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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6)

소개팅녀에게 애프터신청까진 했는데, 이제 뭘 어쩌죠?

by 무한 2019. 1. 4.

무리 없이 뭔가를 사 먹거나 시켜먹을 수 있을 정도로 주머니에 돈도 두둑하게 있고, 집에 누가 찾아와도 대접할 음식이며 다과가 충분히 준비되어 있다 하더라도, 만나서 밥 먹자고 말을 안 하거나 먼저 뭔가를 내줄 줄 모른다면 그냥 계속 ‘아무 일도 안 생기는’ 상황에 놓여있을 수 있다.

 

K씨는 내게

 

“상대방 마음을 모르겠네요. 애프터도 받아주고, 답도 잘 해주고 하는 걸 보면 마음이 있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소개팅 전과 비교했을 때 그냥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관심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어요.”

 

라고 했는데, 지금 K씨의 상황 정도면 그린라이트가 들어왔다고 보는 게 맞다. 상대는 K씨의 연락에 열심히 대답해 주며, K씨가 추천했던 것도 소개팅 후 해봤다며 말하기도 했고, 선약이 있다는 날 빼고는 적극적으로 만날 약속도 잡지 않았는가.

 

K씨와 상대는 소개팅 당일 겨우 한 번 만난 게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에서 상대가 더 적극적으로 연락하고 K씨가 무슨 말만 꺼내도 종일 대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길 바라는 건, 너무 그냥 다 쉽게 알아서 해결되긴 바라는 모습에 가깝다. 현 상황에서 K씨가 생각해봐야 할 것들, 오늘 함께 살펴보자.

 

소개팅녀에게 애프터신청까진 했는데, 이제 뭘 어쩌죠?

 

1. 한두 발짝 더 깊이 들어가서 대화하기.

 

K씨의 화법은, 스스로는 새로운 주제를 계속 생각해내는 것에 지치게 되고, 상대에겐 얕은 이야기만을 산만하게 늘어놓음으로써 멀게 느껴지게 만드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상대 – 전 저녁으로 떡볶이 먹고 들어왔어요 ㅎ

K씨 – 오 저도 떡볶이 좋아해요!

K씨 – 아 근데 혹시 영화 좋아하세요?

상대 – 네 영화 좋아해요. 무서운 거 빼고 ㅎ

K씨 – 저도 무서운 건 별로 안 좋아해요.

K씨 – 혹시 요즘 하는 **** 보셨어요?

상대 – 네 지난 주에 봤어요 ㅎ 정말 재미있게 보고 왔어요. ㅎㅎ

K씨 – 아 저는 못 봤어요. 시간이 계속 어긋나서.

K씨 – 요즘 ***랑 *** 하는 것 같은데, 영화 보실래요?

 

‘만날 약속 잡기’라는 최종 용건을 가지고 대화하다 보니, 다른 주제는 그저 ‘최종 용건’을 말하기 위해 놓은 징검다리로만 쓰이며, 그래서 오래 머물 것 없이 바로바로 용건으로 이어지는 건너뛰기를 하는 걸 텐데, 이래 버리면 상대로서는 다른 질문들에 굳이 열심히 대답해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돈 빌리려는 친구가 연락을 해와 안부인사를 길게 늘어 놓거나 마음에도 없는 소리들을 좀 해주다가, 결국 ‘기-승-전-돈 좀 빌려줘’를 말할 뿐이라는 걸 경험하고 나면, 안부인사나 다른 질문들에 심드렁한 태도로 대답하게 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주제가 등장했으면, 몇 발짝 더 들어가서 대화를 나눠도 된다. 떡볶이 얘기가 나왔으면, 내 경우엔 국물이 케첩 수준으로 졸아 있거나 떠 마셔도 될 ‘국물’인 극단적인 두 가지 취향을 가지고 있으며, 작고 통통한 쌀떡을 선호한다는 얘기를 했을 것 같다. 그러면서 상대가 좋아하는 타입도 자연스레 물어보고, 프랜차이즈 떡볶이 중엔 뭘 좋아하는지도 물었을 것이다. 대화가 좀 흥미로운 것 같으면 집에서 떡볶이 만들어 본 얘기도 하고, 일산 백마마을에 있는 즉석떡볶이 맛집에 대한 얘기도 덧붙일 것 같다.

 

영화 얘기라 해도 마찬가지다. 둘 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영화’를 좋아한다고 해도 그게 범죄물이나 전쟁물, 또는 재난물 등으로 나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게 장르를 물어가며 대화를 해도 되고, 또는 최고로 애정하는 영화는 뭔지, 최근 가장 재미있게 봤던 영화는 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도 된다.

