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용품을 사려고 알아보다, 소송으로까지 진행 중인 사건을 알게 되었다. 온라인에서 어항물품을 구입했다가 쇼핑몰 측과 갈등을 빚게 된 사례다. 구매자는 10만 원 이상의 물품을 구입했고, 만 원 상당의 사은품을 받았다. 그런데 구입한 물품에 문제가 발생해 업체 측에 항의를 하게 되었고, 처음엔 '교환'을 목적으로 한 대화를 했지만 너무 오래 시간이 걸리는 관계로 구매자는 다른 곳에서 물품을 구입해 버렸다.
그러자, '교환'을 생각하며 응대했지만 '환불'을 해주게 된 업체에선 작은 친절마저 모두 거둬버렸다. 자기네들이 테스트 해 본 결과 문제가 없는데 왜 이상이 있는 거냐고 따지기도 했고, 사은품으로 준 제품을 이미 사용해 버렸으니 그건 환불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구매자는
"사은품으로 준 건 뜯어서 제품에 넣어 사용하는 거였는데, 제품을 테스트 해봐야 하면 당연히 사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 포장 뜯어서 사용하다 이상을 알게 된 건데, 포장을 뜯어서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게 말이 되냐?"
라며 따졌고, 업체 측에선 고객이 예민하게 느끼는 거지 제품에 문제는 없으며 자기네들은 이걸 되팔 수도 없는 입장이라 사은품 환불을 못 해주겠다고 했다. 이 와중에 둘 사이에선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때문에 구매자는 업체 측을 괘씸하게 여기며, 자료들을 모아 법적으로 대응하려 준비 중이다.
이걸 멀리서 바라보면, 구매자와 업체가 시간과 힘을 써가며 다투고 있는 부분은 '만 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혹자는 이건 돈이 문제가 아니라 '정의'와 관련된 이야기라 할 수 있겠지만, 구매자가 이것 때문에 택배회사를 찾아가 물건이 이동한 증거들을 모으고, 또 법적 절차를 밟느라 돈을 지불하며, 다툼과 관련된 조언을 구하려 백방으로 뛰어 다니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아무래도 좀 '낭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난 법에 문외한인 까닭에 결과가 어떨진 잘 모르겠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구매자의 속이 시원해지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1. 재회했을 때도 마음은 없었다는 구남친.
사연을 보낸 B양에겐, 위의 '구매자'의 사례와 자신의 연애를 한 번 비교해 보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특히
'이번에 두 번째 재회를 하면, 정말 행복하겠는가?'
라는 부분을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한다.
여기서 보기에 B양에겐, 상실한 연애에 대한 그리움은 있는데 남친에 대한 애정이 없고, 첫 번째 재회에서 자신이 이용당한 것 같다는 것에 대한 분노는 있는데 함께 하지 못 했던 일들에 대한 미련은 없다. 때문에 B양이 구남친과의 두 번째 재회를 한다고 해도, 둘이 다시 사귀는 건 맞지만 알맹이는 없는 '유령 연애'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나는 생각한다.
난 둘의 관계가 '사랑이라기보다는 우정에 훨씬 가까웠는데 둘이 사귄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이렇게 말하면 B양이 상처를 받을 것 같다. 근데 두 사람이 사귈 때에도 남친은 '내 생활/네 생활'의 구별이 꽤 확실했고, 다른 사람과 노는 일에 더 마음을 쏟았으며, 폰으로 인터넷 할 시간은 있어도 B양에게 연락은 하지 않았다. B양 역시 상대의 연락을 카운팅 하며 분노하거나, 헤어지자는 말로 위협해 관계에서의 권력을 잡으려는 일에 더 몰두했고 말이다.
겉으로만 보기엔 B양이 재회를 요청할 때
"넌 내 인생에서 없으면 안 되는 존재야."
등의 이야기까지 했기에 정말 애틋하고 가슴 아린 관계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사실 저 말은 B양의 진심도 아니었다. 재회를 원하기에 상대의 마음을 돌리려 한 말이지, 정말 그랬던 건 아니었던 것이다. 재회 후 스킨십과 관련된 B양의 말을 보자.
"거절하면 남자 자존심에 상처 주는 게 아닐까 싶어서 그냥 다 받아줬습니다."
