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에 대해, 그가 지금까지 보인 모습만이 그의 전부일 거라 생각한다든가, 또는 그게 그의 한계일 거라고 단정 짓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일 것이다. 나아질 여지나 변화의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쪽에서 회의적으로 예측했던 것과 달리 상대의 선택이 훗날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는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나중엔 좋아지겠지, 달라지겠지'하는 생각만 한다면, 그건 또 어리석은 일이 되고 말 것이다. 아무 준비도 하지 않으며 집에서 노는 상대가 내일 쯤 갑자기 이름 난 기업에 스카우트 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며, 지인에게 돈이나 명의를 빌려주는 것이 '의리의 가장 완전한 형태'라고 생각하는 상대가 그래도 보증만은 서지 않을 거란 보장은 할 수 없는 법이니 말이다.
그럼 대체 무엇을 어디까지 보고 어떤 판단을 해야 할까? 난
- 상대와 만난 이후 지금까지 상대에겐 긍정적인 변화가 있는가?
- 상대의 말과 행동은 일치하는가?
- 상대가 자신도 후회한다던 일을 계속 벌이고 있진 않은가?
- 둘은 서로에게 위로가 되거나 힘이 되며, 보금자리 같은 존재인가?
- 상대가 어제와 오늘을 사는 것처럼 산다면 내일은 어떨 것 같은가?
- 상의해서 결정하거나, 상대가 내린 결정에 대해 조율하는 것이 가능한가?
정도를 냉정하게 생각해 본다면, 그 연애를 지속할 것인지 그만둘 것인지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연의 주인공인 M양은 연애 중 남친에 대해 위와 같은 부분을 돌아보며 더는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다가, 한편으로는 '그래도 이 사람,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내 곁에서 나를 지켜줄 것 같은 사람인데….'하는 생각도 했다가 하며 갈팡질팡했다. 그렇게 갈등을 하다 헤어지긴 했는데, 헤어진 이후에도 남친이 다시 시작해 보자고 연락을 하는 까닭에 지금도 갈팡질팡하는 중이다.
M양이 내 여동생이라면 해주고 싶은 말들, 그리고 그 연애와 이별을 통해 M양이 생각해봐야 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출발해 보자.
1. 뒤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앞으로 나가질 못한다.
과거 어느 시점에 멈춰선 채, 그 '영광의 시절'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렸을 때 영재라는 소리를 들었다든지, 중학교 때 전교에서 일 등을 해본 적 있다든지, 학생회장을 했다든지, 특수목적고를 다녔다든지, 연합동아리 회장을 했다든지 하는 소리를 하며 그땐 자신이 대단했었다는 얘기만 하는 것이다.
추억을 음미하는 것이야 본인 자유지만, 현재 아무 대책도 없이 살고 있으면서 '영광의 시절'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건, 상대가 미래를 겁내며 '영광의 시절'을 도피처로 삼고 있을 확률이 높다. 과거 이야기를 자랑스레 하고 있지만 사실 상대는 그 과거에 비해 형편없어진 현재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일 수 있고, 그런 이야기를 꺼내서라도 지금의 초라한 모습을 지우고자 에누리를 더하고 부풀려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M양의 구남친이 78세쯤 된다면, 난 '아, 파란만장한 인생을 사신 분이구나.'하며 그의 과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훌륭한 삶을 사셨다는 리액션까지를 해드릴 것 같다. 그런데 그는 78세가 아닌 28세 아닌가. 28세의 남자가 근 1년을 백수로 지내며 본인이 어렸을 땐 영재였고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었단 얘기 따위만 해댄다면, 난 그에게
"지금 네 상황에선, 어린 시절 그 무한했다는 '가능성'들을 이미 현실화 시켰거나 시켜가는 중이라는 걸 증명해야 하는 거지, 황혼기에 접어든 사람처럼 '이만하면 잘 산 인생이다'하며 흔들의자에 앉아 있을 때가 아니잖아?"
하는 얘기를 해줄 것 같다.
누군가가 초등학교를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알파벳을 다 외웠고, 중학생 땐 도 단위 영어 말하기 대회에 나가 은상까지 받은 적이 있다고 해보자. 그가 그 재능을 잘 살려 지금 영어와 관련된 일을 한다면 박수 받을 만한 일이지만, 그냥 거기서 만족하며 멈춘 채 고등학생 때부터 영어에 손 놓았다면, '영광의 시절'은 개인의 추억정도는 될 수 있겠지만 실질적으론 별 의미가 없어지고 만다. 그때 남들보다 분명 빨랐지만 지금은 외국인과 대화도 못 하고 원서도 못 읽는다면, 그 가능성은 쓸모없어진 게 아닌가.