 

이렇듯 대화 자체를 좀 풍성하고 의미 있게 만들어 갈 수 있는 기회는 지금 주어져 있는 것이니, 지금처럼 그걸 망각한 채 ‘최종 용건’인 ‘만날약속(만나서 대화할 수 있는 기회)’만을 말하기 위해 대충 얕게 몇 가지만 묻는 것에서 벗어나도록 하자.

 

 

2. 편할 대로 하라는 배려 말고, 제안하는 배려하기.

 

이전 매뉴얼들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매력적인 배려는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됨’이라며 ‘뭘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를 묻는 게 아니다. 그것보다는, 상대의 상황까지를 파악해 내가 결론을 낸 뒤 제안하는 것이 훨씬 세련된 방식의 배려라 할 수 있겠다.

 

K씨가 약속 잡을 때 했던 말들을 보자.

 

“다음 주 평일에 볼까요?”

“어디서 만나면 좋을까요?”

“꼭 중간지점이 아니어도 돼요. 편한 곳이 어디?”

“**에서 볼까요?”

 

K씨는 소개팅과 애프터 약속 둘 다 저렇게 추적조사하듯 물었는데, 뭐 물어봐선 안 될 걸 물은 건 아니지만, ‘너무 그냥 저것만 물었다’는 것과 더불어 ‘먼저 결정해서 제안해도 될 부분까지 물었다’는 것이 좀 아쉽다.

 

자꾸 저렇게 묻는 게 스스로도 좀 이상해 보였는지 나중엔 K씨도

 

“**에서 보기로 하면 오기 편하실 것 같으니 거기서 보자. 거기에 봐둔 식당도 있다.”

 

라는 뉘앙스로 제안하던데, 그렇게 이미 생각해 놓은 게 있으면 굳이 처음부터 하나하나 묻고 확인할 것 없이 바로 제안해도 괜찮다. 그렇게 제안해서 이끄는 것이 리드인 거지, 말을 먼저 걸어 열심히 질문을 하는 게 리드가 아님을 잊지 말자.

 

 

3. 반했나 안 반했다 확인만 하려 하지 말고, 다가가기.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K씨와 상대는 이제 한 번 얼굴을 본 사이일 뿐이다. 아직 둘은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며, 그 자리에 누구를 갖다 놔도 그냥 예의상 물을 것들만을 짧게 물었을 뿐이고, 요즘 가장 마음이 가 있는 것이나 제일 고민하고 있는 게 뭔지도 아직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그래도 소개팅을 해서 한 번 봤으니, 나에게 관심이 있는 거라면 보다 더 적극적일 텐데….’라는 생각만 하고 있다가는, 그냥 계속 불만만 늘며 불안한 마음만 생길 수 있다. 앞서 난 K씨가 내게

 

“카톡을 하다 보면 소개팅하기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어서, 관심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를 잘 모르겠네요.”

 

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했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상대 입장에서 봤을 때, K씨도 소개팅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음.

 

인 거라 할 수 있겠다.

 

또 K씨는

 

“소개팅 때는, 제가 좀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보고자 했으나 그게 마음대로 안 돼서 답답했습니다. 긴장해있었고, 오히려 상대가 질문도 많이 하고 대화를 이끌어갔습니다.”

 

라고도 했는데, 이것까지를 포함해서 생각해보면 역시나 상대 입장에선 그냥 ‘뭐지?’ 싶었을 수 있다. 직접 만나면 긴장해서 말을 잘 못 하거나 안 하고, 그럼에도 카톡으로는 또 만날 약속을 잡지만 카톡에서도 이렇다 할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고, 뭐 그렇게만 느껴질 것 아니겠는가.

 

지금 K씨가 해야 할 건 ‘상대가 내게 호감이 있나 없나, 사귈 마음이 있나 없나’를 확인할 게 아니라, 자신을 알리며 상대의 일상에 스며드는 것이란 얘기를 해주고 싶다. 내가 늘 매뉴얼을 통해 ‘일단 좀 만나서 재미있게 노세요.’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K씨처럼 아직 뭐 한 것도 없으면서 결과만 궁금해하며 ‘되면 한다’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대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확실하게 사실관계만 짚자면 아직 둘은 전화통화 한 번 한 적 없는 사이니, 이 시점에서 쉽게 그냥 다 저절로 되지 않는다고 고민하지 말고, 빠른 시일 내에 ‘통화도 하는 사이’로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다가가 보길 바란다.

 

 

자 오늘 준비한 얘기는 여기까지다. 지금 밖에 나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별똥별 한두 개쯤 볼 수 있으며, 오늘(4일) 06시 40분엔가는 사분의자리 극대기라 꽤 많이 볼 수 있다고 하니, 그 시간에 하늘 보실 수 있는 분들을 밤하늘을 수놓는 별똥별 보시면서 소원 비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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