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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여고, 또는 여대출신 철벽녀들의 치명적 문제들

by 무한 2015. 5. 7.

특정그룹을 폄하하려고 쓰는 글이 아님을 미리 밝힌다. 특정그룹, 그것도 성별이 다른 그룹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공격 받았다'고 생각하며 자다가도 삽 들고 나오시는 분들이 있어서 살짝 두렵다. 글쓴이를 묻어버리겠다는 기세로 삽 들고 오시는 분들인데, 이건 '공대생 연못남'에 대한 글을 쓸 때와 마찬가지로, 아래와 같은 문제를 말하고자 쓰는 글이라는 걸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남자 - 박민정 뭐하냐.

여자 - 그냥 있어요 ㅋ  

남자 - 밥 먹었냐?

여자 - 네. 좀 전에 먹었어요. 오빤 저녁 드셨어요?

남자 - 어.

 

그냥 딱 봐도 '분위기'라는 게 만들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느껴지지 않는가? 한 살 차이밖에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냐?"라는 식으로 던져대는 물음과 "응." 대신 "어."라고 투박하게 하는 대답. 공대생 연못남들에게서 이러한 특징을 찾아볼 수 있듯, 여고, 또는 여대출신 철벽녀들에게서도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치명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그 특징들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오늘 함께 알아보자.

 

 

1. 야매 심리학자가 되는 문제.

 

철벽녀들은 기본적으로 '심리학 학위'를 가지고 있는 듯 보인다. 정말 심리학을 전공한 건 아니고 '야매'라고 할 수 있는 심리학자 된 것인데, 그녀들은 썸남이 생겨도 썸남을 그저 관찰만 하며 자신의 이론을 정립시켜 나간다.

 

"그와의 첫 만남에서 착하다는 느낌 보다는 좀 냉정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의 집안 사정을 주선자로부터 들은 터라 일종의 방어심리가 좀 있는 편인가 하고 생각했죠."

 

그러니까, 상대를 '썸남'이 아니라 '실험군'으로 분류한 뒤 만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만나서 아무 문제없이 잘 놀고, 잘 먹고, 또 집에 돌아와 상대가 잘 들어갔냐는 연락까지 해도, 그녀들은

 

"저는 그가 예의상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오랜만에 여자를 만난 까닭에 재미있어서 그러는 건지 알 수 없었습니다. 정말 저에게 관심이 있어서 그러는 건지를 확신할 수 없었죠."

 

라는 이야기를 한다. 때문에 계속해서 상대를 관찰하거나 분석하려 들게 되고, 때로는 혼자 품고 있는 '부정적 예감'에 좀 더 힘을 실어가며 상대를 바라본다.

 

"차를 타고 함께 이동할 때에는 괜찮았던 것 같은데, 밖에서 문득문득 표정을 보면 그는 되게 억지로 나와 있는 사람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상대는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가며 이쪽을 만나러 나온 것이고, 또 자신이 차를 몰고 나와 이쪽을 태워 돌아다니며 자신의 돈으로 맛난 음식들까지 대접하고 있다. 이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쪽에선 이 커다란 '사실'을 접어두곤, 그 안에서 상대가 벌일 수 있는 실수를 찾아내려 들거나 작은 허점 하나를 캐내려 시도하는 것이다.

 

주말에 상대가 이쪽을 태우곤 예쁜 카페에 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날 카페 부근에서 시위가 있어 한참을 차에서 보내야 했다. 그렇게 길 위에 잡혀 있던 와중에 그는 "아 왜 우리 앞에서 끊어. 우리까지 보내주지. 저 경찰 마음에 안 들어~"하는 혼잣말을 했다. 이건 어느 시각에서 보든 별반 이상할 게 없는 혼잣말이다. 그냥 차 안에 둘이 계속 있으며 대화가 별로 없으니 하는 혼잣말일 수 있고, 바로 앞에서 끊긴 게 민망하니 그 민망함을 지우기 위해 한 혼잣말일 수 있다. 그런데 이걸 두고도 이쪽에선

 

"전 그가 그런 얘기를 하는 게 좀 황당했습니다. 우리가 만난 기간에 비해 그가 짜증을 내는 템포가 좀 빠르다고 생각했거든요."

 

라는 이야기를 하고 마는 것이다. 이러면 필연적으로 만남이 피곤해지고 관계엔 답이 없어진다. 플러스 점수를 줘야 하는 부분에 대해선 그저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아무 점수도 주지 않고, 계속해서 상대의 실수나 단점만 찾아내 마이너스 점수만 주는 태도. 그간 본인 앞에 '탈락' 버튼 딱 하나만 두고선, 그걸 언제 누를지만 결정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생각해 보길 권한다.

 

 

2. 침묵, 또는 변덕의 문제.

