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보기  댓글쓰기

결국은 이 사연을 다루게 되네요. 사실 B씨가 다시 메일을 주시기 전까지 저는 긴가민가 하는 부분들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다시 주신 메일로 인해 확인하게 된 부분도 있으니, 그냥 매뉴얼로 발행하도록 할게요. B씨는 제가 저장해 둔 글을 그냥 줄 수 없냐고 물어보셨는데, 예전에 비슷한 상황일 때 몇 번 그런 적 있거든요. 그랬더니 그 후에는 그게 당연한 듯 다시 요구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어렵다고 대답하면, 또 서로 둘 다 감정 상하는 일로 이어지곤 하니…, 그냥 매뉴얼로 적도록 할게요.

 

B씨의 사연을 세 번이나 고쳐 쓰다가 결국 접어두고 만 게 왜인지 다시 보니, 제가 계속 상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더라고요. 그래서 어려웠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B씨에 대한 이야기로 먼저 시작해 볼게요. 짧게 쓸 수 없는 매뉴얼이니, 길어져도 조금 이해해 주세요.

 

 

1. 나는 떳떳하니 아무 문제가 없다?

 

B씨는 사연에

 

"제게 실재하는 여자문제는 전혀 없었습니다."

 

라는 문장을 세 번쯤인가 적으셨는데, 실재하는 여자문제가 없어야 하는 건 당연한 거예요. 상대가 B씨의 짐들에서 '과거 여자친구의 흔적'을 발견한 뒤 큰 갈등이 생긴 까닭에 B씨가 저 얘기를 했을 순 있어요. 그런데 상대 입장에서 보면, 중요한 건 '여자문제가 실재 하는가'라기 보다는,

 

'왜 구여친의 흔적을 아직까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며, 그것으로 한 번 갈등이 생긴 후에도 왜 전부 없애지 않았는가?'

 

라는 거거든요. B씨의 입장에서는 그게 그냥 별 생각 없이 놔두고 있다 보니 거기 있게 된 거고, 이후에도 미처 정리하지 못한 것에 끼워 있는 흔적들을 상대가 발견한 거라 억울할 수 있어요. 하지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결혼 후 같이 살 집까지 다 계약한 상태에서 그런 흔적들을 발견하는 게 충격과 공포일 수 있거든요.

 

나에게 아무렇지 않다고 해서 상대에게도 아무렇지 않은 건 절대 아니에요. 설령 그것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해도, 상대가 그것을 불안해하거나 그것 때문에 걱정을 한다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증명할 필요가 있어요.

 

"나중에는 제가 예전 폰을 패턴으로 잠가놓고 간직하고 있는 걸, 거기에 구여친과의 어떤 추억이 있어서 그러는 걸로 오해까지 하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열어달라고 했으면 저는 그냥 열어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고는 오해를 쌓고 있었더라고요."

 

상대는 자라(응?)를 봤잖아요. 그러니 솥뚜껑 보고도 덜컹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게다가 오비이락으로 '뭐뭐누나'라는 이름의 카톡까지 B씨에게 오니, 상대가 의심을 갖게 되는 건 당연해요. 그게 B씨의 친척누나라는 걸 상대는 모르는 상황에서, 그간 발견된 구여친의 흔적들로 인해 심란해 하고 있을 때 '뭐뭐누나'라는 이름으로 톡이 와버리니, 더 깊게 오해를 해버리고 마는 거죠.

 

물론 B씨는 상대가 그걸 가지고 그렇게까지 화내거나 티를 내지 않았으니 설명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을 수 있어요. 그런데 그런 상황이라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오해를 푸는 게 맞거든요. 나는 떳떳하니 됐다고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는 얘기에요.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B씨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지울 수가 없어요. B씨는 가끔 폰 충전해서 안에 있는 사진이랑 내용 확인한다고 했는데, 뭘 확인하는 건가요? 그리고 그거 컴퓨터로 옮겨놓고 폰을 없앨 수도 있는 거잖아요. 패턴 걸어서 잠가둔 채 가끔씩 혼자만 들어가 볼 게 아니라 말예요. 또, 1차로 구여친의 흔적이 발견된 이후 B씨는 '최소한의 것만 남기고' 다 버렸다고 했는데, 왜 다 안 버리고 다시 간직하고 있다가 2차 발견까지 만들고 만 거예요? 남이 보기엔 이렇다는 얘기에요. B씨가 한 점 부끄러움이 있든 없든, 이렇게 의심하게 될 수 있다고요. 

 

또, 이후 상대가 그걸 가지고 이야기 했을 때, B씨는 어땠나요.

 

"그때라도 보여 달랬으면 제가 보여줬을 거예요. 그런데 그땐 말도 안 했잖아요. 왜 그래놓고 혼자 오해해요? 그리고 제가 지인들이랑도 술 먹은 다음에 뭘 했나요? 술만 마신 건데 뭐가 문제죠?"

 

라는 식으로 일단 '자기방어'에만 더 열을 올렸잖아요. 저는 저 부분이 좀 안타까웠어요. 갈등이 생기기 직전까지 B씨는 다정하고 자상한 듯한 사람인데, 대립하게 되면 표정을 싹 굳히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2. 조건부 애정?

 

제가 위에서 한 이야기에 대해, B씨도 할 말 많다는 거 알아요. B씨가

 

"할 만큼 했는데 그래도 안 되니까 어쩔 수 없이 저런 태도를 보이게 된 겁니다."

