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그렇게, 똥을 밟을 수도 있다. S양은 내게
“남친이 그런 식으로 연애하는 상습범이라는 건 알겠어요. 그러면 제가 이 연애(이별)를 통해서 배울 점은 뭔가요?”
라고 물었는데, 가장 큰 교훈은 이별통보를 받은 S양이 상대에게 말했다던
- 나이를 먹었다고 다 어른이 아니고, 직분을 맡았다고 다 성장한 사람이 아닌데….
라는 점이라고 난 생각한다. 상대에 대해 뭘 좀 알고 시작해야지, 처음 참여한 모임에서 상대가 그 모임의 장이라고 해서 ‘모임의 장이니까 보증된 사람이겠지’라고 생각해버리면 곤란하다. 존경 역시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보다 상대에게서 배우고 싶을 만큼의 좋은 점들을 발견했을 때 그것에 감탄해야지, 그냥 어느 직분을 맡은 사람이라고 해서 그 자리가 만드는 후광을 상대라는 사람에 대한 증명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
S양은 또
“혹시 다시 만나자거나 연락을 해오면 제가 받아주면 안 되는 거겠죠?”
“이 남자는 저를 정말 좋아하기는 했을까요?”
라는 질문도 했는데, 답은 이미 명확하게 나와 있다. S양은 ‘그래도 어쩌면 혹시나 만약에’라는 생각으로 ‘어쩌면 정말 좋아했을 1%의 가능성’을 확인해보고자 하는 것 같은데, 거기에 미련 둔 채 아까운 시간낭비를 하진 말자.
“지금 내 스타일의 여자가 나타나면, 너랑 계속 사귀고 있을지에 대한 자신은 없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남자와는 ‘굳빠이’를 하는 게 맞는 거다. 게다가 그가 연애 중 S양의 생일도, 기념일도 챙기지 않았던 걸로 봐선, 그의 애정이 그냥 딱 그만큼이었다고 생각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그것에 대해 우리가 ‘원래 챙기는 타입이 아닐 수 있네 어쩌네, 그런 걸 챙길 필요가 있네 없네’ 하는 이야기를 또 나눠볼 순 있겠지만, 솔직히 이 관계에 대해 그런 얘기를 하고 있기엔 시간이 아깝다. 밟은 똥을 분석하느라 청춘을 낭비하진 말자.
난 S양에게,
“상대와 연인이 되는 건, 최소한 상대의 연락이 기다려지고, 상대가 보고 싶어지고, 상대와 손을 잡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을 정도가 된 후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S양은 연애 중 상대가 스킨십을 시도한 것에 대해 불쾌했다고 내게 말하기도 했고, 또 상대에게 자신과 사귀는 걸 ‘새로운 사람에 대한 호기심’ 때문은 아니냐고 물은 적 있다고 했는데, 이런 모습들은 S양이 연애를 시작한 게 ‘상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난 싱글인데, 싫지 않은 상대가 사귀자고 하니’라는 이유가 더 커서인 것처럼 보인다.
뭐 그렇게 사귀다가도 서로를 알아가며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겠지만, S양의 경우는 연애 시작 후 ‘상대에 대한 검증기간’을 다시 가지기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상대의 고백을 받아들여 사귀기 시작했지만, 상대가 먼저 출발해서 ‘남친’의 역할을 수행하는 동안 S양은 상대에게 정말 마음을 열어도 되는 건가를 고민하는 거라고 할까.
이번 연애에선 S양의 그런 태도 덕분에 상대를 거를 수 있긴 했지만, 모든 썸이나 연애에서 그런 태도를 보인다면 그것도 분명 문제일 수 있다. S양은 관찰자의 입장에 있지만 상대는 S양이 생각하는 연인의 모습으로 존재해야 하고, 동시에 S양이 바라는 연애의 모습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상대에 대한 질책으로 이어지는 것. 이런 태도가 가벼운 마음으로 다가오는 사람을 걸러내는 것과 그 관계로 인해 받을 수 있는 상처를 방지할 수 있는 것에 효과가 있긴 하겠지만, 진지한 태도로 다가오는 좋은 사람도 밀어내게 만들 수 있다는 걸 기억해뒀으면 한다.
지금처럼 상대에 대한 의아함이 있지만 어쨌든 고백을 받았으니 일단 사귀고 보는 거 말고, S양의 마음이 어느 정도 열릴 때까지, 상대에 대한 애정이 생겨 계속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들 때까지 연애의 시작을 좀 늦춰보길 권한다. 또 어차피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는 겪어봐야 아는 것이니, ‘지켜보다 믿을만한 것 같으면 믿겠다’고 생각하며 지불유예하다 나중에 한꺼번에 올인 할 생각하지 말고, S양의 마음도 할애하며 만나보다 아닌 것 같으면 해지한다고 생각하길 바란다. 자 그럼, 다음번엔 호감과 관심과 애정이 듬뿍 담긴 연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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