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 많은 남성대원들이 괜찮은 상대를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서운해 하거나 실망하다 관계를 망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에요.
매력적인 여자가,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없거나, 만날 약속이 없거나, 대시하는 남자가 없거나, 할 일이 없거나, 뭐 그렇게 외톨이로 지내고 있을 확률은 매우 낮거든요. 그녀가 아는 사람 많거나, 약속이 있거나, 다른 사람들과 다정하게 어울려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요. 그녀에게 매달리는 구남친이 있을 수도 있고, 직장에서 들이대는 남자가 있을 수 있으며, 이쪽과 연락을 하고 지내는 것처럼 다른 사람과도 연락하고 있을 수 있어요.
그녀가 그런 상황에 놓여있는 건,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일이라 생각해야 해요. 오히려 이런 상황을 두고,
'나는 그저, 그녀가 아는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일 뿐이겠지.'
하며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이 이상한 거예요.
물론 그녀가 이쪽과 연애를 시작하면 저 상황이 달라질 순 있겠죠. 연인이 생겼으니 그에게 더 집중하게 될 거고, 소위 '우선순위'라고 하는 것들에도 변화가 생기겠죠. 그런데 김형은 상대에게 아직 '썸남'일 뿐이잖아요. 상대와 알게 된 지 일주일 밖에 안 됐어요. 둘이 카톡과 전화 몇 번 한 게 전부잖아요. 이런 와중에 상대가 김형에게 완전히 빠져 다른 건 아무 것도 신경 쓰지 않길 바라는 건, 그녀가 금사빠이길 바라는 것일 뿐이에요.
1. 소극적인 썸녀, 마음이 없어서일까?
김형의 썸녀는 전혀 소극적이지 않아요. 대화도 잘 하고, 자기표현도 잘 해요. 그녀가 김형에게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보세요.
"뵙게 되면 사진 잘 찍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여행을 다녀와서 찍은 사진들을 보면, 너무 못 찍어서 무안할 때가 많아요.(이모티콘) 사진은 보통 주말에 찍으세요?"
저게 어떻게 소극적인 태도예요? 저건 빌미를 마련해주는 것인 동시에 관심을 표현하는 거잖아요. 오히려 소극적인 건 김형이에요. 김형이 제게 한 질문을 보세요.
"이렇게 알게 되었으면 적극적으로 만나도 보고 그럴 것 같은데, 상대는 그런 얘기를 잘 안 합니다. 떡밥만 던지는 것 같고, 남자가 알아서 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저는 상대가 저랑 잘해보려는 마음이 있는 줄 알았는데, 좀 미지근한 것 같아서 상대의 마음을 잘 모르겠습니다."
상대는 '남자가 알아서 해주기를 바라는' 게 아니에요. 자기 몫을 다 한 거고, 김형의 몫을 김형이 하길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상대에겐 전혀 문제가 없어요.
상대가 주말엔 일요일 밖에 시간이 없다고 말하면서, 주중에 만나는 건 어떠냐고 물었잖아요. 그럼 김형이 선택지를 두 개 정도 마련해서 다시 되물으면 되는 거예요.
"저는 일요일도 괜찮고, 주중도 괜찮아요. 평일이 편하시면, 수요일 어떠세요?"
라고 물으면 된다고요. 그런데 김형은 뭐라고 대답하셨어요?
"언제가 편하신지 말씀해주세요. 지연씨 시간 날 때 뵙죠."
김형은 자기 몫의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있다니까요. 김형이 결정해야 할 것도 그냥 떠넘기기만 하고, 그래놓곤 상대가 적극적으로 만날 의사가 없는 것 같다는 이상한 얘기만 해요.
상대가 뭘 어떻게 까지 해줘야 만족하시겠어요. 어디서 언제 만나자는 말도 상대가 하고, 계속해서 먼저 연락하며 김형에게 관심 표현하고, 사귀자는 말도 상대가 해야 만족하시겠어요? 그래야 그게 바로 '나에게 관심 있으며 잘해보려는 마음이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시겠어요?