상대가 좋아서가 아니라, 연애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랬다는 걸 잘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딱 저 마음이, 연애 내내 B양이 가지고 있던 마음이기도 하다.
내 이런 얘기들이 B양에겐 불편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선 불쾌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에 하나 '거절하면….'의 마음을 가진 채로 구남친과 두 번째 재회를 한다면, 그땐 그냥 어떻게든 맞춰보려고만 노력하는 여자와 그런 여자의 마음을 이용하는 남자의 '막장 연애'가 될 수 있다. 막장의 예고편은 첫 번째 재회를 통해 B양도 확인하지 않았는가. 지금 내가 한 얘기들 때문에 조금 불편하거나 불쾌한 게, 훗날 피눈물 흘리며 이십대 내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얘기들을 꺼냈음을 말해주고 싶다.
"이 관계, 절대 개선 안 되겠죠?"
남친은 이별 후 헌팅하며 돌아다니고 있고, 남친을 잘 아는 B양의 지인은 그가 B양을 완전히 잊었음을 확인해주고 있고, 또 B양 역시 이 관계가 절대 개선이 안 될 거라 예상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놓는 게 답이다. 절대 안 될 것 같기 때문에 그것에 미련을 두고 매달리는 것만큼 바보 같은 일이 있을까? 하늘이 도와 불가능해 보이던 재회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재회'만 성사된 것일 뿐 거기에 B양의 행복은 없을 텐데?
차였다는 것에 대한 분노와 첫 재회 시 이용당한 것 같다는 배신감, 그리고 예전에 그렇게 가까웠는데 지금은 둘 다 같은 단톡방에 있음에도 서로 대화를 안 하는 사이가 되었다는 것에 대한 상실감 등으로 재회를 희망하진 말았으면 한다. 또, 보통 유기를 한 쪽은 본인의 생활로 금방 복귀 하지만, 유기를 당한 쪽은 갈 곳을 잃어 헤매게 되지 않는가. 상대는 아무 미련 없이 잘 살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서 B양이 그를 더 아쉬워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B양은 그를 놓쳤다고 생각하며 자책하는 중인데, 나는 B양의 생각과 달리 이건 그가 B양을 유기한 것이라고 본다. 시간과 마음과 청춘과 에너지를 애먼 후회에 쏟지 말았으면 한다.
2. 해봐도 안 되면 포기하겠지만, 실패하지 않게?
봉진씨, 어렵잖아.
"이번에도 거절당한다면 정말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생각하며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거절당하더라도, 할 수 있는 만큼은 다 해보고 거절당하고 싶습니다. 실패할 만한 행동들 하지 않고 시도해 볼 수 있는 것들을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방법과 함께 전체적인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2014년 9월 3일에 발행한 매뉴얼에서, 난 봉진씨의 '그녀'가 어장관리를 하는 거라는 결론을 냈어. 그때 봉진씨나 봉진씨의 지인들은 '그린라이트'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난 사연을 앞뒤로 읽어봐도 분명 어장관리인 까닭에 용기를 내 어장관리라고 말했지.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지금, 이제는 봉진씨나 봉진씨의 지인들도 그게 그녀의 어장관리라는 걸 몸소 깨닫게 되었어. 그런데 봉진씨는, 자신의 마음이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다면서, 이게 일시적인 감정도 아니고 그냥 들이대 보고 싶은 마음에서 그러는 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있지. 더불어 '해보고 안 되면 포기하겠지만 실패하지 않게 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고 말이야.
하지만 나 역시, 그 이후의 이야기들까지 다 읽고 난 후에도 생각의 변화는 없어. 이건 어장관리가 분명해. 그녀의 태도는 '네가 다가오는 걸 막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잡지도 않겠다'는 태도야.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아무래도 내가 '어장관리'라는 말을 사용한 게 봉진씨에게 거부감을 느끼게 만들었던 것 같아. 왜 보통 '어장관리'라고 하면 그런 걸 하는 사람이 나쁜 사람일 것 같고, 또 매정하거나 이쪽의 마음을 악의적으로 이용할 것 같잖아. 그런데 봉진씨 입장에서 그녀를 보면, 분명 그런 사람은 아닌 것 같아 보일 거거든. 그래서 그게 봉진씨에겐 함정이 되었던 것 같아.
