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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반평생을 같이 하게 될 수 있는 ‘결혼’에 대한 결정을, 연락처 물으며 접근해 온 남자의 몇 주 치 ‘말’만 믿고 결정해선 안 되는 겁니다. 종종 J양처럼

 

“그냥 가볍게 생각하는 거라면 다가오지 말라고 했어요. 그런데 자긴 정말 그런 거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진지하게 말하는 거라고. 그래서 전 그 말을 믿고 마음을 열었던 거거든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전 그 말을 믿는 거나

 

“제가 대인공포증이 있어서, 저랑 같은 단지 사신다고 해도 직거래가 어려워요. 선입금 하세요. 물건 보내드려요. 아니면 먼저 보내드릴 테니 입금하세요. 지금 보냈습니다. 사진은 폰이 고장 나서 못 찍었어요. 분명히 보냈으니까 입금해주세요.”

 

라고 말하는 사람을 믿는 거나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놓고

 

“하아…. 진짜 전 믿었는데…. 이제 진짜 남자 못 믿겠어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 역시, 배신당한 게 가엾다기보다는, 마트에서 딸기 사는 것보다 중요한 일에 대해 왜 한 마디 ‘말’만 믿고 덜컥 결정한 뒤 뒤통수를 맞는지 그게 더 안타깝습니다.

 

헌팅한 남자와의 짧은 연애, 청혼까지 해놓고는 잠수탔어요.

 

 

저런 일은 보통 연애 경험 없는 사람들에게 일어날 것이라 짐작하곤 하는데, 실제로는 놀랍게도 ‘인기 많은 여자’에게 저런 일이 훨씬 더 많이 일어납니다. 신기하게도 그녀들은 예선전에 참가하려는 ‘괜찮은 남자, 멀쩡한 남자’들을 다 밀어낸 채, 금사빠에게 그냥 바로 시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J양의 경우만 봐도, 번호 물은 남자와 연락 닿은 뒤 한 달도 안 되어 그가

 

-결혼하자

-결혼 전에 혼인신고 하고 같이 살자

-우리 가족 보러 가자

 

라고 하는 말에 ‘원래 나 좋아하는 남자들이 좀 적극적이긴 하지만, 이 사람은 나한테 완전히 빠져서 이렇게 더 저돌적인 듯’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까? 아주 보통의, 상식을 지닌 여자사람이라면 ‘뭐야 이 사람 무서워…. 알게 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하는 생각부터 하게 될 텐데, J양은 자신에게 푹 빠진 남자의 열정적인 구애로만 해석하고 만 것입니다.

 

그렇듯 이쪽에 열정적으로 들이대기만 하면 일단 본선진출권을 주고, 이어서 상대가 애교를 부리거나 이쪽이 원하는 걸 해준다고 하거나 뭐든 다 받아주며 리액션 열심히 해주면 남자친구로 삼고 마는, 그런 식의 인사고과는(응?) J양의 인생을 꼬이게 만들 수 있는 큰 문제가 있는 거라 할 수 있겠습니다.

 

 

J양의 이번 사연은 사실, 진지하게 ‘상대의 숨겨진 진심’ 같은 걸 살펴보려 애쓸 것까지도 없는 사연이라 할 수 있습니다. 3~4주간 보인 상대의 행동과 결과를 보면 그 속내가 너무 명확하며, J양은 그의 몇 마디 ‘말’만 듣고는 그냥 거기에 기대를 걸어본 것일 뿐입니다. 아니, 사실 그것도 그가 무슨 엄청난 꿍꿍이를 가지고 J양을 속이려 했다기보다는, 그냥 J양이 불안해하며

 

“나쁜 마음 아닌 거지? 나 상처 안 줄 거지? 나한테 잘 할 거지? 나랑 진지하게 만나는 거지? 결혼하자는 것도 진심이지? 같이 살자고 한 것에도 책임질 수 있는 거지?”

 

라는 답정너의 질문을 한 것에 “응, 응, 응, 응.” 한 부분이 절반 이상입니다.

 

상대가 잠수를 탄 지금도, J양은 상대에게 ‘답정너’의 질문을 할 준비를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상대에게 ‘나에게 했던 말이 그냥 장난인 거 아니지? 진심으로 한 말이라면, 지금은 왜 그러는 건데?’라면서 대답을 들으려 말입니다.

