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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새로 사귄 남친, 스킨십에만 관심이? 외 1편

by 무한 2015. 7. 28.

지난 토요일 저녁, 출산 예정 중이던 구피가 새끼를 낳았다. 대략 오후 5시부터 낳았던 것 같은데, 하필 내가 잠시 밖에 나간 사이 출산을 시작해 전 과정을 영상으로 담을 순 없었다. 아래는 출산중임을 확인하고 부랴부랴 찍어 본 영상이다. 영상으로 올릴까 하다가, 아직 편집이 덜 되어 일부를 움짤로 만들어 보았다. 어미의 배 아래쪽 우측 끝 부분을 보면 치어가 한 마리 튀어나온다.

 

 

 

대부분의 구피들은 자신이 낳은 새끼를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구피만이 새끼를 먹지 않는다고 하는데, 난 우리 집 구피가 후자에 속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에 확인한 결과, 낳는 도중엔 치어를 먹지 않지만 다 낳고 나면 먹는다. 그래서 50여 마리의 치어 중 30% 정도가 어미 뱃속으로 도로 들어가고 말았다. 물론 그 배가 그 배가 아니라는 게 함정이지만….

 

구피 소식은 나중에 <물고기가 좋다> 코너에서 자세히 전하기로 하고, 한밤중에 쓰는 월요일자 매뉴얼, 출발해 보자.

 

 

1. 새로 사귄 남친, 스킨십에만 관심이?

 

안녕하세요 S양. S양은

 

"무한님이 '남자들은 자신이 좋아한 여자, 그렇게 금방 안 싫어합니다.'라는 구체적인 증거와 통계를 들이밀어 주시면 제 마음이 좀 편해질 것 같아요."

 

라고 하셨는데, 죄송하지만 S양 남친에 대한 보증을 제가 해드릴 순 없습니다. 성수기 몰디브 공짜표는 누구나 원하겠지만, 그 공짜표를 주는 사람이 짜증나게 굴면, 더럽고 치사해서 안 간다고 할 수 있는 거니 말입니다.(S양의 질문을, 저는 '성수기 몰디브 공짜표를 원하며 제게 잘 보이려는 사람은, 언제까지고 잘 보이려 노력하겠지요?'라는 질문과 같다고 생각해 이런 비유를 들었습니다.) 흔히들 연애는 '케바케'라고 하지 않습니까? 남친이 현재 S양을 그 누구보다 더 좋아한다 해도, 오늘 저녁 S양이 상대의 자존심을 짓밟으면 그 순간 둘의 연애는 곧바로 종료될 수 있습니다.

 

사실 전, 남친이 스킨십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보다, S양이 왜 남친을 그렇게 악당으로만 보는지가 참 궁금합니다. 두 사람이 연인이면 S양에게서도 상대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나 함께 있고 싶은 마음, 만나면 헤어지기 싫은 마음, 그것도 아니면 전화 해서 목소리 듣고 싶어하는 마음이라도 손톱만큼은 있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S양에게선 그런 걸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S양이 가진 마음이라곤

 

'이 사람은 왜 전화를 안 하나?'

'스킨십 진도를 나가려고 저런 말을 꺼내는 건가?'

'일찍 잔다고 하긴 했지만, 여하튼 진짜 자는 것 같은데, 나랑 대화하는 게 재미없나?'

'이 사람이 진짜 나를 정말로 좋아하는 게 맞는지?'

 

등이 거의 전부라 할 수 있습니다. 철벽녀와 채점녀의 문제가 있는 건데, 이런 와중에 제게 '안심하고 남친의 리드에 따라도 된다는 보증'을 원하시면 저는 참 곤란합니다. 수동적인 태도로 남친에 대한 채점을 하고 있으면, 결국 '100일 미만의 연애'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스킨십과 관련해서는, 보통 사귄 지 일주일 내에 첫 키스, 그리고 한 달 이내로 진도의 끝자락까지 나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는 건 사귀기로 한 날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고 말입니다. 이런 평균치에 근거해 말하자면, 사귄 지 한 달 정도 된 S양의 남친이 팔을 잡으려고 하거나 허리에 팔을 두르는 등의 행동을 하는 게 아주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전 S양에게

 

"그렇다면, 남친이 언제쯤 스킨십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거나 스킨십 진도를 나가려는 모습을 보여야 맞는 건가요? 6개월 정도 사귀다가 그런 시도를 하면 S양도 이해해주실 건가요?"

 

라는 질문을 해보고 싶습니다. 연애 초기엔 보고 싶은 마음이 커지면 새벽에라도 10분 보려고 1시간을 달려가기도 하고 막 그러는데, S양에게선 이런 모습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S양은 본인에 대해 설명하며

 

"제가 운전하는 걸 싫어해서, 만나는 것에는 좀 문제가…."

 

라는 이야기를 할 뿐입니다.

