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썸 끝내고 어색한 사이가 되었는데, 회복될까요? 외 1편

by 무한 2016. 1. 30.

썸 끝내고 어색한 사이가 되었는데 회복이 가능한지를 묻는 건, 자진 퇴사한 회사-더 구체적으로 비유하자면 소기업-에 다시 입사할 수 있냐고 물어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렇게 나왔을 경우, '다시 입사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아래의 질문에 어떤 답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는 것 아닌가.

 

- 회사에서 사람을 구하는가?

- 나올 때 좋게 나왔는가, 서로 감정 상하는 얘기하며 나왔는가?

- 나온 이후 사장이나 회사사람들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았는가?

 

저 셋 중 두 가지에 긍정적인 답을 할 수 있다고 해도, 하나가 걸린다면 재입사는 어렵다고 봐야한다.

 

"이렇게 어색한 사이가 될 줄 알았더라면 그냥 이끌어주는 대로 따라갈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분과 끝낸 지 딱 한 달째 되는데, 아쉬움이 남고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회사에서 나간 직원에게 월급 안 주는 것, 명절 선물 안 주는 것, 책상을 치워버리는 것 등은 당연한 일 아닌가. 더 만날 생각 없다며 썸의 종결을 선언한 사람에게 계속해서 친절과 호의를 베풀 사람은 없다.

 

"친구들은 그 사람의 마무리가 찌질한 것 같다고 접으라고 하네요."

 

절대 그렇지 않다. 그건 친구들이 N양 편 들어주느라 그냥 하는 말이라고 보는 게 맞다. 썸녀가 더는 만날 생각 없다고 해서 썸남이 친절과 호의를 전부 거두고 거리를 둔 건데, 그게 어떻게 '찌질한 마무리'인가? 더는 썸 탈 마음이 없다고 말한 이후로 완전히 달라져서? 이후 인사를 하면 형식적으로 받아줄 뿐 예전의 친근함은 싹 거두어서? 아무 미련도 보이지 않으며 연락을 해도 한참 텀을 두고 무심하게 대답해서?

 

 

1. 썸 끝내고 어색한 사이가 되었는데, 회복될까요?

 

진심으로 상대를 대하지 않는 사람들은 변명할 일이 많아진다. 그들은 당장 그 순간의 위기만 넘기고자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얼마 지나지 않아 필연적으로 추궁을 당하기 때문이다. N양이 썸의 종결을 선언하게 된 계기가 된 대화를 보자.

 

[전날]

N양 - 아 치맥 먹고 싶다.

상대 - 오늘 먹을까? 그쪽으로 갈게 나올래?

N양 - 내일 먹어요. ㅠ.ㅠ

상대 - 그래, 그럼 내일 저녁으로 치맥먹자 ㅎ

 

[당일]

상대 - 오늘 저녁에 뭐 먹고 싶어? 치맥으로? 아니면 다른 메뉴로?

N양 - 엄청 춥네요.

N양 - 저는 오늘 공부 좀 하려고요 ㅎ

상대 - 그래…. 공부 열심히 해.

N양 - 네네. ㅋㅋ

(잠시 후)

상대 - 그런데 우리 오늘 치맥 먹기로 하지 않았었나?

상대 - 아까 내가 물었을 때에도 대답을 안 하고….

상대 - 싫은 거면 싫다고 말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

상대 - 약속 잡아 놓곤 다른 얘기로 돌려 넘어가는 건 좀 아닌 것 같아.

N양 - 제가 친해졌다고 해서 좀 편하게 생각했나 보네요. 미안해요.

N양 - 치맥 먹는 건 생각해 봐야 될 것 같아요.

상대 - 아니. 생각 안 해봐도 돼. 안 먹어도 괜찮아. 주말 잘 보내.

 

세상 그 누구라도 저 대화에서 '상대'의 입장이 되게 되면, "나 안 해."를 외칠 것이다. 사람 가지고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내일 먹자고 했다가, 다음 날 말을 꺼내니 말 돌리며 다른 거 할 거라고 했다가, 그것에 대해 따지자 생각해 본다고 하는데 빡치지 않을 사람이 어딨겠는가.