 

라고 말하면 저도 더는 할 말이 없어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 연인이라면 폰 붙잡고 카톡으로 말싸움 하다가 송곳니를 드러내선 안 되는 거거든요. 그것보다는 분명 더 크고 여유가 있어야 해요. 상대가 패닉에 빠져서 어쩔 줄 몰라 하면, 일단 진정시키고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예요. 카톡으로 말고, 만나서 손이라도 잡고 '그런 게 아님'에 대해 충분히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요. 

 

역시 제가 이렇게 말하면 B씨는

 

"왜 저만 그래야 하나요? 상대가 패닉에 빠질 때마다 왜 저만 상대를 진정시켜야 하죠?"

 

라고 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손익을 따지거나 비지니스적인 사고로만 접근하지 말고 '동반자'의 측면에서 생각해 보세요. 그게 노력이에요. 매번 만나러 내가 차 몰고 내려가고 돈 더 많이 쓰면서도 아무 말 안 하는 게 노력이 아니라, 상대가 실수를 해도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상대의 기분까지를 돌아보려는 게 노력인 거라고요.

 

전 사실 B씨가 잘못한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하려고 했어요. 따지자면 B씨보단 상대에게 문제가 훨씬 더 많았거든요. B씨에겐 저런 내색을 전혀 안 한 채 자신의 부모님에게만 자신의 의심을 털어 놓고 있었다든지 하는 문제요. 그런데 B씨가 제게 다시 보낸 메일을 보니, 파혼 후 취소 수수료들은 반반 물고 어떤 건 여자 쪽이 알아서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역시 비지니스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B씨의 말이 틀린 건 없어요. 그런데 기회가 된다면 상대와 다시 잘 해 볼 의향이 있는 와중에도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비지니스적으로….'라는 생각이 보이는 것 같아서 좀 그랬거든요. 허용된 조건을 충족할 때만 베풀어지는 애정이라고 할까요.

 

헤어진 지금, 그래도 상대가 행복하게 살길 바라세요? 아니면 파혼이 정말 아쉽고 아직 상대에 대한 마음이 어느 정도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결혼할 것 아니니 상대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하세요? 이 부분을 곰곰이 생각해 보셨으면 해요.

 

 

3. 현실에서의 문제들.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보세요. B씨가 어떤 이성과 몇 달 전부터 알게 되었어요. B씨는 그녀와 실제로 만나서 어울리는 시간이 거의 없고, 대부분 메일로만 대화를 주고받아요. 서로 존대하며 마치 펜팔하듯이요. 물론 오랫동안 메일을 주고받은 까닭에 친해지긴 했어요. 서로가 서로를 이상적인 사람이라 생각하며 결혼까지 약속했죠. 

 

그럴 경우,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8할 이상이 긍정적인 이야기일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그 관계가 현실로 옮겨왔을 때에도 마냥 긍정적일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평생 메일로만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으며 일 년에 한두 번 만난다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현실에서 가깝게 지내며 여러 일들을 겪게 될 테니 말이에요.

 

메일로는

 

"오늘 참 저를 힘들게 하는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혜경씨를 생각하니 힘이 나네요. 우리 결혼해서도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외부의 일들로 지쳤을 때에도, 집에 돌아와 서로의 얼굴을 보면 다시 힘이 나고 행복해 지는 그런 삶이요.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수 있는 그런…."

 

라고 얘기할 수 있겠죠. 저런 얘기에 상대 역시

 

"그래요. 저도 오늘 집에서 부모님과의 마찰이 좀 있었어요. 제가 이 나이가 될 때까지 저를 통제하시려는 부모님 때문에, 아깐 정말 극단적으로 집을 나가 독립하겠다고 말하려고까지 생각했거든요. 제가 어린 아이가 아닌데도 이것저것 참견하시고 지적하시는 것 때문에 숨이 막혔어요. 하지만 이것 역시 잠깐이고, 이제 곧 우리가 함께 살 테니, 그때까지 참고 견뎌야죠. 이렇게 제 옆에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요."

 

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저게 현실로 오게 되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예요. 직접 겪지 않고 상대가 하는 얘기들만으로 상상할 땐 몰랐던 것들이, 현실에선 고개를 들 수가 있어요. 위에서 여자는 부모님이 '참견하고 지적하는 것' 때문에 집을 나가고 싶다고 말했죠? 그것처럼, 나중엔 B씨와 살다가 B씨의 참견과 지적 때문에 집을 나가버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단 얘기에요. B씨 역시 'B씨를 힘들게 만드는 많은 일들'이라는 게, 나중엔 '그녀'가 될 수 있는 거고요.

 

이렇게 얘기해서 죄송하지만, 저는 B씨와 상대의 연애가 '판타지'였다고 생각해요. 서로 첫인상에서 가진 이미지와 이후 펜팔하듯 나눈 대화를 제외하곤 둘의 기반이 없어요. 그녀와 가장 친한 친구의 이름이 뭔지 B씨는 아세요? 그녀의 학창시절 별명은? 아니면 그녀가 크리스마스에 하고 싶어 하는 일은? 그녀가 콘서트에 가고 싶어 할 만큼 좋아했던 가수는? 그녀가 좋아하는 색깔은? 모르잖아요. 상대도 B씨에 대해서 모르고요.

