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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4년 연애, 남친의 취직 후 자주 다투다 헤어졌어요.

by 무한 2018. 12. 19.

세 번째 다시 쓰는 매뉴얼이다. J양과 상대 사이에 끈끈하게 얽힌 것이 많아 모든 부분에서 조심스러운데, 여하튼 오늘은 좀 끝장을 봤으면 한다. 이전에 쓰다 만 두 편의 매뉴얼을 한편씩 요약하고, 내내 고민했던 결론을 이야기해보는 것으로 꾸려보도록 하자. 출발.

 

4년 연애, 남친의 취직 후 자주 다투다 헤어졌어요.

 

1. 첫 번째 결론은, 남자가 좀 별로.

 

처음 썼던 매뉴얼의 주제는 ‘남자가 좀 별로’라는 것이었다. 우유부단하며 거절을 못 하고, 또 누구도 실망시키려 하지 않으려는 사람

 

-결국 모두를 실망시키거나,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양해를 구함.

 

이라는 문제가 있는데, J양의 남친이 그랬다. 약속을 이중으로 잡거나, 선약이 있어도 다음 약속을 아무 생각 없이 잡은 후 선약자에게 양해를 구하는 모습이 있었고, 자기 감정에 빠져 있을 때에는 먼저 제안을 했다가도 그 감정이 사그라지면 이렇다 할 말 없이 흐지부지 없던 일로 해버리는 모습이 있었다.

 

또,

 

-여친이 알게 되면 싸우게 될까 봐, 뒤에서 몰래 처리하거나 거짓말하는 모습.

 

도 있었는데, 이러다 보니 J양 입장에선 불신을 지우기 힘들었으며 불안 속에서 더 세세하게 확인하려는 모습을 갖게 되고 말았다.

 

이런 부분을 통해, 두 사람이 싸우고 헤어지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남친에게 있는 걸 볼 수 있다. 연애가 아닌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나랑 만나기로 한 친구가 30분 후 다른 약속을 잡거나, 언제 다시 연락하겠다고 말했는데 그 말을 지키지 않고 그냥 넘어간다면 싸우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솔직히 난 저런 모습이, 그 사람의 성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형님 중 하나는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인데도, 6시에 A라는 곳에 같이 가기로 해놓곤 “아 나 근데 지금 세차하러 와서 거기 같이 못 가겠다.”라고 너무 태연히 얘기해 사람을 빡치게 만든다. J양 남친의 경우, 만나서 얘기를 하기로 하곤 J양에게 카페에 들어가 있으라고 했다가도 ‘근데 내가 늦으면 내일 얘기할까’라는 식의 말도 하던데, 이렇게 먼저 원인제공을 하고도 ‘내가 나쁜 마음으로 그런 것도 아니고 사정이 있어서 이렇게 된 건데, 이해도 못 해주고 좀 너무하네….’라며 오히려 상대 탓을 하는 사람과는 오래 잘 지내는 게 불가능할 수 있다.

 

 

2. 두 번째 결론은, 촘촘함의 문제.

 

두 번째로 쓰다 만 매뉴얼에서의 주제는, J양의 촘촘함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요즘 내가 배우고 있는 탁구 얘기를 좀 썼는데, 탁구를 배울 때 선수 출신인 코치님이

 

-스윙 더 길게, 허리도 움직이고, 어깨 들지 말고, 앞으로 쭉.

 

등의 이야기만 반복하면, 배우는 사람 입장에선 그냥 탁구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그게 한 번에 다 될 것 같으면 탁구 천재로서 그 세계에 입문해 선수생활 하고 있을 것 아닌가. 숙련자가 아니니 실수나 시행착오를 하는 게 분명하며 머리로는 알아도 몸으로는 안 되는 게 있을 수 있는 건데, 그것까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그냥 ‘이상적인 폼과 비교했을 때 잘못된 점’만 주구장창 지적하면 ‘탁구 배우기’를 포기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앞서 말했듯 J양 남친이 워낙 사람을 빡치게 하는 부분이 많아 그런 것일 수 있지만, 그래서인지 J양에게선 너무나도 촘촘하게 지적하며 상대가 빠져나갈 구멍 없이 몰아세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상대가 잘못을 한 게 확실하더라도 그게 둘의 뿌리를 흔들리게 할 정도의 잘못이 아니면 사과하는 상대를 어느 정도 용서해 줄 수 있는 관용이 필요한 건데, 이 지점에서 J양은

 

-이렇게 계속 사귈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뉘앙스로 말하기.

