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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여행가서 친해진 남자, 귀국하니 찬바람만 외 1편

by 무한 2015. 7. 15.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엔, 아래와 같은 노래가 새겨져 있지 않습니까?

 

"아침바람 찬바람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 우리 선생 계실 적에 엽서 한 장 써주세요. 한 장 말고 두 장이요, 두 장 말고 세 장이요, 세 장 말고 네 장이요…."

 

바로 저 노래에 답이 있습니다. Y양이 여행지에서, 그에게 엽서만 한 장 썼더라도 이 관계는 완전히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시대가 시대니 만큼, 꼭 엽서가 아니더라도 카톡으로 여행지에서의 사진을 보내며 교류를 했어도 되고 말입니다. Y양은 이 부분에 대해 감을 잡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이상한 기대 같은 걸 시작해버리는 문제를 가지고 있던데, 더는 같은 일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오늘 함께 살펴봤으면 합니다. 자, 출발!

 

 

1.여행가서 친해진 남자, 귀국하니 찬바람만.

 

상대는 Y양보다 일찍 귀국했고, Y양은 그보다 며칠 더 여행을 했습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선 귀국한 상대에게 사진을 전송하며 수다를 떨기 마련인데, Y양은 그의 귀국과 동시에 그와의 연락을 끊어버렸습니다. Y양은 제게

 

"그 사람도 연락 안 한 거잖아요? 그래서 저도 안 한 건데 왜 저만 잘못한 것처럼 말하시죠?"

 

라는 이야기를 하실 수 있는데, 마지막 대화가 어떻게 끝났나 보시길 바랍니다. 그가 먼저 말을 걸어 자신의 귀국을 알리고 Y양에겐 즐거운 여행 하라는 이야길 하지 않았습니까? 그럼 뭔가 그것에 대한 리액션이 있어야 하는데, Y양은 상대가 귀국하든 말든 관심 없다는 식으로 얼른 답변하고 대화를 끝내버렸습니다.

 

물론 저는 Y양에 왜 저랬는지, Y양의 설명을 들어 알고 있습니다. 여행 중 상대와 대화를 하다 당황스러운 일이 생겨서 말했는데, 상대가 Y양이 기대한 반응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Y양은 빈정이 상했던 겁니다. Y양이 생각했을 땐, 상대가 호들을 떨며 자신이 알아봐주겠다는 식으로 나왔어야 정상인 건데, 상대는

 

"아…. 그렇게 된 거면, 어떡하죠."

 

정도의 반응만 했습니다. 그래서 Y양은 그의 카톡에 '읽씹'으로 응대했고, 그가 귀국을 하든 말든 관심 없다는 식으로 대했습니다. 이후 한국에 돌아오기 전까지 전혀 연락도 하지 않았고 말입니다.

 

여기서 이미 끝난 겁니다. 그 전까지 나눴던 대화에서 상대의 관심을 볼 수 있다고 해도 이 사건으로 인해 관심의 유효기간은 지나버린 거고, 상대는 Y양이 화가 나면 자신을 없는 사람 취급해버리는 걸로 복수하는 태도를 지니고 있다는 걸 눈치 챈 겁니다.

 

"이 사람을 포함해 최근 만났던 남자들도 전부 고학력자들이었는데, 그들도 그랬어요. 아무 문제없지 잘 지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확 줄고, 하루아침에 남남이 되어버리는…."

 

학력과 관계없이, 대략 스물여덟 살 이상의 남자들은 상대가 보이는 태도에 나를 향한 존중이 있는지를 금방 캐치할 줄 알고, 저 정도의 반응이면 이쪽에 마음이 몇 퍼센트 정도 있는 건지도 대략 압니다. 본심 이상으로 보이는 호의와 친절에는 속아 넘어갈지 모르겠지만, 부족하다는 건 귀신 같이 눈치 채는 것입니다. 아직 연애나 여자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본능에 휘둘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대개 자신의 썸이나 연애, 그리고 상대방을 이성적으로 파악하는 재주를 보유하고 있기 마련입니다.

