문제는 그때 해결하면 된다. 그러니 지금은 저쪽에서 뭐라고 하든, 또 뭐라고 생각하든 일단 결혼을 목표로 해야 한다.'

 

라는 생각으로 극복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말도 안 되는 상황들도 감내하며 넘어가게 된 건데, 그게 상대에겐 'C양과 결혼하면 내가 손해 보는 게 분명하다는 생각의 확신'이 되어버리고 말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2. 정말 남친이 동화 속에 있었기 때문일까?

 

C양은 자신이 분석을 잘 하는 타입이라면서 이별의 이유에 대해

 

"그에게 결혼이 동화 속 해피엔딩이었다면, 나에게는 힘든 인생을 같이 헤쳐 나갈 동반자를 찾는 개념이었음."

 

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C양이 그에 대해서 한 이야기를 잠시 보겠습니다.

 

"그 사람은 제가 배우자로 바랐던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의, 배려, 도덕성, 섬세함, 자기 취향, 자기 꿈, 저에게 기죽지 않고 인정해주는 자존감,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준 부분…."

 

죄송하지만 저는, C양도 '동화 속'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C양은 시작부터, 상대를 저렇게 '백마 탄 왕자'로 설정해두고 연애를 해온 것입니다.

 

사실 이럴 때 저는 참 답답합니다. 늘 얘기하지만 저는 연애 초반에 보일 수 있는 120%의 친절과 호의, 그리고 달콤한 말들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두 사람이 한 행동들을 기준으로 삼으며, 갈등이 찾아왔을 때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봅니다. 그리고 헤어졌다면, 헤어진 이후 두 사람이 서로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봅니다. 때문에 연애 초 상대가

 

"난 너와 결혼까지 생각하며 진지하게 사귀고 있는 중이다."

 

라는 이야기를 했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

 

"너에 대한 내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 미안함과 고마움이다. 거기다 약간의 불쌍함까지 더해진 것 같다. 네 연락을 받아주는 건 재회를 생각해서가 아니라, 네가 너무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 받아주는 거다."

 

라는 이야기를 한다면 그것까지도 상대의 모습으로 봅니다. 물론 사연의 주인공들은

 

"그가 정 떼려고 모진 말을 하는 거다."

"그가 계속 뜨거운 연애만이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거다."

"그는 내가 기대를 갖지 않게 하려고 일부러 상처 주는 말들을 하고 있다."

 

라는 이야기를 하며 '처음에 보여준 상대의 모습이 진짜 상대 모습'이라고 소리 높여 주장합니다만, 안타깝게도 남자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습니다.

 

"여자의 'NO'는 'NO'일 수도 있고, 'YES'일 수도 있다."

 

라는 말에 빗대서 말하자면,

 

"남자의 'NO'는 'NO'다."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부러 정 떼기 위해 진심이 아닌 말을 하는 남자를 저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습니다. 이미 낸 답을 가지고 좀 더 모질게 말하는 경우는 있어도, 애정이 남아 있지만 기대를 갖지 않게 하려고 일부러 상처를 주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가 중2병('오지 마 피 묻어'류의)을 앓고 있거나 이쪽을 그저 차선으로라도 두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실질적인 사정이 위와 같았음에도 불구하고, 남친이 '동화 속'에 있다고 생각한 C양은 자꾸 그를 어르고 달래려고만 했습니다. 비뚤어지려는 학생을 바로잡으려 노력하는 선생님과 같은 태도라고 할까요. 그는 비뚤어진 게 아니라 식어버린 애정을 그대로 드러낸 건데, C양은 '백마 탄 왕자'인 그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며 자꾸 '진짜 이유'를 말하라고 재촉하기도 하고, 그가 그런 C양의 태도에 화를 내면 대충 '우쭈쭈쭈. 그런 거 아니야.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정도로 한 발 빼며 다시 기회를 노리기만 했습니다. C양 입장에선 그게 아직 철이 덜 들어 '동화 속'에 있는 것 같은 남친을 바로잡으려는 행위였겠지만, 남친의 눈엔 그게 그저 혼자 스텝 밟으며 하는 쉐도우복싱으로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은 진심으로

 

"정말 이런다고 내 마음이 달라지는 거 아니야. 진짜 네가 계속 힘들어만 하니까 만나주는 것뿐이야."