-나 화난 기분 안 풀 거니, 너도 계속 불편해 보라는 식으로 쌀쌀맞게 굴기.

-앞으로 잘하겠다 뭐하겠다 소리도 하지 마라, 등의 이야기로 폭격하기.

 

등의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남친으로서는 ‘이제 한 번 더 실수하면 끝’이라는 초조함이 생겼으며, 때문에 그의 연애 절반 정도가 J양 눈치를 보는 것이 되었고, 동시에 자신은 J양이 바라는 ‘이상적인 연애의 모습’을 실현해야 하는 의무만 있는 사람으로 느꼈을 수 있다. J양을 만족스럽게 해야만 평화가 유지되는 것이며, 거기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경우 피할 수 없는 멍석말이를 당하게 되는 게 ‘내 연애’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랄까. 이건 아래에서 말할 내 이번 결론과도 닿아있으니, 아래에서 더 자세히 얘기를 해보도록 하자.

 

 

3. 세 번째 결론은, 마침표 찍고 새 문장 쓰기.

 

이별과 재회를 반복하다, 가장 최근 다시 만나 지낼 때의 모습을 보자. J양은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땐, 남친이 싸울 문제를 만들지 않으니 싸우지 않게 되었습니다.”

 

라고 했는데, 그게 무작정 좋은 건 아닐 수 있다. J양은 만족스러웠을지 몰라도 상대에겐 그 기간 전부가 ‘철저히 여친에게 맞추던 것’일 수 있으며, 그로서는 그렇게 노력할 땐 문제가 없지만 작은 문제 하나만 생겨도 J양에게서 이별 얘기가 튀어나오며 ‘9번 잘해도 1번 못 하면, 결국 멍석말이 당함’인 것으로 느껴졌을 수 있다.

 

어쨌든 그래서 요약하자면, J양은 너무 엄마 같고, J양의 남친은 너무 철부지 같았던 거라 할 수 있겠다. 아직 어려서 그런 것이겠지만, 사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땐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술 마시고 놀러 다니는 걸 ‘사회생활’이라 생각할 수 있으며, 술자리에서 먼저 뜨지 않은 게 의리이고, 남들의 대소사에 다 참견하고 끼어드는 게 ‘인맥관리’인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더군다나 J양의 남친은 뭐에 하나 꽂히면 그게 자기 삶의 전부인 듯 거기에 자기 생활을 다 맞춰 버리는 습관이 있기에, 그것까지가 영향을 끼쳐 ‘나의 성공적인 사회생활과 인맥관리’와 ‘내 연애’ 중에, 후자를 놓아버리기로 한 거라 할 수 있겠다.

 

그간은 이렇게 헤어졌다가도, 상대가 돌아오려는 제스쳐를 취하면 J양이 거기서까지 엄마 마음을 발휘해 다 받아주곤 했는데, 이젠 그러지 말았으면 한다. 헤어질 때 상대가 한 얘기들을 보면 이 결정으로 인해 자신이 J양을 놓치거나 잃을 수 있다는 걸 간과한 채 ‘우리가 정말 인연이라면 나중에 다시 또….’라는 식으로 말했으며, J양 역시 당장 이별이란 결정만 돌리려 열심히 감정적으로 설득하던데, 그렇게 또 쉼표만 찍지 말고 이번엔 마침표를 찍었으면 한다.

 

 

J양은 내게

 

“남친이 다른 사람과 만나는 걸 상상하면 정말 절망적입니다. 제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 역시, 다른 연애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이제 누굴 다시 만나서….”

 

라는 이야기도 했는데, 그렇게 ‘다른 사람과 새로운 연애를 할 자신이 없어서’라는 이유로 늘 비슷한 상황만 되풀이하다 삼십 대 중반이 된 대원들이 꽤 많다. 재회하면 그냥 얼마쯤 자신의 손을 묶어 맞춰주는 노력을 하거나 일부러 지적도 안 하기로 하고 만나다간 결국 또 헤어지게 되고, 그러다 찾아가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받아주는 빈집 같은 관계가 있으니 터덜터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이거 또 난 여기서 한참 생각하느라 여전히 결론을 짓지 못하고 있는데, 이러다간 오늘도 매뉴얼 발행을 못 할 것 같으니 이 정도만 말하고 마무리 짓는 걸로 했으면 한다. 요 정도만 말해도, 이전처럼 그냥 이별과 재회를 반복하며 같은 고통을 당하는 것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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