 

그런 질문에 그럴듯한 핑계를 대며 빠져나갈 방법은 127가지 정도 됩니다. 상대가 자기 상황을 핑계로 댈 수도 있고, 자신이 J양에게 부족한 남자인 것 같다는 핑계를 댈 수도 있으며, 아니면 일이 있어 연락을 못 했던 건데 넌 그 순간에 헤어지는 것부터 생각했냐며 J양을 이상한 여자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공수표 발행만 잔뜩 해 이쪽의 기분만 띄워 놓고는 잠수타버린 상대에게 또 ‘말로 확인’만 받으려 하지 마시고-더불어 ‘최선을 다해 참고 기다려보기’ 등의 헛고생도 하지 마시고-, 한 달도 안 되는 시간에 설레발은 설레발대로 다 치다가 뭐 하나 한 것 없이 사라져버린 상대는 이쯤에서 정리하셨으면 합니다.

 

이거 더 길게 끌어봐야, 저 위에서의 중고 거래 비유처럼

 

“택배 보냈는데 안 갔다고요? 아 반송되었다고 연락 왔네요. 주소가 틀렸나 봐요. 이번엔 퀵으로 보내드릴게요. 택배 운송비는 제가 부담했으니, 퀵비만 보내주세요. 퀵비 들어온 거 확인되면 바로 보내겠습니다. 전에 보냈던 계좌로 입금해주시면 됩니다. 폰 고장 나서 사진은 못 찍는다니까요. 믿고 돈 보내주시면 바로 퀵 보내겠습니다.”

 

하는 얘기로 뒤통수 한 번 더 맞을 일만 생길 가능성이 99.82% 이상입니다. 그러니 ‘그래도 오랜만에 나한테 열정적으로 대시 했던 괜찮은 남자였는데….’ 라는 생각 때문에 두 번 세 번 당하지 마시고, 이쯤에서 ‘현명한 판단’까지 할 것도 없이 그냥 최소한의 ‘이성적 판단’이라도 꼭 하셨으면 합니다.

 

J양이 스물다섯이라면 아직 시간 많으니 천천히 그 인생의 쓴맛도 음미하라며 놔두겠지만, 스물다섯을 지나서도 근 10년을 더 살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이렇게 상황을 잘못 보고 있으며 연애의 판타지를 지닌 채 달달함만 찾다간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그대로 일 수 있으니, 지금부터는 노멀로그의 수많은 매뉴얼들을 참고해 유지 가능한 연애, 함께할 수 있는 연애를 하셨으면 합니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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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2019.01.05 18: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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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처음으로 1등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방정말좋다2019.01.05 20:1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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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인가요-?

3등?2019.01.05 20: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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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달선생2019.01.05 21:4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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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자님 저랑 동갑이네요 ㅎㅎ
시간이 갈수록 괜찮은 남자들은 조기품절이고
들이대는 남자에겐 나도모르게 관대해지고 ㅎㅎ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저런 남자를 만나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ㅠ
저도 결혼때문에 조급증에 걸려 어리석은 판단을 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그래도 한달만에 정리돼서 다행이에요!
하루라도 더 빨리 발빼세요ㅎㅎ

AtoZ2019.01.05 22: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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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접할 때는 아니 저런 것에도 속나 싶지만, 사람들이 괜히 피싱에 당하는 게 아니겠죠.. 본인 상황이 되면 또 다른가봐요.

Years2019.01.05 22:5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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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 또 의외로 부추기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아요.
나 아는 누구는 선봐서 한달만에 결혼했는데 잘산다더라, 요즘은 선보고 한두달만에 결혼하고도 잘사는 사람 적지 않다, 인연은 그렇게 갑자기 만나기도 하나보더라, 이런 식으로요.
뭘 믿고 저런 조언을 해주나 처음엔 궁금했는데, 자기도 상대 남자가 어떤지 잘 모르면서 '조심해라 너무 믿지 마라 좀 지켜봐라' 이런 소리 하면 여자가 너무 싫어하니까. 싫은 소리 하고 싶지 않아서 맞장구 쳐주는 게 반은 먹고 들어가더라구요.
정말 짧게 만나고도 잘 사는 부부들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우연과 운에 인생을 맡기는 건 위험하니까 가능하다면 꾸준히 몇 달 사람됨을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 게 좋겠죠... 물론 몰라서가 아니라 그러기엔 나이나 결혼 적령기 등등이 신경쓰여서 그럴 수도 있겠구요.
여튼 떠난 사람의 사람됨은 이미 보신 거니까, 많이 상처받지 말고 새출발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참
무한님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사연자님과 댓글에서 뵙는 다른 분들도
모두 해피뉴이어 >_<♥

