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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남자에게 헌신적이라 수년 째 고생하고 있는 두 여자.

by 무한 2016. 8. 27.

어제 단호박죽을 먹어 난 지금 매우 단호한 상태다. 이 느낌 그대로 살려서, 주말특집 ‘단호한 매뉴얼’를 발행해 보자. 남자에게 헌신적이라 수년 째 고생하고 있는 두 여자의 사연이다.

 

 

1. 결혼 얘기 불편하다며 떠난 남친과 계속 연락하는데요.

 

결혼 얘기를 불편해 하다가 결국 이별통보를 한 남자에게 시달리느라 인생을 낭비하느니, 충청도 당진 같은 곳에 가서 고구마 농사를 짓는 게 낫다. 고구마 농사를 지으면 고구마라도 건질 수 있지만, 그런 남자에게 휘둘리면 몸과 마음과 인생 전체가 피폐해질 뿐이다.

 

상대가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내가 문제다.”

 

라는 괴상한 이야기나 할 뿐이라면, 그건 그에게 결혼할 마음이 없을 가능성이 98% 이상이라고 보는 게 맞다. 이별을 말하고 관계를 끊어내기엔 마음이 불편하기에 질질 끌고 있는 거지, 진짜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는데 자신의 능력이 안 되어 괴로워하는 게 아니다.

 

또, 저 부분은 백 번 양보해 상대가 진짜 고민한 거라 치더라도, 자신은 부모님 말씀을 한 번도 어긴 적 없기에 ‘부모님의 결혼 반대를 어길 수 없다’고 말하는 것 역시 ‘말인지 막걸린지 모를 소리’라고 여기는 게 맞다. 그는 B양과 ‘우리’인 게 아니라, 부모님과 ‘우리’인 거라 생각하면 되겠다. B양에 대한 마음이 딱 거기까지인 것이며, 그 반대를 헤쳐 나갈 만큼의 가치가 B양과의 관계엔 없다고 생각하는 거라 할 수 있다.

 

그는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 불혹도 지났으면서, 구여친인 B양에게

 

“나도 보고 싶지. 근데 널 만나면 내가 또 그럴까봐(스킨십과 잠자리).”

 

따위의 이야기나 하고 있다. 책임감도 없고 애정도 없고, 존중은커녕 저 따위 말로 B양을 떠보기나 하고 있는 건데, 그런 그에게 뭘 기대할 수 있겠는가.

 

“전 이제 전보다 더 당당해진 조건도 갖췄는데, 다시 사랑할 수 없는 건가요?”

 

조건이 문제였던 게 아니다. 조건은 그가 B양이 어쩌지 못할 구실을 만드느라 꺼낸 얘기일 뿐이고, 실질적인 이별사유는 B양의 헌신으로 인해 커질 대로 커진 그의 오만, 그리고 결혼생각 없다며 유기해도 자신이 외롭고 심심할 때 연락하면 예전 연애할 때처럼 얼마든지 지낼 수 있을 정도의 기울어진 관계에 있다.

 

“그에게 제가 여자로서, 반려자로서는 아니라는 것에 큰 자괴감이 들기도 해요.”

 

내가 아는 어느 회사는 ‘정직원 전환해줘야 하는 조건’을 어떻게든 어기기 위해 일부러 사람을 잘랐다가 다시 고용하기도 하고 교묘하게 딱 몇 시간 모자라게 일을 시켜 노동법을 요리조리 피하는데, 그러면 그게 그 따위 운영을 하고 있는 사장의 인성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지, 거기에 당하고 있는 알바가 ‘정직원으로 채용하긴 부족해서’라는 증거는 아니잖은가.

 

그는 B양에게 결혼할 생각 없다고 말하며 결혼 얘기 불편하다고 했던 사람이다. 헤어진 뒤엔 연락해 만나 스킨십 진도나 나가곤 다시 연락 끊었다. 이런 남자가

 

“너 같이 내게 헌신적인 여자가 또 어디 있겠냐.”

