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연으로 매뉴얼을 쓰던 중, 월요일 첫 번째 사연의 주인공인 서준씨가 메일을 보내왔다. 매뉴얼을 기다리는 동안 이미 상대로부터 차단당할 것을 염려하는 상황까지 이르고 말았는데, 이번엔 늦지 않도록 먼저 좀 소개하도록 하자.
1. 차단 위기에 놓인, 월요일 사연의 조장오빠.
두 번째로 보내온 추가사연은 말머리를 달지 않고 그냥 하소연 형태로 보내온 글이며, 불편하니 내려달라는 요청이 있어 내리게 되었습니다. 추가 사연에 ‘매뉴얼로 다뤄달라’는 요청을 하지 않았으니 다뤄선 안 되는 거였다는 이야기를 듣는 게 처음이라 저도 좀 당황스럽긴 한데, 앞으로는 ‘추가사연’이 도착하더라도 매뉴얼로 다뤄달라는 요청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면 다루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서준씨는 세 번째로 보낸 사연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만 답장을 달라고 하셨는데, 개인적인 답장은 드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다 간단히 적자면, 서준씨가 두 번째로 보냈던 추가사연의 마지막 세 문단을 읽어보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그게 ‘이미 상대와 잘 되겠다는 생각은 오래 전 그만 둔, 진작 마음이 뜬 사람’이 쓴 글로 읽히십니까? 정당화와 합리화는 자유지만, 자신을 정당화하느라 남을 바보로 만들지는 마셨으면 합니다. 결과에 따라 자신의 의도까지를 달리 말하는 건, 비겁한 짓일 뿐입니다.
2. 헤어진 남친이 자꾸 헷갈리게 해요. 무슨 의미죠?
구남친이 또 전화를 걸어와
“난 원래 헤어진 후에 친구로 지낸다. 뭐가 문제냐. 내가 뭘 잘못한 거냐. 난 널 친구로 생각하며 대하는 건데 넌 왜 이것까지도 못하게 하냐.”
라는 이야기를 다시 한 번 한다면,
“됐으니까, 각자 알아서 잘 살자. 외롭고 심심하면 취미를 좀 가져 봐라. 그동안 너 편한 대로 살아왔다고 이렇게 계속 민폐 끼치지 말고, 함께 한 선택을 좀 존중하자.”
라고 말해주길 권한다. 그가 말하는 ‘이별한 뒤에도 친구’라는 건 말이 좋아서 친구지, 정확히 따지자면 그냥 지 외롭고 심심할 때 연락할 사람 필요해 말을 걸어오는 거다. 연인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싫다면서 ‘친구’로 간판 갈아단 채 즐거움만 누리고 있는 것 아닌가.
“저도 사실 마음이 있거든요. 그래서 오는 연락을 받아주는 건데, 제가 다시 잘해보기 위해서 연락을 해오는 건지를 슬쩍 떠보면, 자긴 자기 삶이 있고 저는 저의 삶이 있는 거라고 말하며 선을 긋네요. 어떤 의도로 이러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내가 이 인연을 단호하게 잘라내길 권하고 있는 거다. 현재 상대에게 Y양은, ‘다음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대피소'로 여겨지고 있는 것 아닌가.
상대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해서 그러는 것이든 누군가와 평생 남남으로 살기 싫어서 그러는 것이든, 다 필요 없으니 빠이 짜이찌엔 하길 권한다. 잠깐 이러다 말면 모르겠지만, Y양과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 선배 대원 중에는 5년 동안 시달린 대원도 있다. 그녀는 상대가 누군가와 소개팅을 한다는 것을 생중계로 전해 듣기도 했으며, 상대가 연애하다 헤어지고 돌아오면 ‘이번엔 혹시 내 차롄가?’하는 기대를 품었다 절망하길 반복했다.