정확히 따지자면, 김형이 이 관계를 평가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로, 김형이 소극적인 거고, 김형이 금사빠인 거고, 김형이 떡밥을 던져가며 상대의 마음을 떠보려 하는 거고, 김형이 혼자 기대하곤 실망하는 거예요. 그러다 이미 헛발질까지 한 번 하고 말았잖아요. 그 결과 상대는
"저희 이제 막 알게 되었는데,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
라는 답장을 보내왔고 말예요.
김형의 태도가 '되면 한다'의 태도는 아닌지 한 번 돌아보세요. 그리고 김형은 현재 이 관계를 '그녀의 어장관리'라고 까지 의심하시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김형에게 친절하게 대하지만 얼른 사귀려 들진 않는다고 어장관리 판정을 할 거면, 금사빠를 제외한 세상 거의 모든 여자들이 어장관리 혐의를 써야 할 거예요.
사귀는 건 3월 쯤 사귄다고 여유롭게 생각하면서, 일단 좀 만나보세요. 만나는 와중에 지금처럼 "나랑 사귈 마음이 있는 건지를 솔직히 말해줬으면 좋겠다."라면서 계속 확인하려 들지 말고, 그냥 친구랑 만나서 저녁 먹듯 그렇게 다섯 번만 만나보세요. 그리고 김형 카톡을 보면, 오후 11시가 넘어서 카톡을 할 때마다 이상하게 변하거든요. 그 전까지는 잘 대화하다가, 11시 이후부터 상처 많은 짝사랑 전문가처럼 끈적하고 우울한 얘기를 시작해요. 이 부분도 꼭 한 번 살펴보시길 권할게요.
2. 오랫동안 기다린 짝사랑, 고백하고 싶습니다.
J군은 작년 8월에 다른 여자와 연애하던 중 사연을 보낸 적이 있는데, 이게 어떻게 '오랫동안 기다린 짝사랑'이 될 수 있을까요. 이런 식으로 의미부여를 하는 건 좀 그만두었으면 해요. 현재를 사세요. 비록 지금 그 어떤 이성과도 연이 닿아있지 않다 해도 괜찮으니,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하세요. 유효기간 다 지나고 곰팡이까지 핀 관계를 가져다 포장만 새로 해서 괜찮은 관계인 척 하지 마시고, 그런 건 다 버리고 시작하세요.
"한 번도 진심을 담아 제대로 고백해 보지 못한 게 너무 후회가 되었고, 지금 고백하지 않으면 상대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고백하고 싶습니다."
이미 많이 떠봤잖아요. 실제로 마음을 털어 놓은 적도 많고요. 이번 고백에 대한 대답이 부정적일 것이 분명하다는 거, J군도 알고 있을 거라 저는 생각해요. 길가는 백 명 붙잡고 결과를 물어도 백 명 모두 부정적일 거라고 대답할 거고요.
그리고, 매뉴얼을 J군이 바라는 대로만 해석하진 마세요. 제가 매뉴얼에서 말하는 건 J군에게 해당되지 않아요. 제가 매뉴얼에서 30분 이상 통화할 수 있는 사이가 되면 그때 고백을 생각해 보라고 적은 건 맞아요. 하지만 J군은 상대가 원할 때에만 30분 이상 통화를 할 수 있잖아요. 이러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거예요. J군이 카톡을 보내면 상대가 답장조차 안 할 때가 많은데, 이런 와중에 상대가 전화를 걸어 2시간 정도 통화한 적 있으니 저 '고백을 생각해도 될 때'라고 여기는 건 억지예요.