ㅁㅍㄹ2019.01.06 04: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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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86542019.01.06 05: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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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에대한 믿음과 확신은 상대방의 구애로 측정되지 않습니다. 보통 구애하는쪽인 남자들은 구애할때 평소보다 무리하니까요. 여자도 마찬가지겠지만 남자들이 구애하는 포지션을 많이 가지니까요.
믿음과 확신은 자기자신의 눈과
그사람과 같이 이런일 저런일을 겪으면서 가져야 해요.

인뭐2019.01.06 06:4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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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만난지 한 달만에 결혼 이야기 나온 케이스입니다 ㅋㅋ 남자가 살 집까지 정해놓고 같이 들어가자고...
여러 점검(?)을 거쳤기에 믿었고 결혼하여 잘살고 있긴 하지만 제이양이 너무 성급했다는 생각은 어쩔 수 없이 들어요. ㅠㅠ
저랑 동갑이시거나 또래이신 것 같은데...

상대의 구애가 열렬할수록 심장은 싸해지지 않나요? ㅠㅠ? 저는 '얘 이십 대야 뭐야~' 이랬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좌석벨트2019.01.06 10:4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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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년 넘게 이틀에 한 번꼴로 매뉴얼 댓글 읽고,
또 다음엔 그 매뉴얼 복습하며 마음 많이 추스렸어요.
그래서 내 자신에게서 여유를 느낄 정도까지 되었어요.
그래도 항상 배우는 마음 유지해 나갈게요.

무한님께 정말 고마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 글 남겨요.

독자2019.01.06 18:4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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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찰진 비유! 예전 (노멀로그 사막화 선언 전) 무한님 글 느낌이라 너무 재밌고 반갑게 읽었어요. 서로 물어뜯고 후드려패기 바쁜 혼돈의 카오스 온라인 세상에서, 소신과 진심이 담긴 글을 쓴다는 건 굉장히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일을 무한님이 하고 계시네요.

본문 관련해서는 저도 당해본 일이라 뭐 드릴 말씀이...ㅋㅋㅋㅋㅋㅋ큐ㅠㅠ 그래도 이런저런일 겪으면서 제 주제 파악도 되고 철도 들고 남자 보는 눈도 뜨여서 다행입니다.

피안2019.01.06 22: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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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무한님! ㅎㅎ

2019.01.06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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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댓글입니다

22살2019.01.07 12:4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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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빙간이라는 단어가 오랜만에 생각나네용...
사기당하는 사람의 공통점은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는데
코 꿰이는것 조심해야게쓰요~

Ace2019.01.07 13:0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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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의외로 인기 많은 분들 중에 금사빠를 보고 '오, 다른 애들은 자꾸 간만 보는데 얘야말로 날 진심으로 좋아하나 봐!!' 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옆에서 보면 '아직 딱 한 번 밖에 안 만났으면서 좀 이상한데;;' 싶지만 자기한테 푹 빠졌다고 바로 이 사람이라면서 좋아하는데 뭐라 그럴 수도 없고;;

'괜찮은 남자/멀쩡한 남자' 구분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아요. 동성들끼린 눈에 뻔히 보이는 게 호르몬 파티가 시작되면 눈이 어두워져서 그런가.

무한님도 매뉴얼을 동영상으로 한 번 만들어 보시는 건 어떠세요? 요즘 애들은 뭐만 생기면 네이버가 아니라 유튜브를 검색해 본다고 하더라구요. 저희 또래는 줄글로 읽으면 한번에 쭉 볼걸 동영상 페이지 넘어가길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게 잘 이해가 안 되는데, 걔들은 그게 더 편하다고;;

항상 좋은 글 잘 읽고 있는데 요즘 리플도 줄고 해서 안타깝네요.

사막에사는선인장2019.01.07 20:2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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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님 예시ㅋ이해가쏙쏙되네요
결혼말만꺼낼뿐아무런행동도없으면 그건 가짜죠
무한님이 늘 말씀하시는것처럼 말이 아닌 행동을보셔야할거같아요

메론2019.01.09 12:5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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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면 또 경험이 되는거니까요. 사연자님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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