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J양이 ‘받는 연애’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이십 대 중후반까지 남자들이 알아서 다가오고, 알아서 대시 하고, 사귄 뒤에는 알아서 연락하고 데이트 계획 짜고 하는 것에 길들여진 여성대원들이 J양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데, 그게 연애나 이성에 대한 환상에 풍화작용을 좀 겪은 삼십 대 남자들에겐 ‘무성의하고 무관심한 모습’으로 느껴지게 됩니다.
그런 경우 밖에서 봤을 땐 ‘인기도 많고 남친이 거의 모시면서 연애’를 하니 부러워할 수 있습니다만, 속을 들여다보면
-인터뷰를 당하는 식의 대화만을 해봤기에 핑퐁핑퐁을 못 함.
-‘당연히 남자가 해야 하는 것’이라고 확고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많음.
-챙김 받는 관계만 맺어왔기에, 상대를 챙겨줄 줄 모름.
-이쪽이 화내면 상대가 사과하는 식으로만 지내 와서 조율도 할 줄 모름.
이라는 문제를 품고 있는 사례가 82.72% 정도 됩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기 자신 위주로만 생각하게 되었으며, 이성과 친해질 때 상대가 열렬히 구애하지 않으면 도무지 어떻게 친해져야 할지 모르는 상태가 되어버린 거라 할 수 있겠습니다.
J양과 같은 대원들의 경우, 여전히 호감을 표현하는 이성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중 괜찮은 사람은 다 솎아내고 남은 사람 중에 가장 좀 이상하거나 의심되는 사람을 선택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것은 예선의 기준이
-가장 내게 열렬히 구애하며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남자.
이기 때문인데, 그러다 보니 예선을 통과한 사람 중 8할은 ‘금사빠’이거나 ‘급한 남자’가 되어버립니다. 알아서 연락하고, 알아서 만나자고 하고, 알아서 대화나 데이트도 이끌어 가고, 알아서 고백까지 할 사람 중에서만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참 안타깝습니다. 제가 위와 같은 얘기를 하며 돌직구를 던져도, J양과 같은 대원들은 대부분
“아무튼 남자가 마음이 있으면 더 어쩌고저쩌고 했을 거잖아요.”
라며 ‘상대의 탓’으로만 돌리는데, 전 그런 대원들에게
“아니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끝이 없어요. 남이 뭘 더 해줄 수 있는 것만 체크하다 보면, 나는 남에게 그 절반도 못 하면서 전부 바라게 된다니까요? 상대가 밥도 사고, 집에도 데려다주고 했으면 그것에 고마워할 줄도 알고 집에 잘 갔냐고 연락이라도 먼저 해야지, 집에 들어가서는 상대가 연락 하나 안 하나, 자고 일어나서 다음날에라도 선톡 하나 안 하나만 보고 있으면 철저하게 이기적인 것처럼만 보일 뿐이에요. 심사하듯이 상대를 보니까 상대가 82점짜리처럼 보이죠? 이쪽은 상대에게 28점처럼 보일 수 있어요.”
라는 이야기를 해주곤 합니다. 최소한 친구를 대할 때만큼이라도, 아니 길거리에서 고양이를 본 후 나비야 하고 부를 때만큼이라도 먼저 좀 나서고 관심을 가지라는 이야기와 함께 말입니다.
이건 그간 인기가 많았을수록, 그래서 받는 연애에 더욱 철저하게 길들었을수록 증상이 심하게 나타납니다. 그런 대원들은 저런 얘기를 하는 저에게까지, 결국 자기 말이 다 맞는 게 되어야 속이 후련해지는 습관이 튀어나와
-그동안 내가 사귄 남자들은, 내가 이래도 다 알아서 구애했음.
-상대가 먼저 더 다가오지 않는다면 마음이 거기까진 거니, 나도 싫음.
-솔직히 남자에게 마음이 더 있었으면, 내가 뭘 어쨌든 잘 됐을 것 아님?
이라며 까칠한 모습을 보이곤 하는데, 저도 더는 시달리고 싶지 않아 ‘네, 그렇다고 합시다.’ 하긴 하지만 그런다고 ‘쉽게 포장이 뜯어지지 않는다며 통째로 버림’이란 사실이 변하는 건 아니라고 적어두도록 하겠습니다.
선톡하는 것, 또는 상대의 톡에 답장하는 것 가지고 고민하고 있다면 분명 뭔가를 잘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대원은 그간 ‘상대가 들이대서 사귀었는데 너무 별로였던 이전 연애들’ 때문에 상처가 크다며
-이젠 상대가 확실히 괜찮은 사람인지를 보고, 그다음에 사귈지 결정하겠음.
이라 하던데, 앞서 말한 것처럼 어떤 이유에서든 예선 기준을 그렇게 잡아 놓으면 금사빠나 급한 사람들만 예선을 통과하게 될 수 있습니다. 차분히 생각해 보면, 사실 이쪽이 누군지 잘 알지도 못할 정도로 잠깐 본 건데 그것만으로 ‘목숨 건 구애’ 같은 걸 하는 상대는, 연애가 급하거나 자신이 만든 이쪽의 이미지에만 구애를 하는 것에 가까운 것 아니겠습니까?
이상한 기준으로 괜찮은 사람들은 오히려 다 거르면서, 딴에는 또 엄격하게 테스트 한다며 막 카톡 읽었다는 표시 안 내고 메시지 확인 후 한참 이따가 답장하는, 그런 고달픈 건 이제 좀 그만했으면 합니다. 편하게 만나고 연락 되면 대화하며 알아가도 되는 시간을, 그렇게 카톡 닌자 활동해가며 쓸 필요는 없다는 걸 잊지 마셨으면 합니다.
겨우 두세 번 만난 후 상대가 내게 목숨 거나 안 거나 확인하려 하지 말고, 일단 멍석 깔아주며 그간 밀린 이야기들 하려는 듯 얘기하고 만나면 됩니다. 다만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얘기’나 ‘상대가 묻는 이야기에 대한 대답’만 되면 안 되니, 상대라는 사람에 대한 관심을 가진 채 궁금한 거 물어보고, 또 전에 만났을 때 이번 주에 상대가 뭐 한다고 했으면 그것도 물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 잘 놀고 상대가 배웅까지 해줬다면 잘 들어갔냐는 인사 정도는 할 수 있는, 그리고 며칠 선톡하던 상대가 오늘 아침 선톡 없으면 이쪽이 점심 잘 먹었냐며 먼저 선톡 정도는 할 수 있는 썸을 타 보시길 바라며, 오늘은 여기까지.
▼ 중국집 단무지 리필도 말을 해야 갖다 줍니다. 가만히 앉아서 바라지만 마시고, 말을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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