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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점점 싫어진다는 말을 들은 남자, 이유는?

by 무한 2015. 5. 14.

안녕, 민준씨. 여기에 긴 글을 적었었는데, 글을 다 쓰고 보니 본문 내용이랑 별 연관이 없는 것 같아서 지웠어. 지금까진 내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 들어주시는 독자 분들이 계시기에 마음에 걸리는 서두도 그냥 놔두곤 했었는데, 계속 이러다 보니 내 긴장의 끈이 느슨해지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이 자리에 있던 글은 싹 지웠고, 오늘은 이미 아래에서 하얗게 불태웠으니 마중 글은 생략할게.

 

 

 

1. 내 취향 VS 너의 취향.

 

사실 이건 민준씨 취향이라고 하기에도 좀 그런데, 민준씨는 '데이트를 위한 데이트'를 종종 기획했잖아. 근데 아무런 스토리도 없이 그런 걸 기획하면 둘 다 지루하고 재미없을 수 있어. 박물관 데이트. 말은 좋지. 만나서 박물관 돌아다니면 데이트 하면서 상식도 풍부해지는 느낌이잖아. 남들 다 하는 영화관 데이트나 커피숍 데이트에서 벗어난 것 같고 말이야.

 

하지만 다짜고짜 '박물관'이 앞장서면, 역사 전공자나 역사 쪽 지식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닌 이상 지루할 수밖에 없어. 전시회나 음악회, 역사유적지 방문 같은 것도 마찬가지야. 그건 영어를 알아듣지 못 하는 사람에게 이거 재미있는 미드라며 자막 없이 틀어주는 것과 비슷한 거거든. 그러면 필연적으로 영상만 보다가 질릴 수 있는 거잖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여자친구가 박물관은 그냥 다음에 가자고 하더군요. 좀 서운했지만 어쩔 수 없이 다음에 가기로 했습니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민준씨 친구 중 하나가 같이 박물관 가자고 하면 갈 거야? 솔직히 별로 가고 싶지 않잖아. 여자친구가 거절한 건, 그 경우와 마찬가지로 재미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 거절한 거야. 그런데 민준씨는 그녀의 거절을 자신에 대한 거절로 받아들이곤 금방 시무룩해져. 그래서 목소리나 말투, 또는 톡으로 보내는 문장들에도 실망이 눈에 보일 정도로 드러나지. 그걸 두 글자로 뭐라고 그래? 부담.

 

이게 민준씨 이별의 결정적 문제는 아니었지만, 나중에 또 실수할 가능성이 높으니 조금만 더 적을게. 뭔가를 제안할 땐, 상대가 끌릴 만큼 부연설명을 해주는 게 좋아. 내 경우라면, 사진전을 보러 가자는 이야기를 할 때 공쥬님이 끌릴만한 이야기부터 꺼내거든. 먼저 샤넬 얘기를 해. 그 다음에 샤넬의 수석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이야기를 해. 그런데 한국에서 칼 라거펠트 사진전이 열리네? 샤넬 수석 디자이너는 어떤 사진들을 찍는지 한 번 보러 갈까? 이런 식으로. 이게 그저 "사진전 보러 갈래?"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훨씬 유혹적이지 않아?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응?)

 

더불어 상대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야. 카톡대화를 보면 분명 여자친구가 가자고 한 곳이 있었는데, 안 갔지? 민준씨도 자신의 관심사가 아니면 그렇게 미지근한 태도만 보일 뿐이잖아. 게다가 여자친구는 전부터 민준씨랑 술 마시고 싶어 했는데, 거기에 대해 민준씨는 뭐라고 했어?

 

"제가 술을 잘 못해서 같이 술 마시기가 좀 꺼려졌거든요. 그래서 안 갔었고…."

 

데이트를 위해 억지로 '박물관 데이트'같은 건 계획하면서, 정작 여자친구가 같이 하자고 하는 것에 대해선 귀를 기울이지도 않고 심드렁한 태도를 보이는 거잖아.

 

이거 내가 모 통신사 상담원이랑 통화할 때랑 비슷한 상황인 거야. 우리 집 집 전화 안 쓰고 TV는 거의 안 보니까 인터넷만 신청하겠다고 했는데, 상담원은 자꾸 혜택이 어떻고 할인이 어떻고 하면서 결합상품 가입 유도하는 거 말이야. 필요 없다고 몇 번을 말해도 상담원은 내 말 안 듣고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혜택'인 결합상품 권하면, 난 짜증나겠지? 미안하지만, 민준씨 여자친구의 심정이 딱 그랬을 거란 생각이 들어.