 

Y양은 앞으로 비슷한 일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에야

 

"에구 오늘 치맥 땡긴다~ 그치? 나 살 빼야 하는데 ㅠ.ㅠ"

 

라고 하면

 

"뺄 살이 어디 있다고 그래~ 그럼 오늘 저녁 치맥 콜?"

 

이라며 집 앞까지 찾아와 치맥을 사주겠다는 남자들이 많았겠지만, 앞으로 만나는 남자들은

 

"그럼 참어."

 

라든가

 

"그냥 시켜 먹고 내일부터 살 빼."

 

라는 대답을 하는 경우가 많을 테니 말입니다. 물론 Y양도 상대에게 친절과 호의를 베풀고자 노력하며 진심으로 대하면 저렇게 반응하진 않겠지만, 지금처럼 수동적인 태도로 가끔 떡밥만 던질 뿐이라면 상대도 그게 뭔지 알기에 입질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경험들에 지쳐 좋은 남자 없다고 한탄할 때쯤, 거센 불처럼 들이대는 '연하남'에게로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도 '징벌적 침묵'같은 걸 사용하면 그들 역시 결국 떨어져 나가게 될 것입니다. 한 사람이 시간을 내어 Y양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또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화답해 주는 것을 감사하게 여기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상대가 내 호출에 응답하는 것이 내게 은혜를 베푸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하신다면, 지금의 모난 모습은 애써 고칠 필요 없이 저절로 나아질 거라 저는 생각합니다. 해보시다가 너무 어려우면 다시 한 번 사연을 주시기 바랍니다.

 

 

2. 사람 하나 살리는 셈 치고 도와주세요….

 

태준씨 안녕? 하고 싶은 공부가 있어서 좀 오래까지 학교를 다니는 건 나쁜 게 아니야. 그런데 막연하게 학교를 좀 더 다니면 살 길이 열릴 거라 생각하며 입학하려 하는 건, 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지. 태준씨가 뭔가를 하려고 하는데 거기에 외국 학위가 필요한 거라면 유학을 가는 게 맞아. 그런데 유학 다녀오면 뭐가 되도 되지 않겠냐고 생각하며 가는 건 도박에 가깝지. 예전이야 외국 나갔다 오면 외국어 하나라도 익혀 먹고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외국 몇 년 살다 왔다고 기업이나 학원에서 모셔가려 하지 않잖아.

 

태준씨 여자친구가 답답해하는 지점이 바로 저기야. 그녀 입장에서 보면, 최소한 6년은 태준씨가 계속 학생인 거거든. 다행히 여자친구가 그 나라에서 머물고 있긴 하지만, 태준씨에겐 외국에서 공부를 마친 후 관련된 직종에 근무하겠다는 계획이 없어. 여자친구가 그렇게 공부한 뒤에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더니, 태준씨는 취직할 거라고 했잖아. 이러면 답이 없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거지.

 

특히 태준씨의 여자친구는 스무 살 이후부터 혼자 벌어 학업과 생활을 다 꾸려온 사람이기에, 태준씨가 살고 있는 걸 보며 불안해 할 수밖에 없어. 그녀는 자신이 돈을 모아 결혼을 하고, 집을 사고, 아이들을 낳아 기르는 것이 자신에게 놓여진 길이라고 생각하는 건데, 태준씨를 그 삶에 대입하니 답이 안 나오는 거야. 6년을 공부하고 그 뒤부터 첫 월급을 받는다고 하니, 계산 자체가 안 되는 거지. 그때가 되어 집 한 칸 마련하고 식 올리려면 나이가 불혹이니까.