봉진씨가 간과하고 있는 게 하나 있는데, 상대가 어장관리를 한다고 해서 명확하게 '나쁜 사람'으로 보이진 않아. 눈에 보일 정도로 티가 나면 어장 속 물고기들도 다 눈치를 채고 도망갔겠지. 사람에 따라 좀 다르긴 하지만, 어장관리 하는 사람들은 대개 심성이 착하고 약간 우유부단 한 것 같은 인상을 줘. 그래서 당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당한다는 것도 모른 채 당하게 되는 거지. 상대의 행동을 두곤,
'그녀는 겁이 많아서 연애를 시작하지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내 마음이 변할 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나를 못 받아 주고 있는 것 같다.'
'나를 내치려고 하진 않지만, 사람들의 보는 눈이 신경 쓰여 갈팡질팡 하는 것 같다.'
'심성은 정말 착한데, 자기도 자기 마음을 통제 못 해서 저러는 것 같다.'
'나에게 잘 해줄 때를 보면, 분명 약간은 나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다.'
라는 생각만을 하게 되는 거야.
"하지만 전 분명 작년 4월 정도엔 그녀와 '썸'이라고 할 수 있는 걸 타기도 했고…."
어장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해. 봉진씨가 말하는 데이트 같은 건 사실 댈 것도 아니라니까? 봉진씨 선배 대원들 중에는, 상대가 만나서 팔짱을 끼기도 하고, 어느 정도의 스킨십을 먼저 시도하기도 하며, 심지어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요리까지 해 준 경우도 있어. '썸'이라고 착각할만한 아무 계기도 없는데 그 사람들이 어장에서 일등참치가 되려고 헤엄치고 있는 거 아니야.
내가 그런 수많은 사연을 읽다 발견한 패턴들을 설명하기도 했고, 어장관리일 경우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 지에 대한 소개도 여러 번 했잖아. 봉진씨가 상대와 만났을 때 나눈, 또는 상대와 카톡으로 나눈 대화들의 8할이 '상대 얘기'일 거야. 그렇지? 상대를 칭찬하거나 상대와 관련된 얘기를 하는 게 아니면 상대는 심드렁해 하거나 대화를 빨리 끊으려 할 거고. 또, 상대는 자신이 외롭거나 심심할 때만 봉진씨와 대화를 할 거야. 만약 상대가 A라는 예능프로그램을 좋아하는데 그 프로그램 할 때 봉진씨가 말을 걸면 대꾸도 안 하거나 얼른 대화를 끊으려 하겠지. 본인이 외롭고 심심할 땐 봉진씨가 뭘 하고 있든 말을 걸면서 말이야.
"제 추측이지만, 제 상황이 좀 달라진 이후엔 그녀도 저를 의식적으로 대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아. 내가 군입대 후 훈련소에서 훈련을 마치고 난 다음에 월급을 받곤
'지폐 크기가 좀 커진 것 같은데? 천 원짜리가 이렇게 컸었나?'
하는 생각을 한 적 있거든? 5주 동안 돈을 구경도 못 하다가 보니까 낯설기도 하고, 또 이상하게 커보였어. 이거 기분 탓인 거잖아. 봉진씨의 경우도 그래. 상심한 후 한참 연락 안 하고 지내다 다시 연락하니까 상대가 '오랜만'이라는 것의 영향을 받아 그렇게 대한 건데, 봉진씨는 그게 '흐름이 이쪽으로 온 것'이라고 착각하거든. 그게 기분 탓이었다는 건 상대와의 이후 대화들을 통해 봉진씨도 직접 확인했잖아?
그런 관계가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관계라는 거 나도 알아. 여지의 떡밥을 먹어가며 열심히 헤엄치지만 될 것 같으면서도 안 되는 관계. 역시 봉진씨 선배대원 중에는, 상대에게
"시험이 코앞인데 무슨 데이트야. 공부나 하셔 ㅋ 얼른 합격해서 돈 벌어야 나 맛난 거 사주지~ 열공!"
이라며 가두리 양식을 당하고 있는 선배대원도 있어. 저 말은, 거절이긴 거절인데 여지가 남겨져 있잖아. 그래서 희망고문을 당하는 거야. 저 선배대원 역시 어장 속에서 불안함을 느낄 때마다 상대에게 확인 받으려 하는데, 상대는 부정은 아니지만 긍정도 아닌 애매한 답으로 그를 희망고문하지.
