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두 번 볼 것도 없이, 말투와 드립욕심이 문제다. 종종 사연을 읽다 보면, 신청서에선 분명 멀쩡하고 자기 생각을 조리있게 말할 줄 아는 여자사람이, 이성과의 카톡대화에선
“아 ㅅㅂ 미친 ㅋㅋㅋ 개웃겨.”
“미친 듯이 처먹었다. ㅋㅋㅋ 쉬벨”
“취해서 한 말이니까 무시해 ㅋㅋ 나 아싸라 x니 마심.”
등의 충격과 공포의 말들을 하는 걸 볼 수 있는데, 저런 방식으로 상대와 대화를 하면 계속 저런식의 태도와 말투로 허튼소리만 하게 될 수 있다.
그러니까 개그콤비, 드립콤비라고 할까. 상대가 한술 뜨면, 이쪽은 한술 더 떠 결국 무리수까지 두고 마는, 그런 방식의 관계 맺음이 되는 것이다.
저건 보통 이십 대 초중반의 여성대원들에게서 보이는 모습인데, 간혹 이십 대 후반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런 말투를 사용하는 대원들이 있다. 대체 왜 그러는 거냐고 내가 몇 번 물은 적도 있는데, 그녀들은
① 내가 원래 털털한 여자라서, 털털하게 대화하려고.
② 난 보통 남자들이랑 더 친한데, 남자들은 대개 저렇게 대화하니까.
③ 상대에게 꿇리지 않기 위해. 기분 나빴던 거 갚아주려고.
등이 그 이유라고 했다.
여기서 잠시 ‘비속어’에 대한 백과사전의 설명을 보자.
비속어[卑俗語]
-상스럽고 거친 말. 비속어는 보통 대상을 경멸하는 마음에서 사용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비속어를 사용하여 가까운 사이의 정겨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비속어를 습관적으로 사용하거나 경우에 어긋나게 쓸 경우에는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교양 없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남자랑 금방 친해지긴 하는데 그냥 너무 편한 사이가 되고 마는 이유를, 저 문장만 봐도 알 것 같지 않은가? 비속어의 이점인 정겨움 덕분에 금방 가까워지긴 하는데, 딱 거기까지일 뿐, 그냥 가끔 불쾌하며 교양 없는 사람으로 여겨지고 마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연을 보면 ‘도라이’라는 단어의 등장 이후 나중엔 ‘새끼’까지 등장하는데, 사연의 주인공이
“지금은 이렇게 막 대하는 사이가 되어서, 이런 상태로 연애를 시작한다는 게 상상이 잘 되질 않아요.”
라고 말했듯 선을 너무 넘어버린 까닭에, 사연을 읽는 나조차 ‘이미 이런 사인데…. 음, 어떻게 연애를 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상황이 되고 말았다.
또 위에서 얘기한 3번, ‘상대에게 꿇리지 않기 위해. 기분 나빴던 거 갚아주려고.’의 이유로 비속어나 드립 대결을 하는 건, 그냥 치킨게임이 될 수 있다. 상대가 이쪽에게 “아 뭐야! 또 먹어 ㅋㅋㅋ” 라는 이야기를 한 게 좀 기분 나빴으면 거기서 그냥 살짝 티를 내는 게 낫지, 그걸 언젠가 갚아주겠다며 마음에 품고 있다가, 나중에 한술 더 떠 “그만 먹어 돼지야 ㅋㅋㅋ” 라는 이야기를 해버리면 둘 다 극심한 내상만 입을 수 있다. 사연 보니까 둘 다 여린마음이면서 겉으로 센 척 하느라 수위를 계속 높여가던데, 그래 버리면 남는 건 상처뿐인 것 아니겠는가.
더불어 ‘심각하지 않은 웃긴 대화’를 하겠다는 목적으로 자신을 너무 희화화하진 말길, 난 권하고 싶다. 내가 바보 같은 실수를 한 것이나 약한 의지 때문에 벌인 일 같은 건 정말 어쩌다가 한 번 말하거나 말거나 해야 하는 거지, 그냥 막 개그욕심에 자신을 멍청한 사람으로, 의지박약아로, 성격도 안 좋고 세상을 냉소적으로만 바라보며 불평만 가득한 사람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 그게 이쪽은 웃자고 한 얘기지만, 상대에겐 점점 쌓여 이쪽의 이미지로 굳을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요약하자면, ‘장난스레 구박받는 푼수’의 캐릭터를 택하면 이성과 금방 친해지는 게 가능하긴 한데, 그냥 ‘맨날 놀림 받는 모지리’를 벗어나기 힘들 수 있다는 얘기다. 거기다 자신을 개그 소재로 삼아 상대를 웃기려고 하다간 우스운 사람 취급을 당할 수 있으며, 상대가 욕설과 비속어를 쓴다고 이쪽에서 ‘받고 더’를 하다간 대화의 8할이 그냥 ‘꺼져, 미친, 쉬벨’이 될 수 있다.
이걸 염두에 둔 채 어느 정도의 긴장감만 유지해도 지금까지 말한 여러 문제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을 테니, 털털한 여자로 보이려다 털보로 보이고 마는 헛발질은 이제 그만하길 바라며, 자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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