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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6)

제게 호감이 있었다는 여자. 그런데 지금은 미지근해요.

by 무한 2019. 3. 7.

같은 ‘호감’이란 단어를 쓰더라도, 그건 쓰는 사람에 따라 의미가 다를 수 있다. 누구는 모임에서 눈에 띄는 사람을 발견한 걸 두고 호감이라 할 수 있고, 누구는 그 사람과 대화하며 신기하게 잘 통하는 걸 느껴 계속 대화하고 싶어하는 걸 호감이라 할 수 있으며, 또 누구는 그 사람에게 푹 빠져 계속해서 생각나고 어떻게든 계기를 만들어 만나고 싶어하는 걸 호감이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여기서 보기에 H씨의 사연 속 그녀가 말하는 호감이란

 

-모임 내에서 눈에 띄는 사람(H씨)이 생겨 친해지고 싶었던 것.

 

정도였던 것 같은데, H씨는 그녀의 ‘네게 호감이 있었다’는 말을 듣고는

 

-나에게 완전히 반해선 사귀고 싶었던 것.

 

으로 착각한 것 같다. 때문에 H씨는 ‘상대는 내게 호감을 가졌었다고 하니, 내가 조금만 더 잘하거나 설득하면 잘 될 수 있을 것’이라고까지 생각하게 되었는데, 애석하게도 난 거기에 ‘호감에 대한 의미의 차이’가 있으며 ‘이전 호감의 유효기간은 지난 것’이란 이야기를 해줘야 할 것 같다.

 

제게 호감이 있었다는 여자. 그런데 지금은 미지근해요.

 

 

조금만 뭘 더 하면 잘 될 거라 생각하는 H씨의 예상과 달리, 현재의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이 정도면 여자의 어장관리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며, H씨가 혼자 잘해주려다 지쳐 그만두려고 할 때마다 상대가 묘한 자극을 하는 까닭에 쉽게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질투가 심한 H씨는 종종 욱하곤 하는데, 그럴 때 상대에게 따지면 상대는

 

-네가 지금 나에게 이러는 걸 보며 내가 널 좋아할 수 있겠냐.

-이번 일로 네가 쉽게 포기하는 남자라는 걸 알았다.

-넌 지금 내게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거였다. 다르게 말했어야 한다.

 

라는 이야기를 한다. ‘지금의 네 행동으로 인해 넌 내게서 더 멀어지게 된 거다’라는 뉘앙스인데,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그럼, 그 행동을 안 했으면 가까워질 수는 있었나?

 

라는 걸 생각해보면 그럴 것 같지도 않다. 터놓고 그녀에게 저렇게 물어보면,

 

“그건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거지.”

 

정도의 대답만 할 것 같고 말이다.

 

그녀는 자신이 H씨에게 호감이 있었으며 당시 다가가려 는 걸 H씨가 받아주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 부분 역시 그녀의 말이 그런 거지 이렇다 할 액션이랄 건 없었다. H씨도 이해하기 힘든지 직접 그녀에게 ‘내가 언제 밀어냈냐’고 묻기도 했는데, 그녀는 ‘따지는 거냐. 너의 그런 태도를 보고 내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냐’는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다른 지점들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그녀는 H씨가 노력해서 자신의 마음을 돌릴 수도 있을 것처럼 말했는데, 그러면서 모임의 다른 남자 회원과는 썸을 타는 것처럼 지내기도 하며, H씨에게 허용해주는 시간은 자신에게 별 약속이 없거나 심심할 때가 전부다. H씨에게 먼저 관심을 갖고 묻는 일은 없으며, H씨와의 관계에 집중하려는 태도 역시 볼 수 없다. 이런 시간들이 길어지는 것에 답답해진 H씨가 하소연을 하면, 그녀는 H씨의 그런 말과 행동을 탓할 뿐이고 말이다.

 

 

H씨는 내게

 

“보통의 여자였으면 제가 따져 묻거나 하소연했을 때 학을 떼고 도망쳤을 텐데, 상대는 그러지 않거든요. 그리고 제가 뭘 사 들고 가거나 잠깐 보자고 하는 걸 말리지도 않아요. 전혀 호감이 없는 거라면 거절했을 텐데요.”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H씨의 말대로 그건 ‘보통의 여자’일 때의 이야기인 거고, 그러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대답을 해줘야 할 것 같다. 친목 모임에서 홍일점이 되는 걸 즐기는 타입의 사람들에게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특징인데, 그들은 굳이 애써 정리하거나 거절하지 않으며 팬이 된 사람들의 관심과 헌신을 즐기곤 한다. 난 매뉴얼을 통해 이런 부류의 사람을 ‘여왕벌 타입’이라고 설명한 적 있는데, 현재 상대가 H씨를 대하는 태도는 그것과 같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난 H씨에게, 거기서 될 때까지 고백을 해보겠다며 편지 같은 걸 열심히 쓰는 건 이제 그만두길 권하고 싶다. 반성문 100장에 연애계획서 100장, 그리고 원하는 대로 고백도 해주고 연애하면 충성충성하겠다는 이야기를 해봐야 지금보다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아지진 않을 것이다. 상대에게선 이 관계에 집중하려는 태도나 H씨와 진지하게 대화를 해보려는 태도가 보이질 않는데, ‘예전에 너에게 호감 있었다’는 그 유효기간 지난 말만 붙잡고 애쓰는 건 바보 같은 짓일 뿐이다.

 

더불어 지금은 당장 조금만 뭘 더 하면 될 것 같아서 H씨가 억지로라도 어떻게 이어보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두 사람이 연애할 경우 H씨 앞엔 행복보다, 엄청난 고난과 마음고생이 더 많이 존재할 거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상대가 H씨의 고백을 받아줬다 치고, 왜 내 인맥에 간섭하냐고 하면 H씨는 할 말이 있는가? 나가기 싫어서 안 나갈 거라며 데이트 거절하면 뭐라고 할 생각인가? 연애하는 거 티 내고 싶지 않다며 모임에선 비밀로 하자고 하며 지금처럼 다른 이성 회원들과 상대가 어울리면? 너무 답답해서 H씨가 꾹꾹 눌러 쓴 편지를 상대에게 줬는데 상대가 며칠씩이나 읽는 걸 미루며 다른 핑계를 대면?

 

지금과 같은 그런 상황은 썸이라기보다는 팬클럽에 가입한 것에 가깝고, 이대로라면 노력할수록 지적만 당할 수 있으며, 정성을 들인다고 그게 전부 ‘합격했으니 연애 시작’으로 등가교환 되는 것이 아니고, 운 좋게 연애를 시작한다 해도 이 기울어진 관계가 평평해지진 않을 수 있다.

 

난 H씨가 사실 상대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거나 잘 통한다고 생각해서 고백하려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그 시발점이 된 게 ‘너에게 호감있었다’는 상대의 말 때문인 거라 생각하는데, 여하튼 연인이라는 간판을 걸지 않았을 때에도 서로에게 집중하며 손톱만큼의 애정이라도 보여야 뭐가 되도 되는 것이니, 얼른 사귀지 못해서 안달이 된 남자의 모습에서 벗어나 사람 대 사람의 동등한 관계로 지내봤으면 한다. ‘난 상대를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며 상대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있다. 꼭 사귀지 않더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친해지고 싶다.’ 정도의 마음으로 대해 보길 바라며,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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