 

이건 위에서 말한 문제에 이어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상대를 앞에 두고 심리 분석을 하거나 상대의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확대해석 하는 동안, 말을 안 하는 것이다.

 

나는 종종 이런 대원들을 데리고 일일 데이트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만나서는, 대화 잘 하다가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빠지거나 하면 입을 닫은 채 침묵으로 응대할 것이다. 그러면 이게 얼마나 사람을 기분 나쁘고 민망하게 만드는 행동인지를 그녀도 직접 겪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같이 차를 타고 가는 와중에 내 침묵이 불편해 그녀가 질문을 해도, 나는 단답으로 대답 하고는 앞만 보고 있을 것이다. 그녀가

 

"아까 얘기했던 거요, 오븐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거예요?"

 

라고 물어도,

 

"아니요."

 

라고만 짧게 대답할 것이다. 그러고는 그녀의 집 앞에 그녀를 내려주며

 

"오늘 기억에 남는 거라고는 기다리느라 지루했던 거랑 오븐 얘기밖에 없네요. 쉬어요."

 

라는 말을 하곤, 급하게 악셀을 밟아 그곳을 벗어날 것이다.

 

이런 남자라면, 그대도 질색을 하며 밀어낼 것 같지 않은가? 이게 바로 '더는 연락이 없는 이유'이다. 만나봐야 피곤하기만 하고, 밥 사고 영화 보여줘도 뭐 하나가 마음에 안 들면 비아냥거리는 대답만 돌아오는 관계. 이런 관계라면 만날 때마다 백만원을 준다고 해도 안 만난, 잠깐만, 백만원을 준다면 좀 생각해봐야겠지만, 여하튼 그 누구라도 날 갈굴 생각만 하고 있는 사람과는 더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진 않을 것이다.

 

저런 태도를 보여 놓고, 난 며칠 후에 또 그녀에게 문자를 보낸다.

 

"연락 없는 거 보니 이제 우리 못 만나는 건가 보네요? 내가 그렇게 별론가? 뭐, 더 만나 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락이 없는 거겠죠. 그래도 그냥 이렇게 말도 없이 마무리를 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문자했어요. 그동안 고생 많으셨고요,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랄게요."

 

어떤가? 저 문자를 보니 마음을 돌려야겠다는 감동이 찾아오는가? 내가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좋은 사람 만나라고 빌어주니 다시금 착한사람으로 보이는가? 끝을 알리는 저 문자에 마음이 아쉬워지는가?

 

그래도 그냥 이 정도로 끝났으면 백 번 양보해 그러려니 할 수 있긴 한데, 난 일주일쯤 지나 다시 또 그녀에게 연락을 한다.

 

"잘 지내요? 저 기억하시죠? 전에 말한 동네에 놀러왔다가 생각나서 연락했어요. 오늘 이쪽에서 친구 결혼식이 있다고 해서요."

 

그러자 그녀는 예의상 아래와 같은 대답을 한다.

 

"그럼요. 기억하죠. ^^ 결혼식 가시는 군요."

 

난 저 사무적인 답변에 실망한다. 결혼식장이 어디인지, 어떤 친구가 결혼하는 건지, 결혼식 끝나고 뭐 할 건지를 묻지 않는 태도에서 나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다는 걸 느끼곤 실망을 감출 수 없다. 마음이 없으면 차라리 대답을 하지 말지, 사무적으로 대답하는 그녀가 가증스럽다. 그래서

 

"제가 연락해서 불편한가요? 그렇다면 연락하지 않을게요. 미안해요."

 

라는 답장을 보낸다. 어떤가? 저런 내 태도를 보며 소름끼치도록 싫은 감정이 들었을 수 있는데, 그게 바로 상대가 느꼈을 감정이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내가 내 기분대로 침묵과 변덕을 사용할 때, 상대는 바로 저런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걸 꼭 기억해 두길 바란다.

 

 

3.지인, 또는 친구들의 문제.

 

지인, 또는 친구들과 관련된 문제는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이쪽에서 상대에 대한 '부정적 평가'한 것들을 주변에 이야기 하니, 당연히 주변의 리액션도 부정적으로 돌아오는 경우다.

 

"시위 때문에 차가 막히니까, 짜증을 내더라고. 겨우 두 번째 만난 거였는데."

