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감은 있는데 좋아하는 건 아니라면서
“내게 널 좋아하는 마음이 들도록, 네가 한 번 노력해 봐.”
라는 얘기를 하는 건,어장 속 일등 참치가 되라는 얘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알아서 연락하고 애정표현 하며 노력하면, 가끔씩 떡밥 정도는 던져 주겠단 얘기다. 또, 그러면서
“내가 왜 좋아?”
라고 묻는 건, 마일리지 쌓게 비행기 좀 태워 보라는 얘기라고 보면 된다.
위와 같은 얘기를 하는 남자는 학술적으로‘꾸러기과 즤랄속 빠져나갈구멍종’으로 분류되며, 그들이 자주 사용하는 멘트로는 위에서 이야기 한 것들과 더불어
“(다 알면서)네가 날 좋아하는지 몰랐다.”
“난 원래 사람을 좋아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스킨십을 시도하고는)내 마음이 움직이는지 보려고 그랬다.”
등이 있다. 상대에게서 위와 같은 모습을 모두 확인했다면 그 즉시 로그아웃을 하는 게 몸과 마음에 좋으며, 상대가 계속 여지를 내보이는 까닭에 희망을 품게 되겠지만, 혹 사귀게 되더라도 그건 ‘을의 연애’가 되어 더욱 가슴 아픈 일들을 많이 겪게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남자 때문에 고통 받는 중인 K양의 사연부터 만나보자.
1. 호감은 있는데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 남자, 뭘까요?
K양은 그에 대해
“저에게 하는 행동이나 말을 보면, 순수하지는 않은 사람 같아요. 제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더 기고만장해선 농락하고 무시하는 것 같고요.”
라고 말했는데, 나도 동의한다. 그는 K양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밝히니, 자신이 ‘키스하려는 척’만 해도 황송해 할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양은, 그가 ‘내게 널 좋아하는 마음이 들도록 노력해 봐’라든가 ‘난 원래 사람을 좋아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이야기를 한 까닭에, 어떻게 대처해야 상대가 K양을 좋아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중이다.
난 그런 노력이 결국 아무 소용도 없으리란 얘기를 해주고 싶다. 그에겐 K양과의 관계를 발전시킬 의지가 없다. K양이 톡을 보내도 그는 그냥 읽곤 대답하지 않을 때가 있고,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을 때가 있지 않은가. 사람을 좋아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건 뭐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그에게 K양을 알아갈 생각이나 의지가 없다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과 ‘좋아하게 되는 것’은 아무 상관없는 일이 되고 말 것이다.
그리고 이건 K양에겐 충격과 공포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상대는 K양에게 아무 관심도, 애정도 없다. K양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상대에겐 ‘별로 궁금하지 않은 남의 일’일 뿐이다. 현재 K양은 상대에게 그런 대접을 받으면서도
“오빤 어제 내가 밤에 왜 전화했는지 궁금하지도 않아?”
라면서 어떻게든 ‘내 얘기’를 꺼내놓으려고 하고 있는데, 그건 노력이 아니라 사람 추해보이는 일일 뿐이니 그만 두길 권한다. 상대에게 대화할 생각 없으며 아무 성의 없이 리액션하고 있다는 게 보이면 거기서 멈춰야지, 이걸 막 억지로 이어가려고 하면 눈물겨운 결말을 맞이하게 될 수 있다. 다급하고 위급한 순간에도 연락이 닿지 않으며, 연락이 닿아도 전화통화는 곤란하고 카톡으로만 얘기하라는 상대와는 이쯤에서 연을 끊길 권한다.
2. 부담스럽다는 말을 들을 상태입니다. 어쩌죠?
옷을 입을 땐 흔히 T.P.O.에 맞춰서 입으라고들 말한다.
Time(시간) / Place(장소) / Occasion(경우)
난 이성과 대화할 때엔, 저기다 P(People,사람)를 하나 더 추가해 T.P.P.O.에 맞춰 대화해야 한다고 적어두고 싶다.
같은 농담이라 하더라도, 유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불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또 만약 상대가 ‘유쾌하게 생각하는 사람’에 속한다 하더라도, 그 농담이 어떤 상황에서 나왔느냐에 따라 반응은 달라질 수 있다. 이런 건 ‘눈치’의 영역에 속하는 거라 하나하나 다 밝혀 적긴 어렵고, 팁만 하나 적어둘까 한다.
- 쓸데없이 부정적인 농담을 하는 건, 화를 부르는 경우가 많다.
L군이 한 농담들을 보자.
“변했네. 헤어져.”
“다른 남자 생긴 거니.”
못할 농담은 아니다. 나도 내 이성친구들에게 종종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헤어지자.”