 

라고 말해도, 이쪽에선 '일부러 정 떼려고 저러는 거구나. 아직 철이 없어서 그런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철이 들게 할 수 있지?'라는 착각만을 반복했던 것이고 말입니다.

 

 

3. 정말 이별이라면, 전 이 이별에서 뭘 배워야 하죠?

 

우선, '원론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는 걸 배워야 합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C양의 남자친구 입니다. 저는 C양에게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며 서로에게 보탬이 되고, 또 힘든 일이 있을 때 서로에게 힘이 되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현실에선 쉴 새 없이 C양에게 카톡을 보내고, 카톡에 대답을 하지 않으면 왜 답을 안 하냐고 전화를 하며, C양이 답장을 보내도 그건 내가 원하는 답장이 아니어서 실망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내가 이렇게 징징대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말아 달라고 말하고, 날 외롭게 만들지도 말아달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나아가 노력한다고 말했으면서 왜 오늘 아침엔 일어나자마자 톡을 보내지 않았냐고 묻고, 또 난 지금도 이렇게 네 생각을 하고 있는데 넌 내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는 말을 합니다. 제가 이런 태도를 보인다면, 앞서 말한 '우리는 서로를 어쩌고' 하는 이야기들이 참 의미 없이 느껴지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아프다는 얘기 하는 걸 현재의 절반 이하로 줄여야 한다는 걸 배워야 합니다. C양이 '심리적인 혼란이 몸의 아픔으로 나타나는 타입'인 까닭에 이게 참 말하기 애매한 부분이긴 한데, 아프다는 얘기가 너무 많습니다. C양은 아프다는 얘기를 평소에도 많이 하고, 둘이 싸운 이후엔 역시나 심리적인 혼란이 몸의 아픔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당연히 아프다는 얘기를 합니다. 남친도 C양의 이런 모습에 지친 듯

 

"아프다고 하면 또 마음 약해져서 나는 돌아가고, 그러면 또 원점이다."

 

라는 뉘앙스의 말로 확실히 못을 박기도 했습니다. C양이 진짜 아파서 아프다고 한 거라고 말하면 저도 할 말은 없습니다만, 아파서 금방 쓰러질 정도라고 말하면서도 카톡을 잘 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그 속에 과장이 좀 섞인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프다, 무지무지 힘들다, 서럽다, 기분이 너무너무 안 좋다, 속상하다, 감기기운이 있다, 쓰러질 것 같다, 답답하다, 체력이 방전됐다, 편하지 않다, 되는 게 하나도 없다, 오늘 하루가 싫다…. 겹치는 얘기와 너무 적나라한 얘기는 좀 제외했는데도 저 정도 입니다. 사귀다 보면 저런 이야기 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말하실 수 있는데, 저게 열흘 이내의 기간에 C양이 남친에게 한 이야기입니다. 죄송하지만 이건 어느 방향에서 보든 '짐이 되는 여자'의 모습입니다. 이런 와중에 여자가 '우리 결혼 언제 하는 거냐'라고 묻는다면, '솔직히 너랑 결혼하고 싶지 않다'라는 대답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고 말입니다.

 

하나 더. 자존심을 버리는 게 양보나 희생이 아니라는 걸 배워야 합니다. 사랑을 위해 자존심을 버린다는 건,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루이비통에서 핸드백을 삼만원에 팔기로 하는 거랑 비슷한 겁니다. 그럼 반짝 판매량이 늘 지는 모르겠지만, 그 네임 밸류는 곤두박질치지 않겠습니까?

 

"나랑 결혼할 수 없는 게, 나를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없기 때문이야? 아니면 다른 사람도 만나보고 싶어서 그런 거야? 둘 다라면, 각각의 비중이 어느 정도 되는 거야?"

