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남의 얘기일 땐
‘저 사람들은 뭐 아무것도 없는데 착각을 하냐 ㅋㅋㅋ 트레이너, 수영강사, 헤어디자이너, 참 다양하게들 착각하네 ㅋㅋㅋ’
라는 생각을 하지만, 그게 자기 이야기가 되면 다들
“무한님 제 경우는 이거, 진짜인 것 같거든요? 서비스직 남자들에게 착각하는 거 저도 뭔지 알아요. 근데 저는 그거랑 좀 다른 거 같거든요? 절 보고 상대가 웃는 모습이라든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질문을 하는 거라든지, 아무튼 저를 의식하는 게 분명해요. 거기 다른 남자쌤도 있는데, 그 쌤이랑도 제 얘기를 한 것 같거든요? 이 정도면 ‘서비스직 남자에게 착각’ 그거랑은 분명 다른 것 같은데, 무한님이 보시기엔 어떠신가요?”
라고 합니다. 차가운 농촌남자인 저는
“네, 뭐…, 아무튼. 상대랑 사적으로 연락은 하시나요?”
라며 몸쪽 꽉 찬 직구부터 던져보는데, 그 공을 받아 쳐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아뇨. 연락을 하는 건 아닌데, 분명 그 눈빛이랑 미소가….”
라는 대답을 하기 마련이며, 사적으로 연락하고 지낸다고 답해 무슨 연락인지 들여다 보면, ‘다음 레슨시간 조율’이나 ‘다음에 볼 때 챙겨야 하는 것 공지’에 농담 하나 정도 더한 메시지가 담겨 있곤 합니다.
하도 이런 사연이 많아, 저는 [서비스직 상대와의 관계, 썸인지 알아보는 자가확인법(링크)]이라는 매뉴얼을 발행한 적도 있습니다. 딴 사람의 사례는 누가 봐도 서비스직인 거지만 자신의 경우는 의료서비스이니 다르다고 말하거나, 자신의 사례엔 ‘서비스 플러스 알파’가 있었으니 그 ‘알파’까지를 판단해달라고 하는 분들이 많아서 말입니다.
여하튼 그래서 전 저 매뉴얼에서
-상대가 연락처를 물었으며 선톡을 했는가?
-상대가 만나자고 했는가?
-상대와 계속 연락하며 지내는 중인가?
라는 물음들로 자가확인을 해보길 권했는데, K양의 이번 사연은 사실, 저 확인법을 사용하기에도 머쓱할 정도이긴 합니다. 그간 제게 도착했던 사연들엔 그래도 ‘밖에서 둘이 저녁 먹은 적 있음’이나 ‘갠톡하며 기프티콘까지 주고받는 사이’라는 부분들이 있는데, K양의 사연은….
“제가 웃으면 상대는 수줍게 따라 웃었어요.”
“다음엔 오후 2시에 보는 거냐면서 굳이 말을 걸었어요.”
“다른 쌤이랑 제 이야기를 했나 싶을 정도로, 그들 간의 눈빛 교환이 있었어요.”
저 의혹들에 대한 대답은, K양을 위해서나 저를 위해서나 생략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저도 밤낚시를 가서 한참이나 입질감지기를 주시하고 있다 보면-그게 입질이 있을 경우 초록색에서 빨간색으로 변함에도 불구하고- 초록색이지만 방금 살짝 움직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서 고개를 기울여 보기도 하고 보는 위치를 달리 해보기도 하는데, 아무튼 그거랑 똑같은 행동이라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살짝 움직인 것 같든 아니든, 아무튼 지금 바늘엔 고기가 안 달려 있는 거라고 말입니다.
이 사연은 K양이 혼자 희망회로를 너무 과하게 돌리다가 헛것(응?)을 본 게 너무 분명한 사연이고, 전 그래서 ‘오해인 것 같다/오해는 아니다’에 대해 말하기보다는, 중간에 K양이 한 헛발질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K양은 상대와 몇 번 마주하다가, 자신의 호감이 커지며 자꾸 헷갈리니
-일부러 눈 안 마주치고, 굳은 표정으로 대하기.
를 하지 않았습니까? 바로 저 지점이 상대로 하여금
‘뭐야…. 이 사람 이상해….’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시발점이며, 그렇게 혼자 북과 장구를 치고 난 뒤, 상대에게
“혹시 제가 기분 나쁘게 한 거 있나요?”
라는 질문까지를 하고 나면, 그건 그냥 칼춤을 추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저 물음에 상대가 ‘그런 거 없다, 정말 뭐 기분 나쁘거나 한 거 전혀 없다’는 대답을 했기에 K양은 안심하게 된 것 같은데, 전 그 지점에서 상대의 마음속에 ‘K양 위험 주의보’가 발령되었다 생각합니다. 그런 까닭에 마지막 부분에선 철저하게 공사를 구분해, 최대한 사무적으로 대한 것이라 생각하고 말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K양이 제게 말한
“착각이었던 거라면 착각이었던 걸로 하고, 아무튼 전 좀 진전을 시켜보고 싶어요.”
라는 것에 쉽게 대답하기 힘들다는 말씀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중반쯤 제게 사연을 주셨다면 칼춤은 막을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긴 하는데, 여하튼 이제 상대와 마주할 일도 다 없어져 버린 지금은 ‘상대의 친절함을 호감으로 오해했던 것으로….’ 라고 결론짓는 게 가장 나을 것 같습니다.
좀 잔인한 일이긴 하지만, K양이
“상대는 시그널을 보냈는데, 제가 철벽을 쳐서 망쳐버린 건 아닌지….”
라고 하는 것엔, ‘그것까지가 착각’이라는 묵직한 팩트 돌직구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저도 이러고 싶진 않은데, K양이 여전히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일상생활을 잘 못 할 정도라고 하셔서 말입니다. 보통의 경우 이런 계기가 생겼을 때 어떻게 길을 트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워낙 각색요청을 많이 하신 까닭에 더 말하기가 어려우니, ‘서비스직인 상대와 잘 된 사례들’에 대해선 나중에 한번 따로 매뉴얼로 발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불금 보내시길 바라며,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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