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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부정적인 모태솔로 남자 사장님, 어떻게 대화해야 하죠?

by 무한 2018. 11. 29.

이건 연애와 관련된 얘기가 아니라 대인관계와 관련된 이야기인데, 사연의 주인공인 S양이 ‘남자와 거의 접점이 없는 상태’로 살아온 까닭에

 

-남자들은 원래 이런가? 아니면 이 남자만 이상한가?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게 있나? 남자가 이럴 때에는 어떻게 대해야 하나?

 

라는 고민을 하며 보내온 사연이다.

 

 

 

우선 이건, 지극히 정상인 상황이니 별로 걱정 안 해도 좋다는 얘기를 해줘야 할 것 같다. 여성들과만 관계를 맺고 살아온 S양 입장에선 남자 사장님의 대답이 너무 짧으며 무성의해 보일 수 있는데, 그건 사실 남자들이 S양이 주제로 삼는 것에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며, 특히 모태솔로인 남자 사장님의 경우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법. 용건만 간단히’를 코어로 하는 대화에만 익숙한 까닭에 더 그 성향이 심할 수 있다.

 

이성과의 접점이 거의 없이 살아온 남성들의 경우, 대부분의 질문을

 

-응/ 아니.

 

로 받곤 한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 중, 공대 오빠에게 “오빠 밥 먹었어요?”라고 물으면, “어.”라는 대답만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때문에 S양 직장의 남자 사장님 역시, S양이

 

“여름에 폭염이라 많이 힘드셨죠? 이번 여름 진짜 더웠잖아요.”

 

라고 한 말에,

 

“에어컨 켜고 있어서….”

 

라는 ‘진짜 대답’ 밖에 할 줄 모르는 거라고 보면 되겠다. 이런 평면적인 대화에 익숙한 사장님과는 정반대로, 남자와의 접점이 없었던 S양은 여성 특유의 입체적인 대화를 하려 하니, 둘의 대화는 더욱 겉돌게 될 수 있다. S양은 사장님에게

 

“A과일 들어간 샌드위치랑 B과일 들어간 샌드위치 중에 뭐가 좋으세요?”

 

라는 식의 질문을 한 적도 있는데, 그건 마치 S양에게

 

“AMD랑 인텔 중에 어느 CPU를 더 선호하세요?”

 

라고 묻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S양은 저 질문에 대해 ‘아니 컴퓨터가 그냥 컴퓨터지 AMD랑 인텔은 또 뭐….’ 할 수 있지 않은가. 그것처럼 사장님 역시 ‘아니 샌드위치는 그냥 빵인 거지 뭐 과일을 또 따지고….’ 할 수 있다.

 

 

사장님이 자학적이거나 부정적인 멘트를 자꾸 하는 것에 대해서는, 원래 사람 성향이 좀 그러니 굳이 그걸 S양이 바꾸려 시도하진 말길 권하고 싶다.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지켜보는 게 낫지, 괜히 이쪽에서 부정해주며 대화를 이어가려 하면, 상대는 자신의 부정적인 말에 부정을 받아 안심하려 하게 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S양의 친구 중

 

“아 근데 소개팅남 별로면 어쩌지? 만났을 때 별로일 것 같아.”

“일기예보에는 비 안 온다고 하는데 오면 어쩌지?”

“어차피 나 시험 봐도 떨어질 거야. 공부도 많이 안 했으니까.”

 

라는 이야기들을 달고 사는 친구가 있다면, 그런 염려와 부정적인 이야기들은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게 제일이지 않겠는가. 그걸 조목조목 반박하며 자신감을 심어주고 부정해가며 사람을 바꾸기란 산을 옮기는 것 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이니, 습관적인 그런 염려와 부정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그냥 상대의 ‘버릇’이라 생각하며 대충 받아넘기길 권한다.

 

또,

 

-사장님이, 밥 빨리 먹고 혼자 일어나 버리는 것

 

에 대해서도, 역시 그게 눈치 주거나 S양과 밥 같이 먹기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그냥 그 사람 성격이 그렇다고 생각하며 받아들이자. 여러 사람과 어울리며 다듬어지지 않은 사람들이, 대개 그렇게 자기 배부르면 누가 더 먹든 말든 자리를 털고 일어나곤 한다. 회식 가서도 고기 구운 거 혼자 허겁지겁 다 먹고 자긴 배부르다며 젓가락 놓는 사장도 있고 하니, ‘혹시 뭔가 숨은 의도가 있는 행동인가?’하는 고민 같은 거 하지 말고 이쪽의 템포 대로 하길 권한다.

 

S양은 둘이 일하는 공간에서의 침묵이 불편하겠지만 상대에겐 오히려 그게 편할 수도 있다. 그래서 굳이 어떻게든 자꾸 더 말을 걸고 상대와의 대화를 이끌어내려 노력하진 않아도 좋은데, 꼭 그러고 싶다면

 

-질문은, 상대가 잘 아는 것을 위주로 하기.

-돌려 말하지 말고, 직접 말하기.

-왜요? 진짜요? 그래서요? 등으로 추임새 넣기.

-이쪽이 하고 싶은 거면, 자꾸 해서 익숙하게 만들기.

 

정도를 염두에 둔 채 시도해 보길 권한다. 원래 S양의 사장님과 같은 남자에겐 넉살 좋고 놀릴 줄도 아는 사람이 잘 맞긴 하는데, 굳이 사장님과의 대화를 위해 S양이 자신의 성격까지 개조할 건 없고, 너무 다 진지하게 다큐로 받아가며 사장님을 갱생시키려 하지 말고 대해보길 바란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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