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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으로 “심남이님!” 하고 불러 놓고는, 상대가 답하자.

 

“아니에요. 담에 말씀드릴게요~”

 

라고 한 건 ‘말을 건 것’이라고 보기가 어렵다. 난 가끔 모태솔로부대원들이 저런 짓(응?)을 해놓고는

 

“전 진짜 용기 내서 말을 건 건데 바로 답장이 온 것도 아니었고…. 근데 사실 저렇게 제가 ‘아니에요’라고는 했지만 궁금해서라도 다음에 다시 말을 걸어올 거라 생각했거든요. 근데 그냥 그 대화가 전부였고, 이후에는 뭐가 없네요.”

 

라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놀텍을 한 알씩 먹곤 한다. 놀텍은 주황색의 타원형 장용성 필름코팅정제로 역류성 식도염 치료에 쓰이는데,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는 답답함에 위산이 역류하는 것 같아 복용 중이다.(응?)

 

심남이에게 말은 걸었어요, 근데 제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현재, 사연의 주인공인 가을양과 상대의 관계는 ‘썸’이 아니며, ‘친한 이성’도 아니고, ‘친한 동료’도 아니며, 그냥 ‘직장 동료’라는 걸 잊지 말자. 상대에게 호감을 품은 가을양은 오른손에 백김칫국, 왼손에 열무김칫국을 든 채 이상한 기대들을 하고 있는데, 상대가 어디 사는지도 아직 모르는 와중에 저절로 뭔가 다 이루어지며 확실한 구애까지가 이어지길 바라고 있으면 곤란하다.

 

“회사에서 둘이 있게 되었을 때 말을 건 적이 있어요. 그런데 상대가 제게 말할 때는, 호감 있는 이성에게 말할 때 볼 수 있는 긴장이나 쑥스러움 그런 게 없이, 그냥 감정이 전혀 담겨 있지 않은 듯한 말들을 하더라고요. 제가 물어보니까 대답해주는, 그런 영혼 없는 대화 같은 느낌이었어요.”

 

갑자기 막 그렇게 실망만 할 게 아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가을양 역시 상대에게 별 호감 없이 지내왔던 이전의 날들 동안, 바로 그런 태도로 상대를 대하지 않았는가. 때문에 상대의 반응은 아주 정상적인 것이었으며, 가을양이 대화 중 관찰만 하고 있을 때도 상대가 어색하지 않게 여러 주제를 꺼내 대화를 이어갔다는 점에서 오히려 긍정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가을양은 어땠는가.

 

“상대가 영혼 없는 말 같은 걸 계속하고, 저는 그냥 리액션만 해주는 우스운 꼴이 된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제가 지쳐 먼저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런 식이라면, 앞으로 가을양이 상대와 나누게 되는 모든 대화 그리고 상대의 반응은, 모두 가을양에게 실망과 불만족이 될 수밖에 없다. 가을양이 그저 어벤져스 얘기만 살짝 꺼냈는데, 상대가 먼저 영화 같이 보러 가자고 하며 예매까지 자신이 하겠다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가을양은 실망하며 지금처럼

 

“우리 둘의 마음의 크기가…, 서로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라는 이상한 얘기들만 하게 될 테니 말이다.

 

그간 내가 매뉴얼을 통해, ‘오가는 간식 속에 싹트는 우리 정’이라며 간식도 나눠 먹길 권했었고, 어디 다녀올 일이 생기면 상대 기념품이라도 챙겨주란 얘기를 했었으며, 연애할 생각은 좀 나중에 하고 일단 같이 치맥을 하든 커피를 마시든 그게 어색하고 이상하지 않은 관계를 먼저 만들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가을양은 그런 걸 할 엄두를 전혀 내지 못한 채, 오히려 상대가 해외여행 다녀왔는데 가을양을 위한 기념품 같은 걸 사 오지 않을 경우 ‘역시 나에 대한 호감이 없는 건가. 내게 관심이 있었다면 챙겨 왔을 텐데….’할 기색만 보이고 있으니, 이대로라면 그냥 뭐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채 실망의 상처만 잔뜩 받게 되는 게 필연일 것 같다.

 

 

“여유 있게 기다리기엔 너무 예민하고 곤두선 제 자신이 버겁고, 맘을 애써 끊어내기엔 아쉬운 기분이 듭니다. 이렇게 목을 매는 제 상태를 보면, 이 관계가 과연 긍정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기는 할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기대와 상상, 그리고 실망 말고는 가을양이 아직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걸 난 다시 한번 말해주고 싶다. 상대에게 멍석이라도 깔아준 뒤에 상대로부터 이렇다 할 액션이 없어서 속상하다고 하는 거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가을양은 그냥 멍석을 깔려던 중 혼자 부정적인 상상을 한 후 깔던 멍석을 접어 버린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건 당연한 건데, 한술 뜨고는 배가 안 부르다며 상을 물러버리는 느낌이다.

