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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썸남에게 귀찮은 존재가 되었는데, 돌릴 수 있을까요?

by 무한 2015. 10. 19.

제 지인 중엔 H씨가 있습니다. 오래 전 잠깐 알고 지내다 지금은 연락을 하지 않는 사이인데, 여하튼 H씨와 한 달만 만나보면 누구라도 H씨를 싫어하게 될 겁니다. 그는 언제나 자신의 감정만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갈등이 생길 경우 본인이 한 짓에 대해 합리화를 하고 타인을 나쁜 사람 만들기 때문입니다. 사연의 주인공인 S양이 H씨를 만난다면, S양도 치를 떨고 말 겁니다.

 

그는 장난을 잘 치는데, 그의 장난에 S양이 불쾌하다는 이야기를 하면, 그는 

 

"장난으로 그런 건데, 뭘 그걸 가지고 그래?"

 

라는 이야기를 할 겁니다. 반대의 상황이 되어 S양이 장난을 쳤을 때 그게 그의 기분을 건드리면

 

"장난 칠 게 따로 있지, 그런 장난을 치냐."

 

라는 이야기를 할 것이고 말입니다. 이것만 봐도, 그와 가까이 지내면 얼마나 피곤한 일이 많이 벌어질지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제가 H씨의 이야기를 꺼낸 건, 사연을 보낸 S양에게서 제 지인 H씨의 모습과 비슷한 부분들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아래에선 H씨의 이야기를 잠시 더 하고 S양의 사연으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1. 애정결핍, 다혈질, 합리화의 대명사 H씨.

 

H씨는 썸을 타거나 연애를 할 때에도 저런 식입니다. 아직 안 친해 잘 모를 땐 H씨도 멀쩡해 보이는 까닭에, 썸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많습니다. 재치도 있고 유머도 있는 사람처럼 보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딱 일주일만 연락하고 지내봐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금방 눈치 챌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연락을 했는데 상대가 바빠 당장 대답을 못 하면, 혼자 분노해

 

"읽씹이 뭐냐. 읽씹이.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면서 살자."

 

따위의 이야기를 해버리기 때문입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저런 모습을 경험한 상대는 경악하며 인연을 끊으려고 하는데, 거기다 대고 H씨는 또

 

"내가 뭐라고 한 것 때문에 삐친 거냐. 그것에 대해서는 내가 사과하고 싶다. 난 네가 그때 바쁜 줄 몰랐고, 내 톡을 읽고 나서 답장 안 하길래 화가 났었다. 이것에 대해 내가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는 기회를 줘라. 우리 다음 주에 만나기로 하지 않았었냐. 약속은 지켜라."

 

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물론 상대는 당연히 거절하는데, 그럼 H씨는 '피해자 모드'로 돌변해 상대에게 자신을 갖고 논 게 아니냐며 따지기 시작합니다. 어차피 이럴 거면 왜 그동안 연락을 하고 지냈냐고 따지기도 하고, '겨우 그런 장난 가지고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걸 믿으라는 거냐'며 상대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뭐 그래도, 그냥 그렇게 끝나면 다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H씨는 한 번 '꽂힌 것'에 계속해서 신경을 쓰는 타입인 까닭에, 상대를 엄청나게 괴롭힙니다. 상대가 H씨의 번호를 차단해 연락이 안 되면 다른 번호로 걸어 확인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인 척 가장해 상대에게 연락을 하기도 합니다. 그냥 아무 것도 바라는 것 없이 사과만 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해 겨우 대화의 창구를 튼 뒤 다시 또 예전처럼 상대를 괴롭히기도 하고, 저주하며 괴롭히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또 한 없이 자상한 척 연기를 하며 상대의 행복을 빌기도 합니다. 이렇듯 외부에서 보면 분명 소름끼치는 일들을, H씨는 '노력'이라고 합리화 해버리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H씨가 '썸'을 망치는 사례는 비일비재 합니다.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부탁하지도 않은 헌신을 혼자 해 놓곤, 상대의 거듭되는 감사인사에 

 

"너는 왜 매번 나에게 고맙다는 얘기밖에 안 하냐. 고맙다는 말 듣는 것도 지겹다."

 

라며 오히려 화를 낸 일도 있습니다. 그 외에 상대가 가족모임 때문에 못 만난다고 하자

 

"너에게 난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거냐."