 

이게 원하는 결론이 아니실 것 같습니다만, 전 귀찮음이 설렘이나 두근거림을 못 이길 정도의 관계라면 연애를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상대에 대한 이렇다 할 애정 없이, '상대가 날 쉽게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된다면 상대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는 마음으로 사귀는 건 분명 바람직하지 않는 거라고도 생각합니다.

 

"남친이 스킨십 하려는 걸 제가 막으니, 그럼 저더러 포옹은 괜찮냐고 묻더라고요. 이거, 무리한 요구를 한 뒤에 상대적으로 가벼운 걸 요구해서 원하는 걸 얻어내는 설득의 기술이잖아요. 이게 뭐예요. 무한님께서 보시기엔 어떠신가요?"

 

그렇게 따지기 시작하면, 사실 손잡는 것도 이상한 것 아니겠습니까? 고백하기 전까지는 손 안 잡고도 잘 다녔는데, 고백하고 나서 바로 손잡는 걸 보니 그걸 목적으로 고백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이건 남의 연애가 아니라 S양 본인의 연애니, 구경하거나 평가만 하려 하지 말고 직접 참여하시길 권합니다. 상대도 S양과 똑같은 상황에서 잃을 것 각오하고, 또 미래에 대한 누구의 보증이 없어도 시작한 겁니다. 혹 둘이 사귀다 헤어지더라도 S양만 피해 입고 S양만 손해 보는 것 아니니, 연애 밖에서 쳐다보는 건 그만하시고 풍덩 뛰어드시길 권합니다. 단, 만약 상대에 대해선 별 호감이 없었는데 그가 고백해서 그냥 사귄 거면, 이쯤에서 정리하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2. 짝사랑, 전 언제까지 더 이럴까요?

 

나리씨, 나리씨는 제가 중고물품을 살 때 흥정을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을 하는지 상상도 못하실 겁니다. 가끔은 저도 제가 왜 겨우 몇 만원 때문에 이런 길고 험난한 흥정의 길을 걷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여하튼 안부인사를 필두로 한 장문의 문자로 상대의 마음을 끌어오려 노력하고, 물품의 단점에 대해 이야기 할 때에는 또 상대마저 처참한 기분이 들 정도의 분위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러다 보니 근처 직거래를 하다 형동생 하는 사이가 되기도 하고, 어느 때는 전에 거래한 상대가 다른 물건을 팔려 할 때 제게 가격을 책정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합니다.

 

중고 물건을 하나 저렴하게 사기 위해 저는 이렇게까지도 매달리는데, 나리씨는 자신이 품고 있는 사랑을 위해서 그다지 하는 일이 없지 않습니까? 저는 막

 

"오, 동네 분이시요! 같은 동네 주민찬스 한 번 써도 될까요?"

 

따위의 이야기로 공감대를 찾으려 노력하기도 하고, 번호 저장 후 상대 프로필에 뜬 사진을 보고는 사진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또, 비싸게 주고 산 물건을 중고로 팔 때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격의 풍화작용이 일어났다는 걸 저도 알기에, 제 경험을 예로 들어 설명하기도 합니다. 최근 시세를 이야기 해주기도 하고, 그 물건의 가격이 왜 그렇게 폭락했는지를 말해주기도 합니다.

 

나리씨의 얘기를 제 이야기와 엮어서 좀 보겠습니다.

 

"제가 가끔 연락도 먼저 하고, 만날 자리가 있으면 나가보려고 했는데도 잘 안 되더라고요. 솔직히 그 애가 제게 큰 관심이 없다는 걸 느끼기도 했고요."

 

중고 거래를 위해 판매자에게 연락을 해보면, 그들은 물건 값을 좀 깎으려는 제게 관심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들에게 관심을 갖습니다. 이게 좀 중요한 부분인데, 전 물건 보다 물건을 파는 사람에게 관심을 갖습니다. 그 물건을 어떤 경로로 구입했는지, 어떻게 사용했는지, 그것으로 무엇을 했었는지에 대해 대화를 나눕니다. 제가 사려는 물건을 상대는 팔려는 거니, 우리의 관심사가 일치하는 부분을 쉽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첫 마디는 그 물건을 아직도 팔고 있냐는 형식적인 물음이었지만, 이후의 대화는 정말 '대화'가 되는 것입니다. 물건을 사겠다는 이야기는 저 뒤로 미뤄두고, 저와 상대는 같은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보통의 경우 상대는 제가 가려는 길을 이미 걸었던 사람인 까닭에 대화를 하다 보면 뭔갈 배울 수도 있고, 서로가 알고 있는 것들을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렌즈 거래로 시작된 인연이 물고기 얘기, 별자리 얘기로 나아가기도 하고, 또는 자전거 얘기로 넘어가 국토종주 얘기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러다 보면 어느 새 우린 호형호제를 하고 있고, 저 역시 상대에게 필요한 물건이 제게 있는지를 확인하고, 상대 역시 제게 더 줄 것이 없는지를 고민하는 상황이 됩니다.