또, 과거 '영광의 시절'은 오히려 그 시절을 가졌던 사람에게 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것으로 자만해져 <토끼와 거북이>이야기에서의 토끼처럼 드러누워 자거나, 이제 상황이 변한 까닭에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은 의미가 없지만 그때의 기억만 붙잡고 '뭐, 다시 잘 되겠지.'라는 근거 없는 상상만 하는 경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런 재능이 있었지만 누군가가 꽃피워주지 못했다든지, 다른 여러 이유들로 인해 개발되지 않았다든지 하며 남 탓을 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심한 경우, 사실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었던 과거의 일들을 '영광의 시절'로 윤색해 자기조차 그걸 사실로 믿어버리는 사례도 있다. 나쁘게 말하자면 허세와 허언증이 결합된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미국에 사는 고모 댁에 다녀온 것을 부풀리고 부풀려 '국비 장학생 선정 미국 유학'정도로 포장한 사례도 있었다. 그 사연을 주신 분은 '설마 금방 들통 날 수 있는 이런 걸 거짓으로 말하진 않겠지' 하며 믿었지만, 놀랍게도 훗날 그건 거짓말로 드러났다.
이런 얘기들을 꺼낸 건, 연애 중 M양의 구남친이 유독 '영광의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그가 얘기한 '영광의 시절'이라는 과거를 제외한 채 현재만을 놓고 보면, 그는 기술을 배우겠다고 말만할 뿐 학원을 다니거나 공부하는 것 없으며, M양이 알바를 해보라고 권해도 '시간과 거리가 맞질 않아서 찾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만을 할 뿐이었다. 난 솔직히 24시간이 자유시간인 사람이 왜 '시간이 맞질 않는다'고 말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여하튼 그는 전공을 살리는 것에 실패했고, 새로운 진로를 찾아야겠다고 말은 하면서 실제로 찾진 않았다. 그는 M양에게
"결혼하면 너 일 안하고 풍족하게 살게 해주겠다."
라는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현실에서 그는 자신의 미납된 폰 요금을 내지 못해 정지당한 상황이었다. 때문에 난 그가 말하는 '영광의 시절'을 곧이곧대로 믿기 힘들며, 그게 사실이라 해도 유효기간 지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만 늘어놓는 건 별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M양이 내게
"사람의 됨됨이를 봐야지, 그의 경제적 상황이나 현재의 어려움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라는 이야기를 할지 모르겠는데, 난 그의 됨됨이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얘기는 아래에서 자세히 나눠보자.
2. 그의 언행은 일치하는가. 그리고 자신의 행동에 자신이 책임을 지는가.
헤어지기 직전, 그는 M양과 싸우다
"사실 좋은 조건의 취직자리가 있었는데 거기 가면 장거리 연애가 될까봐 가질 않았다."
"내 적성과 안 맞는다는 핑계를 댔던 일자리도, 사실 우리 연애가 더 중요해서 포기했던 거다."
"부모님이 잡아주신 자리도, 우리 관계를 생각해 포기했던 거다."
등의 이야기를 했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그만이 알겠지만, 난 그가 '좋은 기회'라는 것들을 당시 M양에게는 말하지도 않은 채, 나중이 되어서야 "다 우리 연애를 위해서, 너를 위해서 접은 거다."라고 말하는 것이 변명처럼 느껴진다. 특히 그가
"예전에 일하던 곳에서는 월급 두 배를 줄 테니 다시 일하라고 했지만 난 하지 않았다."
라고 한 지점에 대해서는, 그 진정성까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상식적으로 기술직도 아니고 관리직도 아닌데 나간 사람을 다시 잡기 위해 월급을 두 배로 준다고 할 회사는 존재하기 어려우며, 그가 그곳을 그만둘 때에도 M양은 오히려 계속 다니며 뭔가가 확정된 후에 이직을 하길 권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제 와서 M양 때문에 전부 포기했다는 식으로 포장하는 것이 난 이해되지 않으며, M양이 권한 것도 하지 않았으면서 그것까지를 '연애 탓'으로 돌리는 태도는 핑계가 생활화 된 사람의 그것처럼 보일 뿐이다.
그가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며, 오히려 M양에게
"나라면 네가 그랬다 해도 널 탓하지 않았을 거다."
라고 말하는 것 역시 커다란 문제다. 그는 친구가 정말 급히 돈 필요하다고 해서 자신이 쓸 몇 만 원도 남겨두지 않은 채 빌려주곤, M양에게 '이러이러하게 되었으니 당분간 네가 좀 데이트 비용을 부담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M양이 그걸 두고 화를 내니, 그는
"난 네가 친구에게 돈 다 빌려줘서 내가 데이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해도, 전혀 불만이 없었을 거다."