등의 농담을 하곤 한다. 하지만 그건 서로 드립을 치며 노는 사이거나, 농담은 저렇게 했지만 서로가 ‘아무렇지도 않은 일’을 두고 장난을 친다는 걸 아는 경우에 한정된다. 썸을 타는 상대에게 진짜 실망하거나 정말 의심 가는 일을 두고 결코 저런 농담을 하진 않는다는 얘기다.
또, 만약 저 농담을 상대가 다큐로 받아들여 불편함을 이야기 한다면, 난 상대가 오해한 내 의도에 대해 이야기하곤 짧게 사과를 하는 것 정도로만 대처할 것이다. 그걸 두고 구구절절 반성문을 써서 카톡을 보낸다든가, 시무룩해져선
“미안해…. 앞으론 안 그럴게. 정말 미안해.”
라며 이후 패배감에 젖어 연락을 끊고 있진 않을 것이다.
“이제 저는 그녀에게서 아웃인 걸까요. 제가 사과하고 난 뒤 그녀가 ‘아니에요’라고 대답한 이후로 연락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색한 사이가 될 것 같습니다. 이대로 끝나는 걸까요? 가능성은 없는 걸까요?”
실수 한 번 했다고 인생 끝난 듯한 기분에 머물러 있지 말자. 내 말이나 행동이 부담스럽거나 불쾌했다고 하면 사과하고 다시 안 그러면 되는 거지, 그걸 어떻게든 만회하겠다고 계속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거나 선물, 이벤트 등으로 상대의 기분을 바꾸려 애쓰면 상황만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만약 L군이 우리 집에 놀러오게 된다면, 아마 난
“내 컴퓨터 모니터, 그렇게 손가락으로 짚으면 안 돼.”
라는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내가 정말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카메라 렌즈, 안경, 모니터를 손으로 만져 자국을 남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 왔던 모든 지인들은 내게서 저 이야기를 들었다. 어느 지인은, 우리 집에 와서 같이 작업을 하던 중 설명을 하다 모니터에 선을 그은 적도 있다. 그때 난 정말 짜증이 나서 보란 듯이 알콜솜을 가져와 그 앞에서 자국을 지우기도 했다.
여하튼 L군이 내게서 저런 이야기를 듣는다 하더라도, 그건 ‘모니터’에 관련된 거지 ‘우리 관계’에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 행동을 내가 불쾌하게 생각한다는 걸 알았으면 앞으로 주의하면 되는 거지, 내가 L군과의 관계를 접고 말 것이라는 불안에 시달리거나, 이제 내가 L군을 싫어하게 될 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필요는 없다.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건 ‘L군의 농담’이나 ‘상대의 반응’이 아닌, 이후 벌어진 ‘L군의 겁먹음과 만회하려는 시도들’이니, 부정적인 분위기가 살짝 풍겼다고 해서 모든 것을 놓아버리려는 태도를 바로잡자. 훗날 연애를 시작하게 되면 상대와 조율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텐데,지금과 같은 태도로 연애에 임하면 갈등이 생길 때마다 ‘연인’이란 간판 내릴 생각만 하게 될 것이다. 이런 와중에 사과의 의미로 뭐 사들고 억지로 찾아가면 상황만 더 안 좋아질 뿐이니, 상대가 불편하다고 한 부분을 좀 주의하며 예전처럼 지내보길 권한다.
여린마음동호회 남성회원들 중엔, 두 번째 사연의 L군처럼
- 상대가 늘 호의적이며 긍정적인 분위기만 가득한 상태.
가 지속되지 않으면 겁에 질려 ‘이젠 다 끝났어.’라고 생각하는 회원들이 종종 있다. 상대는 그냥 외부의 일 때문에 기분이 좀 가라앉은 건데 그걸 두고 어쩔 줄 모르며 얼른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라고 재촉하는 경우도 있고, 또 상대는 좀 바빠져서 빨리 답장을 못 한 건데 그걸 두고 ‘내가 싫어진 거냐, 그런 거면 솔직하게 말해줘도 괜찮다.’라며 오버해 관계의 지속여부만을 묻는 경우도 있다.
사람이, 365일 24시간을 하하호호 하며 지낼 순 없는 것 아닌가. 그러니 상대의 얼굴의 그늘이 드리운 것 같다고 해서 ‘나와 관련된 뭔가가 잘못된 건가?’하며 겁을 먹지도 말고, 그런 상대를 어떻게든 다시 ‘하하호호 모드’로 돌리려 애쓰지도 말자. 어느 땐 그냥 상대의 이야기만 들어줘도 되고, 잘 될 거라고 응원만 해줘도 되며, 같이 울어줘도 괜찮다. 오히려 억지로 분위기를 바꾸려 하거나 상대를 그 감정에서 꺼내는 일에만 몰두할 경우, 그게 모두 상대에겐 ‘재촉과 부담’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걸 기억해 두자. 자 그럼, 편안한 화요일 밤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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