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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6)

곰 같은 여잡니다. 한 살 많은 튜터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by 무한 2019. 2. 15.

제가

 

“상대에게 그렇게 하는 거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거예요. 남들은 다 그렇게 하면서 어필하는데, 이쪽은 그걸 ‘여우짓’ 같은 것이며 오글거리는 거라 말하면서, 뭐 아무것도 안 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그냥, 하세요!”

 

라는 이야기를 하며, 좀 더 과감하게 다가가고 자체심의를 하지 말길 권하는 솔로부대 대원들이 몇 있습니다. 그분들을 마음으로는 기대하고 바라지만, 행동으로는 자신에 대한 심의규정이 엄격해 대부분의 것들을 시도도 하지 못하기에, 결국 바라만 보며 안타까워하는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뭔가를 해보며 뚜껑도 열어봐야 그 안이 어떤지를 알 수 있는 건데,

 

-열었는데 내 기대와 다를 경우 난 상처를 받게 될 거야. 그게 너무 무서워.

 

라며 그냥 숨어서 지켜보거나 관찰하는 일만 이어가곤 합니다.

 

곰 같은 여잡니다. 한 살 많은 튜터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뭐 그냥 그러고 마는 거라면 제가 곤란할 건 없겠습니다만, 그 와중에 제게

 

“저라는 사람을 어필하며 상대와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다가감의 방법을 알려주세요.”

 

라는 요청을 하기에 전 난감해지고 맙니다. 그분들과의 대화는

 

무한 – 마침 명절이고 하니, 명절 때 어디 가냐고 물어보셔요.

곰씨 – 그럼 관심 있다는 게 티 나잖아요?

무한 – 그 정도는 그냥 ‘아는 사이’에서도 할 수 있는 거거든요.

곰씨 – 그냥 명절 잘 보내라고 메시지 보낼게요.

무한 – 그러면 ‘응 고마워 너도~’ 라는 식으로 오면 그냥 끝일 텐데요?

무한 – 음, 연관된 일로 질문하곤 대답 고맙다며 커피 한 잔 사겠다고 하는 건?

곰씨 – 그건 더 티 나요. 그리고 먼저 들이대는 것 같아서 오글거려요.

곰씨 – 커피 마시자고 하는 건 누가 봐도 들이대는 것 같잖아요.

곰씨 – 글구 상대가 제게 관심 있으면 인사만 하고 말진 않겠죠.

곰씨 – 없으면 뭐 그냥 그런 셈 쳐야죠. 좀 잘 됐으면 좋겠는데 진짜….

 

정도의 패턴으로 이어지기 때문인데, 이 정도면 ‘다가감의 방법’을 알고 싶은 게 아니라 ‘물에 안 젖고 수영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 하는 것에 가까운 것 아니겠습니까?

 

이번 사연의 주인공인, 효주씨의 사연을 읽으면서도 전 위에서 이야기한 것과 비슷한 답답함과 막막함을 느꼈습니다. 효주씨 역시

 

-호감 있다는 걸 들키면 끝장.

-혹 거절당하거나 하면, 난 슬픔과 충격의 상처를 받을 것.

-이렇게 조심하는 건, 내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것.

 

라는 이야기를 하고 계시는데, 그건 사실 효주씨 자신이 상대에게 호감을 품고 있다는 걸 너무 과하게 의식해서 생긴 두려움이며, 이미 절반쯤은 그가 효주씨를 싫어하거나 귀찮아할 거라고 앞서 결론낸 채 ‘그런 상황이 올 것에 대비한 보호막’을 너무 넓게 펼친 까닭이기도 합니다.

 

보통의 경우, 그렇게 호감 가는 사람이 생기면 ‘아는 남자’의 범주에 넣었다가, 이런저런 대화하며 서로의 호감이나 인간적인 면 등을 확인한 후 ‘아는 오빠’나 ‘썸남’, 또는 ‘이제 그냥 남’의 범주로 옮기곤 합니다. 그런데 효주씨처럼 우물쭈물하는 대원들은, 애초에 상대를 ‘연예인’이나 ‘외계인’과 비슷한 범주에 넣어두고는,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와 비슷한 거리를 유지한 채 구경만 하고 맙니다. ‘아는 남자’의 범주에 넣으려는 태도 자체가 들이대는 것이며, 그러다간 상대에게 호감을 들키게 될 수 있고, 그래 버리면 내 자존심도 무너지고 비참해지며 상처받을 거라 생각하며 말입니다.

