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관심을 보인 게 분명하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살펴봐야 할 객관적인 기준들이 있습니다.
A. 둘은 메신저로 대화하거나 전화통화를 하는 사이인가?
B. 둘은 한 달에 한 번이라도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사이인가?
C. 엄마에게 이 얘기를 털어놓을 경우 엄마가 등짝을 때리진 않겠는가?
참고로, 종종 C 부분에서 '엄마'가 아닌 '친구'에게 털어 놓았다가
"그래? 그럼 정말 마음이 있나보네. 잘 해봐."
라는 대답을 듣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무효라고 봐야 합니다. 너무 야박하고 냉정한 기준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쩔 수 없습니다. 저런 관계가 아닌데 '관심을 보였다'고 생각하는 건 이쪽의 착각이거나, 아니면 그저 상대의 찔러보기를 경험한 것인 경우가 대부분이니 말입니다.
심지어 상대로부터 고백을 받았다 하더라도, 위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역시 무효라고 봐야합니다. 그런 고백은 나이트나 클럽에서 오늘 만난 상대가 어떻게든 손목을 잡고 끌고 가기 위해 막 던지는 고백과 별반 다르지 않으니 말입니다. 첫 사연의 주인공인 U양 역시 고백까지 받았다고 하지만, 제가 보기엔 상대의 '찔러보기'를 경험했을 뿐이라 생각합니다. 왜 그런지, 아래에서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고백까지 한 그 남자, 왜 갑자기 마음이 식었을까?
저는 U양이 상대방을 의식하며 행동한 게, 상대방도 U양을 의식하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말이 조금 이상하긴 한데, 이쪽에서 계속 쳐다보니까 상대방도 이쪽을 쳐다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서로 상대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착각하게 되는 것 있지 않습니까? 회사 내에서 U양이 상대에게 말을 걸고, 실없는 농담을 하고, 약간의 애교까지 부린 것이 상대의 레이더에 감지 된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상대가 U양에게 호의를 베풀자 U양은 상대가 U양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김칫국을 드링킹 하지 않으셨습니까? 바로 그것처럼 상대도 김칫국을 마셨던 겁니다. U양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그렇게 행동하는 걸 거라고, 또 U양이 상대를 의식하며 하는 행동들이 자신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걸 거라고 생각했단 얘깁니다.
상대가 U양에게 고백 비슷한 걸 했던 그 날도, 사실 U양이 먼저 상대의 퇴근시간까지 기다렸다가, 방향이 같으니 같이 가자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관심이나 호감이 없는데 그렇게까지 하는 사람은 없기에, 상대는 분명 U양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때문에 그런 이유들로 인해, 그는 자신이 U양에게 약간만 호감을 표현해도 U양이 쉽게 넘어오리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대체 무슨 근거로 그를 나쁜 사람 만드냐고 하실 수 있는데, 제가 내밀 수 있는 근거는 아래와 같습니다.
1. 평소에는 아무 표현도 없다가 갑자기 그 날 저녁 같이 가며 고백을 했다.
2. 고백 시 결혼과 연관지어 이야기를 했다.(둘은 서로 연락처도 모르는 사이인데)
3. 고백 직후 U양에게 자신의 자취방에 놀러 오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했다.
4. U양이 거절했는데도 그는 또 자신의 자취방에 가자는 말을 꺼냈다.
5. 이후 상대가 나중에라도 술을 먹자고 했고, U양이 밥을 먹자고 했더니 거절했다.
6. 앞뒤가 전혀 맞지 않아 보이는데, 그는 자신이 U양을 짝사랑 해왔던 것처럼 말했다.
7. 그 날 U양은 집에 왔고, 연락처를 받아간 그는 지금까지도 연락하지 않는다.
그의 저런 태도들을 보며, 전 그의 고백이 진지하다고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그가 U양에게 했다는 '고백'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냥 그가 그랬었다는 거지 그러니 뭘 어쩌자는 게 아닙니다. 더불어 그가 U양에게 제안하는 것들 역시, 진지하게 U양을 만나보고 싶다는 얘기라기보다는 그냥 얼른 U양과 연인처럼 지내고 싶다는 말에 가깝습니다. 술 마시며 같이 놀자는 거지, 밥 먹으며 대화를 하자는 게 아니라고 할까요.
U양이 상대의 그런 얄팍한 들이댐을 거절하고 난 이후, 그가 보인 행동만 봐도 그 깊이가 얼마나 얕았던 건지 알 수 있습니다. 그는 그 날 저녁에는 U양에게 달콤한 말들을 늘어놓고 U양의 연락처까지 받아갔지만, U양이 상대를 다독여 집에 들여보내고 나니, 이후로는 연락 한 번 안 하지 않습니까? U양에겐 미안하지만, 이건 그냥 '아니면 말고'식의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전 U양에게, 상대가 고백했던 것에 대해 계속 고민하거나 지금이라도 U양이 다시 잡아보려고 하진 말길 권하고 싶습니다. '이런 남자가 왜 나에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이 혹하는 상대였다 하더라도, 이미 한 번의 경험으로 그가 얼마나 빨리 발을 뺄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면, 계속 거기에 미련 두며 아쉬워하진 말아야 하는 겁니다. 또, 이건 U양이 망쳤다기 보다는 볼을 잘 골라낸 것이니, 본인이 망쳐버렸다고 자책하며 괴로워하지도 마시길 권합니다.
2. 저도 고백 받았어요! 근데 장난으로 그런 거라던데요.
