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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장거리 연애, 늘 장거리 연애만 하다 헤어지는데 어쩌죠?

by 무한 2022. 1. 24.

Y양은 그간의 연애가 모두 '장거리 연애'였기에 결국 비슷하게 끝난 것 같다고 했는데, 그것도 맞는 얘기긴 하지만 그것보다는 '잘 알지도 못하는 상대'와 '연애를 위한 연애'를 해왔기에 흐지부지 된 거라 할 수 있겠다. 장거리 연애라 해도 다 같은 장거리 연애가 아니라

 

A. 가까이 살며 사귀다가, 사정 상 잠시 떨어지게 된 경우.
B. 원래 알던 사이인데, 멀리 살며 대화하다 사귀게 된 경우.
C. 일시적으로 생긴 오프라인의 접점으로 연이 닿아 사귀게 된 경우.
D. 온라인(게임, 어플)을 통해 알게 되어 사귀게 된 경우.

 

정도로 구별을 할 수 있는데, Y양은 D의 경우에 속한다. 네 가지 경우 중 현실감은 제일 떨어지며, 실질적인 서로의 인간적인 모습보다는 자신의 상상을 덧씌운 상대의 이미지와 연애하게 될 확률은 가장 높다. 그렇기에 연애를 시작하더라도 각자가 놓인 현실에 더 마음을 써야 하는 순간이 오면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으며, 연애에 대한 흥미가 시들해지기 시작하면 즐길 거 다 즐긴 게임어플 지우듯 '어느 날 갑자기' 쓱 지우고 잊을 수도 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상대'라 해도, 서로의 인간적인 모습들과 히스토리를 알려주며 '하나의 존재'가 되어갈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Y양은

 

-사람을 잘 못 믿으며, 속얘기를 거의 하지 않는 타입

 

인 까닭에 그것도 잘 안 된다. 물론 이럴 때 상대라도 인터뷰하듯 물어가며 Y양의 벽을 허문다면 가까워질 가능성이 있을 텐데, '사랑해 보고싶어 우쭈쭈쭈'하며 감정에만 충실한 연인놀이를 하기 바쁘다. 그러다 보니 

 

-짜증나는 사건 얘기, 아프다는 얘기, 살이 찐 것 같다거나 소화가 잘 안 되는 것 같다는 얘기, 뭐가 먹고 싶다는 얘기, 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 하기 싫다는 얘기….

 

정도만을 하며 '사귄 기간'만 늘릴 뿐이다. 

 

Y양은 자신의 장거리 연애들이 계속 비슷하게 끝나는 것에 대해 '나에게 문제가 있는 건가?' 하며 자책한다고 했는데, 이건 온라인 텃밭에서 주말농장을 꾸리던 사람들이 결국

 

'뭐야? 매주 접속해서 잡초 뽑고, 물 주고 했는데, 얻는 거라곤 상추, 토마토, 파 아이콘들 뿐이네?'

 

하며 주말농장 어플을 지워버리는 것과 같기에, Y양의 문제라기보다는 'D타입 장거리 연애'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라 생각했으면 한다. 오프라인에서 자주 보며 좀 더 현실에 발 디딜 수 있었다면 얘기는 달라졌을 수 있으며, 이미 Y양과 현실적인 관계에 있던 상대와의 장거리 연애였다면 역시 결과는 달랐을 수 있다.

 

 

어쨌든 Y양이 '뭘 어떻게 바꿔야 또 똑같은 패턴의 연애와 이별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거냐'고 묻는다면, 난

 

-사귀는 건, 오프라인에서 밥 세 번은 같이 먹어보고 결정하기
-사귄다고 해서 꼭 모든 사건과 감정을 전부 공유하진 않아도 된다 생각하기
-다 이해하는 척하지 말고, 상대 연락이 줄면 내 연락도 줄이기
-이제 넹넹 엉엉 헤헤 웅웅 할 나이가 아니니, 정상적으로 대화하기

 

정도를 얘기해주고 싶다. '오프라인 밥 세 번'을 권한 건 다짜고짜 상대가 구애한다고 해서 그걸 받아들인 뒤 바로 '연애를 위한 연애'를 해버리면 역할극만 하다 끝날 수 있으니 현실에 발 좀 붙여가며 시작하자는 거고, '넹넹 엉엉 헤헤 웅웅' 역시 '귀여운 리액션'만 하느라 정작 나눠야 할 얘기들은 못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니 교정을 권한 거라 생각해줬으면 한다.

 

'모든 사건과 감정을 정부 공유하진 않아도 된다 생각하기'는, 노멀로그에서 '연애 3축 이론'으로 검색하면 왜 그걸 구분하고 분배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길게 적혀 있으니 읽어보길 바라며, '상대 연락이 줄면 내 연락도 줄이기'를 권하는 건, Y양이 '다 맞춰주는 리액션'만 할 줄 알지 '상대를 긴장하게 하는 리액션'은 전혀 못 하기 때문이라 말해주고 싶다. 그러니까

 

Y양 - 이제 굳모닝도 안 해주나여 ㅠㅠ 

Y양 - 어제 게임 너무 재밌어서 연락도 못했나여~

상대 - 끝나고 기절해서 연락 못했따 ㅠㅠ 

Y양 - 괜찮아여~ 우리 엽이 피곤하겠당 ㅠㅠ 

상대 - 피곤하져 

Y양 - 어제 몇시에 잤엄?

Y양 - 나도 어제 기다리다 늦게 자서 블라블라….

상대 - 넹 ㅠㅠ

 

저래 버리면, 상대로 하여금 '긴장감'은커녕 '지겨움'의 감정만 들게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선 노멀로그에 수많은 매뉴얼들이 있으며, 나중에 '긴장감 특집'으로 나도 긴장한 채 매뉴얼을 발행할 예정이니, 이번 글에선 이쯤만 다루고 나중에 '카톡대화 공개 허용'을 해주시는 분이 계시면 그 대화를 예로 들어 설명하기로 하자.

 

오늘 준비한 매뉴얼은 여기까지다. 카카오뷰 노멀로그 채널추가 부탁은 아래 주소를 남기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하고, 월요일이라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는 상황이겠지만, 목요일까지만 무사히 버티면 또 불금이 다가올 테니 희망을 가지고 버티시길 바라며, 생각지도 못한 즐거운 소식 들려오는 월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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