 

"저건 제가 일부러 저렇게 보냈던 거예요. 그가 괜찮은 사람이긴 하지만, 좀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거리를 두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상대와 연애를 한 건 아니지만, 혹 사귀다 헤어지고 나면 어쩌나 하는 무서움도 있어서 선을 그어버린 거예요."

 

거리를 두고 선을 그을 거라면, 그럴 거라고 확실히 표현해야 한다. 확실히 말은 안 한 채 '나중에'나 '다음에' 같은 핑계로 약속을 대충 미루고, 이랬다저랬다 하며 말 돌리는 것으로 상대를 물 먹이면, N양에게 가졌던 상대의 호감은 전부 실망과 분노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전 거리를 두려고 그런 것이지, 이렇게 남남처럼 어색해지려고 그런 건 아니거든요."

 

입장을 바꿔 N양이 썸남에게 저런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해 보길 바란다. 오늘 저녁 돈가스 먹으러 가자는 약속을 며칠 전에 잡았는데, N양이 지금 어디로 갈 건지를 묻자 상대는 오늘 미드 보며 쉴 거라고 한다. 그러면 N양 역시 상대의 저런 태도가 '거리를 두는 것'으로 보는 것이라기보다는 'N양을 무시하고 관계를 가볍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겠는가? 그래서 N양이 따지며 화를 냈는데, 그것에 대해 상대는 친구들과 상의하며 'N양은 마무리가 찌질한 여자'라고 결론 낸다면, 피가 거꾸로 솟지 않겠는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천천히 다시 친해져야 하는 건가요? 아무렇지 않은 척 농담을 걸며 다가가면 될까요? 같이 뭘 해보자고 먼저 말해볼까요? 좀 도와주세요."

 

N양이 뭘 잘못한 건지를 알았다면, 그 부분에 대해 상대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지금처럼 아무런 말없이 다짜고짜 밝은 내용의 카톡을 보내는 건 어장관리처럼도 보일 수 있는 일이니, 그러지 말고 밥 한 끼 먹자고 한 후 N양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사과하길 권한다. 뭔가를 자꾸 연출하려고 들거나 상황을 만들려고 하지 말고, 그냥 솔직하게 N양의 생각을 전하길 바란다.

 

 

2. 그간의 모든 연애가 실패했어요. 전 어쩌죠?

 

몇 년 전 제가 쓰던 카메라 렌즈를 중고나라에 올렸어요. 그랬더니 의정부 사시는 분에게 연락이 왔는데, 일산으로 받으러 올 테니 차비 정도는 빼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만 원 정도 빼드린다고 했어요. 그러자 기름 값이 그 정도 들고 톨비까지하면 더 드니 만 원을 더 빼달라고 하더라고요. 몇 달 전에 올라왔던 매물 중엔 40만원 대 초반에 파는 것도 있었다면서, 48만원에 달라고 하는 건 자신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도 했고요.

 

저는 결국 저 렌즈를, 다른 분께 팔았어요. 같은 동네에 사시는 분이 제가 올린 50만원에 구입하겠다고 하셨거든요. 의정부에 사시는 분이 나중엔 49만원에 살 테니 자신에게 팔라고 하셨지만, 됐다고 했어요. 만 원 이만 원을 떠나서, 그 분과 대화를 나누는 게 짜증나더라고요. 그 분은 자신이 일산에 와서 렌즈를 본 뒤 사용감이 많이 느껴지거나 해서 안 사면 자신만 헛걸음을 하게 되는 식이라고도 말씀하셨거든요. 이건 뭐 제가 제발 사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아니고 산다는 사람이 없어서 곤란을 겪고 있는 것도 아닌데, 계속 저러니까 더는 말을 섞고 싶지 않더라고요.

 

연애에 임하는 J양의 태도가, 저 의정부에 산다던 구매자와 비슷해요. 손톱만큼도 손해 보려 하지 않고, 상대와 사귀고 있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큰 은혜를 베푸는 거라는 태도를 보이거든요.

 

"남친에게, 제가 당장 하고 싶은 결혼 다 미루고 남친만 바라보고 있는 것 자체가, 남친을 정말 좋아한다는 증거인 거라고 말했어요."