 

둘은 함께 할 미래에 대한 행복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또 현재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서로를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나누긴 했어요. 그런데 알맹이가 없었던 거예요. 주례사 읽듯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고 맹목적으로 호의를 보이긴 했지만,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도 몰라요. 그러니 현실에서 만나 겪을수록

 

'이 사람은 내가 생각하던 그런 사람이 아니다.'

 

라는 걸 깨닫는 일이 많아지는 거잖아요. 비유하자면, 웹에 있는 펜션 보고 정말 예뻐서 예약하고 기대에 벅차있었는데, 가보니 바로 옆에 축사가 있어서 소똥 냄새가 진동을 하고, 모기와 벌레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으며, 수압이 약해서 물이 졸졸 나오기만 하는 거랑 비슷한 거예요. 게시판에 단 글을 보면 정말 이보다 더 친절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펜션주인은, 막상 만나보니 저녁에 제공된다던 바베큐 시간에 김치 값 따로, 숯 값 따로 받으려 드는 사람일 수 있는 거고요.

 

둘 중 한 사람이 저런다고 해서, 나머지 한 사람이 그저 장단만 맞추고 있어선 안 되는 거예요. 현실에 발 딛고 생각하게 해야죠. 저렇게 마음에 품고 부드럽고 포근한 말들만 건네는 게 당장 정서적 행복감을 줄 순 있지만, 훗날 '현실화'에서 엄청난 괴리감을 느끼게 만들 수 있어요. 저는 B씨가 그 환상을 깨고 현실화에 성공하길 바랐지만, 안타깝게도 B씨는 지금까지도 상대에 대한 환상을 조금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상대는 B씨에 대한 환상이 깨져서 다른 환상을 찾아가기로 마음먹은 것 같고요. 그러니 B씨도 이제 그만, 상대에 대한 환상을 내려놓으시길 권할게요.

 

 

4. 지겹도록 얘기한 두 가지.

 

제가 지겹도록 얘기했잖아요. 결혼하기 전 꼭 체크해야 하는 두 가지.

 

- 상대는 정신적, 경제적 독립을 했는가?

 

저걸 꼭 봐야 하는 이유는, 우선 '정신적 독립'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 가장 흔하게

 

'나 VS 상대, 상대 부모님'

 

의 구도가 만들어지기 때문이에요. 상대랑 오늘 밤새 이야기를 해서 결론을 구해도, 상대가 집에 돌아가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고 나면, 다음 날 다시 다른 사람으로 변해 '부모님 의견'을 들고 찾아올 수 있거든요. 앞으로 우리가 2년간은 이러이러하게 살아서 어느 정도 준비하고 그 다음으로는 이러이러한 삶을 살자, 라고 침이 마르도록 계획을 세워봐야, 다음 날 상대가

 

"그런데 우리 부모님은 내가 일하는 것에 반대하셔."

 

라고 말하면 방법이 없는 거예요. B씨와 결혼을 약속했던 상대가 딱 저런 모습이었잖아요. 나쁘게 말하자면 그녀는 그냥 부모님의 대변인이었던 거예요. 대변인이랑 아무리 많은 대화를 나눠봐야, 결정권자가 그 결정을 뒤엎으면 아무 소용없는 거잖아요. 상대를 보세요. 앞으로 함께 살 B씨와 무언가를 의논하기보다, B씨는 그냥 '이방인'으로 두고 자신의 부모님과만 대화해서 결정을 내리잖아요. B씨가 노력을 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답답한 상황만 만들어지고 말았던 건, 상대의 바로 이런 특성 때문이라고 적어둘게요.

 

그 다음으로 '경제적 독립'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엔, 상대 나이가 서른이 넘었다고 해도 아직 정서적으로는 미성년자와 다를 바 없는 경우가 많아요. 꼬꼬마시절 우리가 부모님의 경제력에 의존해서 살 때, 부모님 말씀만 잘 들으면 먹고 사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잖아요. 그때는 우리가 사고를 쳐도 부모님이 알아서 뒤처리를 해주셨고, 뭔가를 하다가 때려치워도 부모님이나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보호를 해줬잖아요. 어디를 간다고 하면 부모님이 태워다 주시기도 했고, 또 나가서 돈을 버는 것이나 집안 일 역시 다른 가족들이 알아서 해주고 있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됐고요.

 

B씨와 상대의 경우를 보세요. 상대는 결혼에 대해서도 '부모님이 알아서 준비해주시는 것' 쯤으로 생각하고 있잖아요. 결혼을, 엄마가 내 손 붙잡고 학원에 가서 등록해 주는 것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니까요. 게다가 파혼이 결정되었을 때 상대는 어땠어요? 부모님 뒤로 숨죠? B씨가 자신의 부모님과 만나 해결하는 게 당연하다는 듯 말하죠? 본인은 그저 앞으로 좀 더 자신을 먼저 돌보고 사랑하며 살겠다는 식의 이야기만 하면서 말예요.

 

그 분에겐 정말 미안하지만, 그냥 '아이'인 거예요. 이쪽이 상대의 인생까지 대신 살아 줄 정도의 정신력과 경제력이 있으면 같이 사는 게 불가능하지만은 않겠지만, 그게 아니면 대체 왜 같이 살아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냥 억지로 하루하루 살아나가게 될 수 있어요.