 

제가 만약 물건에만 관심을 가진 채

 

"아…. 진짜 안 되나요? 정말 필요해서 그런데…. 만 원만 더 깎아주세요. 제발…."

"팔렸나요? 안 팔렸으면 제게 좀 파세요. 꼭 좀 부탁드립니다."

"거기 갈 차비면 좀 더 보태서 인터넷 최저가 신품 사겠네요. 그러니까 깎아주세요."

 

따위의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면, 상대는 저를 차단했을 겁니다. 저런 문자들을 제게 보냈던 사람들을 제가 차단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절실한 마음은 충분히 알겠지만, 저런 메시지를 받는 입장에선 부담스럽거나 불쾌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저 상대의 승낙만을 절실하게 바라고만 있는 건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고 있는 사람 역시 마음이 괴로울 뿐이고, 잊을만 하면 다시 희망의 끈을 당겨보듯 연락하는 까닭에 힘만 빠질 뿐입니다.

 

나리씨는 현재 상대에게 '연애'라는 것을 요구하고 있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와의 연애를 절실하게 바라고 있고, 그가 나리씨의 마음을 받아들여 연인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좋아했었다'라고 이도저도 아니게 고백 비슷한 걸 한 까닭에 살짝 어색해져, 나리씨는 좀 더 시간 지난 후 다시 한 번 고백을 할까 생각만 하는 중이고 말입니다.

 

연애 말고 상대에게 관심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타지에 있는 상대에게 이쪽의 감정을 듬뿍 담은 편지만 보낼 게 아니라, 상대가 거기선 뭘 하고 어떻게 지내는지에 관심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상대에게 답장을 받았으면, 그 답장에 대한 새로운 편지를 써서 대화를 하면 되는 겁니다. 마음이 여린 사람들은 최악의 경우를 너무 금방 상상해버리거나, 본 적 없는 상대의 무서운 얼굴을 떠올리며 겁을 집어 먹곤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또 앞으로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으니,

 

"저를 밀어낸다거나, 아니면 아는 척 하고 싶지 않아하게 되면…."

 

이라는 걱정은 책상서랍 같은 곳에 넣어두시길 권합니다. 지난 주말에 서로 뭘 했는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지는 게 먼저 입니다. 그러니 지금처럼 60km 밖에서 뭔가를 절실히 바라지만 마시고, 상대의 60cm 이내로 진입한다는 생각으로 다가가 보시길 권합니다.

 

"무한님이 보시기엔, 그 애랑 저랑 잘 될 수 있을 것 같으신가요?"

 

하는 물음은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상황이 원하던 방향과 다르게 흘러가면 그땐 또 그에 맞춰 대책을 함께 고민해 드릴 테니, 일단 동성친구랑 친해질 때처럼 자주 연락하며 다가가 보시길!

 

 

9월에 여행을 간다고 하니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필리핀으로 가게 되었다. 사실 마카오를 가려고 하다가 마카오와 마닐라를 착각해 발권을 해버렸다는 건 훼이크고, 필리핀에 있는 지인이 초대를 해 급하게 일을 저질러 버렸다.

 

예전에 필리핀 어느 리조트, 어느 호텔 같은 곳에 근무 하는 분들의 사연이 많이 왔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좀 추천을 받아둘 걸 그랬다. 호주, 싱가폴, 파리, 일본, 홍콩, 영국, 하와이, 뉴욕, 남아공, 말레이시아 등에는 아직 노멀로그 원로 독자 분들이 계시니 미리미리 추천을 받아놔야겠다. 블로그 시작 8년 만의 해외여행이니, 8년 후에는 또 다른 나라에 가게 될 지도 모르는….(응?)

 

필리핀의 세부나 보라카이 등을 놔두고 왜 하필 마닐라로 가냐고 묻는 지인들이 많았는데, 하아, 진작 알았으면 내가 마닐라 행을 택했겠는가. 산이 거기 있어서 산을 올랐다는 어느 산악인의 말처럼, 그저 마닐라가 거기 있어서 마닐라로 가게 되었다고 적어두도록 하겠다. 잠깐만. 눈물 좀 닦고. 

 

마닐라에 가서 며칠 관광하느니 한강에서 물고기 밥 주는 게 더 낫다는 지인의 충고도 있고 해서, 세부에 들어갔다 나오는 계획도 세우는 중이다. 마닐라에서 세부 들어가는 항공편이랑 세부에서 묵을 숙소 알아보러 가야 하니 오늘은 여기서 그만 작별인사를 하자. 월요일에 시작한 글이 화요일에 마무리 되어서 뭐라고 인사를 해야 좋을지 모르겠는데, 음,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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