안녕 J양. 외국인과 대화할 때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이 뭘 것 같아? 나도 어떤 분에게 들은 건데, 그냥
"Why?"
"Really?"
"Coo! Great!"
라는 말로 계속 물어보고 호응해주는 거래. 그러면 상대가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게 되고, 그러다 "and you?" 나오면 나도 또 얘기하게 되고, 그러면서 계속 이어가진다고 하더라고.
저거 정말 간단하고 쉬운 거잖아. 영어 잘 못한다 해도 추임새만 넣어주면 10분 넘게 대화가 되는 거야. 그런데 저걸 안 하면 어떻게 될까? 이름 물어보고, 어디 사는지 물어보고, 나이 물어보고, 그러고는 소 닭 보듯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겠지.
자, 이제 J양이 한 말들을 좀 보자고.
"단톡방에서 같이 수다 떨 때, 제가 밖에 있거나 전화통화를 하거나 할 때 제대로 확인을 안 했거든요. 그 단톡방에 있던 친구들이, 오빠는 제게 호응을 엄청 해줬는데 저는 제대로 대답도 안 하고 그랬다네요. 그리고 사실 전 그때 친구들이 보고 있는 것도 있고 해서, 오빠에게 관심을 더 안 주려고 했었어요."
저게 J양이 상대에 한 행동이지? 그런데 상대를 저렇게 대하고 난 후, 현재 J양이 원하는 걸 봐봐.
"오빠가 먼저 좀 제게 다가오게 만들 수 없을까요? 오빠가 좀 리드해줬으면 좋겠는데, 오빠는 소심한 것 같아요. 어렵네요."
J양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 바로 보이지 않아? 이건, 상대가 벨을 눌러도 J양이 대답을 안 하면서, 그냥 상대가 알아서 문 열고 들어와 주길 기다리고 있는 것과 같잖아. 둘 중 하나는 접어두어야 뭔가 이야기가 되는 거지. 상대를 접거나, 아니면 주변 시선이 있다고 수동적인 태도로만 있는 걸 접거나.
다른 얘기 다 접고, 이제 어떻게 하면 되는지 딱 말해줄게. 일단 상대와 개인카톡을 터. 상대가 잘 하는 걸 개인적으로 물어보는 척 하면서 말을 걸면 돼. 또, 상대가 빙빙 돌리며 장난인 듯 고백인 듯 하는 얘기들 있잖아. 그것에 대해선 좀 더 진지하게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해. 이런 말을 하면 상대가 상처를 받거나 기분 상해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더라도 그러는 게 지금처럼 이도저도 아닌 채로 우물쭈물하는 것보다는 나아. 말할 건 말해야 해.
그리고 고마운 건 고맙다고 표현을 하고, 상대가 J양에게 뭘 물어보면 J양도 상대에게 같은 걸 물어봐. "밥 먹었어?", "아니요."라고 끝내지 말고, "오빠는요?"라고 더 물어보는 거야. 이렇게 하지 않으면 상대는 점점 자신감을 잃게 될 거야. 상대의 고백을 이끌어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라는 걸 잊지 말고, 웃으면서 상대를 맞아봐.
어쩌면, 이미 둘은 사귀고 있을지도 모르겠네. 사연을 보니까 이건 뭐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을 정도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던데, 사귀게 되더라도 말할 건 하고, 상대를 따뜻하게 대해줘야 한다는 걸 잊지 마. 남의 눈 의식하느라 본인 감정도 표현 못 하고 소중한 걸 잃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짓이니까, 절대로 주변 시선 의식하느라 남친에게 매정하게 굴지 말고. 알았지?
집에 있는 전자기기들이 동시다발로 항의를 하는 중이다. 폰은 얼마 전부터 갑자기 와이파이가 안 잡히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혼자서 무한 재부팅을 하고 있다. 잠깐 검색해 보니 같은 증상을 겪었던 분들은 메인보드를 교체했다고 하던데, 이번에도 또 가면 벌써 몇 번째 서비스 센터를 찾아가는 건지 모르겠다. 갈 때마다 같은 기사분이 수리를 해주셔서 이름도 외웠다.
마우스는 건전지 접촉이 잘 안 되는 까닭에 됐다 안 됐다 한다. A/S를 보내려고 전화를 해봤더니, 2012년에 서비스기간이 지난 제품이라고 한다. 서비스기간이 3년인 걸 생각해 보면, 이걸 6년이나 쓴 것 같다. 선물 받은 다른 마우스가 있긴 한데, 바보같이 리시버를 잃어버려서 못 쓰고 있다. 이 마우스가 휠도 딱딱 걸리고 뒤로가기 버튼도 손에 익어 참 좋은데, 단종이라 안타깝다.
바로 이전 매뉴얼에서 사진을 안 올렸더니, 사진이 다 떨어졌냐는 질문이 있었다. 다 떨어진 건 아닌데, 독자 분들께서 사진을 보내주신 게 3~4월이라, 8할이 벚꽃사진이다. 그래서 한 번 더 모집을 하려고 하는데, 지금 모집하면 또 전부 단풍사진만 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손발이 떨리고 가슴이 먹먹하다. 혹시 낙엽이나 벚꽃사진, 음식사진 말고 다른 사진을 가지고 계신 분이 계시면, moohan@normalog.com 으로 기부를 좀 부탁드린다.(이메일은 네이버가 아니라 normalog.com이라는 걸 꼭 확인해 주시길!)
자 그럼, 다들 즐거운 화요일 저녁 보내시길 바라며, 우린 내일 다시 만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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