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의 주인공인 M군은 ‘지금 이대로라면 우리는 불합격할 것이 뻔하다’고 생각하며, 여친에게 ‘만나는 시간, 통화하는 시간을 좀 줄이고 공부에 열중해보자’고 했다. 그런데 그 얘기를 들은 여친은, 더욱 불안해하며
“오빠는 나 안 보고 싶어?”
“나 오늘 오빠 보고 싶을 것 같아. 열공 해놓고 있어.”
“전화 끊고 싶어? 끊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끊고 싶어 하는 거 맞네.”
라며 M군을 압박하는 중이다. 때문에 M군은 ‘오늘은 한 30분 정도만 통화하고 끊을 수 있겠다’며 희망을 가져봤다가, 여친이 삐친 까닭에 30분 통화 후 1시간을 달래줘야 하는 상황에 처하곤 한다. 공부에 집중하기로 합의를 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얘기한 이후 여친은 평일에도 기습적으로 만나고 싶어 하고, 그럼 또 M군 역시 ‘그래, 일단 오늘까지만 놀자’란 생각으로 책을 덮고 나가버린다.
난 우선 M군에게, ‘여자친구와 데이트 하는 시간, 여자친구와 통화하는 시간’ 외에 M군이 그냥 흘려보내고 있는 시간은 없는지를 살펴보길 권하고 싶다. 보통
“이러저러한 것들 때문에 내가 해야 할 일을 못 하고 있다.”
라고 말하는 사례를 살펴보면, 정작 시간이 있을 때에는 다른 일을 하며 보내다가, 다른 일로 인해 자유에 제약을 받거나 의무적으로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순간에만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다르게 말하자면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에 더 조급해 하는 거라 할 수 있는데, 그렇게 확보한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경우 계속 그 ‘의무의 상충’을 경험하다가
- 이게 전부 상대 탓. 상대만 아니라면 괴로울 일 없을 텐데….
라는 생각까지를 하게 될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M군이 공부에 더 집중하기 위해 여친과 ‘합의’했다고 한 내용이, 그녀에겐 ‘너에 대한 마음을 줄이겠다’는 의미로 느껴지진 않았을지도 한 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M군과 같은 생각으로 연인에게 제한선을 설정하자고 말하는 경우, 상대는 사실 그 내용보다 ‘표현 방식’이라든가 ‘너무 칼 같은 태도변화’ 때문에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 공부 때문에 만나는 횟수와 통화시간까지 줄여야 하는 게 나도 정말 아쉽고 힘들다.
라는 게 느껴진다면 상대도 애틋하게 느끼며 아쉬워하겠지만,
- 이러면 둘 다 불합격이다. 일주일에 한 번만 보자. 통화 시간도 줄이자.
라고 통보할 뿐이라면 상대는 혹 마음이 변해서 그런 건 아닌지 확인하려 더 만남이나 통화에 집착하게 될 수 있단 얘기다. 게다가 M군은 통화가 길어지면 끊고 싶어 하는 기색을 숨김없이 드러냈다고 했는데, 그럴 경우 상대가 느끼는 불안은 더욱 증폭될 수 있다. M군은 내게 보내는 신청서에
“제가 현재 둘 중 하나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적기도 했는데, M군의 저런 마음은 말과 행동에 묻어 M군의 여친에게도 전달되었을 거라 난 생각한다. ‘포기 고려 대상’이 되었다는 게 느껴지면 자연히 이별이나 멀어짐에 대한 걱정을 하게 될 것이고, 그런 까닭에 그녀가 일부러 더 “오빤 나 안 보고 싶어?” 라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을 수 있다.
세 번째로는, M군이 지레 겁을 먹거나 앞선 걱정을 하며 여친을 챙기려 하는 부분들까지를 ‘여친 책임’으로 두고 있는 게 아닌지도 생각해 보길 권하고 싶다. M군은 여친에게 말은 그렇게 해놓고는, 가만히 보면 ‘서프라이즈’를 하겠다며 자기가 먼저 연락 없이 여친을 찾아가거나 혹시 여친이 기다리다 삐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그래, 일단 오늘까지만….’이라며 책을 덮기도 한다.
이런 태도는 말로는 여친에게 ‘우리는 이러면 안 된다’라며 밀어내고, 행동으로는 ‘일단 오늘은 만나고, 생각은 나중에 하자’고 하는 모습이 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 M군이 스스로 확고한 자기만의 규율을 정한 뒤 본인부터 지켜나가야지, 지금처럼 여친에게 ‘앞으로 이렇게 하자’라고 말을 한 뒤 자신부터 그걸 지켜나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 매번 여친에게 ‘앞으로 이렇게 하자’라며 밀어내는 듯한 통보만 거듭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결론을 짓자면, 난 M군이 여친과 진짜로 ‘상의’를 했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 우리 이대로라면 둘 다 불합격할 수 있으니, 한 주에 한 번만 보고 연락도 줄이자.
라며 통보하지 말고,
- 난 이러이러한 상황에 처해있으며, 때문에 불합격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이런 두려움 때문에 공부에도, 또 연애에도 집중하지 못한 채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 같다. 우리 둘 모두 불합격을 할 경우 이러이러한 상황이 될 것 같은데, 그걸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너랑 대화하고 싶다.
정도로 말을 꺼낸 뒤, 함께 결론을 짓길 바란다. 그리고 그렇게 결론을 지었으면, M군이 스스로를 의자에 묶어서라도 두 사람이 정한 원칙을 지키길 권한다. 한 번 덜 만나고 잠깐 서운한 게 낫지, 어차피 만나서 집중도 못하고 빨리 집에 들어가려고 하면서 그저 출석체크만 하듯 가서는 영혼 없는 얼굴로 앉아있으면 의미 없이 시간낭비만 하는 모양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연애는 M군 혼자 하는 게 아니니, M군이 모든 걸 다 책임지며 여친의 기분만을 맞춰주는 식으로 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 여친이 바라는 건 ‘더 빈번하게 데이트하고 통화하기’가 아니라 M군이 관심을 덜거나 멀어지려고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 받고 싶어 하는 것일 테니, 버거운 가운데 한 번 더 만나는 것으로 해결하려 들지 말고, 그녀에 대한 M군의 마음을 말로라도 좀 더 표현해 확인시켜주길 바란다. 불안이란, 뭐가 어떠며 앞으로 어떻게 될 거라는 걸 설명해주는 것만으로도 해소될 수 있는 감정이니 말이다. 그럼 난, 잘 해결해 합격소식이 들려오길 기다리고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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