 

저런 얘기를 들은 지인들은 십중팔구 "별로네."하는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난 그간 연인을 부모님에게 어떻게 소개하느냐에 따라 부모님 반응이 갈릴 수 있다는 얘기를 해왔는데, '친구나 지인'에게도 그게 똑같이 적용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똑같은 한 사람을 두고도

 

"여친 나이가 스물아홉인데, 아직도 부모님 터치가 심하더라고. 얘가 나랑 있을 때 잘 놀다가도, 부모님 전화가 오면 어쩔 줄을 몰라 해. 신데렐라도 아닌데 통금시간인 12시가 가까워오면 거의 패닉상태에 빠져서, 전에는 영화 보다가 중간에 나오기도 했어."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과,

 

"여친이 이과 출신인데 작가들을 완전히 꿰고 있어. 네가 예전에 나한테 김영하 얘기 해줬잖아. 내가 그 얘기 듣고 김영하 책 빌려서 읽고 있었는데, 그거 보더니 여친이 김영하 얘기를 하더라고. 물어보니까 김영하 책 다 읽었대. 집에 놀러간 적 있는데, 집 벽면이 다 책장이야. 여친 어머니께서 출판사에서 오래 근무하셨더라고 하더라고."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 아닌가. 친구나 지인이 만나 본 적도 없는 상대에 대해 불길한 예언이나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건, 이쪽이 그럴 수밖에 없도록 설명을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말자.

 

둘째는, '야매 심리학자'의 친구들 역시 '야매 심리학자'들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마이너스 품평회'가 벌어지는 경우다. 이걸 좀 우스꽝스럽게 표현하자면, '야매 심리학자'들이 모여서 자신의 이론을 내세우며 컨퍼런스를 하는 거라고 할 수 있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연락한다고? 걘 무슨 자기 일과 보고하려고 널 만난대?"

"아직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무슨 결혼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고 그래? 걔 좀 이상한 애 같은데?"

"영화 정도 보면 되는 거지 아울렛을 같이 왜 가? 아직 연인도 아닌데? 걔도 무슨 여자가 자기 코디해주고 그러는 것에 대한 환상 있는 거 아니야? 완전 웃기네."

 

'야매 심리학자'들이 모여 프라푸치노 한잔씩들 하면서, 상대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컨퍼런스를 하다 의견일치를 하게 되면 답을 얻은 것 같아 뿌듯할지 모르지만, 그걸 두고 객관적인 평가를 마쳤다고 생각하는 것은 경악스러운 일일 뿐이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위에서 말한 것들 외에, '밑도 끝도 없이 도도하게 나오는 태도'라는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대화를 하나 보자. 저 위에서 성별을 바꿔 설명할 때 잠깐 나왔던 대화다.

 

여자 - 제가 연락해서 불편한가요? 그렇다면 연락하지 않을게요. 미안해요.

남자 - 불편하긴요. 아니에요. ㅎ

여자 - 그럼 다행이고요. 쉬어요.

 

왜? 대체 왜? 무엇을 위해서? 뭘 바라고 저렇게 밑도 끝도 없이 도도한 태도를 보이는지 사실 난 좀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미 상황이 다 엎질러졌음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말을 걸어 확인사살을 했던 여성대원은, 사연신청서에

 

"초반엔 그도 저한테 호감을 느낀 게 맞는 것 같은데요. 그게 맞다면 지금이라도 제가 좀 더 다가가면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무한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는 질문을 적기도 했다. 더불어 저런 대화를 한 이후에도 (당연히)상대에게서 아무런 연락이 없으니,

 

"난 널 좋아했던 건데 표현을 못 한 거다. 아무튼 연락이 없는 걸 보니 넌 나에게 마음이 없는 것 같다. 이미 늦은 일이겠지만 좋아했다는 말은 꼭 해주고 싶었다. 암튼 늦었지만 그랬다."

 

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고선 가타부타 대답이 없는 상대에 대해 화가 난다는 말을 내게 하기도 했고, 어이없더라도 대답은 해주는 게 예의가 아니냐고 내게 묻기도 했다. 물론 본인의 입장에서 본인의 상황과 본인의 감정만을 생각하니 상대에게 화가 나고 상대가 예의 없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상대 입장에서 바라보면…. 좋은 말이 아니니 길게 적진 않겠다.

 

끝으로 하나 더. 위에서 말한 경우에 해당되는 대원들은, 유독 썸남이나 연인에게만 저런 모습을 보이는 특징이 있다. 대인관계엔 별다른 문제가 없기에 "너처럼 괜찮은 사람에게 왜 연인이 없을까?"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또 이성을 소개받기도 하지만, 관계가 '연애'와 연관이 되기만 하면 말 안 통하는 외국인과 한 자리에 앉아 있는 듯 이상하게 불편하고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연애'와 연관이 되면 뭔가 더 고차원적이어야 할 것 같고 무결점이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그렇게 경직되곤 하는 건데, 그러지 말고 연애 역시 대인관계라는 걸 떠올리며 이성을 만나보길 권한다. 상대도 나처럼 실수할 수 있고, 상처 받을 수 있으며, 좀 어설픈 구석이 있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만난다면, 지금처럼 소수점 다섯째 자리까지 딱 맞추려는 강박에서 조금은 자유로워 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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