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서 그린라이트인지를 알아보려면 ‘주말에 상대와 단둘이 만나도 이상할 것 없는 관계인가?’를 확인해보는 게 좋다. 평일에 회사 끝나고 맥주 한잔 하는 건 상대가 사교적이기만 해도 가능한 일이지만, 이렇다 할 이슈도 없는데 굳이 따로 약속을 잡아 주말에 만나는 건 어느 정도 호감이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요청을 했을 때, 상대가
‘주말에? 단둘이? 너랑? 왜?’
라는 뉘앙스로 이야기를 한다거나 ‘나중에’라는 기약도 없이 거절할 것 같다면, 그 관계는 그린라이트로 보긴 아무래도 어려운, 그냥 ‘친한 직장동료’ 정도인 거라 생각하는 게 맞겠다.
이렇게만 적어 놓으면 사연의 주인공 E씨는
“그럼 전 그린라이트가 아닌 건가요? 그녀와 저의 관계는 다른 직원들과는 분명 다르며, 여러모로 봐도 ‘응?’ 하게 되는 부분이 정말 많았는데요. 또, 말씀드렸듯 그녀가 제게 여지를 보인 부분도….”
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E씨의 사연엔 그런 긍정적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 있는 반면 ‘아, 이러면 나가린데….’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 특히 상대가 E씨에 대해 타이르듯 선을 긋는 부분을 보면,
“응 연애감정 아니고, 부사수이자 내게 잘하려고 하니까 나도 잘해준 거야.”
라는 느낌이기도 하다. 마니또 같은 관계라서 열심히 챙기며 잘해준 느낌이랄까.
현 상황을 좀 바꾸어, E씨가 사수이며 부사수인 신입 여직원이 있다고 해보자. 그곳은 남초 직장이며, 그래서 그녀는 좀 겉돌 때도 있고 E씨에게만 더 의지하려는 경향도 있다. 그렇다면 E씨도 그녀가 보이지 않을 때 그녀가 어디 있는지 물으며 챙길 것이며, 그녀가 혼자 밥을 먹고 있을 경우 앞이나 옆으로 가서 앉을 수도 있고, 또 서먹하게 다른 사람과 걸어가고 있으면 달라붙어서는 참견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건 ‘이성으로서의 관심’이라기보다는 ‘내 직속 부사수니 소 닭 보듯 하거나 혼자 뭘 하도록 방치하진 않기’의 연장선 위에 있는 것이고 말이다.
물론 현 상황이 그렇다고 해서 ‘더 가까워질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좀 더 둘의 링크를 많이 만들어가며 ‘특별함’이나 ‘유일함’을 부여할 수 있긴 한데, 그러기 위해선 E씨의 경우 ‘뭔가를 더하는 노력’ 보다는 ‘뭔가를 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E씨는 현재
-그린라이트인가? 그렇다면 조만간 연애 시작?
-지금은 좀 더 내가 구애를 해야 하는 상황인가?
-어떤 전략을 세워 다가가야 연애로 이어질 수 있는가?
등에 대한 답을 알고 싶어 하는 중인데, 바로 그 ‘연애로 이으려 하는 E씨의 태도’가 현재 둘의 관계를 망치고 있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상대는 좀 더 성숙하게 교류할 수 있는 관계를 생각하는데, E씨는 상대에게 호감이 있는 것 같으면 얼른 사귀어 아기자기한 데이트도 하고 싶어 하며, 서로에게 푹 빠져 거리감 없는 사이로 지내고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상대의 어른스러운 모습에 반했다는 E씨는 그런 상대에게 어리광을 부리려고 하며, 상대의 상황이나 사정까지를 생각하지 않은 채 여유 없이 조르는 모습을 보인 적도 있다. 어쩌면 두 사람이 친하며 남들보다 훨씬 친근한 사이라 생각해 그런 걸 수 있는데, 여하튼 상대는 그런 모습을 정확하게 지적한 적 있으며, ‘공과 사의 구분’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상대에게 뭔가를 제안하고 그게 기대 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칭얼거리는 건 둘의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뿐이니, 뭘 더 새롭게 벌이기보다는 비뚤게 나아가고 있는 부분들을 단속하는 것에 집중했으면 한다.
역시나 이렇게만 적어 놓으면 또 E씨는
“그럼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건가요? 그냥 공적인 사이라는 것에 신경 쓰며, 따로 뭘 더 하진 말라는 거죠? 그렇게 가만히만 있어도 가까워질 수 있는 건지 솔직히 모르겠네요….”
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질 수 있는데, 이미 E씨는 상대를 심쿵하게 하는 행동이라든가 ‘사수와 부사수’의 관계를 활용해 둘을 엮는 걸 잘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도 둘이 잘 맞는 것 같다거나 커플 같아 보인다는 얘기를 하는 건데, 그러던 중 상대가 더 집중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시점에도 계속 E씨가 ‘내 모든 패’를 다 펼쳐서 보여주려고만 하니, E씨는 오히려 모든 지점에서 예상 가능한 사람이 되며 거기다 ‘칭얼거리기’가 더해져 애처럼 여겨지는 길을 걷게 된 거라 할 수 있겠다.
더불어 상대와 함께 뭔가를 더 하는 건 ‘상대가 한 말들’에서 그 힌트를 찾았으면 한다. 상대가 “나중에 ~할 땐 나한테 ~해.”라는 뉘앙스로 말했던 것들이 있잖은가. 그걸 ‘그린라이트라는 증거’로 여기고만 있지 말고, 상대가 말했던 그런 부분들을 활용하면 된다. 나아가 자꾸 더 확인하고 ‘확실한 증거’만 찾으려 하지 말고, 데이트와 스킨십만 없을 뿐 이미 연애가 시작했다는 생각으로 상대에게 마음 쓰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니, 그래도 되는 좋은 상황에 있는 E씨는 그 기회를 잘 살렸으면 한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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