“사람 일 모르는 거지. 내가 너한테 매달릴 수도 있는 거고.”

 

라는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그걸 희망의 증거로 받아들이진 말았으면 한다. 그건 장례식장에서 그냥 ‘좋은 곳에 가셨을 거야’라고 이야기 해주는 것과 같은 것이며, 우주가 이렇게 넓으니 우주 어딘가엔 생명체가 있지 않겠냐고 막연하게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B양은 상대와 갓 헤어진 2014년에 내게 사연을 보냈고, 2년 지난 2016년에 다시 그에 대한 사연을 보냈다. 여기서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은 채 그저 계속 희망만 걸고 있다간 2018년에도 비슷한 얘기를 신청서에 적어 내게 보내게 될 텐데, 제발 그러진 않았으면 한다.

 

 

2. 저 같은 여자 없을 거라면서, 왜 결국 떠나는 거죠?

 

그건 J양이, 사람과 사랑이 분리된 연애를 해서 그렇다. J양은 일단 사랑에 빠지면 상대에게 확신을 갖게 된 것이라 생각하며 헌신을 하기 시작하는데, 그게 상대 입장에서 보자면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인데 목숨 바쳐 사랑하겠다고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나를 사랑해서 연애를 하는 게 아니라, 연애를 하고 싶어서 사랑하는 척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J양은 이전에도 내게 사연을 보낸 적 있는데, 당시 J양이 했던 말을 보자.

 

“저는 대학교 때부터 타지 생활을 워낙 많이 해서 빨리 가정을 갖고 싶었고, 직업적으로도 불안하다보니, 안정적인 생활을 빨리 하고 싶어 결혼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습니다.”

 

그런 마음을 지닌 까닭에, J양은 누군가를 만나면 결혼부터 생각하고, 때문에 ‘결혼할 조건’이 된다고 생각하면 이미 그와 결혼한 것처럼 그에게 내조를 하려 든다. 뭐 그걸 꼭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는 일이긴 한데, 그냥 다 양보하고 맞춰주는 것으로 상대를 대하긴 하지만 결혼이 빨리 진행되지 않으면 J양이 태도를 바꿔버리니, 상대로서는 J양을 믿을 수가 없는 거다.

 

그동안은 그냥 다 받아주고, 이해해주고, 참고 넘어가주지만, 결혼이 빨리 진행될 것 같지 않자

 

“네가 결혼할 생각이 없으면 늦지 않게 나를 놓아줘야 한다.”

 

라고 말해버린다면, 지금까지 J양이 보인 이해와 헌신은 ‘결혼’이라는 목적 때문에 제공한 것이었다는 걸 상대도 눈치 채지 않겠는가. J양은 결혼을 남의 차 얻어 타고 어디 가는 것처럼 생각하며, 그렇기에 일단 최대한의 호의와 헌신을 베풀어 상대가 좀 데려가 주길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 남자와의 연애에 대해 J양이 한 말도 보자.

 

“처음부터 저와 성향이 맞진 않았습니다. 또 그가 저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 제가 매달린 편이었고, 저는 나름 밀당도 한다고 했는데 결국 좋지 않게 끝났습니다. 이전 남친과 결혼 때문에 헤어진 거라 생각해, 이번 연애에선 결혼의 결자도 꺼내지 않았습니다만….”

 

상대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걸 다 안다. 특히 J양은 전문직인 남자들과 주로 만나는데, 그 사람들이 그냥 돈 많이 버는 멍충이 일 리는 없잖은가. 그래서 대략 둘의 관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상대도 파악하고 있을 텐데, J양은 그걸 ‘이해와 헌신’을 통한 연기로 아닌 척 하며 빨리 미래를 약속받으려 한다.