 

둘의 카톡만 봐도, 상대가 평균 다섯 마디 하는 동안 가을양은 한 마디 하며 대화를 마무리하지 않는가. 다른 사람들에게 둘의 대화를 보여주면

 

-여자가 대화를 불편해하는 것 같음.

-남자가 고맙다고 하는 부분에서도, 여자가 대꾸를 안 하네.

-여자는 ‘넵, 넴, 넹, ㅋㅋ’ 라고 말하는 걸 고쳐야 할 듯.

 

라는 이야기가 들려올 게 분명하니, 기대 대로 상대가 움직여 주지 않는 ‘3%’에만 집중하지 말고, 가을양이 그냥 ‘친한 동료’도 못 되고 있는 ‘97%’에 더 신경 쓰도록 하자. 마침 둘이 사내메신저로 하루종일 수다 떨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협업까지 진행 중이라 하니, 질문도 많이 하고, 가벼운 내기도 하며, 고생했다고 커피나 간식도 쏘고, 그러면서 점점 친해져 둘이 얘기 나눈 회사 근처 맛집에서 저녁 약속 잡는 걸 목표로 해보자. 다짜고짜 상대가 무릎 꿇고 구애하길 바라는 어려운 길을 가지 말고, ‘되는 것’을 함께 하는 쉬운 길로 가길 바라며,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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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로마2019.05.02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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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님께는 실례되는 말이지만.. 뭔가 너무 날로..? 드시려는 것 아닙니까..? 그 희박한 로또도 사야 당첨이 되는데 .. 로또를 사는 것 같은 자근 투자도 하나 안 하셨네요 지금..!

noname_K2019.05.0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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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떨어지길 기다리며 그 아래서 입 벌리고 누워만 계시는것 같아요. 누가 그 감 까지 따 가기 전에 일어나서 나무를 타던, 막대기로 흔들던 해야할 것 같습니다.

장미2019.05.0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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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짜고짜 상대가 무릎 꿇고 구애하길 바라는 어려운 길을 가지 말고, ‘되는 것’을 함께 하는 쉬운 길로 가길 바라며...아 역시 무한님의 찰떡같은 비유에 무릎을 탁 쳤네요^^
가을양의 썸을 응원해요. 화이팅!!!

ui2019.05.0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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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 가을양 힘내요. 누구보다 본인이 젤 갑갑하겄징.

피안2019.05.0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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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ㅋㅋ2019.05.0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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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오른손엔 백김칫국 왼손엔 열무김칫국
비유가 넘 웃겨요ㅋㅋ

푸휴푸퓨2019.05.02 19: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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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 사진 글씨에 색깔이 들어갔네요:D 신선한 기분!

지금 잠이옵니까2019.05.02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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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었습니다 😆
사연자님 같은 상황,
종종 벌어지는 일이긴 하지만 어려운 것 같아요

찐 고구마랑 삶은 달걀2019.05.02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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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세요.
긴 호흡 가지시면 잘 될 거 같아요.

2019.05.03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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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댓글입니다

아참~2019.05.0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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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글은 참 별로네!

그냥 보여주시면 안돼요?

다 같이 보고 의견 교환하면 더 좋을듯..

ㅁㅍㄹ2019.05.0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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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해도 친해지는건 유치원이 끝입니다.
리액션을 하지 말고 액션을 하세요.

jshin862019.05.03 06:2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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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사람이네요.
지 마음을 상대가 다 알아서 reaction 해주길 기대 하는거 같읍니다.

룰루2019.05.0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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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마음을 알아버리면, 조급함이 따라오기 마련이죠..
연애 잘 하고싶어요 ㅠ
'되는 것'을 함께하는 쉬운길로 가길 바란다... 넘 와닿아요!!

용기를 가지세요2019.05.0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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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분께 거절당하거나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어색한 관계가 될까봐 걱정돼서 그러실 수도 있으신 것 같아요 왜냐면 제가 저랬거든요 ㅠㅠ 그래서 그냥 친구한테 다가가듯이 당신이랑 친해지고 싶어요, 이 마음으로 대했더니 자연스럽게 서로 호감이 쌓이고 연인이 되더라구요! 이성으로서가 아니라 우선 친한 친구로서 친해져보시면 어떨까요? 홧팅입니다!

Ace2019.05.03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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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달걀님 리플처럼 길게 보고 다가가시면 잘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근데 가을 님 지금 심남이를 너무 어마무지하게 의식하고 있는 것 같아서 ㅠㅠ 일단 본인 마음부터 진정 좀 시키는 게 먼저일 것 같아요! 무념무상이어야 잘 될 텐데 두 가지 동시에 하기가 쉽지가 않은 듯.