 

C양이 꺼낸 저 말만 보더라도 이미 이 관계는 끝났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늘 얘기하지만, 약간의 자존심도 남아 있지 않은 사람은 완구일 뿐입니다. 저는 C양이 저 말을 꺼내자 남자친구가 그만 좀 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남친의 말에 C양이 알았다며 바로 사과하는 걸 보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거기까지 갔으면 가망이 없는 겁니다. 남친 부모님이 남친에게 불어 넣어준 '네가 아깝다'는 의혹을, C양이 자존심을 버림으로써 증명한 모양이 되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연애를 시작할 때, 남자친구가 C양에게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네가 무척 행복해보여서, 너랑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연애 후반과 헤어지는 과정에서 남자친구가 했던 말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미안함과 고마움. 그리고 불쌍함."

 

부모님의 반대도 남친에게 분명 영향을 끼쳤을 것입니다만, 전 C양이 '결혼' 하나만은 어떻게든 쟁취하려 자신마저 '수단'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 결정적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연애 후반엔 그 모습이 심해져서, 마치 한 학생을 두고 선생과 학부모가 힘겨루기 하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 사이에서 학생은 당연히 자신의 부모를 택하게 되는 것이고 말입니다.

 

다른 시각에서 보자면, 금사빠인 남친이 C양과 사귀자마자 집에 결혼하겠다는 얘기를 꺼낸 게 이 모든 일의 원흉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아직 정식으로 직장에 입사도 안 한 아들이 집에 와서 결혼하겠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부모가 어떤 여자냐고 물어보니, 아들은 어쩌다가 만나게 되었는데 그 여자가 사귀자는 얘기를 했다고 말합니다. 이 정도면 거의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다 더해 그는 부모님이 결혼을 반대하며 했던 이야기를 모두 여자친구에게 전합니다. 때문에 여자친구는 멘붕에 빠져 더욱 불안해하게 되었고, 남자는 그런 여자친구가 압박해오는 것을 견디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헤어지자고 세 번을 말했는데, 그때마다 여자는 '결혼'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자신이 전부 맞춰가겠다는 식으로 자존심을 버린 채 그를 다시 만나게 됩니다. 그러는 동안 그는 '그녀와 결혼해야 하는 이유'를 모두 잃게 된 것이고 말입니다.

 

C양이 제 여동생이었다면 저는 작년 이맘때 쯤 이별을 권했을 것입니다. 저는 제 여동생이 '결혼을 무슨 제주도 놀러가는 것 정도로 생각하며 책임질 수도 없는 말을 공약처럼 하는 남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을 테니 말입니다. 작년 이맘때 이후 둘의 연애는, 도망가려는 상대를 어떻게든 C양이 붙잡아두려는 모양 아니었습니까?

 

어떤 시각에서 보든 이 관계는 이별행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힘들어 하는 모습이 불쌍해서 잠깐 있어주는 거'라고 말하는 남자에게 기대를 걸지 마시고, 지금이라도 어서 돌아 나오시길 권합니다. 지금 두 사람이 나누고 있는 건 '대화'라고도 할 수 없는 겁니다. C양이 하소연을 하다가 그가 "그만."이라고 말하면 즉각 방해 안 하겠다며 사과해야 하는 상황. 우리 여기서 더는 불쌍해지지 말았으면 합니다.

 

괴사하고 있는 부분을 잘라내는 건 분명 유쾌할 리 없는 일이겠지만, 잠깐의 그 고통을 참아내면 몸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 시절 그 사람은 이제 없으니, 그만 잘라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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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안나2015.05.05 04:2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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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맘이 아프네요..사연녀님도 남자가 맘 떠난건 무의식중에 알거에요. 그러나 인정못하기때문에 동화를 둘러쓰는거구요.첨 연애초기에 달달한말들...그건 방학첫날 결심과같아요. 식사와 공부로만 점철된 무리한 계획표 작성하고.. 목표 서울대 가기...
점점 느슨해지는 자식에게 그 계획표 가르키며 똑같이 하라고 끊임없이 닥달하는 엄마라면 ...어떤기분이 들까요...

기억안나2015.05.05 04:3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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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개인적인 생각 달자면...
무한님 넘 반가워요. 저 30년대 소설 너무 사랑합니다.
이런말 어디가서 해본적없어요. 최근에도 훌륭하신 작가많은데 트랜드도 아니고 수능땜에 할수없이 배운듯한 고리따분한 소설들로 알잖아요.
전 30년대 작가들의 그 축약된 글안에 표피로 직구맞는 느낌을 사랑하구요.잘난척하지않고..미사여구따윈 동원하지않고 겉멋없는 그런점이 너무나 좋답니다.