 

 

2. 아아, 스킨십….

 

내가 의식적으로 좀 멀리하는 지인이 하나 있어. 약간의 알콜의존 증상을 보이고 있는 지인인데, 그와 만나면 무조건 '기-승-전-술 한 잔'이 되어버려. 기분이 좋아도 술, 나빠도 술, 슬퍼도 술, 괴로워도 술, 뭐 그런 식인 거야.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만나서 술 한 잔 하는 게 뭐 그리 싫은 일이냐?", 또는 "적당히 술 마시며 진솔한 얘기하면 좋지 않냐?"라는 반응이 있을 수 있는데, 직접 만나 보면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될 거야. 매번 술을 마실 때마다 필름이 끊길 때까지 마셔 대고, 이건 우리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건지 아니면 술을 마시기 위해 관계를 이용하는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거든. 우리가 친하다는 건 구실인 거고, 목적은 술 인 거지.

 

이렇게 술로 예를 드니까, 민준씨가 보기에도 좀 별로인 상황처럼 보이지? 그런데 내 지인의 문제가 '술'이라면, 민준씨의 문제는 '스킨십'이야. 민준씨의 행동에 대해

 

-연인이라는 것은 구실인 거고, 목적은 스킨십인 것.

 

이라고 해도 반박하기가 어렵거든.

 

"저는 마음이 평소보다 더 불안해져 뽀뽀도 막 하려고 했습니다."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집에 보내기가 싫어졌습니다. 그래서 자고 가라고 했는데…."

"룸카페에 가자고 했는데, 가면 또 제가 스킨십이 심해질까봐 그랬는지 여자친구는 싫다고 했습니다."

 

민준씨의 시도 때도 없는 과한 스킨십 시도를, 여자친구는 자제시켜야 했고 또 타일러야 했잖아. 민준씨야 그게 자신의 애정을 표현하는 것이고, 또 스킨십을 시도했을 때 여자친구가 받아주면 그게 그녀의 애정을 확인한 거라 생각해 계속 들이댄 거지만, 여자친구 입장에서 보자면

 

'이 사람은 이러려고 날 만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게 당연한 거지.

 

난 솔직히, 신청서에서 민준씨가 말한 '스킨십에 대한 변명'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 민준씨는 불안한 마음에 조금이라도 더 그녀와 같이 있고 싶고, 또 그녀를 이렇게 보내기엔 불안해서 '자고 가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했잖아. 근데 사연에선 그녀가 민준씨를 타이르며 거절하자, 민준씨는 그녀를 그냥 버스에 태워 보내. 보통의 경우, 조금 더 같이 있고 싶고 떨어지기 싫을 땐, 같은 버스를 타곤 그녀의 집 앞까지 데려다 주잖아. 그런데 민준씨는 그냥 보낸 거야. 이게 좀 이상하지 않아? 말로는 '같이 있고 싶어서'지만, 행동은 그게 아닌 거잖아?

 

민준씨의 이런 태도는 다른 부분에서도 드러나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정리하며 이야기를 해볼게.

 

 

3. 왜 또 나야?

 

가끔 내게

 

"매뉴얼에서 하라고 한 대로 했는데 헤어졌다. 매뉴얼이 다 소용없다는 거 아니냐?"

 

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 민준씨도 내탓까진 하지 않았지만,

 

"노멀로그에서 본 대로 여자친구와 '연애 초기에 해야 하는 약속들'을 했습니다. 서로 하루의 시작과 끝을 알려주거나, 폰을 꺼두거나 하지 않기로 하는 약속들이요. 하지만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이별을…."

 

이라는 이야기를 했지. 내가 답답한 건, 그 분들이 수많은 매뉴얼 중 본인이 하고 싶거나 보고 싶은 것만 골라서 해 놓고는 소용없었다고 말한다는 거야. 

 

난 분명 "전력질주 하지 말고, 상대와 발걸음을 맞추세요. 혼자 달려 나가면 안 됩니다."라는 이야기를 했어. 그런데 민준씨는 위의 '약속'이야기에만 관심을 두었을 뿐, '전력질주'에 대해선 무시했지. 생각을 해 봐. 서로 하루의 시작과 끝을 알려주기로 했다고 해서,

 

"자면 잔다고 말해주기로 해놓곤 또 걱정되게 연락 없다!"

