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팅한 남자와의 짧은 연애, 청혼까지 해놓고는 잠수탔어요.
- 2019. 1. 5. 17:45
- Written by 무한™
앞으로의 반평생을 같이 하게 될 수 있는 ‘결혼’에 대한 결정을, 연락처 물으며 접근해 온 남자의 몇 주 치 ‘말’만 믿고 결정해선 안 되는 겁니다. 종종 J양처럼
“그냥 가볍게 생각하는 거라면 다가오지 말라고 했어요. 그런데 자긴 정말 그런 거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진지하게 말하는 거라고. 그래서 전 그 말을 믿고 마음을 열었던 거거든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전 그 말을 믿는 거나
“제가 대인공포증이 있어서, 저랑 같은 단지 사신다고 해도 직거래가 어려워요. 선입금 하세요. 물건 보내드려요. 아니면 먼저 보내드릴 테니 입금하세요. 지금 보냈습니다. 사진은 폰이 고장 나서 못 찍었어요. 분명히 보냈으니까 입금해주세요.”
라고 말하는 사람을 믿는 거나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놓고
“하아…. 진짜 전 믿었는데…. 이제 진짜 남자 못 믿겠어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 역시, 배신당한 게 가엾다기보다는, 마트에서 딸기 사는 것보다 중요한 일에 대해 왜 한 마디 ‘말’만 믿고 덜컥 결정한 뒤 뒤통수를 맞는지 그게 더 안타깝습니다.
저런 일은 보통 연애 경험 없는 사람들에게 일어날 것이라 짐작하곤 하는데, 실제로는 놀랍게도 ‘인기 많은 여자’에게 저런 일이 훨씬 더 많이 일어납니다. 신기하게도 그녀들은 예선전에 참가하려는 ‘괜찮은 남자, 멀쩡한 남자’들을 다 밀어낸 채, 금사빠에게 그냥 바로 시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J양의 경우만 봐도, 번호 물은 남자와 연락 닿은 뒤 한 달도 안 되어 그가
-결혼하자
-결혼 전에 혼인신고 하고 같이 살자
-우리 가족 보러 가자
라고 하는 말에 ‘원래 나 좋아하는 남자들이 좀 적극적이긴 하지만, 이 사람은 나한테 완전히 빠져서 이렇게 더 저돌적인 듯’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까? 아주 보통의, 상식을 지닌 여자사람이라면 ‘뭐야 이 사람 무서워…. 알게 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하는 생각부터 하게 될 텐데, J양은 자신에게 푹 빠진 남자의 열정적인 구애로만 해석하고 만 것입니다.
그렇듯 이쪽에 열정적으로 들이대기만 하면 일단 본선진출권을 주고, 이어서 상대가 애교를 부리거나 이쪽이 원하는 걸 해준다고 하거나 뭐든 다 받아주며 리액션 열심히 해주면 남자친구로 삼고 마는, 그런 식의 인사고과는(응?) J양의 인생을 꼬이게 만들 수 있는 큰 문제가 있는 거라 할 수 있겠습니다.
J양의 이번 사연은 사실, 진지하게 ‘상대의 숨겨진 진심’ 같은 걸 살펴보려 애쓸 것까지도 없는 사연이라 할 수 있습니다. 3~4주간 보인 상대의 행동과 결과를 보면 그 속내가 너무 명확하며, J양은 그의 몇 마디 ‘말’만 듣고는 그냥 거기에 기대를 걸어본 것일 뿐입니다. 아니, 사실 그것도 그가 무슨 엄청난 꿍꿍이를 가지고 J양을 속이려 했다기보다는, 그냥 J양이 불안해하며
“나쁜 마음 아닌 거지? 나 상처 안 줄 거지? 나한테 잘 할 거지? 나랑 진지하게 만나는 거지? 결혼하자는 것도 진심이지? 같이 살자고 한 것에도 책임질 수 있는 거지?”
라는 답정너의 질문을 한 것에 “응, 응, 응, 응.” 한 부분이 절반 이상입니다.
상대가 잠수를 탄 지금도, J양은 상대에게 ‘답정너’의 질문을 할 준비를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상대에게 ‘나에게 했던 말이 그냥 장난인 거 아니지? 진심으로 한 말이라면, 지금은 왜 그러는 건데?’라면서 대답을 들으려 말입니다.
그런 질문에 그럴듯한 핑계를 대며 빠져나갈 방법은 127가지 정도 됩니다. 상대가 자기 상황을 핑계로 댈 수도 있고, 자신이 J양에게 부족한 남자인 것 같다는 핑계를 댈 수도 있으며, 아니면 일이 있어 연락을 못 했던 건데 넌 그 순간에 헤어지는 것부터 생각했냐며 J양을 이상한 여자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공수표 발행만 잔뜩 해 이쪽의 기분만 띄워 놓고는 잠수타버린 상대에게 또 ‘말로 확인’만 받으려 하지 마시고-더불어 ‘최선을 다해 참고 기다려보기’ 등의 헛고생도 하지 마시고-, 한 달도 안 되는 시간에 설레발은 설레발대로 다 치다가 뭐 하나 한 것 없이 사라져버린 상대는 이쯤에서 정리하셨으면 합니다.
이거 더 길게 끌어봐야, 저 위에서의 중고 거래 비유처럼
“택배 보냈는데 안 갔다고요? 아 반송되었다고 연락 왔네요. 주소가 틀렸나 봐요. 이번엔 퀵으로 보내드릴게요. 택배 운송비는 제가 부담했으니, 퀵비만 보내주세요. 퀵비 들어온 거 확인되면 바로 보내겠습니다. 전에 보냈던 계좌로 입금해주시면 됩니다. 폰 고장 나서 사진은 못 찍는다니까요. 믿고 돈 보내주시면 바로 퀵 보내겠습니다.”