 

지극히 현실적인 부분을 말해보자면, 어른들이 봤을 때 결혼상대로 참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저런 경우들이 종종 있어요. 밖에서 봤을 땐 부모님의 통제 하에서 말 잘 들으며 사는 게 '화목한 가정'으로 보일 수 있고, 또 경제적인 걱정 없이 하고 싶은 것 하고 살며 교양을 쌓아가고 있는 모습이 그저 여유로워 보일 수 있거든요. 사회적인 조건을 보더라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부모님들이 자식을 늦게까지 계속 책임지고 있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 조건도 좋아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그런 상대는 부모님의 꼭두각시이며, 부모님의 보호와 통제 안에서 여유롭게 꿈만 꾸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머리가 다 굵은 상태에서 맹목적으로 순종하긴 힘드니 때때로 마찰이 있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결국 저 상황을 이어가곤 해요. 성별 구분이 없이, 그냥 몸만 어른이 된 아이일 수 있다고요. 그 와중에 결혼 역시 부모님께 기대서 하려고 하니 그 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게 되는 수밖에 없는 거고, 결혼해서도

 

'결혼 전엔 부모님이 알아서 다 해주셨는데 결혼 후엔 내가 알아서 해야 한다. 결혼하기 전이 더 행복했던 것 같다. 자유도 없고 기쁨도 없다.'

 

라고 생각하며 늘 부정적인 에너지만 쏟아내는 경우도 있어요. '부모님의 보호'를 받던 것에서 '상대의 보호'를 받는 것으로 환승하려 한 건데, 그게 잘 이루어지지 않으니 다시 부모님의 뒤로 숨는 경우도 있고요.

 

상대가 B씨에게 기대한 건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무조건적인 사랑'같은 거였어요. B씨는 그저 그 상황에 들떠 그런 걸 주겠노라고 약속했지만, 만나다 보니 상대는 B씨가 자신의 부모님과 같을 순 없다는 걸 하나 둘 발견하게 된 거죠. 부모님은 언제나 내리사랑으로 그녀 자신을 이해해주고 달래줬는데, B씨는 B씨 자신도 힘들다고 그녀에게 따지듯 말하기도 했잖아요. 그러니 그녀는 B씨에게로의 환승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고 만 거죠.

 

 

누굴 폄하거나 나쁘게 말하고 싶어서 이런 글을 쓴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밝힐게요. 위와 같은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건데, 그걸 모르는 사람들도 꽤 많거든요. 결혼한 커플 중에도 저런 일들 때문에 계속해서 갈등을 겪고 있는 부부들이 있는데, 저걸 모른 채 '상대가 이상한 사람이라서'라고 생각해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위와 같은 상황에서 결혼까지 이어간 커플들을 보면, 나중엔 결국 상대 부모님을 찾아가서 담판 지으려 하거나, 상대를 개조한답시고 정신적, 경제적으로 괴롭히는 사례들이 많아요. 상대의 집안과 원수처럼 지내며, 둘 다 심리상담을 받아야 할 정도로 서로 괴롭히며 사는 거예요. 결혼해서 그런 반평생을 보내야 한다는 건, 정말 끔찍한 일 아닐까요?

 

파혼 후엔, 이별로 인한 마음의 고통 외에도 실질적인 고통이 찾아올 거예요. 예약한 예식장에서 전화가 오면 나한테 전화하지 말고 상대한테 전화하라고 소리질러버리고 싶기도 하고, 반지 다 됐으니 찾아가라는 전화 오면 확인사살 당하는 것 같아서 더 빡치기도 하죠. 그 외에 신혼여행 가려고 구입했던 항공권 취소 문제부터 집, 차, 인테리어, 가구 등 참 다양한 문제로 전화가 와 안 그래도 울고 싶은 사람 뺨을 때리죠. 부모님, 친척, 지인, 친구 얼굴 보는 것도 그냥 다 불편하고, 저 사진과 앨범은 다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한동안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닐 거예요.

 

결혼식 준비할 때 미소로 B씨를 맞아주었던 사람들에게 너무 기대하지 마세요. 동네 분식집에서도 순대랑 떡볶이랑 튀김 주문했다가 순대 취소한다고 하면 주인 얼굴 굳어요. 그들이 미소를 보이는 건 B씨가 손님일 때뿐이니까, 그것에 실망하며 속상해하지 마시고 그냥 툭툭 털어내세요. 상대 부모님 역시 마찬가지에요. 파혼한 이후에 B서방, B서방 하는 상대 부모님 없거든요. 취소 수수료 얘기 꺼내면 멱살부터 잡으려 들 수 있으니까, 인간적인 기대를 앞세우진 마시고 이럴 때야말로 철저히 비지니스적으로 나가시든가, 아니면 그냥 지갑 한 번 잃어버린 셈 치는 게 나을 거예요.

 

그래도 또 꽃 피고 새들 노래하는 봄은 다시 올 거예요. 그러니 지금처럼 너무 처절한 심정으로, 폐허가 된 곳에 오래 앉아계시진 마세요. 길이 아닌 곳에서 돌아 나온 거니까, 미련두지 말고 다시 다른 길로 걸어가 보자고요. 가다가 잘 가고 있는 게 맞는지 궁금하면 언제든 또 사연 주시고요. 화이팅.

 

카카오스토리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공감과 추천버튼 클릭은 제게 큰 힘이 돼요. 진짜 그래요.

