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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6)

심남이에게 말은 걸었어요, 근데 제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by 무한 2019. 5. 2.

카톡으로 “심남이님!” 하고 불러 놓고는, 상대가 답하자.

 

“아니에요. 담에 말씀드릴게요~”

 

라고 한 건 ‘말을 건 것’이라고 보기가 어렵다. 난 가끔 모태솔로부대원들이 저런 짓(응?)을 해놓고는

 

“전 진짜 용기 내서 말을 건 건데 바로 답장이 온 것도 아니었고…. 근데 사실 저렇게 제가 ‘아니에요’라고는 했지만 궁금해서라도 다음에 다시 말을 걸어올 거라 생각했거든요. 근데 그냥 그 대화가 전부였고, 이후에는 뭐가 없네요.”

 

라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놀텍을 한 알씩 먹곤 한다. 놀텍은 주황색의 타원형 장용성 필름코팅정제로 역류성 식도염 치료에 쓰이는데,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는 답답함에 위산이 역류하는 것 같아 복용 중이다.(응?)

 

심남이에게 말은 걸었어요, 근데 제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현재, 사연의 주인공인 가을양과 상대의 관계는 ‘썸’이 아니며, ‘친한 이성’도 아니고, ‘친한 동료’도 아니며, 그냥 ‘직장 동료’라는 걸 잊지 말자. 상대에게 호감을 품은 가을양은 오른손에 백김칫국, 왼손에 열무김칫국을 든 채 이상한 기대들을 하고 있는데, 상대가 어디 사는지도 아직 모르는 와중에 저절로 뭔가 다 이루어지며 확실한 구애까지가 이어지길 바라고 있으면 곤란하다.

 

“회사에서 둘이 있게 되었을 때 말을 건 적이 있어요. 그런데 상대가 제게 말할 때는, 호감 있는 이성에게 말할 때 볼 수 있는 긴장이나 쑥스러움 그런 게 없이, 그냥 감정이 전혀 담겨 있지 않은 듯한 말들을 하더라고요. 제가 물어보니까 대답해주는, 그런 영혼 없는 대화 같은 느낌이었어요.”

 

갑자기 막 그렇게 실망만 할 게 아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가을양 역시 상대에게 별 호감 없이 지내왔던 이전의 날들 동안, 바로 그런 태도로 상대를 대하지 않았는가. 때문에 상대의 반응은 아주 정상적인 것이었으며, 가을양이 대화 중 관찰만 하고 있을 때도 상대가 어색하지 않게 여러 주제를 꺼내 대화를 이어갔다는 점에서 오히려 긍정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가을양은 어땠는가.

 

“상대가 영혼 없는 말 같은 걸 계속하고, 저는 그냥 리액션만 해주는 우스운 꼴이 된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제가 지쳐 먼저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런 식이라면, 앞으로 가을양이 상대와 나누게 되는 모든 대화 그리고 상대의 반응은, 모두 가을양에게 실망과 불만족이 될 수밖에 없다. 가을양이 그저 어벤져스 얘기만 살짝 꺼냈는데, 상대가 먼저 영화 같이 보러 가자고 하며 예매까지 자신이 하겠다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가을양은 실망하며 지금처럼

 

“우리 둘의 마음의 크기가…, 서로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라는 이상한 얘기들만 하게 될 테니 말이다.

 

그간 내가 매뉴얼을 통해, ‘오가는 간식 속에 싹트는 우리 정’이라며 간식도 나눠 먹길 권했었고, 어디 다녀올 일이 생기면 상대 기념품이라도 챙겨주란 얘기를 했었으며, 연애할 생각은 좀 나중에 하고 일단 같이 치맥을 하든 커피를 마시든 그게 어색하고 이상하지 않은 관계를 먼저 만들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가을양은 그런 걸 할 엄두를 전혀 내지 못한 채, 오히려 상대가 해외여행 다녀왔는데 가을양을 위한 기념품 같은 걸 사 오지 않을 경우 ‘역시 나에 대한 호감이 없는 건가. 내게 관심이 있었다면 챙겨 왔을 텐데….’할 기색만 보이고 있으니, 이대로라면 그냥 뭐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채 실망의 상처만 잔뜩 받게 되는 게 필연일 것 같다.

 

 

“여유 있게 기다리기엔 너무 예민하고 곤두선 제 자신이 버겁고, 맘을 애써 끊어내기엔 아쉬운 기분이 듭니다. 이렇게 목을 매는 제 상태를 보면, 이 관계가 과연 긍정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기는 할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기대와 상상, 그리고 실망 말고는 가을양이 아직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걸 난 다시 한번 말해주고 싶다. 상대에게 멍석이라도 깔아준 뒤에 상대로부터 이렇다 할 액션이 없어서 속상하다고 하는 거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가을양은 그냥 멍석을 깔려던 중 혼자 부정적인 상상을 한 후 깔던 멍석을 접어 버린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건 당연한 건데, 한술 뜨고는 배가 안 부르다며 상을 물러버리는 느낌이다.

 

둘의 카톡만 봐도, 상대가 평균 다섯 마디 하는 동안 가을양은 한 마디 하며 대화를 마무리하지 않는가. 다른 사람들에게 둘의 대화를 보여주면

 

-여자가 대화를 불편해하는 것 같음.

-남자가 고맙다고 하는 부분에서도, 여자가 대꾸를 안 하네.

-여자는 ‘넵, 넴, 넹, ㅋㅋ’ 라고 말하는 걸 고쳐야 할 듯.

 

라는 이야기가 들려올 게 분명하니, 기대 대로 상대가 움직여 주지 않는 ‘3%’에만 집중하지 말고, 가을양이 그냥 ‘친한 동료’도 못 되고 있는 ‘97%’에 더 신경 쓰도록 하자. 마침 둘이 사내메신저로 하루종일 수다 떨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협업까지 진행 중이라 하니, 질문도 많이 하고, 가벼운 내기도 하며, 고생했다고 커피나 간식도 쏘고, 그러면서 점점 친해져 둘이 얘기 나눈 회사 근처 맛집에서 저녁 약속 잡는 걸 목표로 해보자. 다짜고짜 상대가 무릎 꿇고 구애하길 바라는 어려운 길을 가지 말고, ‘되는 것’을 함께 하는 쉬운 길로 가길 바라며,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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