가랑비 작전에 대한 얘기도 마찬가지예요. 가랑비 작전이 가능하려면 최소한 상대가 이쪽을 '한 사람'으로서는 존중해줘야 해요. 그렇게 친구의 영역에서 좀 더 다가가기 위해 펼치는 게 가랑비 작전이지, 상대가 이쪽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펼칠 수 있는 게 가랑비 작전이 아니에요. 상대가 자기 아쉬울 때 대화하다 만나기로 약속해 놓곤, 당일에 만나기 귀찮으니 약속 취소했을 때를 보세요. 그때 J군은 '당일에 이렇게 통보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라는 뉘앙스의 말을 했잖아요. 거기에 상대가 뭐라고 했어요?
"제발 어쭙잖은 조언은 말아줘. 그리고 내가 어떻게 살든 네가 언급할 문제가 아니야."
저건, 감히 너 따위가 뭔데 나한테 지금 충고를 하고 있냐는 뜻이거든요. 상대에게 J군은 저런 존재로 인식되고 있어요. J군은 상대에게
"(상대 마음대로만 행동하는 걸)이러는 걸 넌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라고 말한 적 있죠? 상대 입장에선 그게 당연한 거였고, J군도 그간 그러는 걸 당연하다는 듯 여기고 있었잖아요. 둘의 관계는 그래야만 유지되는 관계였어요. J군은 베풀고, 베풀면서도 상대에게 평가 받고, 그렇게 평가 받아도 아무렇지 않은 듯 넘기고, 만약 J군이 거기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려고 하면 상대는 절교를 선언하고, 뭐 그런 관계였잖아요.
상대가 한 말들도, 둘의 관계도 J군 마음대로 해석하지 마세요. J군은 상대가 했던 얘기 중 희망적인 이야기들만 증거로 삼고 있는데, 정확히 따지면 그 반대의 이야기들이 더 많거든요. 내가 이렇게까지 굴어도 안 떨어져 나가냐고, 넌 벨도 없냐는 식으로 상대가 말한 적 있잖아요. 몇 번을 말해도 왜 못 알아 듣냐고, 정말 연락하지 말고 각자 살자고 말한 적도 있고요. 이게 훨씬 더 중요하고 상대의 진심에 가까운 이야기예요.
예전에 상대가 안긴 적 있고 애교부린 적 있다는 얘기만 하진 마시라고요. 다 유효기간 지난 얘기일 뿐이에요. 상대와 여행 얘기하다가 여행 가기로 했다는 것도, 정확히 말하자면 상대가 "넌 같이 가서 내 짐이나 들어"라는 식으로 말한 거잖아요. 거기에 J군은 "그래. 짐돌이라도 나는 좋아. 헤헤."하고 있었던 거고요.
두 사람이 연인이 된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을 거예요. 여전히 상대는 자신이 원할 때에만 J군과 대화하려 할 거고, 그런 대화를 하던 중에도 뭔가 지루함을 느끼면 다른 핑계를 대며 끊어버릴 거예요. 자신의 남친이라면 이러이러한 일들을 해줘야 한다며 요구하는 것은 있겠지만, 그녀가 J군을 위해서 하는 건 아무 것도 없을 거예요. 거기에 대해 J군이 지적하면, 헤어지자는 대답을 할 거고요.
계속 그래왔잖아요. 상대에게 남친이 있어도, J군은 그 바깥에서 '남친이 채워주지 못하는 다정함' 같은 걸 채워주려 노력하며 서있었잖아요. 상대는 J군에게 그 역할을 맡긴 거지, J군에게 애정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그래도 되는 남자'라서 거기 둔 것일 뿐이라고요. J군이 그런 역할을 하는 게 버거워 상대에게 힘들다고 하면, 상대는 뭐라고 했어요? 다신 연락하지 말자고 했잖아요.
그런 상황의 반복이에요. 한두 번 저랬던 게 아니면 J군도 깨닫는 게 있어야죠. 그러다가도 상대가 J군에게 연락하는 건, 자신도 외로워진 시점에 그런 감정을 처리해 줄 사람이 필요해서 그런 거예요. 썸타는 듯 자신을 좋아하냐는 유도신문을 하는 건, 자신의 인기를 확인하고 싶어서 묻는 것일 뿐이고요. 그게 아니면 J군이 연락해 "예전에 그 주변인 자리 있어? 있으면 내가 좀 들어가서 근무하고 싶은데."라고 말해서 들어가는 것이고요.