 

이전 댓글 더보기

2015.11.23 22:21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오. 저는 양가가 반대하는 결혼을 한 사람입니다. 막 갈등하고 강행하고 싸우고 이러지는 않았지만요. 저자세로 기나긴 설득에 설득에 설득의 산을 넘었었죠. 물론 양가 부모님은 이게 형태상 설득과 저자세일 뿐 양가 부모님이 어떻게 하든 갈라놓을 수 없다는 건 알고 계셨습니다. 결국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포기하고 승락하신 후로는 양가 모두 매우 잘해주시고 있구요. 오히려 반대해서 맘고생 시켰던 게 미안하신지 더 잘해주시는 느낌이기도.... 결혼생활도 만족스럽고 좋고요.

그런데 이러려면 정말로, 부모님의 지혜보다 서로의 안목과 판단에 대한 확신이 더 커야하고, 부모님의 덕을 볼 생각을 전혀 하지 말아야 하고, 그리고 부모님과 싸워서 쟁취할 생각을 삼가야 할 것 같아요. 그렇지 않다면 상처는 상처대로 주고 받고도 스스로도 불안하고 흔들리기까지 하겠지요.

navyrose2015.11.24 17:32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형태상의 설득과 저자세라는 걸 인식하고 계셨던 양가 부모님들도, 중심을 지키면서 꾸준히 설득하신 현님과 배우자분도.. 뭐랄까, 표현을 잘 못 하겠지만.. 좋네요, 굉장히. 존경을 눈길을 보냅니다 :)

2015.11.25 20:44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추한(...) 몰골도 많지요.... 허허허.... 그래도 큰 틀에선 서로 생채기 안내고 해결할 수 있었던 건 저도 지금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녹차라떼휘핑듬뿍2015.11.23 22:48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파혼하셔서 현실적인 문제로 힘드시겠어요. 근데 약혼녕게서 제 모습이 어느정도 비춰져서 부끄럽네요. 저도 연애를 하게되면 부모님께 정서적으로 의지하던 철부지같은 모습을 남자친구한테 그대로 옮겼거든요. 저를 만나면서 힘들었을 구남친의 마음이 백번 이해가 가서 반성하게 되는 글이었어요

소피2015.11.24 06:42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닉네임 넘 맘에 들어서 지나칠 수가 없었어요!!!
헤헤헤~~
물론 마마걸?도 문제 있겠으나 그정도로 부모님과 사이 좋다는게... 부럽네요!

인뭐2015.11.23 23:31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안녕하세요~~

오타 발견 신고합니다!
또, 1차로 구여친의 흔적일 발견된 --> 흔적이,의 오타로 보입니다! 충성! -_-)>

새우튀김2015.11.24 00:07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부모님 회사에사 일하는 남자는 독립 한 것 일까 아닐까요

2015.11.24 00:13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아...뭔가 이번 사연글과 마지막 추천공감버튼의 무한님 글귀도 그렇고...무한님 많이 힘드신건 아니겠죠?ㅜㅜ글은 며칠 안올라와도 좋으니 정신적으로 휴식을 꼭 취하셨으면 좋겠어요...

스피드웨건2015.11.24 08:34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음 남들 일할 때 휴가써서 노니 아주 기분이 좋군요. 두 편이 연속으로 올라와서 만기적금 받는 기분으로 읽고 있습니다. 오늘은 무었보다 마마걸에 시선이 꽂히네요. 뭐 마마보이든 마마걸이든 성인이 이러면 한숨 나오는건 마찬가지죠. 제가 미성숙한 어른을 비꼴때 하는 표현이 있어요. 투표권도 있는 성인끼리~. 저는 대학시절부터 헬리콥터 부모의 영향권에 있는 친구들을 많이 봐서요. 그때는 그런 표현이 아니었고 간단히 치맛바람이라고 했죠. 결혼하려는 성인이 그런다는게 뭐랄까, 진화 안한 피카츄를 보는 기분이에요. 모르시는 분을 위해서 설명드리자면 피카츄라는 주머니쥐 괴물은 전기를 뿜는 쥐인데 진화라는 변태과정을 통해서 라이츄라는 전기청솔모로 업그레이드됩니다.(생물학적인 진화가 아님, 이건 디지몬도 마찬가지.) 속마음을 더 명확하게 표현하자면 '너 언제까지 그러고 살래.'

저는 독립을 대한민국의 또래 남성들보다 빨리 했고, 그게 참 굉장한 매리트라고 생각합니다. 군대 갔다와서, 대학 복학했다가, 휴학하고, 취직되서 학교 중퇴하고, 입사했다가, 눈치보고 학교 복학해서 다시 졸업했죠. 어머니도 그러시더군요. 누군가에게 아들을 뺏긴 기분이라고요. 다만 정신없이 사는 중에 대학 때는 어렴풋이 느꼈고, 직장다니는 지금은 명확히 느끼는게 있습니다. 정상적인 부모님이라면 자식이 성인이 되서 경제적, 정신적으로 독립하면 절대로 함부로 무시하시거나 경솔히 의견을 묵살하진 않으세요. 경제적인 조건과 정신적인 조건이 모두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어느정도 "아~ 얘가 좀 어설프긴 해도 어른이 되긴 했구나." 싶으면 간단히 묵살하진 않으십니다. 단적인 예로 무한아저씨도 종종 말씀하셨지만 내가 내 부모님께 애인을 소개할 때 부모님의 반응이 조금 떨떠름 하실 수도 있고, 나중에 반대를 하실 수도 있지만, 애인의 면전에서 단호히 반대하진 않으세요. 내가 소개를 잘못했을 수도 있고, 애인이 개차반처럼 행동했을 수도 있지만 분명한건 부모님이 내 안목을 믿지 못하고 '쟤는 아직 애니까 뭘 몰라.'하시는 심리가 있을거에요. 제 경우는 간만에 쉬는거라 부모님 모시고 장어에 죽력고 한 잔 하며 다양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결혼 이야기도 나왔는데요. 제 부모님께서는 이런 면에서는 굉장히 쿨하셔서 '아 뭐, 결혼하고 싶으면 하는건데 도와줄 돈은 없고 둘이서 알아서 잘 살아라. 축복은 해주마.'거든요. 재촉하신적도 없으시고 친척들이 넌지시 떠봐도 냅두라고 쳐내시거든요. 저희 집이 특이하긴 하지만 이런 마마보이, 마마걸들의 부모님은 내 자식 내가 알기에 떠넘길 수 있는, 바톤터치 가능한 배우자를 찾으시거든요. 헬게이트 열리는 순간입니다. 저도 만만치 않은 파이터에 대가 쎈 성격이지만 나VS내 배우자&배우자 부모님VS내부모님 삼파전 벌이면 십 리 밖으로 도망가고 싶네요.