남자 - 나 보고 싶어서 울고 있는 거 아니야?
여자 - ㅋㅋㅋ 들켰나?
저런 대화를 하게 되면, 고지가 바로 요 앞인 것 같은 착각이 들잖아. 실제로 둘의 거리는 120광년이나 떨어져 있는데, 저렇게 진입 장벽이 없는 듯 다 받아주니까 코앞에 있는 것 같은 거야. 다음에 만나면 손잡자고 말해도 그녀는 거절하지 않아.
"ㅋㅋㅋ 너 하는 거 봐서."
정도의 말로 받아줄 뿐이야. 그러니 진짜 사람 미치는 거지. 물론 저러는 와중에도 그녀는 자기 연애사업을 꾸리기 위해 소개팅 하며, 어장에 있는 다른 물고기들이 힘차게 점프 할 때마다 떡밥을 던져주지만 말이야.
저 대원에게 내가 '그녀가 좀 별로인 사람 같다'거나 '어장관리가 분명하다'고 말하면 그는 화를 내겠지. 자신이 보기엔 가능성이 충분하며 고지가 바로 요 앞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나는 그녀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고 나쁜 사람들이나 할 것 같은 어장관리를 한다고 말하니까. 봉진씨도 이전 매뉴얼을 읽고는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아. 그녀는 그런 사람 아닌데, 내가 그녀를 부정적으로 말한다고 말이야.
관계가 뿌리를 내리기 위해선 아주 최소한이라도 '관심과 존중'이 있어야 해. 상대가 이쪽을 언제나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는 팬클럽 정도로 생각하거나, 성의 없이 대해도 나중에 칭찬을 앞세워 또 말 걸어오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으면 방법이 없지. 봉진씨가 그녀와 대화하며 기분 나쁜 말을 듣거나 실망한 게 몇 차례야? 거의 모든 대화가 그렇게 끝나지? 그래서 난 방법이 없다고 생각해.
봉진씨가 만나달라고 매달려도 상대가 거절하는 상황인데, 이런 와중에 어떻게 '실패하지 않는 고백'같은 걸 할 수 있겠어. 그것보다는 한 번이라도 그녀에게 먼저 전화나 연락이 오게 만드는 사이가 되는 게 먼저인데, 사실 난 그것도 권해주고 싶지가 않아. 난 봉진씨가 왜 그녀와 사귀고 싶어 하는 건지를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 그저 가능성이 있는 것 같고 예전에 썸 비슷한 걸 탄 적 있기에 추격본능만 발휘하지 말고, 그녀의 아주 작은 인간적인 매력이라도 발견한 적이 있는지 생각해 봐. 봉진씨는 그녀의 심성도 그저 그렇고 외모도 그저 그렇다고 말하면서도 이상하게 매달리고 있거든. 그러니 고백이라는 목적과 수단만 찾으려 하지 말고,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 보길 권할게.
나도 좀 달달한 사연들을 다루고 싶은데, 5월은 '2차 이별시즌'인 까닭에 도착하는 사연들이 죄다 심각하다. 이별시즌과 연애시즌은 한 해에 4차까지 있으며, 대략 아래와 같다.
이별시즌 - 2월, 5월, 8월, 11월.
연애시즌 - 3월, 6월, 9월, 12월.
벚꽃놀이 커플들 헤어지는 소리 좀 안 났으면 좋겠는데, 아직 함께 팥빙수 한 번 먹어보기도 전에 헤어지는 커플들이 많아 가슴이 아프다. 혹 현재 갈등을 겪고 있는 커플부대원이 있다면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팥빙수는 한 그릇 같이 먹고 헤어지길 권한다. 당 떨어져서 짜증냈다가도, 단팥으로 인해 당이 좀 올라가면 다시 사이가 달달해지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응?)
자 그럼, 난 또 밀린 사연을 읽으러 가야겠다. 어제 수초를 받아와 밤새 돌과 유목에 활착시키느라 늦게 자고 말았는데, 새로 들어온 수초들의 모습도 조만간 공개하도록 하겠다. 찌뿌둥한 월요일 버티시느라 고생하셨으니, 오늘 밤엔 꿀잠 주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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