피안2015.05.05 09: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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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시절 그사람은 없다라는 말이 가슴을 울리네요
항상 머리로는 알고는 있지만 가슴이 인정이 안되는 말
그래도 어서 나오시길 빕니다

새끼사슴2015.05.05 12:3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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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행복'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하는데
많은 사람이 그냥 결혼 자체를 목적으로 삼고 있는 것 같네요;;;
아직 우리나라 결혼 문화가 '가족'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든 걸 감안하면, 남친이 가족이 자신을 존중하지 않고 무시하는 순간 그 결혼이 행복할 수 없을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을 텐데요...
저라면 바로 그 시점에서 결혼생각 접었을 듯

뉴욕걸2015.05.08 21: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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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렇죠. 결국 결혼이라는게 더 큰 가족으로의 확대인것인데요. 여자는 결혼하면서 생기는 역할들이 너무 많아서 최소한 남편마저 내편이 아니라면 무엇을 보고 살아갈수 있을까요? 이혼사유중에 시댁과의 불화가 매우 큰 영향을 또 미친다고 하니 내가 들어갈 자리가 어디인지 최대한 잘 알아봐야 하는듯 해요. 물론 뭐든지 내가 하기 나름이기도 하지만요.

해원2015.05.05 14:1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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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스팅 정말 완벽합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무한님 포스팅이 거듭될 때마다 연애 뿐만이 아니라 인간관계 전반에 대한 식견이 넓어지시는 것 같아서 존경스럽습니다.
이런 글들을 적어내기까지 얼마나 노력하셨을지..

요즘들어 많이 생각하고 있는 주제와 맞닿아 있어서 더 공감이 가네요.
누가 가장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결혼 상대인가?
참고로 전 20대 후반의 여자이고 부모님 눈에는 완벽한 딸입니다.
그러니 부모님은 아무래도 세태의 영향으로 '좋은 집안의 능력남'을 추천하시지요.
그런데 무한님 글을 읽다보니 그것 또한 자격지심의 발로가 아닌가 싶네요.
제가 근 10년간의 연애 경험 동안 계속해서 생각해본 바로는
(참고로 저는 연애를 결혼을 위한 하나의 준비과정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해나가기 위해서 추억도 쌓고 서로 맞춰가고 '24시간 동반자로 붙어살기'를 예행연습하는 거라고..)
'oo에게서 서로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최고의 상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oo에 들어갈 것들은 무한히 많겠죠.. 사회, 인생의 시련, 갈등, 자기자신의 욕심, 주변의 오지랖, 인간 근원의 외로움, 나 혼자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일들 등등..
이러한 맥락에서 생각하면 부모님이 추천하시는 '능력남'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겠지만.. 그 능력이라는 게 보통은 금전적인 부분이나 사회적 지위에 치중되어 있다는 것이 조금 문제입니다.
사업 파트너라면 모를까 인생의 파트너가 물질적인 것으로만 유지되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쓰다보니 글은 길어지고 아직 결론은 나지 않네요.
어쨋든 계속해서 고민해보고 무한님 글 읽고 댓글 보면서 혹시나 편협된 생각을 하지 않는지 반성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언젠가 정답을 찾아서.. 저도 누군가를 지켜줄 수 있는 단단한 사람이 되어서..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네요.

해원2015.05.05 14: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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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부모님 눈에 완벽한 딸이라는 이유로 저도 모르게 자만심이 쌓이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부분들을 싹 버리고 나니 연애도 인생도 더 수월하게 풀리는 것 같습니다. 이런 과정이 부모에게서 정신적으로 독립하는 과정이겠죠? 노멀로그와 함께 하면서 자신도 성장해가는 것 같아서 항상 기쁩니다.

너무짜지않은치킨2015.05.08 12:2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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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모범답안같은 답글이네요!! 우리 모두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매일 매일을 열심히 기운 넘치게 집중해서 보내기르을~~~~~!(으, 응?)