"일주일에 한 번 연락했더니, 저더러 넌 연락할 친구도 없냐고 짜증을 내서, 지금은 2~4주에 한 번씩 연락하고 있습니다. 연락 주기를 줄인 후로는 전화했다고, 자주 연락한다고 제게 짜증낸 적 없습니다."
혼자 을왕리라도 한 번 다녀오세요.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좌측으로 가면 갯바위 있는 곳 있거든요. 거기 가서 바다 보며 겨울바람이라도 한 번 쐬고 오세요. 그러면 J군도 사실 상대에게 이렇게까지 헌신하거나 호의를 베풀만한 이유가 없으며, 왜 이런 취급을 받으면서까지 내가 얘한테 이러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드실 거예요. 실제로 J군은 상대와 잘 안 맺어지니까 그것에 조급해 하며 마음을 쏟는 거지, 두 사람만의 추억이 있다거나 애틋한 감정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거든요. 그러니 거기서 벗어나시고, 내려놓으세요.
배웅글을 쓰려다보니 J군의 사연이 계속 마음에 걸려, 배웅글 대신 그 이야기를 좀 더 적어둘게요. J군이 짝사랑한다는 그녀가 하고 있는 게 바로 '어장관리'고, J군을 '보험'처럼 여기는 거예요. 그래서 만약 J군이 후회가 남지 않도록 고백하고 끝내겠다고 일을 저지르시면, 그녀는 모호한 답을 줄 거예요.
"지금은 나도 연애 할 상황이 아니다. 준비하고 있는 게 있어서, 이게 끝나야 연애를 할 마음의 여유가 생길 것 같다."
라는 식으로 말예요. 당장은 그녀도 고시준비를 하고 있는 까닭에, J군이 알아서 베풀어 주는 호의가 싫지 않을 거거든요. 종종 선물도 주고, 위로도 해주고, 하소연 하면 하소연도 들어주고, 공부하기 싫어 연락하면 J군이 다 받아주니까요. 그래서 강하게 내치거나 명확하게 선을 긋진 않을 거예요. 다만, 그녀가 저렇게 얘기를 한다 해도, 그건
"연애할 상황이 되면 너와 연애할 거야."
라는 뜻은 아니에요. J군이 그런 불확실성에 대해 지적하면, 그녀는 어떻게 확정해 놓고 사귀냐고 하겠죠. 만약 약속을 한다 해도, 훗날
"정말 그럴 생각으로 한 약속이었는데, 뭔가 다 정해진 것 같아서 마음이 점점 사라지더라. 너와 사귀는 게 의무처럼 여겨졌다고 할까? 그래서 미안하지만, 약속은 못 지킬 것 같아."
라고 말하면 끝이거든요. 그녀는 이미 저런 식으로 약속을 어기고 빠져나간 적이 있잖아요. 왜 나를 나쁜 여자 만드냐면서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는 말로요. 제가 위의 예상 시나리오를 적은 것 역시, 그녀가 "지금은 아니지만 3~5년 후에는 너와 사귈 지도 모르겠다."라는 이야기를 한 적 있기 때문이에요. 제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지금 어장에서 1등 참치 골라 통조림 만드십니까?"
라고 했겠지만, 저는 그 자리에 없었고, J군은 저 말을 희망으로 생각하며 지금까지 기대를 걸고 있었죠.
그만하세요. J군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줄 사람, J군의 연락을 기다릴 사람, J군에게 먼저 연락을 할 사람, J군의 호의에 감사할 사람…, 세상엔 수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거기서 혼자 만든 번호표 손에 쥐고 기다릴 필요 없는 거잖아요. J군이 하고 있는 건 노력도 아니고 배려도 아니고 이해도 아니에요. 아무 의미 없는 기다림에 더 가까운 거니까, 그만 거기서 나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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