 

태준씨는

 

"무한님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여자친구에게 어떻게 말하실 건가요? 어떻게 이해를 부탁하실 건가요"

 

라고 물었는데, 난 사실 그걸 태준씨에게 말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그건 내 계획을 근거로 한 내 생각이지 태준씨 생각이 아니거든. 난 내가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믿음도 있고, 만약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차선책도 있어. 태준씨는 그런 게 있나? 신청서에 적힌 것만 보면 당장 여자친구가 이별을 말할 것 같으니 일단 안심부터 시키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래도 태준씨가 여자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사연 구석구석 적혀 있는데다, 스스로에 대한 자책을 하며 변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니, 나라면 어떻게 할 건지를 적어두도록 할게.

 

내가 태준씨라면, 우선 내가 집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를 할 거야.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모든 걸 다 해결하는 여자친구와 달리 태준씨는 집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부분들이 많잖아. 결혼을 한다면 태준씨 부모님께서 지원을 해주실 테니, 그런 부분들까지 여자친구에게 말해 꼭 두 사람의 힘으로만 모든 걸 다 해결해야 하는 건 아닌 상황이라고 말하겠지. '그렇기 때문에 내가 여유롭게 있어도 된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자친구가 불안해하고 있는 것들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주기 위해서 말이야.

 

그리고 여자친구가 바라는 대로 당장 일을 하는 것보다는, 학위를 가지고 그걸 활용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더 큰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할 거야. 드래그 레이스라면야 비행기보다 오토바이가 빠르지만, 탄력 받으면 비행기는 날아가 버리잖아. 지금 바로 돈을 벌어 모으는 것보다, 이후 학위를 취득한 뒤 연계된 일을 할 때 벌 수 있는 돈이 더 많고 안정적이라는 걸 설명할 거야. 물론 이런 설명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뭘 하려고 하는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세워져 있어야겠지.

 

또, 차선책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할 거야. 마냥 '하다보면 어떻게 되겠지'하며 기다림만 요구하지 않고, 이렇게 해서 안 되면 저렇게 하겠다는 계획을 이야기 할 거야. 더불어 장기적인 목표가 아니라 단기적인 목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겠지. 안 그러면 간판만 유학생으로 걸려있을 뿐 거기서 공부를 하는 건지 여자친구랑 노는 건지 확고한 구별 없이 허송세월 할 수 있잖아. 목표 학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할 거고,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그땐 어떻게 하겠다는 대책도 이야기를 할 거야.

 

끝으로 하나 더. 나라면 내가 정말 치열하게 삶에 바짝 붙어 살고 있다는 걸 행동으로 증명할 거야. 태준씨 지금 쉬고 있잖아. 이러면 아무 것도 증명할 수가 없어. 유학에 필요한 걸 준비할 필요가 없는 거라면, 그 남는 기간에 뭐라도 해. 알바를 해서 돈을 모으든, 공부를 해서 자격증을 취득하든, 목표를 세워 책을 읽든, 뭐라도 해.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치열하게 살고 있는 사람이 공부 한다는데 거기에 반대할 사람 없거든. 책임감과 성실함이 증명되었다면, 그 사람이 뭘 하든 분명 잘 할 거라고 생각하는 법이니까.

 

내 생각에 태준씨 여자친구는 그간 태준씨를 봐오며 느낀 것들을 근거로 유학을 반대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그러니까 태준씨가 너무 잘해줘서 여자친구가 자만해 진 건 아닐까 하는 헛된 생각은 하지 말고, 그녀가 염려가 아닌 응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태준씨의 책임감과 성실함을 증명해봐. 이걸 증명하지 못 하면, 온실 속 화초와 야생초의 안타까운 사랑으로 둘의 연애는 끝나고 말 테니까. 내일부터 말고 오늘 당장!

 

 

오늘도 구피 치어들 밥 먹여야 해서 배웅글은 생략해야 할 것 같다. 녀석들 소화가 대략 한 시간이면 끝난다고 해서 하루 열 번 이상 밥을 주고 있다. 치어 밥 먹이느라, 건물주가 되겠다는 내 장래희망에선 점점 멀어져 가고…. 그러고 보니 나도 아직 밥을 안 먹었다. 밥 먹어야지. 다들 맛있는 점심 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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