라는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M양은 데이트 비용을 자신이 다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화가 난 게 아니고 아무 상의도 없이, 게다가 자기 쓸 돈 몇 만 원도 남기지 않고 통장에 있는 돈을 전부 친구에게 이체시켜 준 것이 화가 났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 난 M양이 말하는 '상의'에 관련된 부분만이 아니라, 그가 '의리' 때문에 실제로 저런 일을 저질렀다는 게 더 걱정이 된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M양의 남친은 과거에도 친구에게 자신의 명의를 빌려줘 문제가 된 적이 있다. 그 문제는 지금까지 해결이 되지 않았으며, 이것 외에 그가 남들의 얘기에 솔깃해 발을 들여 놓았다가 문제가 된 일도 있다. 이걸 단순히 보자면 그가 의리를 중시하며 사람을 너무 잘 믿어 탈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자세히 보면 의리에 대한 판타지가 있으며 누군가로부터 인정받으려는 것을 희생이나 헌신의 형태로 하고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착한 게 아니라, 대책이 없는 거다. 그는
"내가 그렇게 베풀고 노력하면 친구들도 내게 그래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서 속상하다."
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 그 정도 당했으면 이젠 뭔가 배운 것도 있어야 하는 거다. 자신은 백수로 지내며 겨우 부모님의 용돈으로 생활하는 처지에 친구에게 전 재산을 빌려준다는 것, 그리고 그래놓곤 여자친구에게 데이트 비용을 부담해 줬으면 하고 바라는 것, 또 그걸 두고 여자친구가 뭐라고 하자 '나라면 이해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건, 경영의 실패로 봐야 한다. 여기다 빌려줄 돈은 있으면서 폰 미납금은 해결하지 않아 불편은 겪는 지점이라든지, 일 할 의지가 부족해 안 하는 거면서 연애 때문에 일 못 하고 있는 것처럼 핑계를 대는 지점까지를 더하면 총체적 난국이 되는 것이고 말이다.
종종 이런 지점들을 확실하게 체크해나가는 걸 '속물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운전하는 상대가 무슨 시계를 차고 있는지를 보는 건 속물적인 거라고 할 수 있지만, 그가 술을 마셨는지 안 마셨는지, 운전을 할 줄 아는지 모르는지를 보는 건 둘의 생명을 위해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자기 앞가림은 고사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살면서도 어려움에 처할 뿐인 사람이, 결혼식장에 들어갔다 나왔다고 해서 새사람이 되는 사례를 아직까지 난 보거나 들은 적이 없다.
3. 무엇을, 어떻게 했어야 할까?
연애 중 남친이 대책 없이 사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 부분에 대해 염려되는 것들을 말했어야 한다. 그런 얘기를 꺼냈다 남친 자존심이 상한다거나 무시를 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상할 순 있겠지만, 차라리 그렇게 되는 게 남친이 죽음의 골짜기로 걸어 들어가는 걸 보고 있는 것보다는 낫다.
"맛집 찾는 것에 있어서, 제가 좀 알아보라고 닥달하면 남친이 알아보는 정도였습니다."
맛집이 문제가 아니다. 남친이 일 할 의지 없이 부모님께 용돈 받아 살며 파멸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데, 그것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 못한 채, 겨우 식당 알아보는 얘기만 하고 있으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남친 삶은 남친이 알아서 살겠지 하며 놔둔 채 그저 만나서 영화 보고 밥 먹고 하다가, 상황이 악화될 대로 악화된 후 '이쯤 되면 대책이 없다고 봐야겠네.'하면 안 된다. 저 쪽에서 차 오는데 친구가 무단횡단을 하려고 하면 급하게 옷이라도 잡아 끌듯이, 남친이 자신의 삶의 고삐를 놓은 채 연애로 도피하려 하면 그걸 막았어야 한다.
M양은 신청서에
"남친이 ~한 건 대체 왜 그런 건지 모르겠습니다."
"남친 부모님이 ~를 안 해주시는 건 왜 그런 건지 이해가 안 갑니다."
"만약 결혼을 해서도 남친이 ~한다면, 그건 정말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라는 말들을 적었는데, 1년 넘게 연애를 하면서 남친과 그런 얘기는 안 하고 대체 무슨 얘기를 한 건지 난 궁금하다.
의문이 드는 것들에 대해선 묻고, 그 답을 남친에게 들었어야 한다. 그리고 상대가 하는 변명만 듣고 이해해주기로 하는 게 아니라,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지?'까지를 터놓고 이야기 하며 그게 잘 지켜지는지를 함께 체크 했어야 한다.
'정신 차리고 잘 하겠다고 했으니 잘 하겠지.'