그녀 나이 스물넷에 상대를 만나 2년 사귀고, 스물여섯에 헤어졌다. 이별 후 5년간 그런 상대의 ‘보험’으로 존재하다보니, 올해 서른하나다. 그녀는 현재
- 누군가를 다시 만나 새로 시작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 결혼한 친구들과 비교하며 자신만 너무 늦어버린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함
- 새로운 인연을 만날 창구가 줄어들었다는 어려움
- 다음 연애도 전과 비슷한 마지막을 맞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공포
등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5년 중 1년, 아니 6개월만 돌려받고 싶어도 그럴 수 없음에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다. 5년이면 그녀가 어마어마한 시간을 거기에 빠져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앞으로 한 달 정도 지나면 마이클 잭슨이 죽은 지 꼭 7년이 된다. 우물쭈물 하며 시간 보내다 문득 정신 차려보면, 저게 꼭 남의 얘기만은 아니게 될 수 있다는 거다. ‘이번엔 혹시….’하고 있다간, 이월도 되지 않는 청춘이 다 지나버릴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세상엔 이상한 사람이 정말 많다. 구여친이 누군가와 잘 된다는 소문이 들리니 괜히 연락해서 훼방 놓는 사람도 있고, 썸남이 생긴 구여친에게 일부러 들이대며 애정 테스트를 하는 사람도 있다. 아직 구여친이 자신에게 미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려 장난을 구실로 떠보는 사람도 있고, 다시 만날 것도 아니면서 계속 자기 어디 간 얘기 하거나 자신의 일상을 사진 찍어서 보내는 사람도 있다.
Y양의 구남친도 묻지 않은 자신의 일상을 계속 늘어놓고 사진 찍어서 보내던데, 그런 건 일기장에 적으라고 다이어리 하나 선물해주곤 굳빠이 하자. 상대는 보고 싶다고 말은 하면서 보러 온다거나 만날 약속을 잡으려 하지도 않잖은가. 아무 교감도 없는 관계에서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일방적으로 늘어놓는 것은 배설에 불과하니, ‘과거에 연인이었던 사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마음대로 감성 배설하지 말고 갈 길 가라고 하자. 상대가, 이렇게 연락하는 게 본인은 아무렇지 않고 편한데 왜 Y양은 불편해하냐고 말하는 것부터가 에러다. 고민할 시간도 아깝다. 정리하자.
사연을 하나 더 다루려고 했는데, 고양이 두 마리가 우리 집으로 오는 길이라 이만 줄이고 맞을 준비를 해야겠다. 고양이는, 지난 주 지인의 집에 분양 갔다가 파양되어 돌아오는 녀석들이다. 어머니께서 주워 오신 새끼 고양이 두 마린데, 동네에서 며칠 때 어미가 나타나지 않고 근처 아이들이 물을 준다며 적시고 만지고 해서 데려오셨다. 그 고양이들을 지인이 키우겠다며 데리고 갔는데, 밥까지 사서 열심히 먹이고 배변까지 시켰지만 집에 상주하는 사람이 없어 돌보기 어렵다며 다시 데려오기로 했다.
지금 막 고양이가 도착했는데, 온 식구들이 패닉상태다. 누르면 삑삑 거리는 장난감을 누를 때처럼 울어댄다. 상자에 배변을 해놨고, 아 진짜 이거 어떡하지? 난 꼬꼬마시절 고양이 키우던 지인 손이 전부 고양이 발톱에 할퀸 자국 투성이어서 고양이는 좋아하지 않는데…. 찾아보니 이제 막 눈을 뜬 녀석들에겐 3시간 마다 한 번씩 밥을 주고 배변유도까지 하라던데…. 아무튼 정말 큰일이다.
‘새끼 고양이 구조’로 검색해 보니까 [새끼 고양이 구조는 ‘살해’일 수 있다]는 글이 떠서 어디 보호기관에 연락할 생각도 사라지고 말았는데, 이거 진짜 어떡하지? 내가 강아지, 물고기, 사슴벌레, 풍뎅이, 나비, 지렁이, 달팽이, 개미 다 좋아하지만 고양이는 좀 무서워하는데, 어떡하지. 예전에 지인이 키우던 고양이가 혀로 내 손을 핥을 때의 느낌을 떠올리면 소름 돋고, 다른 지인이 만지는 걸 기분 좋은 척 허락하고 있다가 돌변해 문 적도 있어서 정 붙이기가 힘든데, 진짜 어떡하지. 하아….
▼ 고양이들 이거 진짜 어떡하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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