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를 스트레스 받아 미치게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미 지나가서 돌릴 수 없는 일, 또는 당장 어떻게 해줄 수 없는 일에 대해 대답해 달라는 이야기를 반복하기.
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자의 사고는 ‘문제해결’을 목적으로 하기 마련인데, 거기다 계속 ‘해결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답을 달라고 하면, 경험을 통해 정서적 공감을 할 수 있도록 훈련된 남자라 해도 결국은 지치거나 질리기 마련입니다. 그건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면, 직장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대해 공유하려는 이쪽에게
“그걸로 계속 힘들면 그만둬라. 그만 둘 게 아니라면 참고 다녀라. 답이 이렇게 정해져 있는데도 택하지 않고 힘들다고 하는 건, 그냥 징징거리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너보다 힘든 직장 버티는 사람도 많으니 나약한 소리 그만 해라.”
라는 이야기만 반복하는 상대를 경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니 말입니다. 상대의 반응이 늘 저런 식이라면, 이쪽은
-앞으로도 상대에게 이해나 위로를 받기 힘들며, 상대의 저런 말들까지가 내 자존감을 갉아 먹고 오히려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될 것 같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바로 그것처럼, 모든 일에 대한 기분과 감정을 시시각각 설명하며 그것에 대한 이해나 위로나 공감을 바라는 건, 상대에게 이 관계의 한계이자 앞으로도 계속 스트레스가 될 불안요소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남녀의 특징을 떠나고 연인 관계라는 것을 떠나, 그냥 일반적인 대인관계에서도, 부정적 기운만을 너무 내뿜는 사람과는 함께하기 어려운 법 아니겠습니까? 가까이 지내는 지인이
-오늘은 아침부터 왜 이렇게 짜증 나지?
-A씨가 또 난리야. 때려치우고 싶다 진짜.
-근데 여기 때려치우면 난 어디 가서 뭐 먹고 사냐.
-칼퇴는 꿈도 못 꾸고 눈치 봐야 하고…. 에휴.
-이 시간에 버스 타면 앉을 자리 없는데 또 이 시간이야. 하아….
라는 카톡을 계속 보내온다면, 한두 번이야 위로도 해주고 공감도 해주고 힘이 될 만한 말도 해주겠지만, 반복적인 걸 보니 습관이 분명하며 뭐라고 말해도 결국 또 비슷한 신세 한탄을 할 뿐이니 결국 별 의미를 두지 않고 듣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저런 지인의 부정적인 기운과 변덕 때문에 지쳐 ‘또 시작인가 보다’하며 들어오던 중에, 지인이 자신이 불만족할 때마다
-너는 왜 내 말에 공감과 위로를 안 해주냐.
-이젠 나와의 우정이 소중하지 않아서 그러는 거냐.
-나랑 절교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냐.
라는 반응을 보이면, 결국 ‘그래, 차라리 이 관계는 끊는 게 낫겠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억지 노력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라, 관계를 끊고 싶은 게 아니라고 말하며 리액션을 좀 더 열심히 해주는 것에도 결국 지치고 말 테니 말입니다.
J양은 제게
“재회할 수 있을까요? 재회 방법을 알고 싶어요. 기다리면 돌아올까요? 기다리는 동안 혹시 마음정리를 다 하고 괜찮아지는 거 아닐까요? 편지를 써볼까요? 편지를 안 쓰는 게 낫나요? 쓴다면 이러이러한 내용으로 쓰면 될까요? 보내는 건 언제쯤 보내는 게 낫나요?”
등의 질문을 주셨는데, 안타깝게도 그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구해보는 건 별 의미가 없다는 대답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굴 먹고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고열, 복통, 설사, 근육통, 구역질, 오한을 경험한 사람에게, ‘언제 다시 굴을 먹을 거냐, 기약이라도 해달라.’라는 이야기를 하는 건, 아직 다 가시지 않은 상대의 끔찍한 기억을 자극하는 모양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사람에겐 ‘굴’ 얘기를 안 꺼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기에, 전 비슷한 이유로 J양에게 ‘일단 좀 상대를 가만히 두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현재 J양이 상대에게 하려고 하는 말들이, 상대에게는 ‘헤어지고 나서도 여전히 감정적인 호소만 하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습니다.
-왜 나와 사귈 땐 힘들다 말 안 하고 다 받아주기만 했냐.
-나도 너와의 연애가 힘들지 않았던 건 아니다.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네가 너무 보고 싶다.
마지막 저 ‘네가 너무 보고 싶다’에서는 J양의 막막한 심정이 느껴져 제 마음도 먹먹해지긴 했는데, 여하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지금 J양이 해야 할 건 ‘홀로서기’라는 이야기를 전 해드리고 싶습니다. 그간 J양은 남친에게 정서적으로 너무 많이 의지해왔으며, 때문에 그는 J양이 ‘홀로서기 할 수 없으며 뭔가에 꼭 기대야 하는 형태의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인내심 강한 그는 그래도 최대한 J양을 받쳐보려 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돌아오는 건 더한 요구와 변덕이니 지치고 만 것이고 말입니다.
J양이 우울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계획한 대로 삶이 진행되지 않자 연애로 도피한 채 위안이 되길 바랐기 때문은 아닌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계획했던 것이 무너졌을 때, J양은 연애를 제외한 모든 것을 다 정지시켜 둔 채 ‘남친의 위로와 이해와 공감’만을 버팀목으로 삼으려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그렇게 기대려다 이별을 맞게 되었을 땐 일단 다시 일어서야 하는 거지, 넘어진 채로 엎드려 상대에게 일으켜 달라고 호소만 해선 안 됩니다. 그러니 상대에게 못한 말이 있어서 꼭 해야겠다면 ‘내가 바라는 것’을 생략한 채 미안한 마음만 전달하시고, 그러면서 J양 스스로는 책임을 받아들이고 삶을 정돈하며 자신의 힘으로 걸어보셨으면 합니다. 그게 처음이 어렵지 한 발짝 내딛고 나면 혼자 힘으로 못할 건 절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실 거란 말씀을 드리며,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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