 

그러는 동안 상대에게 다가가는 보통의 여자사람 A는, 이쪽이 두려워하거나 걱정했던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하며 상대와 친해질 수 있다는 걸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이쪽은 상대와 사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1:1 카톡창구가 마련되었지만, 괜히 말 걸었다가 단답이 오거나 이쪽의 호감을 상대가 눈치채게 될까봐 그냥 방치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A는, 똑같은 그 창구를 통해 안부인사도 하고, 질문도 하고, 그러면서 수다도 떨고, 약속도 잡아가며 상대와 친해집니다. 이쪽이 ‘언젠가는 친해지길’ 기대하는 바로 그, ‘친해짐’의 상태가 되어가는 것입니다.

 

 

이건 좀 극단적인 예라 별로 공감이 안 가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여린마음동호회장인 저는 학창시절, 동네 미용실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잡는 게 좀 버거운 일이었습니다. 새로 생긴 동네 미용실에 남자 커트 비용을 묻고, 지금 가면 바로 머리를 깎을 수 있는 지 묻는 게, 당시엔 왜인지 민폐를 끼치는 일처럼 느껴졌으며 전화를 걸고 가면 ‘방금 전화해서 가격 물어본 애가 바로 쟤’라는 걸 알까 봐 전화를 못 걸었습니다.

 

때문에 슬쩍 미용실 앞을 지나며 커트 가격이 쓰여있는지를 보거나, 안에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 지금 들어가면 깎을 수 있는지를 염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것에 전혀 어려움을 안 느끼시는 어머니께, 오가시다 남자 커트 가격을 물어봐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고 말입니다.(그러면서 묻고 나서 바로 가면 저 때문에 물었던 걸 눈치챌까 봐, 다음 날 가서 깎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웃긴 일인데, 여하튼 저땐 그 전화 한 통을 걸어 묻질 못해 참 피곤하게 인생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저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윗머리가 너무 긴 것 같다며 ‘다시 가서 조금 더 잘라달라고 말하기’나 ‘머리 깎는 중에 원하는 스타일 계속 말하기’ 는 제게 너무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지난여름에는 처음 간 동네 미용실에서 아주머니가

 

“이 정도면 적당해요? 그냥, 더우니까 위에 더 짧게 자를게요.”

 

라고 말했는데, 사실 머리 깎을 때 안경을 벗어서 전혀 안 보임에도 불구하고 “네네.” 하고 말았습니다. 전문가니 알아서 해줄 거라 생각했지만, 그 결과 가족들은 절 볼 때마다 “어머어머 머리 그게 뭐야. 어디서 잘랐어? 거기 다신 가지 마.”라는 이야기를 했고 말입니다. 전 그런 얘기를 들으며, 머리 깎을 때 다 잘라놓곤

 

“너무 짧은가? 호호. 이미 잘랐는데 어떡해. 다시 붙일 수도 없고. 호호호.”

 

라고 했던 미용실 아주머니를 속으로 원망했을 뿐입니다.

 

미용실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는 것 같은 이런 작은 일들 같은 건, 잘 못 해도 사는데 큰 문제까진 안 됩니다. 불편할 뿐, 결국 가서 기다리다 깎거나 하면 되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게 ‘대인관계나 이성관계에서의 연락과 표현’에서의 문제라면, 계속 그냥 아무 일도 안 벌어지거나 혼자만 요란하게 걱정하고 고민할 뿐 실제로는 ‘안부인사 겨우 두 번’ 정도가 한 달에 상대와 나누는 사적 대화의 전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효주씨도, 구더기 무서워서 장 안 담그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뭐가 어떻게 되든 한 번 담가보겠다는 생각으로 다가가 보셨으면 합니다. ‘물에 안 들어가고도 수영 잘 할 수 있는 법’ 같은 걸 찾으시지 말고, 물 좀 먹더라도 일단 물에 들어가서 발차기부터 하는 게 맞는 겁니다.

 

효주씨가 말한 ‘여우짓’ 들이라는 건 진짜 여우들이 쓰는 방법 같은 게 아니라 보통의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들이니, 티가 나든 상대가 알아차리게 되든 일단 말을 걸고 계기를 만드는 게 좋습니다. 상대에게 호의도 보이고, 또 ‘아는 오빠 동생’ 사이에서 할 수 있는 질문들도 해가며, 연락의 빈도도 늘리고 농담도 하며 사촌 오빠 대하듯 대해도 괜찮습니다.

 

효주씨는 이걸 ‘친해지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하는데, 저러면서 친해지는 거지 친해져야 저런 걸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혹 그렇게 다가가다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거나 난감한 일이 생기면 제가 수습을 도울 테니, 구경만 하는 건 그만하시고 내가 본 일본영화나 내가 들은 일본 소식, 일본어 공부하다가 든 의문점이나 일본여행에 관해 상대가 대답해 줄 수 있는 것 등을 앞세워 대화해보시길 권합니다. 그렇게 말 걸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으며 그게 다 ‘연애하려는 수작’인 것으로만 보이는 것은 절대 아니니, 인간적으로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으로 말 걸어 보시길!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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