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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헌팅한 남자와의 짧은 연애, 청혼까지 해놓고는 잠수탔어요.

by 무한 2019. 1. 5.

앞으로의 반평생을 같이 하게 될 수 있는 ‘결혼’에 대한 결정을, 연락처 물으며 접근해 온 남자의 몇 주 치 ‘말’만 믿고 결정해선 안 되는 겁니다. 종종 J양처럼

 

“그냥 가볍게 생각하는 거라면 다가오지 말라고 했어요. 그런데 자긴 정말 그런 거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진지하게 말하는 거라고. 그래서 전 그 말을 믿고 마음을 열었던 거거든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전 그 말을 믿는 거나

 

“제가 대인공포증이 있어서, 저랑 같은 단지 사신다고 해도 직거래가 어려워요. 선입금 하세요. 물건 보내드려요. 아니면 먼저 보내드릴 테니 입금하세요. 지금 보냈습니다. 사진은 폰이 고장 나서 못 찍었어요. 분명히 보냈으니까 입금해주세요.”

 

라고 말하는 사람을 믿는 거나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놓고

 

“하아…. 진짜 전 믿었는데…. 이제 진짜 남자 못 믿겠어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 역시, 배신당한 게 가엾다기보다는, 마트에서 딸기 사는 것보다 중요한 일에 대해 왜 한 마디 ‘말’만 믿고 덜컥 결정한 뒤 뒤통수를 맞는지 그게 더 안타깝습니다.

 

헌팅한 남자와의 짧은 연애, 청혼까지 해놓고는 잠수탔어요.

 

 

저런 일은 보통 연애 경험 없는 사람들에게 일어날 것이라 짐작하곤 하는데, 실제로는 놀랍게도 ‘인기 많은 여자’에게 저런 일이 훨씬 더 많이 일어납니다. 신기하게도 그녀들은 예선전에 참가하려는 ‘괜찮은 남자, 멀쩡한 남자’들을 다 밀어낸 채, 금사빠에게 그냥 바로 시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J양의 경우만 봐도, 번호 물은 남자와 연락 닿은 뒤 한 달도 안 되어 그가

 

-결혼하자

-결혼 전에 혼인신고 하고 같이 살자

-우리 가족 보러 가자

 

라고 하는 말에 ‘원래 나 좋아하는 남자들이 좀 적극적이긴 하지만, 이 사람은 나한테 완전히 빠져서 이렇게 더 저돌적인 듯’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까? 아주 보통의, 상식을 지닌 여자사람이라면 ‘뭐야 이 사람 무서워…. 알게 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하는 생각부터 하게 될 텐데, J양은 자신에게 푹 빠진 남자의 열정적인 구애로만 해석하고 만 것입니다.

 

그렇듯 이쪽에 열정적으로 들이대기만 하면 일단 본선진출권을 주고, 이어서 상대가 애교를 부리거나 이쪽이 원하는 걸 해준다고 하거나 뭐든 다 받아주며 리액션 열심히 해주면 남자친구로 삼고 마는, 그런 식의 인사고과는(응?) J양의 인생을 꼬이게 만들 수 있는 큰 문제가 있는 거라 할 수 있겠습니다.

 

 

J양의 이번 사연은 사실, 진지하게 ‘상대의 숨겨진 진심’ 같은 걸 살펴보려 애쓸 것까지도 없는 사연이라 할 수 있습니다. 3~4주간 보인 상대의 행동과 결과를 보면 그 속내가 너무 명확하며, J양은 그의 몇 마디 ‘말’만 듣고는 그냥 거기에 기대를 걸어본 것일 뿐입니다. 아니, 사실 그것도 그가 무슨 엄청난 꿍꿍이를 가지고 J양을 속이려 했다기보다는, 그냥 J양이 불안해하며

 

“나쁜 마음 아닌 거지? 나 상처 안 줄 거지? 나한테 잘 할 거지? 나랑 진지하게 만나는 거지? 결혼하자는 것도 진심이지? 같이 살자고 한 것에도 책임질 수 있는 거지?”

 

라는 답정너의 질문을 한 것에 “응, 응, 응, 응.” 한 부분이 절반 이상입니다.

 

상대가 잠수를 탄 지금도, J양은 상대에게 ‘답정너’의 질문을 할 준비를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상대에게 ‘나에게 했던 말이 그냥 장난인 거 아니지? 진심으로 한 말이라면, 지금은 왜 그러는 건데?’라면서 대답을 들으려 말입니다.

 

그런 질문에 그럴듯한 핑계를 대며 빠져나갈 방법은 127가지 정도 됩니다. 상대가 자기 상황을 핑계로 댈 수도 있고, 자신이 J양에게 부족한 남자인 것 같다는 핑계를 댈 수도 있으며, 아니면 일이 있어 연락을 못 했던 건데 넌 그 순간에 헤어지는 것부터 생각했냐며 J양을 이상한 여자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공수표 발행만 잔뜩 해 이쪽의 기분만 띄워 놓고는 잠수타버린 상대에게 또 ‘말로 확인’만 받으려 하지 마시고-더불어 ‘최선을 다해 참고 기다려보기’ 등의 헛고생도 하지 마시고-, 한 달도 안 되는 시간에 설레발은 설레발대로 다 치다가 뭐 하나 한 것 없이 사라져버린 상대는 이쯤에서 정리하셨으면 합니다.

 

이거 더 길게 끌어봐야, 저 위에서의 중고 거래 비유처럼

 

“택배 보냈는데 안 갔다고요? 아 반송되었다고 연락 왔네요. 주소가 틀렸나 봐요. 이번엔 퀵으로 보내드릴게요. 택배 운송비는 제가 부담했으니, 퀵비만 보내주세요. 퀵비 들어온 거 확인되면 바로 보내겠습니다. 전에 보냈던 계좌로 입금해주시면 됩니다. 폰 고장 나서 사진은 못 찍는다니까요. 믿고 돈 보내주시면 바로 퀵 보내겠습니다.”

 

하는 얘기로 뒤통수 한 번 더 맞을 일만 생길 가능성이 99.82% 이상입니다. 그러니 ‘그래도 오랜만에 나한테 열정적으로 대시 했던 괜찮은 남자였는데….’ 라는 생각 때문에 두 번 세 번 당하지 마시고, 이쯤에서 ‘현명한 판단’까지 할 것도 없이 그냥 최소한의 ‘이성적 판단’이라도 꼭 하셨으면 합니다.

 

J양이 스물다섯이라면 아직 시간 많으니 천천히 그 인생의 쓴맛도 음미하라며 놔두겠지만, 스물다섯을 지나서도 근 10년을 더 살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이렇게 상황을 잘못 보고 있으며 연애의 판타지를 지닌 채 달달함만 찾다간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그대로 일 수 있으니, 지금부터는 노멀로그의 수많은 매뉴얼들을 참고해 유지 가능한 연애, 함께할 수 있는 연애를 하셨으면 합니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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