오늘은 제가 제 댓글 봐도 두서없는 내용이고 참으로 졸필인데 문제는 퇴고가 안되네요. 문학적 감수성이 말라붙은게 문제가 아니라 육하원칙도 구성이 안되니 정신없으셔도 수면제 대용으로 읽고 회사에서 주무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후후.

소피2015.11.24 10:02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무한 아저씨라니!!!
너무 하잖아요!!! 무한님 상처 어케 책임 지실거에요?!!?!
근데욥.
대한민국에서는 군필자들은 모두 '아저씨'라면서요.
군인은 '군인 아저씨'라면서요?

근데 모 전... 65년생 언니도 있구 무한님 비슷한 또래층 분들을 '오빠'라고 부르니... 음 무한님도 오빠나 형으로 해주시면 안됄까요?

ADC2015.11.24 10:23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남자끼린 뭐, 군대 다녀오면 서로 아저씨죠..

소피2015.11.24 12:08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구럼!!! 복학생 또래들 놀려줘야겠어요!!
복학생 오빠가 아니고 복학생 아저씨라고!!!
아 재밌당

greenjs2015.11.24 23:46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무한님께서 예전에 부모가 내 애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내가 부모에게 내 애인을 어떤식으로 말했는지에 달려있다는 말을 하신적이 있죠,

같은맥락에서 웨건님이 말씀하신 "아~ 얘가 좀 어설프긴 해도 어른이 되긴 했구나." 싶으면 간단히 묵살하진 않는다는 말이 참 와닿네요.

부모의 간섭이 귀찮다고 하는분들은 한번쯤 내가 정말로 정신적인 독립을 한건지 생각해볼필요가 있는거 같아요.


p.s 웨건님 덧글은 항상 잘 읽고있네요 ㅎㅎㅎ 전기청설모에선 조금 뿜었답니다 ㅎㅎㅎ

Savin2015.11.26 10:04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웨건님 댓글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여성분들이 많은 노멀로그에서 두각을 나타내시는 남성분이셔서...ㅎㅎ
아름다운 꽃밭 한가운데에 꼿꼿한 대나무 하나가 자라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요?? ㅎㅎ
앞으로도 좋은 댓글 부탁드립니다^^ 즐거운 휴식 되세요 ^^

어떤아줌마2015.11.24 10:27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결혼생활을 오래한(?) 사람으로서 경험담을 말씀드리자면...
무한님 말씀처럼 결혼할 당사자들은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도 양쪽 부모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정부분 도움받는 결혼비용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요)
이 독립은 부모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은 물론 반대로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드리는 것도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결혼이란 두 성인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인생의 동반자를 찾는 아주 중요한 일이고 두사람의 인생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며 그 선택에 의한 결과는 온전히 자신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혼후에도 내 인생이 부모의 삶과 어떤식으로든 깊숙히 엮이게 되면 그로인해 나는 만족이 크더라도 나의 만족의 크기만큼 배우자에겐 고통이나 불편함이 될 수 있답니다.

사하심2015.11.24 12:29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굉장헤 고심하며 쓰신 글 같아요. 파혼이란거 두사람에게 끔찍한 일이고 글을 쓰기도 힘둘었울것 같아요.

제 친구와도 비슷한 일이 있었네요. 둘이 살집에 대해의논한후 여자가 부모님 반대하신다고 하고 여러번 반복하다가 결국 파토나게 되었어요.

닉네임잊어버렸당2015.11.24 17:17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결혼은 자기 스스로 집을 계약할 수 있는 능력이 되었을 쯤에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집을 사려면 최소한 건물을 보는 능력, 선택하는 결단력, 융자든 현금이든 집을 계약할 수 있는 경제력, 미래에 대한 윤곽 잡힌 청사진이 필요할텐데
이것을 자기 스스로 해 낼 수 있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독립을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되었다고 생각하니까요.
꼭 집을 사라는게 아니라 그정도의 정신적, 경제적, 사회적 능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사랑하니까 = 결혼해야지
가 아니라
내 스스로 지면에 깊게 뿌리내리고 버텨 서 있을 수 있을 때
그 때에도 상대가 옆에 있다면 결혼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사는 외국에도
요즘 젊은이들은 회사에서 일하다 트러블 생기면 부모한테 전화한다고 하던데
독립성이 부족한게 꼭 개인의 무족함만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 하지만 무엇보다 B씨님의 크나큰 상처 위로 드리고 싶습니다.
무한님 말씀처럼 하루라도 빨리 털고 일어나실 수 있길 바라요..
그냥 조금 멀리 돌아가는거예요.
주저앉아버리지 마세요.
화이팅

greenjs2015.11.24 23:47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말투(글투?)를 보니 무한님께서 얼마나 고민하면서 작성하신지 알겠네요.