 

이게 이렇게 단순히 이쪽의 처세를 달리하거나 상대의 심리를 이용해 뭔가를 하려 든다고 되는 게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정말 의미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거지, 상대가 계약 끝나면 안 볼 부동산 중개업자도 아닌데 ‘딜’에만 신경 쓰며 당장 이쪽의 바람대로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에만 집중하면 곤란하다.

 

그렇게 헌신하며 상대와의 관계가 좋아지길 기대했던 J양은, 현재 자신이 그렇게까지 노력했는데 결국 상대가 떠났다며 ‘복수의 방법’을 내게 묻고 있다. 난 J양이, 이처럼 사귀기 시작하면 헌신하지 못해 안달하며 다 퍼준 뒤 나중에 준 게 아깝다고 말하지 말고, 그냥 좀 차근차근 ‘핑퐁핑퐁’ 하나씩 주고받으며 점점 가까워지는 연애를 했으면 한다. 현재 J양은 일단 상대에게 무조건 져주는 걸 헌신이라 생각하며 일부러 져주기까지 하며 애정을 얻어내려 하는데, 늘 얘기하지만 상대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아도 언제나 자신이 이기게 되면, 결국 흥미와 관심도 잃고 권태로워 할 뿐이다.

 

받은 만큼만 주라는 게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여우처럼 구는 처세로 여겨질 수 있겠지만, J양에겐 꼭 제발 딱 그만큼만 해야 하는 필수 ‘한계선’에 가깝다. 답장도 없는데 막 편지 몇 장씩 써서 주며 기프티콘으로 선물공세하지 말고, 상대가 손을 내미는 만큼만 J양도 손을 내밀며 만났으면 한다. 현재 J양은, 상대가 손을 내밀려는 제스쳐만 취해도 상대에게 뛰어 안기려고 준비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처럼 J양 자신이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에 들떠 상대에게 올인 하지 말고, 상대라는 사람이 누군지를 알아가며 그라는 사람을 정말 좋아할 수 있게 되길 기원한다.

 

 

연애하며 자신의 연인인 상대를 위하는 건 아름다운 행위지만, 자신은 돌보지 않으며 오로지 ‘상대만’ 위하는 건, 스스로에게는 고문이며 상대에겐 이쪽을 하찮게 보도록 만드는 악수가 될 수 있다.

 

그대가 담배 연기를 정말 싫어하는데, 담배를 피우는 지인이 그대의 집에 놀러와선 담배를 피운다고 생각해 보길 바란다. 그 와중에 그를 배련한답시곤

 

“창문 열면 돼. 괜찮아. 여기서 피워. 재떨이 갖다 줄까?”

 

라는 이야기를 할 뿐이라면, 그는 당연한 듯 자연스레 계속 줄담배를 피우고 있을 수 있다. 그걸 그대가 계속 참기만 하다가

 

“진짜 못 견디겠다. 담배 좀 나가서 피워.”

 

라는 이야기를 하면, 이랬다저랬다 한다며 성격 참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고 말이다.

 

헌신을 한답시고 스스로를 챙기는 건 뒷전으로 한 채 상대를 모시려 들면, 상대는 결국 이쪽을 하녀 정도로만 여기게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내 화장품은 충분히 쓸 수 있을 만큼 사가면서 상대 선물을 사도 사야 하는 거지, 자신은 화장품 샘플로 버티면서 상대 선물 사면 ‘그러는 게 당연한’ 것으로 굳어질 수 있다. 자긴 밥 굶어도 상대가 좋아하는 초밥은 사서 먹여야 오히려 마음이 놓인다는 여성대원들이 종종 있는데, 그게 바로 자신의 팔자를 세 갈래로 돌려 꼬는 일이라고 난 얘기해 주고 싶다. 상대가 왕자인 것 같다면 그대도 공주인 거라 생각하며 관계에 임해야지, 상대의 하녀처럼 행동해선 안 된 다는 걸 꼭 기억해 두길 권한다.

 

자 그럼,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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