 

둘은 사귀는 사이니까 서로만을 생각하는 건 당연한 거잖아요. 그런데 J양은 저런 것 자체를 자신이 뭔가 베풀고 있다는 식으로 생각해 버려요. 남친보다 J양이 두 살 더 많기에 결혼에 대한 부분이 더 와닿는 건 이해해요. 그런데 J양은 그걸 두고,

 

'쟤는 아직 확실히 자리 잡은 게 아니라, 당장 결혼하긴 어렵다. 이렇게 사귀다 헤어지면 쟤는 이십대 후반이겠지만, 나는 삼십대 초반이다. 나로서는 조만간 결혼하긴 어려운 사람과 만난다는 게 모험을 하는 중인 거다. 난 정말 엄청난 리스크를 안고 연애하는 중인 거고, 쟤도 그걸 알아야 한다.'

 

라고 생각하는 듯 보이거든요. J양이 하는 거의 모든 말과 행동의 기반에 저런 생각이 깔려있다고 할 수 있어요.

 

이러니까 실패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J양의 한 시간은 상대에게도 한 시간 인 거고, J양의 만 원은 상대에게도 만 원인 건데, 저런 생각으로 인해 J양은 황당한 일들을 벌이고 말거든요.

 

- 여자친구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라면 당연하게 해야 할 일.

 

저런 걸 정해서 상대에게 요구하는 거예요. J양이 연애에 투자하는 돈과 시간과 마음에 대해서는 최소화 하려고 하고, 반대로 상대에게는 거의 '전부 부담하려고 하는 남자와 너의 차이점' 같은 걸 이야기 하거든요.

 

그런 연애라면 저도 안 할 것 같아요. J양은 상대의 생일도 외우고 있지 못해서 생일 거의 다 지나갈 때 축하해줬다고 했잖아요. 그것만 봐도 뭐가 문제인지가 드러나요. J양이 상대에게 요구하고 있는 거랑, J양이 상대를 위해 하는 것에 엄청난 차이가 있잖아요. 상대가 밥값을 전액부담 하려 하지 않는 것은 애정이 모자르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자신은 상대의 생일이 언제인지도 신경쓰고 있지 않다면, 누가 봐도 이건 좀 불공평한 관계인 것 아닐까요?

 

"남자가 무조건 밥을 다 사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제가 밥 얻어먹기 위해 만나겠어요? 그럴 거면 돈 많고 여유 있는 사람 만나지, 뭐하러 얘랑 만나나요."

 

J양이 한 저 말을 다시 보세요. 현재의 상대를 무언가와 비교하고 있다는 게 보이시죠? 바로 그렇게 J양에겐 가상의 이상형이 있다니까요. 이러니까 누굴 만나든 불만족에 시달리거나 상대가 저 '가상의 이상형'과 비교해서 얼마나 뒤쳐지는지만 평가하게 되는 거예요.

 

"결혼하게 되면, 그 비용은 제가 거의 다 부담하겠다는 이야기도 한 적 있습니다. 당장은 남친에게 돈이 없으니까요. 이런 제가, 겨우 밥값 때문에 그러겠습니까?"

 

결혼비용, 부담하지 마세요. J양이 상대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학비 내가 다 낼 테니 넌 내가 가라는 학과에 입학해 하라는 시키는 공부만 해라, 뭐 이렇게 말하는 것 같거든요. J양이 한 저 말에 대해, 나중에 남친이 한 말이 있잖아요.

 

"제가 비용을 대서 결혼하게 되면 나중엔 제가 자기를 무시할 것 같다면서, 제 돈으로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남친 입장에선, 지금도 J양이 '내가 널 만나주는 거다'라는 식으로 나오는데, 결혼비용까지 J양이 대고 나면 거의 데릴사위 식으로 살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예요. 만나면서 데이트비용 때문에 싸울 때, J양은 어땠나요?

 

"저는 결혼비용까지도 제가 다 댈 생각을 했는데, 남친은 싸울 때 자신이 데이트비용을 많이 부담하는 것에 대해 버겁다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전 제 돈으로 결혼비용을 부담해도 전혀 아깝지 않은데, 남친은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건지…."