언제나 좋은글 감사합니다. 많은 생각을 머리에 담았지만

손끝에 써지는 덧글은 그저 감사합니다 뿐이네요 ㅎ

밀크티2015.11.24 23:54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저랑 남편은 심하게 독립적인 건지
결혼 준비 과정이나 결혼 생활에서
한 번도 각자 부모님 입장 대변해서 마찰을 일으킨 적은 없는지라..
(물론 경제적인 모든 부담도 저희가 다 알아서 했고요)
많은 분들이 결혼은 둘이 하는 게 아니라고들 하시는데
어떻게 남녀와 그 부모가 한 가족이 되는 결혼을 할 수 있는지 잘 상상이 안 되네요;;
차는 한 대인데 운전대를 여섯 사람이 잡는 그림 같아요@_@

인뭐2015.11.25 10:50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부럽습니다... 저는 결혼식이 하기 싫다는 '비정상적'인 의견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가족은 물론이고 친구들에게도 엄청 까이고 있습니다... 하아...................

navyrose2015.11.25 16:24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밀크티님 - 차 한대와 여섯 명의 운전자라 그야말로 헉 이네요. 매우 통렬하게 와닿는 좋은 비유 같아요 :)

인뭐님 - 공감합니다. 그냥 좀 다른 의견일 뿐인데 말이죠.
저는 예전에 친척 언니 결혼식 등등에 갔다가 15분도 될까말까한 시간에 후다닥 끝나는 것을 보고(길일이라고 예식장 스케쥴이 빡빡한 거 같긴 했지만요) 수백~수천을 들여서 이런 식으로 끝나는 건가 회의가 들었거든요. 뭔가 다른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었어요. 인뭐님은 달리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 질문해봐도 될까요ㅇㅂㅇ?

무한님팬2015.12.08 19:43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저희도 결혼할때 제멋대로 다 골랐어요.
식장만 빼고. 부모님 체면에 맞는 고급 예식장에서 결혼한것 뺴고는 다 멋대로 했고 다들 관심도 없으셨어요 ㅎㅎ
아마 경제적 지원을 안받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싶네요.

인뭐2015.11.25 10:48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무한님 안녕하세요~~

이건 진짜 별 것 아닌 건데... 또 지적질을 하고 갑니다. ㅠㅠ
'비지니스'는 '비즈니스'의 오타로 보입니다. 글 항상 즐겁게 읽고 좋아요와 추천, 광고 누르고 갑니다!!!!!

2015.11.25 12:48

수정/삭제 답글달기

비밀댓글입니다

서울마니아2015.11.25 14:33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좋은 블로그 글 잘 보고 갑니다. 서울시 블로그에도 놀러와주세요

dd2015.11.26 10:04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이번 주 결혼해요. 저희도 둘이서 계획했고 진행했는데, 다만 결정하기 전에 양가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조언도 받았어요. 예물 예단 생략, 반지는 커플링만하고, 예식도 혼수도 정말 간소하게 했고, 서로 모은 돈에 양가 부모님께 조금씩 빌린 돈 합쳐서 집도 구했어요. 빌린 돈은 약간의 이자를 더해 용돈으로 장기간에 걸쳐 갚기로 했고요. 다만 주례 없는 결혼식은 부모님들 모두 별로라고 하셔서 주례 있는 결혼식으로 변경했네요. 그 정도는 저희도 수용할 수 있었기에 그러기로 했고요.
저희는 사실 결혼 준비하면서 크게 싸우지도 않았고,
양가 가족들이랑 얽혀서 갈등한 일도 없어요.
결혼 준비하면서, 경제적 독립은 물론 정신적인 독립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금 깨달았어요. 양가 집안 분위기가 비슷하여-부모님 성실히 일하시고 성인이 된 자식들에게 큰 간섭 안 하시고 의견 존중하고 형제끼리 우애 좋은- 마찰이 없는 것도 다행이었구요.
특히 양가 부모님이 서로 사위-며느리를 대하는 모습,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상대의 자녀를 아껴주는 모습에 둘 다 큰 감동을 받았어요. 부모님을 존경한다고 생각했는데 결혼 준비 중에 보여 주신 모습은 네 분 모두 정말 어른이구나 하는 생각과 앞으로 둘이 잘 살고 서로 의 가족에게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자연스럽게 하게 했지요.
결혼 준비에 들어서면서 실상 결혼 생활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는 말이 실감할 만큼, 순조로운 진행에 참으로 감사하고 행복했어요. 이 사람이라면 평생 사랑하고 믿으며 살 수 있을 것 같고 그래야겠다 마음먹게 되었고, 이런 멋진 사람으로 길러주신 부모님께 정말 감사하더라구요.
상견례 전 서로 부모님께 인사했을 때, 어머님이 '우리가 집이라도 척 해 주면 좋을 텐데 그럴 형편이 안 되서 어쩌니'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렇게 멋지고 선한 사람과 결혼해서 참 좋아요. 그것만으로도 평생 감사할 거예요'라고 저절로 말이 나오더라구요. 내가 이런 말을 하다니 스스로도 놀랐는데, 그 진심이 전해졌는지 아버님 어머님이 참 좋아하셨대요 그 말에. 남자친구도 수줍음 많은 사람이지만 저희 부모님한테는 살갑게 해 줘서 엄마 아빠가 무척 기뻐하시구요. 무리하지도 말고 경계하지도 말고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새로운 가족이 되자고 둘이서 다짐했네요.
사랑으로 밥이 나오지도 돈이 나오지도 않겠지만
평생 함께할 만큼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겠지만
그 사랑이 바탕이 되어 험한 세상 헤쳐갈 힘이 되어 주고
서로가 곁에 있음에 위로받고 행복해하며
때로 갈등하고 서운하여도 그 진심을 믿고 다시 잘 풀어갈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전에 한참 힘든 연애를 할 때 엄마가 그러더라구요.
너무 애쓰며 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닐지도 모른다구요.
힘이 들면 그만해도 된다고 인연이 아닌 거라고..
그 말에 펑펑 울었지만 결국은 헤어질 용기가 났어요.
아픈 연애였는데도 헤어지니 한동안 많이 힘들더군요.

