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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6)

어플로 만난 남자들과의 한두 달짜리 연애. 왜 이러죠?

by 무한 2019. 1. 25.

다른 남자들에 대한 얘기는 사연신청서에 적혀 있지 않아서 그 이유를 모르겠고, 이번 사연에 등장한 남자의 경우는 그가 참 별로라서 끝난 거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카톡 대화를 보면 상대는 S양 앞에서 폼을 열심히 잡던데, 그는 그냥

 

-그렇게 앞에서 폼만 잡아도 멋지다고 하며 나랑 사귈 여자.

 

를 찾고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이런 패턴으로 다가오는 남자는 ‘어플남’ 중에 많은데, 그들에게선

 

-전문직인 자기 친구 누구, 자기 지인 누구의 이야기를 많이 함.

-자기가 오늘내일 만나 밥을 먹거나 술 마시는 사람들의 스펙을 강조함.

-취미 얘기에도 자기 자랑, 여행 얘기에도 자기 자랑 등 자랑이 많음.

-어플은 지웠는지, 자기를 멋있게 생각하는지 등을 알아내려 노력함.

 

등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니까 전반적인 대화가 서로를 알아가는 것보다는 ‘내 자랑’에 치우쳐 있으며, 그렇게 자신이 신나서 얘기할 때 이쪽이 맞장구를 쳐주면 그제야 팬서비스하듯 접대 멘트 몇 개 날려주는 거랄까. 심한 경우 자기 바쁜 것, 아픈 것, 피곤한 것 등을 주제로 어떻게든 폼을 잡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 여하튼 이번 S양이 만난 남자 역시 딱 저 패턴을 보이는 어플남이었다.

 

어플로 만난 남자들과의 한두 달짜리 연애. 왜 이러죠?

 

 

오프라인에서 알게 되었는데 저런 특징을 보이는 남자가 있다면, 보통 여자 쪽에서 ‘뭐지 얘는? 8할이 자기자랑이네?’ 하며 대꾸도 잘 안 하겠지만, 어플만남 특유의 판타지와 증폭된 이쪽의 외로움이 결합하면 저런 얘기들도 일단 다 듣게 되기 마련이다. 상대가 자신을 어필할 방법이 그것밖에 없으니, 이쪽에게 잘 보이고자 애쓰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거랄까.

 

그러는 상대 역시, 어플로 만나게 된 이성들이 훨씬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잘 들어주며 뭐라고 우쭐대든 다 들어주기 마련이니, 자기가 그러고 싶을 때 카톡으로 수다 떨 수 있을 것 같은 이성을 발견하면

 

-내 이상형은 이해심 많은 여자.

 

라는 조건을 걸어두고는 연애를 하려 들기도 한다.

 

그들이 말하는 ‘많은 이해심’의 의미를 뜯어보면

 

-내가 바쁠 때 연락 잘 못 해도 이해하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이해하며, 말이나 표현이 좀 부족해도 그러려니 하며 다 이해해주는 것.

 

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걸 종합하면

 

-내가 신나서 수다 떨며 내 자랑할 때는 잘 들어주고, 내가 그러고 싶지 않을 땐 그냥 보채거나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여자.

 

를 구하는 거라 할 수 있겠다.

 

그래도 종종 인내심 강하며 그런 상대에게 맞추는 게 ‘노력’을 하는 거라 생각하는 여성대원들은 한 반 년에서 일 년 정도 버티기도 하는데, 대부분은 감당할 수 없는 서운함과 상대의 ‘그러고 싶지 않을 때’의 무관심함에 결국 폭발하기에, 길어야 세 달인 평균 100일 내외의 연애를 끝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아무리 봐도 이건 뭔가 아니다 싶은 걸 일찍 눈치 챈 대원들은, 상대와 ‘허심탄회한 대화’ 같은 걸 해보려 시도하다 생각지도 못한 이별통보를 한 달 내외에 받기도 하고 말이다.

 

 

S양이 위의 경우들보다 좀 더 빨리 상대와 헤어진 건, S양이

 

-좀 친해질 경우, 상대의 자랑을 드립으로 치부해버리는 재주.

 

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예컨대 아는 오빠가 자기 자랑을 했을 때

 

“우와 진짜? 대박이다. 오빠 완전 잘 할 것 같아 ㅎㅎ”

 

라고 받는 여자가 있는 반면,

 

“ㅋㅋㅋㅋ 살부터 빼. 오빠 뚠뚠이야 ㅋㅋㅋ”

 

라고 받는 여자가 있는데, S양은 후자에 속한다. 때문에 S양 앞에서 폼 잡으려던 상대는, 시간이 갈수록 S양에게 그냥 드립을 치는 사람처럼 되었고, 그러다 보니 흥도 나지 않고 거기에 더해 S양이 상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것 같자 빠른 포기를 한 거라 할 수 있겠다.

 

이런 S양의 특징 때문에 상대를 얼른 떨쳐낼 수 있었던 게, 결과적으로는 잘된 일이지만, 난 S양에게

 

-‘괜찮은 남자’를 만나도 너무 직설적으로만 얘기하거나, 상대가 좀 우쭐해 할 때 살짝 띄워주며 칭찬하지 않을 경우 상대는 시무룩해질 수 있다.

 

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특히

 

“ㅋㅋㅋ 얼른 밥이나 먹어요.”

 

같은 화법은 그 뉘앙스가 별로 좋지 않게 들릴 확률이 높으니, 같은 말이라도 좀 더 예쁘게 전달하는 것에도 신경을 썼으면 한다.

 

어차피 이번 상대 ‘연인’이 아닌 자기 ‘팬클럽’을 찾으려 했던 사람이고, 자기가 말장난하는 것에 이쪽은 그냥 좋아 죽겠다며 물개박수만 치길 바랄 뿐 되받아치면 기분 나빠 하는 사람이었으니, 별로 미련 두지 말로 얼른 마음속에서 정리하길 권한다. 상대가 자기 놀고 싶어 할 때만 연락이 잘 되며 그렇지 않을 땐 계속 겉도는 느낌만 있을 뿐이라면, 그건 노력할 게 아니라 정리해야 하는 거라는 걸 잊지 말길 바라며, 자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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