 

족쇄 같아요. J양이 '결혼비용' 하나를 부담하는 것으로 모든 부분에서 승리할 수 있는 카드를 쥔 것과 같거든요. 상대는 그것 때문에 족쇄를 찬 채, 뭘 하든 당연히 갚아야 할 걸 갚고 있는 노예처럼 되어버렸고요.

 

- 여행비용 네가 더 대서 불만이야? 난 결혼비용 댈 거잖아.

- 밥 값 내가 더 많이 내서 불만이야? 난 결혼비용 댈 거잖아.

- 사랑하는 마음? 난 결혼비용 댈 건데 증명 된 거지.

 

다시 말하지만, 다음 번 누구를 만나도 지금처럼 결혼비용 부담한다는 카드 한 장 꺼낸 뒤 앞으로의 충성을 약속받으려 하지 마세요. 아니, 결혼비용이 아니라 그 어떤 것으로도 크게 하나 증명해두고 채권자처럼 상대의 마음을 꾸준히 상납 받으려 하지 마세요.

 

그냥 만나세요. 서로를 동등한 입장에 두고 만나보세요. 애정을 표현하고 싶으면 작은 것부터 표현하시고요. 상대의 생일을 외우고, 전화번호를 외우고, 차번호를 외우고, 상대 가족들의 이름을 외우는, 그런 것부터 하세요. 헤어진 지금도 J양은 상대의 저런 부분들에 대해 모르고 계시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결혼비용' 부담하기로 했으니 이젠 충성을 받을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관계든 결국 깨질 수밖에 없어요.

 

A. 내가 널 위해 이런 일들을 해야 한다 해도 좋아. 널 사랑하니까.  

B. 난 널 위해 이렇게까지 할 생각인데 넌 뭐냐. 분발 안 하냐? 요즘 편하지?

 

A와 B 모두 연애를 위해 극단적인 일까지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례인데, 저 둘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 보셔요.

 

 

이렇게만 적어 놓으면 첫 사연의 N양이나 두 번째 사연의 J양 모두 '이상한 사람'이라서 그런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사실 사연 속으로 더 들어가 보면 나름의 이유들이 또 있습니다. 밝혀 적기에 곤란한 부분이라 다 말할 수는 없지만, N양의 경우 이전 연애에서 돈과 관련된 트라우마를 겪은 까닭에 저 부분에 집착하게 되었습니다. 중고나라에서 세 번 거래했는데 세 번 다 사기를 당한 제 친구 A군이, 이후 모든 판매자를 용의자로 보게 된 것처럼 말입니다.

 

엄살을 좀 부리자면, 이래서 매뉴얼을 쓰다가 중간에 막혀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행동들이 이해가 되기도 하고, 그렇다고 다 밝혀 적을 수도 없고, 뭐 그런 이유들로 인해 적정선을 찾기가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사연을 주시는 입장에선

 

"계속 만날 것인지, 아니면 포기할 것인지만 말해주세요."

 

라고 간단히 물어보셔도, 그게 문제가 아니거나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경우도 있고 말입니다.

 

때문에 매뉴얼은, 사연을 주신 분이 자신의 모습과 연애에 임하는 태도를 돌아볼 수 있는 쪽으로 작성하고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생각지도 못 했던 부분이 드러나 부끄러우실 수 있고, 상대를 욕해주길 바랐는데 자신의 단점이 적혀있어 불쾌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그렇게라도 자세를 교정하는 것이, 이후 백세인생(응?)을 사는 것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매뉴얼을 읽는 모든 분들이 행복하시길, 언제나 마음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자신은 실버타운 독거노인동에 가게 될 것 같다고 말하셨던 분들이, 지금은 지후맘, 서영맘, 예준아빠, 민지아빠 등으로 레벨업 하신 걸 보며 뿌듯함을 느끼곤 합니다. 오늘 사연의 두 주인공 N양과 J양도, 몇 년 뒤 '뭐뭐맘'으로 레벨업 하시게 되면, 짧은 댓글 하나 남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때쯤엔 저도 [좋다는 아기 기저귀, 직접 차보니….]하는 글을 쓰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이거 나만 웃긴가.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카카오스토리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주말에도 그대를 향한 응원은 멈추지 않습니다. 추천!

 

카카오뷰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과 연관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과 연관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