 

라며 따진 적도 있고, 자신의 전 여자친구에게는 그러지 않았는데 너에겐 이렇게까지 하니 고마워하라는 말을 한 적도 있고, 나름 질투심을 유발한다며 '지금도 내게 만나자고 하는 여자애가 있다' 따위의 이야기를 한 적도 있습니다.

 

H씨도 나름의 사정과 이유가 있어서 저러는 걸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H씨가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에는 상대를 기만하는 행동이 포함될 때가 많고, 정말 상대를 좋아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자신이 상대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에 들떠서 그러는 건지 알 수 없는 태도를 보일 때가 많습니다.

 

적금을 깨서 선물을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저주의 말을 하는 사람, 자신의 뜻대로 상대가 움직이지 않으면 거친 말을 해서라도 상대를 자극하려 하는 사람, 상대가 10번 중 1번의 소홀함만 보려도 '날 가지고 노는 거다'라는 생각에 분노하는 사람, 툭하면 피해자 모드에 돌입해 '넌 왜 날 아프게 하냐'라는 괴상한 말을 늘어놓는 사람, 자신이 잘못을 해놓고도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한 거냐'라고 말하는 사람…. 이렇다면, 아무리 그의 본심이 선하고 상대에 대한 애정이 깊다 하더라도, 가까이하기 어려운 것 아니겠습니까?

 

 

2. 작년 이맘때 쯤 S양에게 했던 이야기.

 

작년 이맘때 쯤, 전 S양에게

 

"과도한 탈춤은 S양의 몸과 마음 모두에 좋지 않을 겁니다. '시간 돼? 나랑 밥 먹을래? 카톡 답장이 너무 늦네.'하며 혼자 신들린 듯 탈춤 추지 마세요."

 

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또,

 

"S양은 상대라는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S양은 오로지 '내가 좋아하는 남자가 빨리 나를 좋아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S양에게 했던 저 얘기는, 지금도 유효합니다. 두 번째로 이야기 하는 거니 돌지 않고 질러가겠습니다. S양은 급하고, 변덕이 심하며, 이기적입니다. S양은 다행히 저 위에서 이야기 한 제 지인 H씨만큼 저돌적이거나 폭력적이진 않았습니다만, 수동공격적인 태도로 상대를 대했습니다.

 

"이렇게 몇 장의 사연을 쓸 만큼 저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그냥 괜찮은 여자가 되고 싶어요. 그에게. 그리고 한 단계씩 가까워지고 싶어요. 부담스럽지 않게 천천히 다가가는 방법은 뭘까요. 정말 진심으로 부탁드려요."

 

죄송합니다만, 그 간절함은 '상대가 날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S양의 열망이자 조급함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걸 사랑의 깊이로 착각하진 않으셨으면 합니다. S양은

 

"제가 그렇게 강하게 누구를 본 순간 좋아하게 된 건 처음이었으니까요."

 

라는 이야기도 하셨는데, 그것 역시 그저, 상대에게 S양의 판타지를 덧씌우고 신앙처럼 마음을 키워간 거라고 저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런 마음이, 또는 그렇다는 사실이 둘의 관계에 1g이라도 도움이 되었나 곰곰이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정확하게 따져보면, 실망과 분노와 서운함과 복수심의 동력이 되었을 뿐이지 않습니까?

 

상대가 부드러운 태도로 나와도, S양은 결국 비아냥거리듯 그에게 이야기 하고 상대에게 위로를 받으려 들 뿐이었습니다. 왜? 빨리 가까워져서 상대와 둘도 없는 사이가 되고 싶은데, 현재 상황을 보면 걸음마 수준의 '친구라면 누구나 나눌 수 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말입니다. S양은 필요이상으로 저자세를 보이며 상대를 찬양했고, 그러면 상대는 그게 부담스러워 더 대화를 나누려 하지 않았습니다. 또, S양은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을 때 속으로 그것에 짜증내며 화제를 바꿨고, 그러면 상대는 역시 S양이 강제로 끌고 가는 대화에 대충 대답하다 대화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저 정말 진심으로 제 마음을 보여주고 싶어요. 제가 진심으로 상대를 생각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라는 거 많이 느꼈어요. 진심을 보여주고 싶어요. 결과가 어떻든, 제 마음이 가벼운 게 아니었다는 걸 솔직하게 보여주고 싶어요."