하루살이2015.05.05 15: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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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양.안타깝습니다. 해주고싶은 말은 많지만 이 좋은날 가슴에 소금뿌리는건 좀 미안해서... 밖에나가 운동좀 해보세요 등산도 한번 다녀오고. 찬찬히 걸으면서 여러생각해보시고, 바닥을 친 자존감 얼른 끌어올리시길 응원합니다. 나이찼다고 걱정할것 없고 모든 연애의 종착역이 결혼인것도 아닙니다.

이여사님2015.05.05 15: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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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전 연애에서 관심 좀 달라고 "아프다"는 말 자주 했었어요ㅠㅠ 무한님 손바닥 위에서 노는 느낌.. 컁

혈이2015.05.05 18:5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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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서나마 댓글 답니다~
무한님의 글은 인용구가 참 적절하게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다 읽은 책이지만, 저렇게 인용할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건가요? ㅎㅎ
매뉴얼 항상 감사합니다. 연휴라 그런지 늘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2015.05.05 21:4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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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요즘 너도 나도 주위 사람들 결혼소식에 우리 주변 사람들이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나이가 되었습니다..하아..매달려서 만남을 지속하고 결혼하기에는 여성분이 아까울것같습니다. 사랑받으며 행복해도 모자란데 굳이 그 연애에 머물지 마시길 바래요....여기까지 마감하고. 새로운 인연이 나타나길~찾길 바랍니다..ㅠㅜ 결혼해서도 힘들 모습이 보여서 더 그렇습니다. 동반자 만나서 하는 게..ㅠㅠ

아리리2015.05.06 00:3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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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저같은 모습의 여성을 보고 소름이 돋았네요..; 남친에게 저런 식으로 대하는 여자 종류가 있는건가...;; 전 첫 연애를 저런 식으로 6년이나 끌었지요..ㅎㅎ 연애가 뭔지도 모르고 멍청멍청하게.ㅎㅎ 뭔가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6년만에 겨우 정리가 되어서 빠져나왔지만 방황을 3년이나 하고... 사고도 많이 치고 그랬네요. 지금도 사실 잘은 모르겠어요. 저에게 대시한 남자를 사귀고는 있지만 첫남친 때와 같은 설렘은 안 생기고.. 내 마음의 양이야 어쨌든 밀당은 여전히 어렵기만 하고.. 30 먹어도 연애는 어렵고 결혼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군요. 그래도 예전같이 남친 관심 끌려고 아프다고 징징대거나 괜히 울 거리를 찾아 울거나 문자 안온다고 화내거나 등등 그런 건 이제 안 하고 있네요. 그냥 사람은 다 똑같으니 헤어지게 되면 헤어지겠다는 마음가짐을 굳게 먹고 연애하고 있어요. 마음 한 켠이 쓸쓸하지만 이러지 않으면 저런 멍청한 짓을 계속 하니까. 행복하고 자유롭게 행동하면서 서로를 믿고 사는 커플분들이 참 부럽네요.

워니2015.05.06 02:2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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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까지읽었던 모든 무한님의 조언 중 오늘것이 제일 와닿았고좋았습니다
특히 남자의 no는 진짜no다
이걸몰라서 거지같이 굴었던 제 흑역사도 떠오르고요
여전히 위트있는글, 감사합니다

좋아요2015.05.06 10: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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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바닥까지 패대기쳐가며 연애해본 경험자로 많은 공감이 되는군요. 헤어질때 그가했던말.우리 엔죠이는 하면 안될까. 그말듣고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그연애의 댓가로 얻은 깨달음이 나를 버려서까지 결혼에 목매면 안된다는 거였죠.그후 연애는 팽개치고 무너진 자존감 다시세우고 나를 돌아보고 다시 양분 넣어주고 하는데 시간을 몇년 썼네요. 다시는 함부러 나를 자기 기준에 맞게 바꾸려는 사람 만나지 않겠다 생각했고, 다행이 나를 그대로 인정해주는 사람 만나 서로 인정하녀 다독이고 십년째 결혼 생활 잘 유지 하고 있습니다. c양 맘아프겠지만 이제 그만 놓으세요. 그리고 나를 돌아보고 치료하고 다시 누군가를 받아들이세요. 행복해질 권리 있습니다.

macfabulous2015.05.06 12:2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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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까리한 연애&썸에 머리 복잡한 자매님들께 보여주고픈 글이예요. 고맙습니다~

jj2015.05.06 10:0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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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시절 그때 생각하면, 자다가도 이불에 하이킥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때.. 나름 다행이라는 생각이드네요. 어서 훌훌 털고 나오시길..!