하는 얘기로 뒤통수 한 번 더 맞을 일만 생길 가능성이 99.82% 이상입니다. 그러니 ‘그래도 오랜만에 나한테 열정적으로 대시 했던 괜찮은 남자였는데….’ 라는 생각 때문에 두 번 세 번 당하지 마시고, 이쯤에서 ‘현명한 판단’까지 할 것도 없이 그냥 최소한의 ‘이성적 판단’이라도 꼭 하셨으면 합니다.
J양이 스물다섯이라면 아직 시간 많으니 천천히 그 인생의 쓴맛도 음미하라며 놔두겠지만, 스물다섯을 지나서도 근 10년을 더 살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이렇게 상황을 잘못 보고 있으며 연애의 판타지를 지닌 채 달달함만 찾다간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그대로 일 수 있으니, 지금부터는 노멀로그의 수많은 매뉴얼들을 참고해 유지 가능한 연애, 함께할 수 있는 연애를 하셨으면 합니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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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2019.01.0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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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정말좋다2019.01.0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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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2019.01.05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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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선생2019.01.05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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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갈수록 괜찮은 남자들은 조기품절이고
들이대는 남자에겐 나도모르게 관대해지고 ㅎㅎ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저런 남자를 만나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ㅠ
저도 결혼때문에 조급증에 걸려 어리석은 판단을 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그래도 한달만에 정리돼서 다행이에요!
하루라도 더 빨리 발빼세요ㅎㅎ
AtoZ2019.01.0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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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rs2019.01.05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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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는 누구는 선봐서 한달만에 결혼했는데 잘산다더라, 요즘은 선보고 한두달만에 결혼하고도 잘사는 사람 적지 않다, 인연은 그렇게 갑자기 만나기도 하나보더라, 이런 식으로요.
뭘 믿고 저런 조언을 해주나 처음엔 궁금했는데, 자기도 상대 남자가 어떤지 잘 모르면서 '조심해라 너무 믿지 마라 좀 지켜봐라' 이런 소리 하면 여자가 너무 싫어하니까. 싫은 소리 하고 싶지 않아서 맞장구 쳐주는 게 반은 먹고 들어가더라구요.
정말 짧게 만나고도 잘 사는 부부들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우연과 운에 인생을 맡기는 건 위험하니까 가능하다면 꾸준히 몇 달 사람됨을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 게 좋겠죠... 물론 몰라서가 아니라 그러기엔 나이나 결혼 적령기 등등이 신경쓰여서 그럴 수도 있겠구요.
여튼 떠난 사람의 사람됨은 이미 보신 거니까, 많이 상처받지 말고 새출발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참
무한님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사연자님과 댓글에서 뵙는 다른 분들도
모두 해피뉴이어 >_<♥
ㅁㅍㄹ2019.01.06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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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542019.01.06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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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과 확신은 자기자신의 눈과
그사람과 같이 이런일 저런일을 겪으면서 가져야 해요.
인뭐2019.01.06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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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점검(?)을 거쳤기에 믿었고 결혼하여 잘살고 있긴 하지만 제이양이 너무 성급했다는 생각은 어쩔 수 없이 들어요. ㅠㅠ
저랑 동갑이시거나 또래이신 것 같은데...
상대의 구애가 열렬할수록 심장은 싸해지지 않나요? ㅠㅠ? 저는 '얘 이십 대야 뭐야~' 이랬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좌석벨트2019.01.0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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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년 넘게 이틀에 한 번꼴로 매뉴얼 댓글 읽고,
또 다음엔 그 매뉴얼 복습하며 마음 많이 추스렸어요.
그래서 내 자신에게서 여유를 느낄 정도까지 되었어요.
그래도 항상 배우는 마음 유지해 나갈게요.
무한님께 정말 고마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 글 남겨요.
독자2019.01.06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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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관련해서는 저도 당해본 일이라 뭐 드릴 말씀이...ㅋㅋㅋㅋㅋㅋ큐ㅠㅠ 그래도 이런저런일 겪으면서 제 주제 파악도 되고 철도 들고 남자 보는 눈도 뜨여서 다행입니다.
피안2019.01.06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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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6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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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살2019.01.07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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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당하는 사람의 공통점은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는데
코 꿰이는것 조심해야게쓰요~
Ace2019.01.07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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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남자/멀쩡한 남자' 구분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아요. 동성들끼린 눈에 뻔히 보이는 게 호르몬 파티가 시작되면 눈이 어두워져서 그런가.
무한님도 매뉴얼을 동영상으로 한 번 만들어 보시는 건 어떠세요? 요즘 애들은 뭐만 생기면 네이버가 아니라 유튜브를 검색해 본다고 하더라구요. 저희 또래는 줄글로 읽으면 한번에 쭉 볼걸 동영상 페이지 넘어가길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게 잘 이해가 안 되는데, 걔들은 그게 더 편하다고;;
항상 좋은 글 잘 읽고 있는데 요즘 리플도 줄고 해서 안타깝네요.
사막에사는선인장2019.01.07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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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말만꺼낼뿐아무런행동도없으면 그건 가짜죠
무한님이 늘 말씀하시는것처럼 말이 아닌 행동을보셔야할거같아요
메론2019.01.09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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