 

제 말은, 그 '진심'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그건 'S양이 그만큼 강렬히 원했다는 것'일 뿐이지, 상대와 관련 있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이건 자존심 때문에 문제가 된 것도 아닙니다. S양이 상대에게 심술을 부릴 때는 자존심이 관련되어있었겠지만, 그것 외에 저자세로 나가 바짝 엎드린 적도 있지 않습니까? 자존심 때문도 아닙니다. 또, 마음이 가벼워서 문제가 된 것도 아닙니다. 마음이 문제인 거라면, 오히려 마음이 필요이상으로 너무 무거웠기에 문제가 된 것입니다.

 

차라리, 그냥 상대를 위해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상대를 위한 마음 같은 것도 갖지 마시길 권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오히려 지금처럼 '보상'을 원하며 상대를 들볶는 행동을 멈출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제가 이런 얘기를 하면 S양은 "제가 그렇게 상대를 들볶았나요? 정말 제가 그렇게 상대를 들볶았나요?"라고 하실 수도 있는데, 앞서 얘기한 제 지인 H씨도 그런 이야기를 종종 했습니다. "내가 그렇게 싫으냐. 내가 널 괴롭힌 거냐."라는 이야기 말입니다. 우리는 토론을 하자는 게 아니라 뭔가 좀 나아지고 달라지게 만들어 보자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니, 방패는 내려놓으시고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 보시길 권합니다.

 

 

3. 그럼 전 어쩌죠? 정말 이 관계를 돌리고 싶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보통 이런 사연에서, 저는

 

'상대가 이쪽에게 학질을 뗀 적 있는가? 있다면 그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가? 상대는 이쪽의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정도인가?'

 

등을 먼저 살피곤 합니다. 그런데 사실 S양의 경우는, 저런 문제는 둘째 치고, 저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그건 현재 S양이 이제 '순애보를 간직한 인형의 꿈 모드'로 돌입해

 

'힘없이 던지는 얕은 말들'

 

을 늘어놓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건, 시간차를 둔 채

 

"화이팅, 고마워, 너도, 잘 자, 잘 하고 있어?, 그래, 잘 될 거야, 힘내자…."

 

등의 이야기들을 그냥 던지고 받는 것을 말합니다. 딱히 밀도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도 저렇게 서로의 안부 정도만 묻는 건, 일 년에 한두 번 보는 사이일 때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S양의 경우는, 저것마저도 '절제하려는 노력'이라 생각하고 있기에, 훗날 보상을 요구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아니, 훗날이 아니라 지금도 어쩌다 한 번씩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난 궁금한 게 많지만 너 스트레스 받을까봐 그저 힘내라고만…."

 

이럴 거라면, 그냥 차라리 지금 막 S양 하고 싶은 대로 다 한 뒤에 깔끔하게 차단되는 게 낫습니다. 그럼 적어도 S양의 청춘과 감정을 지속적으로 소모하는 일은 막을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지금처럼,

 

'이번엔 답장이 왔어. 다행이야. 귀찮아하지 않고 대답을 해줬어. 가능성이 있다는 거야.'

 

라는 마음으로 계속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어야 하는 관계를, 저는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무한님, 전 지금의 마음고생은 고생도 아니고 당연한 거다 싶어요."

 

그렇지 않습니다. 당연한 마음고생 같은 건 없습니다. 그것 때문에 S양이 죽을 만큼 힘들어하며 3년 쯤 앓고 난 뒤 S양이 원하는 게 이루어지는 거라면, 저도 그 길을 걸어가시길 권할겁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없으며, 오히려 S양이 '을의 자리'에 길들여 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니, 상대와의 관계엔 꿈도 희망도 없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접으시기 바랍니다. 뭔가 더 해보고 싶다 해도 이 요리는 버리고 새로 시작해야 하는 거지, 다시 돌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제 얘기가 너무 극단적이며 좌절감만 불어 넣는 거라 생각하실 수 있기에, 대신 저는 S양에게 작은 선물을 하나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S양이 동의해주신다면, 이번 주 내로 S양의 문제를 좀 더 디테일하게 다뤄드리겠습니다. 이건 S양과 상대에 대한 매뉴얼이고, 다음 매뉴얼에선 S양이 썸과 연애에 접근할 때 벌이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

 

 

며칠 전 꺼냈던 '미역국' 얘기는 정말 미역국을 먹어서 했던 얘기였는데, 거기서 '생일'까지 유추하신 후 축하해주셔서 놀랐습니다. 비록 그 날이 제 생일은 아니었지만,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이 생일인데, 새 글이 올라오지 않자 이전 글에다 댓글로 생일 축하를 해주신 분들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 카카오 스토리에다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도 계신데, 역시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해가 졌으니, 슬슬 나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들, 즐거운 월요일 저녁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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