생명마루한의원2015.05.06 16:2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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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봐도 공감되는 책이네요~ 글 잘 읽고 갑니다~

차차차2015.05.07 06:2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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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를 잡기위해 내 자신이 초라했다거나 조급했다거나라고 생각치 마세요 좀 더 순진한것이 흉이되는 세대지만 이것이 큰 디딤돌같은 경험이됩니다 남의 기준이나 생각보다 당신이 순수했고 악의없는 뜀였다면 되요 다음에는 함정이 무언지 주위의 비웃음 따위는 거뜬히 걷어내는 경험과 지혜가 생깁니다 중요한것은 보이는것이 아닌 의도이니 그것을 알아보는 이들을 만날때가 있을겁니다 지난이들이나 지나갈사람들 지난 사람들을 굳이 생각하며 내 시간을 낭비한ㅅ 이유가 있나요?

나이스2015.05.08 12: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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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싱가독자2015.05.08 16:3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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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게요, 그 No가 No가 아니라고 해석하는 건, 결국 그렇게 믿고 싶은 해석자의 마음이 들어간 지나친 의역이겠죠. 사실 No 이상의 그 무엇도 아닌데 말이죠. >_<

사랑에 허덕이면 정말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에 대한 해석을 제멋대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그랬었구요. 으으으...그럴때 무한님 블로그 좀 미리 알았으면 덜 고생했을텐데. T-T

그나저나 무한님 연휴는 잘 보내셨나 궁금하네요! 이번 글도 잘 읽고 추천 꾹 누르고 갑니다! 감사해요!!! :)

군고구마2015.05.21 00:4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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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이 사연은 진짜 총체적 난국이네요.
남자도 글코 여자분도 글코. . .
두 분 다 뭔가 독립적이지 못하단 생각이. . .
그리고 어떠한 순간에도 자신을 사랑하는 건 잊지 마시길. . 자신을 사랑하면서도 희생, 박애 다 할 수 있는데 말이죠. 누구나 반짝반짝 빛나는 걸 갖고 싶어하는 건 당연한 일. . 늘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 되시길~

사랑2015.09.25 16:3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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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을사귄남자친구와얼마전이별하기로했습니다
이유는남친부무님께서절한번보시지도않고절대로안된다고합니다 우린6살연상연하커플이고제가나이가많고28에어쩌다만나이젠40이되었네요 남친집은부유한집이고 여러가지한개도맞는게없고죽어도싫타하십니다 5년전부터남친이설득해보려했지만안됐었고 최근에또말했지만안되서맘을접었나봅니다 물론사귄지오래되서예전만큼사랑하지않아결심하게된거같아요 죽을만큼슬프네요
우린싸운일도손에꼽을정도로없고사랑했지만 결국은이별통보를받았네요 잡아도보고메달려도보고화도내보고했지만 안되더라구요 미안해하는모습에제맘이아프고매달리는나로인해힘들어하는모습을보니가슴아프고미안했어요 맘정리하긴엔너무긴시간사랑했고 정말미친다는게이런거구나생각드네요
그러다윗글을보게됐는데 완전내얘기같네요
폭풍곰감하고있어요 남친만믿고바라본내지난시간들이슬프고 원망스럽기만하네요


잘지내2015.10.13 23: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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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한상황이 비슷하네요..댓글들도 하나같이 주옥같습니다.전 딱 일주일만 아파하기로햇습니다. 그리고 훌훌 털어버리고 나를 위한 자아찾기를 해보려고요 그사람이 없을때 무얼 하며 행복해하고 웃었던 저로 제2의 자아찾기 그러면서 새로운사랑의 문을 열려합니다. 외로움으로 나이가 조급해서 만나는 사람말고 ....그래도 사랑받고 행복했던 추억을 주었던 그사람에겐 고맙고 오지랖이지만 다음사람을 위해 많이 노력하고 성장하야할꺼라고 말하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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