나도 비밀글 좀..2019.05.0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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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메신저로 대화가 가능하다니 참 대단하고 다행스럽네요..

인연의 끈이 끊어진건 아니니 사연자님이 많이 힘내세요.

남자사람입니다.2019.05.0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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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경우에 남자분이 관심이 없으신듯 하네요.

진심으로 의견 준다면 마음 접으세요.

Years2019.05.0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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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여자가 먼저 대시하기도 하고 프로포즈도 먼저 하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주류는 남자가 대시하거나 고백하는 것을 '괜찮은 루트' 라고 생각하죠. 연인이 된 바에야 둘 중 누가 더 좋아하든 관계없건만 여전히 남자가 더 좋아하고 여자가 사랑받는 커플이어야 아름답고 안정적이라고 생각하고, 그 반대이면 여자를 좀 불쌍해하는 경향마저 있습니다. 남자가 따라다녀 여자가 받아준 것은 괜찮아도 여자가 따라다녀서 남자가 받아준 것은 불안정한 사랑인 양 보는 시선도 많구요.

당차고 주체적인, 적지 않은 여자분들이야 '남이 뭐라 생각하든 무슨 상관이냐' 하며 먼저 호감도 표시하고 만남도 제안해가며 둘 관계를 리드하겠지만 세상엔 소심한 사람도 있는 법이죠. 여자가 먼저 좋아하는 걸 들키는 것만으로도 창피하다고 생각하거나, 남자가 자기를 쉽게 볼거라고 지레 걱정하는 사람들도 흔하구요.

사연자님이 헤매는 포인트가 여기예요. 날로 먹고 싶어한다기보다는, 이미 여자가 먼저 좋아하는 관계로 시작이 되어버렸는데 `남자가 여자에게 호감을 갖고 리드하여 여자는 그 호감을 받아주며 연애가 시작되는` 스테레오타입의 루트를 바라고 있는 거지요. 그러니 자기가 마음이 티가 날 언행도 차마 못하고, 말을 걸기만 해놓고 남자가 리드해주기를 바라며 현실과 기대 사이에서 실망하는 거예요.

날로 먹으려 하지 말고 뭐라도 적극 나서서 하라고 하면 아마 사연자님은 선뜻 안 될 겁니다. 그보다 스스로에게 먼저 해봐야 하는 질문이 있거든요. 내가 더 좋아해도 상관없는가? 내가 더 리드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티내도 괜찮은가? 그러다 거절당해도,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는 뭐라도 시도해보고 싶은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을 때 너무 창피하고 남에게 연애사를 말도 못할 것 같고 부끄럽고 자존심 상하고 화날 것 같으면 그 관계는 포기하고 '먼저 호감 보여줄 남자' 만 찾는 수밖에 없어요.

그러기 싫고, 그 남자가 정말 마음에 들고, 잘 해보고 싶고, 내가 더 좋아해도 까짓거 내가 더 좋아해주면 되지! 맘먹을 수 있고, 거절당해도 그래도 아무 것도 안 한 것보단 나았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되면, 그러면 아마 스스로 먼저 적극적으로 돌다리를 놓아가며 다가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중요한 건 그거예요. 스테레오 타입에서 흔히들 말하는 '여자로서 자존심 상하는' 부분들을 극복할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를 자기에게 먼저 물어야 하는 거죠.

스테레오 타입 안에서의 연애를 원한다 하더라도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호감을 표해오는 남자들하고만 연애하면 대체로 권태기도 빨리오고 내가 좋아한 것만한 애정이 안 쌓인다 하거든요. 저는 호감표현과 데이트제안 등등은 적극 먼저 하지만 본격 고백은 받고 시작하는 타입이구요. 뭐든 장단점을 고민해본 후 자기가 할 수 있고 원하는 방식으로 하면 되지요.

지금처럼 전혀 뭘 한 것도 없이 기대하는 것의 실체가 뭔지 찬찬히 직시하시고, 자존심 내려놓고 호감을 들켜도 좋으니 먼저 다가갈 것인가부터 한번 진지하게 결정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응원할게요. 일단 무한님 말씀처럼 친해지는 것부터 ^^

우와2019.05.13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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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님도 years님도 어쩌면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깊이 잘 아실까..좋은 글 감사해요.

연애의자존감 2019.06.0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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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rs 님 정말 재대로 해석하셨네요~
너무나도 공감합니다 고마워요 :)

희서니2019.05.11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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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고 갑니다! 글감사합니다

오마이걸2019.06.17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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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블로그 전 왜 지금알았죠? 글 몇개읽는데 쪽집게셔요.....완전 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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