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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직장동료로만 확실히 선을 긋는 듯한 그녀, 저는 어쩌죠?

by 무한 2018. 10. 25.

일단 제가 T씨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친해지고 싶은 이성이 생겼다고 해서, 또는 주변에 호의적으로 대해주는 이성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그녀와 사귈 생각부터 하지 맙시다.”

 

라는 겁니다. 그래 버리면 ‘내 주변의 좋은 이성친구’였던 사람들은 차례로 멸종되며, 새로운 이성을 알게 되었는데 그녀가 내게 호의적일 경우 또 조급해져서 들이대게 되거든요. 연애만을 목적으로 둔 이런 패턴으로 이성과의 대인관계를 망치는 대원들이 꽤 많습니다. 그들은

 

“연애하면서 고민이 생기는 게 아니라, 연애를 시작도 못 하는 게 고민입니다.”

 

라는 이야기를 공통적으로 하곤 하는데, 싹이 막 자라기 시작했을 때 열매부터 재촉하며 뿌리를 뽑아대니 망하는 건 필연적인 일입니다. 어쩌다 운이 좋아 연애를 시작하게 되더라도, 상대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연인끼리 할 수 있는 일’만을 하려 하다 망치는 경우도 많고 말입니다.

 

(그건 대략, 아파서 좀 쉬고 싶다는 상대에게 ‘내가 찾아가서 약 챙겨줘야지.’하는 생각으로 나오라는 타령을 부르다가, 안 나오면 또 삐쳐서 침묵하거나 열심히 사과만 해 상대를 질려버리게 만드는, 뭐 그런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직장동료로만 확실히 선을 긋는 듯한 그녀, 저는 어쩌죠?

 

 

‘아직 완전히 거절당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에도 좀 문제가 있습니다. 사연을 들여다 보면, 이미 상대는 여러 번 돌려 거절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그런데 T씨와 비슷한 대원들은

 

-그녀가 싫다, 안 먹는다, 안 한다 등의 말을 한 건 아니다.

-그녀가 정색하며 거절한 게 아니라, 웃으며 거절한 것이다.

-그녀가 다른 사람들도 같이 가자고 한 거지, 안 간다고 한 건 아니다.

 

라는 이유를 들어 ‘완전히 거절당한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좀 더 확실하고 강하게, 만나보자는 말로 고백하는 승부수를 던질 예정’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이고 말입니다.

 

우리끼리니까 빙빙 돌리지 않고 말하자면, 솔직히 이미 저 상황은 망한 겁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상대에게 뭔가를 제안할 때

 

-정식으로 말해 거절당하면 좀 그러니, 농담 삼아 말함.

-‘나 심심한데 같이 ~해줘’라는 식으로 어이없이 제안함.

-상대의 답이 거절이면, 기분 상해서 며칠 꽁함.

 

이라는 행위를 동반하지 않습니까? 차갑게 거절당하는 게 두려워 빙빙 돌리거나 농담인 척 말하고, 그래서 상대는 그런 제안에 정색하며 딱 잘라 거절하는 것도 좀 그러니 완곡하게 거절한 것일 뿐인데, 그걸 또 ‘완전히 거절당한 것은 아니’라고 해석하는 건 좀 비겁하고 소심한 행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늘 매뉴얼을 통해, ‘지금 되는 것부터’하라는 조언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현재 T씨의 상황에선 상대가

 

-단둘이 치맥을 하는 건 부담이 되니, 다른 사람들도 끼어서 가자고 함.

-만나자고 조르는 것은 거절하지만, 일상적인 카톡에는 응함.

-종종 대화할 기회가 있을 때 ‘살아온 얘기’를 풀어 놓기도 함.

 

이라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면 바로 저 ‘지금 되는 것’을 해야하는데, T씨는 상대가 단둘이 먹지 않고 누구 부르자고 하면 기분 상해하고, 만나자고 조르는 것에 응하지 않으면 역시 기분 상해하며, ‘살아온 얘기’를 들으며 ‘그래서 나랑 만날 건가, 아닌가’만을 알아내려 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아직 둘의 관계는 걸음마도 떼지 못한 상황인데, 거기서 T씨는 홀로 마음이 급해 얼른 ‘연애’라는 전력질주를 하려 하니, 넘어지는 건 필연적인 일이 되고 맙니다. 자신을 알리고 상대에 대해 알려 하기보다는 빨리 ‘만나서 친해지고 고백’이라는 T씨만의 목표를 이루려 하니 카톡으로는 농담 삼아 떠보기만 하게 되고, 대화는 ‘기-승-전-시간 돼?’로 이어지고 마는 것이고 말입니다.

 

사내연애의 8할은, ‘사내에서 단짝처럼 지내다가 오프라인으로 이어짐’의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나머지 2할 중 거의 대부분은, 역시나 같이 외근을 가거나 소모임에서 어찌어찌 대화를 많이 하게 된 걸 계기로 연락을 하고 지내며 가까워지고 말입니다. 그런데 T씨는, 사내에서는 쭈뼛쭈뼛하며 별로 상대와 얘기도 안 하고, 그러다 밖에선 ‘혹시 시간 되면 놀아달라’는 식의 멘트만 던질 뿐이지 않습니까?

 

이건 제가 몇 번이고 매뉴얼을 통해 말한 ‘드리블 없는 중거리 슛’에 가까운 태도일 뿐입니다. 그러니 겁먹곤 멀리서 슛만 날려보려 하지 마시고,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드리블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번 주말에 뭐 하냐고 물으면서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주말에 시간 되면 나랑 놀아달라는 말로 날리지 마시길 바라며,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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