라며 그냥 그 부분에 대해 더는 이야기 하지 않은 채 데이트만 할 게 아니라, 정말 잘 되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며 옆에서 남친을 도울 수도 있었어야 한단 얘기다.
'이렇게 사귀다 나이 차면 결혼하게 되는 거겠지.'
라며 막연히 있을 게 아니다. 컵라면 먹을 때만 해도 혹시 3분 지나 면이 부는 건 아닐지 체크하면서, 자신의 연애와 인생에 대해 그렇게 막연하게만 생각해서야 되겠는가. 지금처럼 1년, 2년, 3년을 더 사귀었을 때 과연 두 사람은 '결혼할 준비'를 마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결혼을 해서도 분명 문제가 될 것 같은 부분들에 대해 '나중엔 좋아지겠지'하며 넋 놓고 있는 건 아닌지를 살펴봐야 한다.
"남친이 정말 저를 많이 사랑해주긴 했습니다. 그는 막말로 제가 다리 하나 없어지고 팔 하나 없어져도 옆에서 저를 끝까지 사랑해줄 것 같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난 M양의 구남친이 헌신적이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변하지 않을 저런 사랑을 했다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팔 다리 없어져도 옆에서 끝까지 사랑해줄 사람이, 자신이 만나자고 했는데 M양이 부모님 눈 피해 새벽에 몰래 나오지 않았다고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하겠는가?
연애 중 M양의 구남친은
- 힘든 순간이 와도 나와 서로 헤쳐 나갈 수 있는가?
- 내가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날 초라하게 만들지 않을 수 있는가?
라는 것들을 M양에게 묻기도 했는데,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그에겐 저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책임감이라는 걸 보여준 적도 없으며, 의지를 가지고 뭔가를 하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저런 이야기를 하는 건, 자신이 대충 산 삶에 대한 형벌을 함께 감당해 달라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잘 되고 싶고, 잘 살고 싶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다. 무책임한 사람들은 자신에게 그런 마음이 있다는 것만 강조할 뿐인데, 그 누구도 자신이 불행하게 살다 객사하길 바라진 않는다. '마음이 있다, 없다'가 문제가 아니라, '마음을 행동으로 옮겼냐, 안 옮겼냐'가 중요한 것이다.
난 M양이, 남친이
"사람 힘들 때 그 사람 버리는 거 아니야."
라는 뉘앙스로 한 말에 죄책감을 갖지 말았으면 한다. M양과 그의 연애가 곤란해진 건, 그의 무책임과 그가 벌인 감당 못할 일들 때문이다. 상의도 없이 그가 저질렀고, 이후 그것에 대해 M양이 항의를 해도 그는 '내가 너라면 이해했을 것'이란 얘기만 했을 뿐이다. M양은 데이트비용을 혼자 다 감당하다 보니 미래를 위해 붓고 있는 적금까지 넣기 힘들 정도가 되었는데, '힘들 때 버리는 거 아니다'라는 말 때문에 계속 만나면 M양의 인생까지 망가질 수 있다. 상대는 '내가 그 입장에 있었다면 불만을 갖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만 했을 뿐인데,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고, 그 잘못을 합리화하며, 오히려 그걸 왜 이해해주지 못 하냐며 상대 탓을 할 뿐인 사람과는 길게 만날 수 없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만약 M양이 내 여동생이고 그래서 내가 M양의 구남친과 대화할 수 있다면, 난 그가
"베푸는 삶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삶 아닙니까."
라고 하는 말에,
"가진 게 없을 뿐더러 빚까지 있는 상황에서 '베풂의 미덕'을 이야기 하는 건, 뭐가 먼저인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행동에 불과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베풂'으로 인해 가장 가까운 사람이 피해를 입어야 하는 거라면, 그건 민폐를 끼치는 게 아닐까요? 부모님께 용돈 타서 쓰는 와중에 친구에게 얼마씩 빌려주곤 받을 생각도 하지 않는 건, 대인배의 모습이 아니라 대책 없는 사람의 모습이 아닐까요?"
하는 얘기를 했을 것 같다.
M양은 상대가 연애 중 보여준 적 있는 헌신적인 모습들을 떠올리며 '그래도 내가 더 이해했어야 하는 걸까?'하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남친은 이제 자신이 취직도 하고 전과 달라졌다며 M양에게 다시 시작하자는 얘기를 하는 상황이다. 내 예상으론 두 사람이 봄기운의 영향을 받아 다시 만날 가능성이 높은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위에서 이야기 한 것들을 명확하게 짚어가며 꾸준히 체크해가길 권한다. 상대가 엇나간다면 '우리' 역시 제대로 나갈 수 없는 법이니, 더 관심을 갖고, 더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더 직접적으로 말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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