아마 두 분도 인연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상대방은 아직 준비가 덜 되었던 것 같구요.
결국 이것 또한 지나가겠지만,
상처가 깊은 만큼 한동안은 많이 힘이 들겠죠.
그래도 그 시간을 잘 견디고 넘기길 바랄게요.
아픈 경험도 결국은 의미 있는 무언가로 남더라구요.
시간이 지나면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서툴렀던 무언가가 좀더 보완도 되는 것 같아요.
아픈 만큼 넓어지고 깊어지고... 그리고 또 다른 인연도 찾아오고요.
물론 지금은 이런 말 안 들리겠지만,
다 지나간다는 말이 틀리지 않더군요.
다시 기운내서 걸어가실 날이 찾아올 거라 믿어요.
힘내세요.

AtoZ2015.11.26 15:36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축하드립니다. 정말 멋지네요^^

하루살이2015.11.26 18:58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읽으면서 제 코끝이 찡해지는 이유는?^^;;
결혼 축하드립니다 행쇼!!!! ^^ ♡

twer2015.11.30 03:26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남자 잘못이 매우 큽니다.
헤어지고 전여친 유품 간직하고 있으면서 새 여자 만나는 남자 정말 죽어도 싫네요
추억이니 뭐니 그런 말 하는 사람 있으면 정말이지 입을 꿰매버리고 싶네요
과거면 그대로 버려야지 현재에까지 왜 그걸 가져와서 일을 만듭니까
이건 분명히 잘못입니다.
상대에게 이해해달라 뭐라 그런 거 바랄 게 아니죠.

스윗독자 (구싱가)2015.12.03 04:17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무한님! 글 감사합니다! :)

결혼 준비 과정에서 이런저런 문제로 파혼하는 사례들을 인터넷에서 (극단적인 예들일지는 몰라도 T-T) 많이 보는데요. 정말 준비 과정도 서로를 판단하는 중요한 방도인 만큼 그 단계에서 아니다 싶으면 차라리 접는게 나중에 결혼하고 나서 고생하고 땅을 치는 것보다는 훨씬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

특히나 연애랑 결혼'생활'은 아무래도 많은 차이점이 있어서 힘들 때가 많은데 과정부터 삐그덕 거리면 정말 첩첩산중이겠죠. 결혼이 뿅!하고 모든 걸 해결해주는 건 아니니까요. 그러니 정말 무한님 말씀대로 지갑 잃어버린 셈, 큰 액땜하신 셈 치고 다음 인연을 좋게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

무한님팬2015.12.08 17:31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사연 주인공되시는 분 너무 안쓰럽네요.
하지만 문제가 되는 부분을 개선하지 못하고 무작정 결혼해서 고통스럽게 살면 안되잖아요.
결혼하고서 무한님 말이 더 와닿아요.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립할 의지가 있고 실제로 실천하는 사람들이 결혼해서 새 가정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요.

수정2016.03.08 20:20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추천 누릅니다. 두번 누릅니다.
사연 속 남자 같은 사람때문에 헤어졌는데,
너무너무 잘 헤어졌습니다. 200% 만족합니다.
왜 과거를 못버리고 그 모양인지 진짜 짜증나고 화납니다.
옆에 있는 여자는 뭡니까???
백 번을 생각해도 빡치는 일입니다.
진짜. 저런 남자 만난다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헤어질 겁니다.

수정2016.03.08 20:22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완전 자기입장밖에 생각할 줄 모르는 거 아닙니까.
상대방 배려 못하면 결혼 안하는 게 맞습니다.
하 진짜 지금 생각해도 죽여버리고 싶네요.ㅜㅠ

별별2016.06.18 01:20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무한님 글을 보며 정말 많은 것을 알고 갑니다. 조금만 더 무한님 글을 빨리 읽었더라면 좋았을텐데..물론 읽고 머리로 안다고 얽혔던 관계를 술술 풀어나갈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저의 답답한 모습이라던가, 제가 이해할 수 없는 상대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는 알고 갔을텐데요 ㅠㅠ
무한님 글 팬이되었습니다.
댓글은 무료로(응?), 별도의 가입이나 로그인 필요 없이 남기실 수 있습니다.
사연은 공지(클릭)를 읽으신 후 신청서에 적어 메일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