"일어났다고 바로 연락했으면 좋았을 텐데…, 출근해서야 말하네…."

"내가 집 도착하면 전화 한 통 해달라고 했는데…."

 

따위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그게 바람직한 일이겠어? 저건 약속을 인질로 삼아 집착하고 협박하는 거잖아.

 

민준씨와 사귀는 여자는, 죽고 못 살 정도로 빠르게 불타오르거나 시도 때도 없이 애정표현을 하지 않으면 민준씨에게 혼나는 거야. 정확하게 말하자면 혼나는 건 아니고 실망과 서운함을 덕지덕지 바른 말들을 전송받게 되는 거긴 한데, 여하튼 무슨 내신점수 깎이는 것처럼 감점만 당하는 거지.

 

저 위에서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살짝 변형해서 말해볼게.

 

-그녀라는 사람은 수단인 거고, 목적은 연애인 것.

 

이러면 점점 싫어질 수밖에 없는 거야. 난 위에서 말한 내 지인이 안부인사를 해와도, 그게 '술 먹을 구실'일 뿐이라는 걸 경험을 통해 알고 있거든. 민준씨 여자친구도 경험을 통해 그걸 학습한 건 아닐까 싶어. 같이 술 한 잔 하고 싶었는데 민준씨는 들어주지 않고, 만나서 데이트 하고 싶었는데 민준씨는 룸카페 가려하고, 같이 노래방 가서 신나게 놀고 싶었는데 민준씨는 자고 가라는 얘기를 하니까. 민준씨는 사연신청서에

 

"그녀에게서 점수를 좀 딸 요량으로…."

 

라는 말을 적기도 했는데, 그 말에서 알 수 있듯 여친은 이 관계를 풍성하게 만들려고 한 반면, 민준씨는 점수를 따 그녀를 공략하려는 것에 더 치중한 거야. 혹시 여친에게 민준씨에 대한 마음이 없어 이별을 말한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면, 2월에 둘이 나눴던 대화를 봐. 설레는 그녀의 감정이 그 카톡대화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까. 

 

 

난 민준씨가 이 사연을, 첫 갈등이 있었던 2월 말에 보내줬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좀 남아. 그때 처음으로 그녀가 민준씨에게서 문제를 느끼거든.

 

'이 사람은 내게 애정표현을 할 때 하는 말이랑, 실제로 갈등이 생겼을 때 보이는 행동이랑 너무 다르네.'

 

하는 거 말이야. 말로는 상대가 원하는 거 다 들어주겠다고 하고 언제까지나 다정할 거란 약속을 하는데, 갈등이 생기면 표정 굳히며 상대보고 네 잘못이라며 지적하거나 서운해 하는 거야. 이렇게 생각해 봐. 어떤 친구가 민준씨에게

 

"야, 난 네가 회사를 그만 두고 너랑 미국가자고 해도 망설임 없이 같이 할 거야. 그만큼 널 믿고, 너랑 같이 하면 뭐든 잘 되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있어."

 

라는 이야기를 해. 그런데 실제로 일상에서는

 

"바지 사러? 야, 나 바지 샀어. 그리고 금요일에 회식 있어서 못 가. 너도 그냥 동대문까지 가지 말고 인터넷으로 사버려."

 

라고 말하지. 그럼 민준씨는 저 친구를 어떻게 생각할까? 미국 얘기가 그의 진심이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회식 핑계가 그의 진심이라고 생각할까?

 

상대에게 바람만 넣는 말을 좀 줄이거나, 아니면 말을 했으면 행동으로도 지켜야 해. 이게 안 되면, 백날 레어 아이템 사다가 선물해도 다 소용 없는 거야. 선물로 잠깐의 환심을 얻으면 뭐해, 가장 중요한 근본적인 신뢰엔 금이 갔는데.

 

다음 연애에서는, 상대가 나처럼 전력질주 하지 않는다고 해서 혼자 심각한 표정으로 침묵만 지키고 있거나, "또 연락 없네…."류의 옆구리 찌르기를 하지 않기를 권할게. '좋은 남자'의 모습을 보여줘 빨리 상대를 공략하려 들지 말고, 그냥 '조민준'의 모습으로 상대를 만나봐. 이번 연애에선 상대가 자신의 모습을 솔직히 다 보여준 반면, '좋은 남자'를 연기하려 했던 민준씨는 끝까지 솔직하지 못했으니까.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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